“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협력할 것을 약속합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염경중학교(교장 박형준) 시청각실. 지난 5월 9일 학생·학부모·교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름하여 ‘2025 염경교육공동체 약속’ 협약식. 염경중이 지향하는 ‘공동체로서의 학교’ 철학이 응축된 순간이다. 이날 행사에는 100여 명의 교육공동체 구성원이 참석했다. 학생·학부모·교사 대표가 무대에 올라 협약서에 서명하고, ‘존중·배려·협력’이라는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 약속을 공식화했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이 약속이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문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염경중은 두 달에 걸쳐 세 차례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차 서술형 설문에서는 학생·교사·학부모가 ‘서로에게 바라는 모습’을 자유롭게 작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약속 문안을 구성한 뒤 3차 선택형 설문을 통해 최종 약속을 확정했다. 약속의 내용보다 과정이 더 큰 교육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1차 설문에 참여한 한 교사는 “누군가에게 바라는 걸 말하기 전에, 나는 어떤 교사인가를 먼저 고민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실천 가능성과 공감력을 갖춘 약속이 교육공동체 스스로의…
2025-07-07 10:00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모 학원의 기숙형 프로그램 홍보물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음과 같은 주요 홍보 문구 때문이다. ‘독재자’(독학·재수·자기주도학습) ▲소수 정예 스카이 캐슬형 관리 ▲최상위권 학생 대상 장학 제도 운영 ▲의대/SKY 재학 ○○○○ 출신 조교 25명! ▲1대 1 멘토 관리 체계적 학습 세부내용을 보니 일정 벌점 초과 시 프로그램상 출입 코드가 삭제되어 출입이 통제되는 벌점 제도도 있다. 벌점 항목으로는 결석(10점), 조퇴(5점), 지각(5점), 외출(3점), 강제동원 미준수(3점), 졸음(1점), 핸드폰 미제출(10점), 열람실 내 전자기기 사용(10점), 학습 외 사이트 접속(5점), 쉬는 시간 외 화장실·카페테리아 이용(1점), 독재자 내 학생 간 필담(1점), 오후 10시 이후 무단 외출(강제 퇴실) 등이다. 그리고 홍보 팸플릿 속에 끼워진 간지 한 장에 다음과 같은 최후의 격문이 나부끼고 있다. ‘기숙학원보다 더 강력한 몰입! ○○ 독재자 선착순’ 교장실로 들어와 이러한 격문들을 읽어가면서 숨이 턱턱 막힌다. 비판과 한탄도 나오지 않는다. 그냥 기가 막힐 뿐이다. 아무리 학원 홍보를 위해 자극적…
2025-07-07 10:00
본 연재가 탑재되는 시기는 전국 시도교육청이 교육전문직원 전형을 마무리하는 시점일 가능성이 높다. 전형이 마무리되어 최종 면접이나 사전 연수를 받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최종 면접이나 사전 연수에서는 주로 교육청 장학사 또는 연구사로서 지녀야 할 소양이나 실제 교육청 장학사나 연구기관의 연구사로 근무할 때 어떤 자세로 근무하고 교육정책의 현안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주를 이룬다. 교육전문직원으로 전직을 고려하는 교사에게도 이런 과정을 미리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크다. 본 호는 그런 관점에서 시도교육청 장학사 또는 연구사로 근무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설계를 다루어 보는 가상 논술 과정이다. 우선 제시된 참고자료의 글을 읽고 교육청 장학사나 연구사가 근무할 때의 생각거리를 탐색하여 본다. 다음으로 기존 시도교육청의 사례를 찾아보면서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을 설계하며, 마지막에는 이를 추진하면서 교육전문직원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소양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본 사례나 방안은 예시 자료이며, 지금까지 지속해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혼자서 또는 팀으로, 컨설팅 도움 등을 통해 고민하고 생각을 거치면서 직접 작성하여 보는 것을 권한다. 1. 생각하기 다음 참고자료는
2025-07-07 10:00
‘글 요청하는 인간’으로의 변화 강연을 마치자 연로한 여교수께서, “이미 말만 하면 내가 원하는 자수를 놓아주는 기계가 나왔는데, 그걸 모른 채 돋보기를 쓰고 한땀 한땀 수를 놓고 있었네요”라고 소감을 밝히셨다. ‘글 쓰는 인간’에서 ‘글 요청하는 인간’으로 변한 시대 앞에서 혼란을 겪는 교사가 많다. 생성 AI를 사용할 때면, 계속 사용할 경우 내 사고력과 글쓰기 역량을 비롯한 업무처리역량이 점차 퇴화하지는 않을까 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생긴다. 그러면서도 사용의 편리함에 빠져든다. 이산 몰릭(Ethan Mollick)의 듀얼 브레인(신동숙 역, 2025)은 이러한 불안감을 줄이고, AI를 보다 의미 있게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될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몰릭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Wharton School) 경영학과 교수로, 혁신·기업가정신·인공지능(AI)이 업무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며 가르치고 있는 학자이다. 그가 제시한 것은 인간의 고유한 지능과 AI의 기계적 지능을 결합하는 협력지능(Co-Intelligence) 전략이다. 1956년 ‘인공지능(AI)’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할 때 함께 제안된 개념의 하나가 ‘지능 증폭
2025-07-07 10:00
“다산콜센터로 연결됩니다.” 공공기관에 업무와 관련된 문의를 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분명히 공공기관 담당부서로 번호를 눌렀건만, 서울 다산콜센터로 연결되었다. ‘아, 공공기관은 이렇게 직접 민원전화를 받지 않는구나, 그런데 왜 우리는 아직도 개인 핸드폰으로 민원전화를 응대하고 있을까?’ 순간, 교사는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허탈감이 밀려왔다. 교사 개인에게 직접 연락하는 민원방식에 대한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되었지만,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학 부모들은 자녀의 출결·체험학습·급식·교복·학교방침에 대한 의견까지 모두 담임교사 개인에게 전화하거나, 문자로 전달한다. 이미 학생에게 자세히 안내한 내용도, 다시 개별적으로 문의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담임교사는 학부모들의 반복적인 개별 문의부터, 학교방침에 불편한 사항까지, 모든 민원의 창구가 되어 있다. 특히 출결과 관련해서는 아침부터 전쟁을 겪는 일도 많다. 누군가는 아프다고, 누군가는 늦잠을 잤다고, 누군가는 오늘 생리결석을 쓰겠다고 연락이 온다. 출석을 제대로 안 하는 학생이 학급에 1~2명만 있어도 교사의 평화로운 아침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담임교사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2025-07-07 10:00
디지털 전환 속 교실혁신 모델 제시 디지털 전환 속 교실은 ‘맞춤화·주도성·사회참여’라는 세 축 위에서 다시 설계돼야 한다. 이번 수업나눔 사례에서는 그 세 축을 구현한 세 가지 수업모델을 병렬로 제시한다. AI 코스웨어는 진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 경로를 제안해 학습 기초를 다진다. 거꾸로학습과 배움노트는 가정과 교실을 연결하며, 학생이 스스로 오류를 탐색하고 피드백을 주도하게 한다. DATA 기반 AI 프로젝트는 데이터를 수집·분석·모델링하여 실제 사회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끈다. 교사는 세 모델을 조합해 학급 맥락에 맞는 융합형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은 자율적 학습자이자 공동체 기여자로 성장한다. 세 모델은 독립적으로도 적용 가능하지만, 함께 운영될 때 데이터 분석과 정서 지원, 사회 참여가 상호 강화되어 교실혁신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모델❶ _ AI 코스웨어로 맞춤 학습의 기초 다지기 ● 배경과 준비 플랫폼 도입 초기 일부 교사는 ‘데이터 화면 해석이 어렵다’는 불안을 표했다. 이에 학년 대표 교사들이 TF를 꾸려 에듀테크 다모임과 실습 연수를 운영했고, 작은 성공사례를 빠르게 공유해 거부감을 줄였다. ● 운영 학생들은 사고력 진단평가와 컴퓨팅…
2025-07-07 10:00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이재명 정부는 계엄령 선포와 대통령 파면을 거치면서 출범한 만큼, 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하는 시대적 책임을 안고 있다. 지난 정부의 과오를 딛고, 민생·경제·환경·외교·안보 등 각 분야에서 실타래처럼 얽힌 과제들을 풀어야 할 책임도 막중하다. 고등교육분야도 다르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연금·의료·노동과 함께 교육을 4대 개혁과제에 포함했다. 하지만 ‘교육개혁’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고등교육정책은 ‘교육’적이지도, ‘개혁’적이지도 않았다. 집권 초기부터 교육부총리 인선으로 혼란을 야기하더니, 1999년 이후 유지해 온 수도권 대학 증원 불가 기조를 허물고, 첨단분야 수도권 증원을 허용했다. RD 예산을 대폭 삭감시켜 이공계 육성에 대한 불신을 키웠고, 학과 쏠림 현상에 대한 대책도 없이 갑작스럽게 무전공제를 도입했다. 지자체가 중심이 돼 지방대학을 육성하도록 RISE를 구축했지만, 2025년 RISE 예산은 기존 정부 재정지원사업 예산을 병합한 뒤 소폭 늘리는 수준에 그쳤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지방대 육성을 떠넘긴 셈이다. 교육·연구활동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며 각종 규제를 완화했지만, 이로 인해 교육여건이 후퇴하고, 대학 스스로…
2025-07-07 10:00
영모화(翎毛畫)란 본래 새 그림을 지칭하는 것이었으나 점차 짐승 등 털이 있는 동물 그림까지도 포함되었다. 이암은 모견도에서 어미 개와 강아지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중국 송나라 화풍을 넘어선 조선 회화의 독자적 흐름을 보여주었다. 이암(李巖,1499∼?)은 조선 전기의 대표적 문인화가로, 새와 짐승 등 동물을 잘 그려 명성이 높았다. 그는 직업 화원은 아니었지만, 문인 사대부로서 풍류와 취미로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알려진 기록이 많지 않지만, 궁중에서도 그의 재능은 인정받아 인종실록에 따르면, 화원 신분이 아님에도 화가 이상좌와 함께 중종의 초상을 그릴 화가로 승정원에 의해 추천되기도 하였다. 모견도는 1957년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린 한국미술전에서 가장 호평받은 작품으로 소개되었다. 어미 품에 안긴 사랑스러운 새끼 강아지들을 묘사하여 해외에서도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조선 전기 회화사의 독자적 화풍 16세기 조선회화의 특징은 한국적인 정취와 독자성으로 요약된다. 이암은 어려서 중국 송나라 모익(毛益)의 화법을 배웠다고 전하지만, 현존하는 작품들을 보면 당대 중국화의 모방을 넘어 조선의 정감과 개성을 담…
2025-07-07 10:00
교사를 위한 학급운영 마인드셋 (트레버 뮤어·존 스펜서 지음, 허성심 번역,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336쪽, 1만 8,000원) 교사들이 학급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며 안정적인 교직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실용적 지침을 제공한다. 학급 관리와 문제행동 지도, 자율적인 학급을 위한 의례, 교실 공간 구성, 시스템화된 교실 운영 방식 등에 관한 구체적 실무 팁과 다양한 교수법을 담았다. 교사의 번 아웃과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는 감정 관리법, 에너지 분배법 등 ‘자기 돌봄’ 기술도 수록했다. 수업에 바로 써먹는 AI시대 문해력 도구 30 (전보라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280쪽, 2만 1,000원) 생성형 AI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는 학생들을 위한 리터러시 교육법을 소개한다. 실제 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AI 문해력을 차근차근 높이며,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주얼 리터러시 등으로 확장하는 수업방법을 단계별로 제시했다. 수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30가지 문해력 도구와 수업 예시를 제공하며, 수업 유의사항과 활동지 양식, 참고 자료를 수록해 교사가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부의 재발견 (박주용 지음, 사회평론 펴냄, 264쪽, 1만
2025-07-07 10:00
수업의 출발 “선생님, 우리가 왜 환경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어야 하나요?” 한 학생의 질문이 생태 미디어 교육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정보는 넘치지만, 공감은 줄어든 시대. 디지털 정보 과잉 속에서 학생들은 어떻게 세상을 이해하고 있을까요? 국어교사로서 저는 ‘읽기’와 ‘표현’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한 명의 시민으로서 세상을 읽는 힘과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생태 감수성’과 ‘미디어 리터러시’를 기르는 수업을, 기술과 사람 사이에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일반 중학교에서 함께 도전하는 수업혁신 ● 동료교사들과 함께 실천한 ‘지구 공동체 프로젝트-나비효과’ 이 수업은 국어과 동료교사 세 명, 중학교 2학년 320여 명이 함께 마음을 맞추어 진행한 프로젝트 수업입니다. 여러 다양한 수업 경험 중 어느 수업 이야기를 쓸지 고민했습니다. 세상에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수업사례들이 많지만, 대규모 과밀 중학교에서 세 명의 국어교사가 함께 수업을 운영하며 어려움을 극복한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일은 많은 교사의 수업 상처를 감싸안는 반창고 밴드 같은 역할을 해주리라 생각하며 이 글을 씁니다. ‘지구 공동체 프로젝트-나비효
2025-07-07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