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중에 이런 일이 있었다. 1안 - 교감이 낸 의견 2안 - 교사가 낸 의견 거수로 둘 중에 하나의 안을 택하기로 하였다.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은 교감의 의견에 우르르 손을 들어주었기에 셀 필요도 없이 1안으로 결정이 되었다. 땅땅땅. 의사봉이 세 번 쳐지고 다음 사안으로 넘어가려는데 교장이 나직히 한마디를 던졌다. “난 두 번째 안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안건은 다시 재상정되었고, 빛보다 빠른 속도로 2안으로 낙착되었다. 이 결정에 대해 의의가 있는 사람은 발언하라고 하자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분명히 반론이 있었어야 했다. 교감안에 몰표를 몰아주었을 때는 어쨌든 1안이 2안에 비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해서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사람도 의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일개 교사가 의견을 낼 때는 교감 쪽에 표를 몰아주던 사람들이 어떻게 교장 한마디에 우르르 다시 되돌아와 무시했던 안에 묵언의 몰표를 선사한단 말인가? 교장이 한마디 안했다면 일사천리로 교감의 의견으로 낙착되었을게고, 교사가 낸 의견은 일말의 가치도 없이 쓰레기통에 쳐박혔을게 아닌가? 아무리 관리자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강압감에 산다고 하
2009-02-20 11:28이제 정기 전보 인사 발령이 났다. 5년 동안 정든 학교의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떠나 다른 학교로 가야한다. 물론 새 학교에 가서 지내다 보면 곧 익숙해지고 다시 정이 들기도 하겠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오랫동안 앉아 교재연구를 하던 책상이며 의자까지도 다시는 앉아보지 못한다 생각하니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된다. 낯익었던 학교 시설물들, 내가 드나들던 교실이며 칠판, 원어민과 함께 수업하던 영어전용구역, 하다못해 매일 아침 차를 대던 주차장이며 넓은 운동장, 매일 이용하던 교직원 식당, 낯익은 긴 복도, 그 복도에 붙어있는 화장실까지도 남다른 감회로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된다.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들, 교무실이 다르고 교과목이 달라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선생님들조차도 언제 알게 모르게 정이 들었는지 헤어지려 하니 섭섭해진다. 숙제를 하지 않았거나 예습을 하지 않고 수업 시간 소란을 피워 힘들었던 아이들조차도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면 여간 서운 한 게 아니다. 특히 그 동안 4년 동안이나 내 가 맡았던 방송반 아이들에겐 아쉬운 마음과 함께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학교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조금만 착오를…
2009-02-19 16:52교육과학기술부에서 16일 발표한 전국 초ㆍ중ㆍ고의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16개 시ㆍ도교육청과 180개 지역교육청별로 공개되었다. 이번 학력평가의 취지는 학생들의 성적을 정확히 파악하여 기초학력이 미달되는 지역의 학교에 집중지원을 하여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한다. 2008년에 치러진 이번의 학력고사 실시 과정에서 시험거부사태까지 있었으나 초등6학년, 중학교3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언론에서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역교육청단위로 등위가 공개되어 상위등급을 받은 교육청은 고무되어 있고 하위등급으로 기초학력 미달의 비율이 높은 곳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 처럼 사기가 저하되어 있다. 평가결과가 하위권인 지역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나 학교장도 할 말을 잃고 침울해 있는 형편이다. 지필평가에 한정된 결과를 학생들의 전체 학력으로 보는 데는 다소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 동안 학생의 학력평가는 지필고사와 수행평가를 병행하여 평어로 성적을 나타냈었다. 오랫동안 월말고사를 봐서 암기한 결과를 시험지에 나타나는 점수만 높이려고 학생들을 다그쳤었다. 반 별로 순위를 매겨 경쟁을 시켰고 꼴지를…
2009-02-19 16:52학력과 인성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학력이 중요할까? 인성이 중요할까? 학력만 향상되면 좋은 사람일까? 인성만 좋으면 훌륭한 사람일까? 어디에 비중을 두어야 할까? 여기에 대한 해답을 공자께서 학이편에서 제시해 줌을 보게 된다. 공자께서는 학력과 인성 둘 다 중요함을 말씀해 주고 있다. 인성만 중요하니 인성에만 치중하라고 하지 않고 학력만 중요하니 학력에만 치중하라고 하지 않는다. 학력과 인성이 함께 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인성을 말할 때는 학력도 함께 말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공자께서 하신 말씀을 두고 오해할 수도 있다. “弟子入卽孝(제자입즉효)하고 出卽弟(출즉제)하며 謹而信(근이신)하며 汎愛衆(범애중)하고 而親仁(이친인)하여 行有餘力(행유여력)이어든 卽以學文(즉이학문)이니라”라는 말이 학력보다 인성을 더 중요시한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인성과 학문이 다 중요하되 인성을 강조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인성을 너무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인성이 학력 못지않게 중요한데도 인성을 무시하고 있으니 학문하기에 앞서 인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지 학문하기 위해서는 인성의 과정을 다 거치라는 뜻이 아닌 것이다. 그런 과정을 다 거친…
2009-02-19 09:15교사의 경력이 쌓일수록 아이들과 눈높이를 같이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실감한다. 초임시절, 굳이 눈높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 시간에 어린이들과 함께 노래를 하며 고무줄놀이를 하거나 ‘땅따먹기’놀이, ‘꼬마야 꼬마야’의 긴 줄넘기 등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는데 언젠가부터 운동장에서 뛰는 것이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성신여대 총장의 ‘노바디 댄스’이야기를 들으니 어린이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던 생각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 진다.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측면에서 본다면 어쨌든 비슷한 발상이 아닐까 한다. 신입생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오리엔테이션 첫날 심화진 총장이 대학 생활을 막 시작하는 새내기들의 새 출발을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해 1주일간 학생들에게 직접 배운 댄스를 선보였다고 하니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대가 변하다 보니 어린이들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부모님이 맞벌이로 집에 계시지 않아 공허함을 채우기 위하여 이름 모를 컴퓨터 게임을 즐기며, 학교 공부가 끝나자 바로 학원을 전전하다보니 따분하고 지루한 마음을 분출할 길 없어
2009-02-18 12:33공자께서 논어 학이편에서 호학(好學)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배우기를 좋아하는 자는 어떤 자일까? 공자께서 하신 말씀을 살펴보면 호학(好學)하는 자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설명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배우기를 좋아하는 자는 한 마디로 말한다면 군자(君子)이다. 군자가 바로 배우는 자의 모범이다. 표본이이라 할 수 있다. 군자는 인성면에서도 탁월할 뿐 아니라 학력면에서도 탁월한 자이다. 지도자급이다. 본보이기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학식과 교양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우리는 학생들을 이런 인물이 되도록 교육을 시키고 있다. “子曰 君子食無求飽(군자식무구포)며 居無求安(거무구안)하며 敏於事而愼於言(민어사이신어언)이고 就有道而正焉(취유도이정언)이면 可謂好學也已(가위호학야이)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군자로서 배불리 먹기를 구하지 않고, 편히 살기를 구하지 않으며, 할 일을 미루지 않으면서 말은 신중하고, 도를 좇아서 바르게 한다면, 배우기를 좋아하는 자라고 할 수 있다.”라는 뜻이다. 이 말씀 속에 배우는 자가 취해야 할 자세를 살펴볼 수 있다. 배우기를 좋아하는 자는 먼저 食無求飽(식무구포)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먹음에 배부르기(飽)를…
2009-02-18 08:38드디어 말 많고 탈 많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라는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다른 것은 두 번째로 치고 내 눈에 확 들어오는 기사는 "임실 초등교, 학력미달비율 전국 최저, 방과후 학교와 보육교실이 주효"라는 연합뉴스(2009.2.16. 기사참조) 기사였다. 기사 내용을 보면, 전북 임실지역 초등학생의 학력미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으며, 그 비율이 각각 0.8%와 0.4%에 그쳐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는 것이다. 이번 평가에서 초등생의 기초학력 미달비율이 '0%'를 기록한 곳은 강원도 양구와 경북 울릉 등 극소수이며 이들 지역도 0% 달성 과목은 각각 1개에 그쳤다. 더군다나 과목별 미달학생 비율이 6-7%를 넘는 곳이 허다했는데 반해, 임실은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촌이라는 점에서 이번 '약진'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는 것이 교육계의 설명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보고를 받은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시골학교에서 어떻게 이런 성과를 냈느냐"며 놀라워했다는 후문이다. 담당 장학사는 "방과후 학교와 보육교실 등을 운영하면서 아이들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며 "소규모 학교라는 농촌의 특성을 잘 활용한다면 얼마든지 도시 학생보다 뛰어난 실력
2009-02-16 19:09“뭐 도와드릴 일, 없어요?” 밀려가는 겨울의 끝과 더불어 헤어짐의 아쉬움이 을씨년스럽게 교정을 메우는 2월의 하루. 굵직한 음성이 아이들이 모두 가고 없는 텅 빈 4학년 우리 교실을 울렸다. “준표구나. 어서와.” 박준표(가명). 지금은 어엿하게 6학년이 되어 코밑이 거뭇거뭇해지고 목소리도 굵어져 의젓하다. 내가 준표를 처음 만난 것은 2005년 3월. 시골에서의 교사생활을 접고 결혼과 함께 수원에 처음 부임하여 담임을 맡은 3학년 3반. 그러나 수업 첫날부터 준표의 고집은 담임교사는 물론 친구들의 속을 썩였다. 오직 자기 맘대로 행동하려는 고집불통이었다. 수업 중에도 뒷문을 통해 불쑥 나가서는 후문 문방구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모든 단체행동은 무조건 거부다. “쟤는 원래 1,2학년 때도 그랬어요.” 반 친구들이나 주변 교사들도 모두 포기한 채 그의 행동을 인정하고 있었다. 분명 최근 우리 사회에서 커다란 사회문제로 떠오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증후군)였다. ADHD는 원인도 다양할 뿐 만 아니라 특별한 치료방법도 없다. 그저 아동 정신클리닉에서도 아동용 치료약을 주고 꾸준한 물리치료를 받으라고 한다. 원인이 뭘까? 준표는 젖먹이때 엄마가 준표를
2009-02-16 09:34옛날에도 심성이 바르지 못하거나 행실이 나쁜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의 언행을 보아하니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르치는 자의 입장에 있었던 분들은 심성이 바르지 못하거나 행실이 나쁜 사람들을 마음 거슬리지 않게 우회적으로 알아듣도록 하였다. 비유를 통해 가르치기도 하였다. 올빼미와 비둘기의 이야기이다. 올빼미(梟효)는 심성이 나쁜 사람을 비유하고 비둘기(鳩구)는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을 비유한다. “올빼미가 비둘기를 만나니 비둘기가 말하기를 그대는 어디로 가려 하오? 올빼미가 말하기를 나는 동쪽으로 이사가려 하오. 비둘기가 말하기를 무슨 까닭이오? 올빼미가 말하기를 고을 사람들이 모두 나의 울음소리를 싫어함이라. 이런 까다락으로 동쪽으로 이사가는 것이오” 올빼미가 마을 사람들로부터 대접을 받지 못했다. 미움을 당했다. 자기를 싫어하는 것을 알았다. 자기가 잘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깨닫지 못했다. 자기의 행실이 나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자신의 행동이 엉망인 것을 알지 못했다. 자신의 심성이 나빠 마을 사람들이 자기를 멀리하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오히려 자기 편에서 큰 소리를 쳤다. 마을에서 영향력을 끼치는 지도자에게 찾아가서 “아장동사(我
2009-02-15 14:12우리 학교 제1회 졸업식, 성공적으로 성대히 끝났다. 학생들의 호응도 좋았고 교직원들의 평가도 우수하다. 학교장의 아이디어와 방침을 수용해 실천해 준 교감 선생님을 비롯한교직원들이 고맙기만 하다. 졸업식은 울고 짜는 것보다 즐거움 속에 축제 형식으로. 졸업생 하나하나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으로 기획되었다. 눈높이도 학생들에게 맞추어 사회도 재학생이 보고 축하 공연은 희망반(특수학급)의 난타, 재학생의 비트박스, 졸업생의 댄스와 가요로 구성하고경기예술고와 영복여고의 특별 출연도 넣었다. 졸업생 376명영상자료로 개인소개줄글, 개인과 가족 사진, 교장과 담임교사의 영상 메시지등을 넣으니 시선 집중이다. 졸업생들의 반짝이는 눈빛과 환호성을 보니 그 동안 졸업식 준비를 위해 애쓴 교직원의 노고가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건 무슨 일인가?학교장의 마음은 허전하기만 하다. 마치 자식을 결혼시키고 떠나보낸 부모 심정이랄까.귀한 그 무엇을 잃어버린 듯하다. '역사적'인제1회 졸업식을 성황리에 마쳤으면 기쁨이 앞서야 하는데 그게 아니다. 오히려 쓸쓸하다. 졸업식을 마치고 식장 아래에 운집한 가운데 기념사진을 찍는졸업생과 학부모를 보니 그렇다. 포토존 앞에
2009-02-14 2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