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만5세 입학’ 정책이 많은 학부모와 학생, 교원단체 등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철회되는 분위기다. 이 시점에서 단순히 취학 연령을 낮추는 게 아닌 다른 방식의 접근은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한국, 일본, 호주를 제외한 거의 전 세계가 가을학기제다. 국외 유학을 가려 하는 한국 학생들이 선호하는 북미와 유럽은 거의 가을학기제다. 동남아시아 영어권 국가인 필리핀과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세계 흐름과 엇박자 이 때문에 우리 학생들은 해외 학교 편입, 국내 복학 과정에서 학기가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 글로벌 시대임에도 한국 학생들은 1년 유급을 감수하면서 외국으로 유학가는 현실이다. 외국 학생들이 한국으로 유학을 올 때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학기제를 변경하면 유급하지 않고도 자기 나이에 맞는 학년·학기에 편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1~12월에 태어난 학생이 2025년 3월 2일에 초등학교 1학년이 된다. 미국의 경우에 주별로 입학 연령에 약간 차이가 있지만, 1월부터 12월까지의 만 5세를 1학년으로 입학시키는 게 아니라 8월~9월 이전 출생자를 가을에 입학시킨다. 한국도 이제 가을학기제로 변경하는 안을 고민해 볼…
2022-08-13 15:44교육부가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취학연령을 만6세에서 만5세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동의 발달이 빨라졌고,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대응해 입직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지만 사회적 반발이 거세다. 교총을 비롯한 교육계는 즉각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고,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교육이 실종된 교육개혁 이번 초등 취학연령 하향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교육정책은 국가백년대계라는 말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로 촉발된 논란은 불과 나흘만에 무수한 수정과 번복, 대통령실과 장관, 차관의 엇박자 발언으로 심각한 정책 불신만 남겼다. 이는 유아교육이 초등교육과 매우 다른 형태로 운영되는 특성을 정확히 알지 못해 발생한 실책으로 평가된다. 만5세 누리과정은 유아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해 놀이 중심으로 운영된다.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을 명확히 나누지 않고, 교실 환경도 정형화하지 않는다. 이는 ‘교과교육’과 ‘창의적체험활동’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학습과 쉬는 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며, 정해진 자리에 앉아 공부하는 초등 교육과정과는 분명히 다른 지점이다. 이처럼 누리과정과 초등 교육과정은 아동 발달 단계에
2022-08-08 08:55유엔 인구기금(UNFPA)의 ‘2022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명으로 조사 대상 198국 중 최하위다. 저출산은 학령인구 감소로 이어져 폐교가 속출하고 기존 학교도 소규모 학교로 전락해 정상적인 학교 기능에 여러 문제가 생긴다. 인구감소에 대한 대응 시급 경기도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7월 기준 경기도 내 인구소멸 위험지역은 가평, 연천, 양평, 여주, 포천으로 관내 93개의 폐교가 있다. 이뿐 아니라 지역 내 초·중·고 192개교 중 학생 수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가 58개교(30.2%)에 이른다. 인구 감소에 따른 폐교 활용과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임태희 교육감의 공약으로 거시적인 안목의 학교 재구조화 사업이다. 폐교와 소규모 학교를 매각한 재원으로 교육청, 지자체, LH공사 등이 거버넌스를 구축해 교육·문화·복지·주거 복합시설을 조성하고, 소규모 학교를 재구조화해 지자체로의 인구 유입을 유도함으로써 지역 상생을 도모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우선 거점형, 통합형 등 지역 여건과 특수성을 고려한 유연한 학교 체제를 선택케 한다. 예를 들면 초·중학교 통합, 자유학구제를 도입해 자유롭게 전·입학할 수…
2022-08-07 09:54대한민국 학생에게 학원은 곧 일상이다. 통계청과 교육부가 진행한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 비율은 전년 대비 8.4%p 증가한 75.5%로 나타났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82%, 중학교 73.1%로 전년 대비 각각 12.3%p, 5.9%p 올랐고, 고등학교는 64.6%로 전년 대비 3%p 증가했다. 머뭇거리던 여학생의 한 마디 '사교육의 성지'로불리는 대치동 근처에서 나와 같은 동급생 중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모두 공부에 진지하지만, 눈은 죽은 것처럼 보인다. 학교에서 정신건강 관련 초청 강의가 열린 적이 있는데, 강의를 맡은 청소년 상담사가 행복하냐고 묻자 머뭇머뭇 손을 든 한 여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성적에 대한 불평불만 밖에 없는 엄마가 없어져야만 행복할 것 같다고. 세계는 한국교육을모범으로 볼지도 모른다. 한국학생들은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최고 수준의 성적을 낸다. 2018년 PISA에서 OECD 국가 중 읽기 분야 2~7위, 수학 분야 1~4위, 과학 분야 3~5위를 기록했다. 물론,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장점이 있다. 성공이 가장 중요하
2022-08-06 08:52마크 안드리센은 2011년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나?'라는 칼럼에서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는 사회의 중요성과 변화에 대한 대응 방법을 이야기했다. 불과 11년이 지난 2022년 현재의 세계는 그 칼럼 제목에서 '소프트웨어'라는 단어를 '인공지능'으로 변경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 됐다. 인공지능이 이끄는 기술의 발전과 변화가 사회의 모든 분야에 인공지능과의 융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한 인공지능을 위해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인공지능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계의 노력이 시작되며 AI에 대한 이해와 개발 그리고 활용 능력 신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단기간에 수행하는 모든 사업이 그렇듯, 문제는 인간에 관한 것 즉, 윤리적인 부분이다. AI가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여러 분야에 활용되면서 나타나는 윤리적인 문제는 책임성, 투명성, 신뢰성, 안전성, 공정성, 오남용, 개인정보·사생활 보호 등이다. AI를 주도하는 기업과 기관, 학회 등은 인공지능 윤리 기준을 만들어 안전한 인공지능을 개발·활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1년 ‘교육을 위한 윤리헌장’ 시안을 발표했고, 과기정통부는 ‘인공지능윤리교육
2022-07-25 08:50교원연구비는 교원지위법의 교원 전문성 신장과 교원 보수 특별 우대 정신에 따라 동법 시행령에 근거를 두고 지급되는 연구지원 비용이다. 국립학교 교원의 교원연구비는 교육부장관, 공사립학교는 해당 지역의 교육감이 교육부와 시도별 관련 규정 또는 지침에 따라 지급기준을 정해 지급한다. 기준 제각각…타당성 없어 교육부가 관할하는 국립 유·초등 교원의 교원연구비는 경력 5년 이상 교원 5만5000원, 5년 미만 교원 7만 원, 보직교사 및 수석교사 6만 원, 교감 6만5000원, 교장 7만5000원이다. 중등의 경우 5년 미만 교원 7만5000원, 5년 이상 교원은 직위나 보직 구분 없이 6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 공·사립교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이 교육부와 같은 기준에 따라 교원연구비를 지급한다. 그러나 경기도의 경우 중등 교원에게는 일괄 5만5000원을 지급하고, 전남에서는 5년 미만 중학교 교원에게는 7만5000원, 고등학교 교원에게는 6만 원을 지급하는 등 별도 기준을 적용한다. 제주도도 5년 이상 중등 교원은 5만 5000원, 5년 미만 교원에게는 7만 원을 지급해 교육부 기준과 다르다. 이처럼 교원연구비는 학교급, 경력, 직위, 보직에 따
2022-07-24 08:51인간은 자신이 생각한 대로 살게 된다. 인간은 곧 생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자기암시 결과를 실제 삶 속에서 경험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만 번 외우고 되뇌면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인디언 속담도 있다. 학교는 생각을 이끌어내는 곳 학교는 그 생각을 하게 하고 생각을 이끌어내는 곳이다. 학교에서 열심히 선생님 말씀 들어야 한다가 아니라, 생각을 많이 하고 그 생각을 다듬고 표현하게 하는 일이 교육이다. 20세기엔 다른 사람들에게 착하게 잘하도록 하는 인성교육이었다면,이제는 생각을 끌어내는 감성교육이 중요하다. 감성교육의 출발점은 바로 자신과의 만남을 소중히 하는 일이다. 자신을 알고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소중함도 안다. 자존감의 첫 단추가 잘 끼워진 사람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힘을 가질 수 있다. 공자는 ‘앎’과 관련해 사람을 네 수준으로 분류했다. 태어나면서 아는 자가 최상이요(生而知之), 배워서 아는 자가 그 다음이요(學而知之), 곤란을 겪으면서 배우는 자가 그 다음이다(困而知之). 곤란을 겪으면서도 배우지 않는 자를 최하위로 여긴다(困而不學). 즐겁게 배우도록 이끄는 일, 곤란을 겪으면서도 배우게 하는 일, 단 한 사람이라도
2022-07-23 08:50마트에 가서 삼겹살 판매대 앞에서 고민했어요. 미국산 냉장 삼겹살 가격이 너무 올랐거든요. 작년에는 100g에 1299원이면 샀는데, 요즘에는 1499원이 넘어요. 100g씩으로는 고작 400원 차이지만 5kg짜리 덩어리로 따지면 1만 원이 넘게 차이가 나요. 비율로 따지면 15%나 오른 셈이에요. 너무 오른 가격에 냉장 삼겹살을 포기하고 네덜란드산 냉동 삼겹살을 카트에 담았어요. 냉장보다 훨씬 싸니까요. 음식 재료 가격도 많이 올랐지만, 식당에서 밥을 사먹는 가격도 만만치 않게 올랐어요. 학교 근처 순댓국집에 저녁을 먹으려고 갔는데, 메뉴판이 바뀌었어요. 8000원이던 순댓국 가격이 9000원이 되었어요. 재료 가격이 올라서 어쩔 수가 없다는 사장님의 말씀. 몇 달 전보다 12%나 올라버렸어요. 물가가 오른 것이 단순히 느낌일까요? 아니면, 우리 동네 마트만 이렇게 물가가 오른 걸까요? 궁금해서 통계를 찾아보았어요. 통계청에서 찾아본 2022년 6월의 소비자물가등락률은 전년 같은 달 대비 6%가 올랐더군요. 그냥 느낌이 아니었어요. 우리가 실제로 체감하고 있는 사실이 숫자가 증명하고 있으니까요. ‘월급 빼고 다 오른다.’라는 띵언(?)은 괜히 있는 게…
2022-07-19 08:12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방과 후 교육활동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초등 전일제학교’ 운영을 내걸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최근 초등 전일제학교 지원법안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초등 전일제학교는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어 안정적 운영을 꾀하고, 교육청과 지자체를 끌어들여 부담을 나누는 게 골자였다. 명칭만 다를 뿐, 기존 방과 후 과정을 확대하되 학교가 전부 떠맡기는 버거우니 운영 주체를 다변화하자는 것에 불과했다. 초등 전일제학교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나 법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현행 방과 후 과정에 대한 숙의 없이 확대 논의가 시작돼 현장 교원들은 심란하다. 현 제도에 대한 반성적 검토부터 사교육비 경감과 보육이 국가적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대상이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기관인 학교에 돌봄과 방과후학교를 떠넘겨 부작용만 노출했다. 학교 본연의 교육활동은 저해되고, 노무 갈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방과후학교는 특기 적성 계발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철저히 학생 수에 연동하는 수익구조와 학교의 물리적 여건에 따라 존폐가 결정되는 비정상적 운영으로 변질됐다. 소규모 학
2022-07-18 08:30코로나19는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는데, 긍정적인 변화보다는 부정적 변화가 더 많았다. 교사로서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집중력이 떨어진 학생들의 문해력이다. 혼자 공부할 수준도 못 미쳐 심각히 저하된 학생들의 기초학력과 문해력을 짚은 언론 보도도 많다. 지난해 12월 연합뉴스 보도에서 인용한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 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약 30%의 학력이 손실됐고, 10명 중 1명만 혼자 교과서를 읽고 공부할 수 있는 어휘력을 갖췄다고 한다. 현재 학교에 있는 교사라면 이 말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 학생들의 문해력은 지금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니 대수롭지 않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괜찮지 않다. 학생들이 학교 다니는 이유는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추고,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전인적 능력을 갖추는 데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 나가서 살다 보면 집이나 직장을 구할 때, 창업을 위해 지원을 신청하거나 계약을 할 때도 온갖 서류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때 자기 생각과 아이디어를 말뿐 아니라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충분히 능
2022-07-17 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