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디지털교과서를 처음 접한 것은 학교에서 디지털교과서 관련 연구학교를 진행하기 시작한 2017년이다. 그 당시 디지털교과서로 제작된 과목은 과학·사회·영어교과만 있었다. 하지만 과학수업은 주로 강의식으로 이뤄졌다. 때때로 시범 실험 등을 통해 수업을 진행했지만, 학생들에게는 다소 지루한 수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마침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되면서 이번 기회에 나의 과학수업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해 겨울방학에 디지털교과서 강사 교원연수를 받으며, 새로운 형태의 교과서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처음 디지털교과서를 살펴본 솔직한 생각은 그냥 기존 서책형 교과서를 PDF 파일로 변환하고, 거기에 몇 개의 보충·심화자료, 동영상자료, 이미지자료, 평가문항 등을 추가한 형태였다. 그나마 과학 디지털교과서는 중간에 실감형 콘텐츠(AR·VR·360)가 있어서 학생들에게 조금은 흥미를 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상했던것 보다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또 수업에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려고 했지만,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학생들의 에듀넷 계정 생성부터 부족한 디지털기기(처음에는 1인 1
2023-07-05 10:30풍경화구성법에서 강·산이 무의식의 세계라면, 밭(논)·길은 의식의 세계이다.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강·산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밭(논)·길은 필요하다면 노력에 따라서 얼마든지 일궈내고, 만들어 낼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풍경화구성법의 열 가지 항목(강·산·밭·길·집·나무·사람·꽃·동물·돌)에서 강·산·밭(논)·길이 자리 잡게 되면 풍경화는 거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나머지 요소들은 사이사이에서 ‘관계’를 맺으며 위치한다. 모든 심리검사가 그렇듯 풍경화구성법 역시 각각의 요소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해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징하는 그림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현재의 경험·환경·나이·성격 등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보다 빨리 찾아내서 연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번 호에서는 의식의 영역인 밭(논)·길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꽃·동물·돌의 상징적 의미도 함께 설명한다. 집·나무·사람은 다음 호에서 HTP 검사와 함께 마지막으로 다룰 예정이다. 각각의 구성요소가 주는 의
2023-07-05 10:302023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1987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는 전형적인 학교폭력으로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 엄석대라는 인물이 나온다. 엄석대 왕국의 위용은 대단하여 전학을 와서 그나마 저항하던 한병태마저 굴복하게 만든다. 엄석대의 왕국이 무너진 것은 학교폭력을 방조하던 ‘최 선생’에서 ‘김 선생’으로 담임이 바뀌게 된 다음부터다. 김 선생은 우선 엄석대를 체벌하여 잘못을 자백하게 한 뒤, 학급의 아이들에게 엄석대의 잘못을 하나씩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도록 했다.결국 엄석대는 학교를 그만두고 아이들은 폭력에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36년 전 국내 유수 문학상의 대상까지 받은 이러한 이야기가 2023년에 교실에서 펼쳐진다면 결론은 전혀 다르게 펼쳐질 수 있다. 일단 엄석대나 그 학부모는 체벌을 가한 김 선생을 아동학대죄로 경찰에 고소할 것이다. 그렇다면 김 선생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서를 드나들고, 기소라도 당하면 형사법정을 드나들어야 한다. 피해학생들이야 형사미성년자라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엄석대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알린 학부모는 엄석대와 그 부모로부터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다. 학교폭…
2023-07-05 10:30도서관보다는 놀이터가 익숙하고, 독서보다는 공놀이를 더 좋아하던 학생이었지만, 사서교사가 된 후로는 여가시간에 독서를 한다. 외출할 때 가방에 책 1권, 혹시 모르니 1권 더 챙긴다. 여행 갈 때는 여행지에서 읽고 싶은 책을 캐리어에 넣는다. 취미란에 한 번도 독서를 적어본 적 없던 사람이지만 이제는 책과 함께하는 삶을 산다. “선생님 책 추천해 주세요”라는 말에 자신 있게 책을 골라주는 나를 보며 스스로 놀랄 때가 많다. 뛰어놀던 아이에서 책을 읽는 사서교사가 되었다. 180도 다른 삶을 살게 되었고 학생들에게도 경험시켜주고 싶다. ‘사서교사는 어떤 수업을 하면 좋은가?’ “사서교사는 무슨 일해요?”, “수업도 하나요?” 사서교사가 되고 꽤 많이 받은 질문이다. 아직 사람들에게 사서교사라는 직업은 생소하다. 참고서비스뿐만 아니라 수업도 한다니. 어떤 수업을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이건 사서교사인 나에게 늘 숙제 같은 일이다. 교과서와 정해진 시수가 없는 어려움은 있으나 어떤 주제로든 독서수업을 계획할 수 있다. 나의 독서수업 운영 큰 주제는 ‘도서관과 친해지기’이다. 세부주제는 수업시수나 학년별로 달라지겠지만, 도서관과 책에 대한 인식 개선을 목표로 하고
2023-07-05 10:30음악선택 과목 속 이상하고 특이한 과목 1학년 입학 직전, 본교 신입생들은 약간의 고민에 빠진다. 자유학기? 자유학기라는 말도 생소한데 이것저것 수업을 선택하라고 한다. 그것도 영역별로. 게다가 음악은 노래하고 악기 연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학생들은 “음악인데 왜 산업 어쩌고 하는 수업을 해요?”라며 “선생님! 이거 기술 아니에요?”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그러면 왜 음악교사가 에듀테크에 문을 두드렸을까? 음악은 고대 인류에서부터 역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있어 왔기에 방대한 문화유산을 갖고 있다. 배워야 할 가치가 충분한 것들이 차고 넘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나는 청소년들, 특히 본교와 같은 남학생들의 경우 일상에서 즐기는 음악의 95% 이상은 만들어진 지 채 30년이 되지 않은 음악, 곧 대중음악·전자음악이다. 여기서 이제 교육철학적 갈등이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클래식음악)를 먼저 가르칠 것인가 아니면 이들이 살고 있는 근간 세계의 산물(대중음악·전자음악)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줄 것인가. 나는 후자를 택했다. 그렇게 탄생한 ‘음악으로 만나는 4차 산업혁명’ 4년 전쯤에도 같은 고민으로 ‘대중음악여
2023-07-05 10:30뉴진스의 하입보이 작년 최고의 인기곡 중 하나는 가수 뉴진스(NewJeans)의 ‘Hype Boy’일 것이다. 교실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교실에서 질문만 하면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대답과 함께 그 춤(?)을 추는가 하면, 졸업식 날에는 Hype boy로 춤을 추며 입장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좋아하는 가수들의 음악에 빠져있는 동안 나도 뉴진스 제작자 민희진 대표에게 푹 빠져있었다. 민 대표의 인터뷰를 3번이나 정독했는데 ‘인간으로서의 나’와 ‘교사로서의 나’에게도 자극이 되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 개인적으로 영감을 많이 얻은 인터뷰 부분을 소개한다. “나는 공식을 깨고 싶은 사람이다. …(중략)… 시장에 다양한 생각이 출몰하길 바란다. 아이돌에게 관심이 없던 아트디렉터 출신이 만든 일이다. 여기 시사점이 있다.” “궁극적으로 내가 뭘 하려고 하는지, 뭘 말하고 싶은지, 그래서 이 일이 우리에게 왜 중요한지에 대해 공들여 설명한다. …(중략)… 불어 넣고 끌어내고, 그리고 그것들을 의도대로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방향키를 운전하는 것이 나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이다.” 출처: http://m.cine21.com/news/view/?mag_i
2023-07-05 10:30워런 버핏 주주총회에서 얻은 깨달음 교직에 있던 시절 해보고 싶었지만, 해볼 수 없었던 것이 있었다. 미국 오마하로 가서 워런 버핏의 주주총회에 참석해 보는 것이었다. 5월 첫째 주 토요일에 주주총회가 있고, 전날은 버크셔해서웨이의 계열사들이 부스를 여는 쇼핑데이가 열린다. 이날 연매출 20%를 기록하는 회사들이 있을 정도로 4만 명 넘는 관광객의 큰 손들이 기념품과 계열사 제품들을 사들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즈캔디·버핏 캐릭터가 새겨진 기념품·의류가 인기가 많고, 캠핑카·모듈하우스·타일 등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한다. 주주총회에 참석하려면 전날 쇼핑센터에서 잔고증명서 또는 증권어플을 보여주며 해당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1주당 4장까지 입장권을 준다. 다음날 주주총회에 제대로 된 자리를 앉으려면 5시부터 줄을 서야 한다. 입장은 아침 7시부터 가능하다. 이날은 미국에 있는 금융인들은 다 모였다 할 정도로 뉴욕에서 보던 월가 사람들을 미국 중부 시골 오마하에서 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한국인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반면 중국인들은 패키지 투어로 올 정도로 열정적이었고, 버핏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는 발언권도 가지고 있었다. 버핏투어를…
2023-07-05 10:30박완서 작품 중 서 있는 여자라는 장편소설이 있다는 것을 몇 년 전에야 알았다. 박완서 관련 평론이나 대담집 등을 읽다 보니 이 소설이 자주 언급됐다. 특히 많은 여성이 이 소설을 80년대판 82년생 김지영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 찾아 읽어보았다. 작가가 1982~1983년 주부생활에 ‘떠도는 결혼’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소설인데 제목을 바꾼 것이다. “앞으로 결혼생활에 있어서 자기와 나는 절대적으로 동등하기, 알았지?” 약혼식 후 주인공 연지가 철민에게 한 말이다. 연지와 철민은 이렇게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둘은 한 명은 일해서 돈을 벌고 한 명은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집안 살림을 맡기로 약속한다. 우선 철민이 공부하고 연지가 잡지사 기자로 일을 하는데, 하나씩 갈등이 쌓인다. 철민은 묵묵히 설거지 등 집안 살림을 하는 것 같지만, 일부러 주말마다 친구들을 불러들인다. 연지도 남의 이목을 생각해 손님이 오면 별수 없이 앞치마를 두르고 음식 장만을 도맡기 때문이다. 첫 번째 위기는 낙태 때문에 생겼다. 실수로 아기가 생기자, 연지는 남편과 의논하지 않고 중절수술을 한다. 얼마 후 철민은 이 사실을 알고 연지를 폭행하고 일을 그만두라며 연지의 중요한 원고마…
2023-07-05 10:30‘요리 보고, 저리 봐도, 알 수 없네. 둘리 둘리~’ 빙하를 타고 서울시 우이천으로 떠내려 와 심술궂은 고길동 아저씨 집에 더부살이하게 된 ‘아기공룡 둘리’의 노래가 귀에 익숙하게 감긴다면? 동네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호이! 호이!’, ‘짠!’, ‘깐따삐야~!’, ‘라면은 구공탄에 끓여야 제맛~~’이라고 외치며 해 질 무렵까지 놀았던 기억이 떠오른다면? 아마도 1980~90년대를 아기공룡 둘리와 함께 보낸 세대일 것이다. 어린 시절 추억 속에만 남아 있던 아기공룡 둘리가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아기공룡 둘리의 유일한 극장판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감독 김수정, 이하 ‘얼음별 대모험’)이 둘리 탄생 40주년을 맞아 극장에서 재개봉한 것. 어? 귀염둥이 둘리가 벌써 마흔 살이나 되었다고? 그렇다. 1983년 4월 22일생 둘리는 경기도 부천시에서 주민등록증까지 발급받은 어엿한 주민이다. 둘리 시리즈는 만화잡지 보물섬 연재를 시작으로 TV 시리즈와 극장판 애니메이션까지 그 영역을 확장했다.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계에서 둘리는 콘텐츠 산업의 태동기를 일군 캐릭터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스크림부터 시작해 팬시 제품까지 둘리 캐릭터 상품만 2천…
2023-07-05 10:30체코 프라하역에서 야간열차를 탔다. 부다페스트까지 약 9시간이 걸린다. 6명이 함께 타는 비좁은 쿠셋(침대칸) 꼭대기 칸에서 선잠을 잤던 것 같다. 덜컹거리는 소리에 가끔 잠에서 깼고, 지금쯤 국경을 넘어가고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다. 가끔 차창을 스쳐 가는 가로등 불빛에 눈이 부시기도 했다. 부다페스트역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8시였다.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역사 밖으로 나오니 이방인을 제일 먼저 반기는 건 역시나 잿빛의 하늘이었다. ‘동유럽표 가을 하늘’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의 우중충한 하늘. 어디에선가 잔뜩 몰려온 두터운 먹구름이 부다페스트 시내를 뒤덮고 있었다. 무거운 트렁크를 끌며 반질거리는 돌바닥 길을 가는 동안 귓전에는 내내 ‘글루미 선데이’의 아련한 선율이 맴돌았다. 헝가리 하면 반사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음악. 1935년 헝가리의 무명 작곡가 레조 세레스는 연인인 헬렌에게 실연당한 아픔을 담아 ‘글루미 선데이’라는 곡을 썼다. 그런 사연이 있어서일까? 음반이 출시된 지 8주 만에 헝가리에서만 187명의 자살자가 나오고 전 세계에서 수많은 젊은이가 이 노래를 들으며 목숨을 끊었다. 레조 세레스 역시 자기 노래 때문…
2023-07-05 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