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에서 읽은 이야기다. 남아메리카의 아마존강이나 오리노코 강에는 육식어종으로 알려진 피라니아가 서식한다고 한다. ‘피라니아’란 말은 원주민의 말로 ‘이빨이 있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몸길이 30cm 정도 크기로 달걀모양으로 생겼으며 눈에 띄게 옆으로 납작한 고기라고 한다. 이 고기는 성질이 사나운데다가 삼각형의 예리한 이빨을 가지고 있어 물고기는 물론이고 무리를 지어 강을 건너는 소나 말까지 공격하여 먹어치우는 사나운 물고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처럼 사나운 피라니아를 대형 수조에 넣고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고 한다. 이 피라니아가 먹이를 받아먹기 위하여 수조의 한쪽으로 몰렸을 때, 수조의 한가운데를 투명한 유리판으로 막아버린 것이다. 먹을 것을 받아먹고 반대쪽으로 헤엄쳐 가려던 피라니아는 투명한 유리판에 부딪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성질이 급하고 사나운 피라니아는 화가 나서 몇 번이고 돌진하여 반대편으로 가려고 시도하였지만 번번이 고통만을 얻게 되자. 마침내는 반쪽 작은 공간에 갇혀 그 상황에 적응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몇 주일이 지난 후 수조 가운데의 유리판을 치워버렸지만 수조 안에 있는 피라니아는 이미 예전의…
2008-02-25 10:10해마다 이맘때면 각급 학교 교원들의 정기 인사발령이 있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반복되는 게 인생살이라지만 그동안 정을 나눴던 사람들과 헤어져야 하는 아픔도 같이한다. 그래서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학교는 술렁일 수밖에 없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 본인의 열정과 땀방울이 함께했던 학교를 떠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처음은 어려운 게 많다. 그래서 새로 근무할 학교에 대한 설렘이나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설 수도 있다. 그동안 정든 학교나 사람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어느 학교에 가든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초임지에서 5년을 근무하고 처음 이동하는 교사들은 정을 떼는 일이 쉽지 않다. 대부분 초임지를 떠나는 여교사들이 이임인사를 할 때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정이 많은 교사는 아이, 어른 가릴 것 없이 다 눈가에 눈물이 맺히게 한다. 떠나는 사람에게 인정을 베푸는 것은 우리가 오랫동안 지켜온 근본도리이다. 발령이 나면서부터 모든 게 떠나는 사람 위주다. 봄방학 중 근무자 명단에서 제외되는 것은 물론 시간이나 정신적으로 여유를 주기위해 되도록 송별회 날짜도 빨리 잡는다. 모처럼만에 직원
2008-02-24 11:24교사라면 누구나 묘한 감정의 2월을 경험한다. 그 이유는 긴긴 겨울방학이 끝나는 개학이 있고 1년간 가르쳤던 학급의 어린이들과 헤어지는 종업식이 있으며 전근을 가기도 하고 전입해 오는 교사를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 경험을 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전해 본다. 종업식 때의 일이다. 발령이 종업식 하루 전에 났고 아침에 종업식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다른 학교에 간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였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교무실로 아이들이 몰려왔다. 선생님의 전근소식을 들었다는 것이다. 순간 당황했다. 최근에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여든 아이들이 갑자기 엉엉 우는 것이 아닌가. 순간 눈물이 왈칵하였다. 몰려든 아이들은 다름 아닌 리코더부 어린이들이었다. 3년 전, 전교생 100명의 소규모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항상 마음속에 그려왔던 작은 학교였기 때문에 당시의 기쁨은 매우 컸다. 교장선생님께서, “우리학교 아이들은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학원에 가는 아이들도 거의 없기 때문에 오후에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에게 특기지도나 학습지도를 해주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듣고 리코더 부를 조직하였고 4~6학년에서 지원한 7명과 우리 학급 3학년 16명 전
2008-02-23 12:01점심시간에 학교 급식실에서 빠짐없이 나오는 김치, 학교 구성원들이 만족하고 있을까? 혹시, 그냥 아무 생각없이 그냥 나오는 대로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먹다가 맛이 없으면 "이번 김치는 맛이 왜 이래? 잘못 공급 받았군..."하고씁쓸해 하고 마는 것은 아닌지?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몇 개 업체의 견적을 받아 최저가 입찰로 급식업체를 정한다. 음식의 맛과 소비자 만족 등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게 잘못된 관행아닐까? 잘못 들어온 품질이 나쁜 부식, 잔반만 많이 생산한다. 결국 비용은 비용대로 깨지고 쓰레기만 양산한다. 불만만 쌓인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할 수는 없을까? 우리 학교에서는 김치시식회를 하기로 했다. 평가자는 학생, 교직원, 학부모로 구성하고 평가기준으로는 김치의 색, 김치의 맛, 양념의 양, 김치의 향 등 4가지, 배점은 1-5점. 김치의 질을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학교에 들어오는 김치는어떤 김치일까? 견적서를 보니 종류도 다양하다. 포기김치, 깍두기, 맛김치, 백김치, 보쌈김치, 석박지, 총각김치, 깻잎김치, 열무김치, 오이소박이 등. 비교적 많은 양을 먹는 포기김치, 깍두기, 총각김치를 평가대상으로 하였다. 결과가 나왔다. A 업
2008-02-22 10:24졸업생에게 띄우는 편지 졸업생 여러분. 지금 여러분은 기분이 퍽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지긋지긋한 시험으로부터 해방되었을 뿐 아니라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할테니까요. 그렇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그 동안 애환을 함께 했던 각자의 학교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소정의 3학년 과정을 마치고 새로운 세상으로 한발 더 내딛게된 것입니다. 하지만 헤어져도 아주 떠남이 아니요, 떠나도 정말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다시 만나는 것처럼 새로운 출발을 위한 떠남이요, 또 다른 만남을 위한 헤어짐입니다. 여러분은 ‘배움’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배움의 현장으로 옮겨갈 뿐입니다. 아마도 더 힘들고 고된 ‘배움’이 시작될지 모르는 곳으로 말이예요.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교육자인 루소는 말했습니다.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고. 한번은 생존을 위해서. 또 한번은 생활을 위해서 태어나는 것이라고.그렇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생활을 위한 태어남 즉 ‘제2의 탄생’의 길을 가게 됩니다. 여러분 인생이 결정되는 곳. 여러분 생애의 커다란 전기가 마련되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가는 것입니다. 졸업생 여러분. 처
2008-02-22 10:23나라 말아 먹을 영어광풍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소위 영어공교육강화방안(이하 강화방안)이 그렇다. 강화방안의 골자는 모든 고교 2010년부터 영어로 영어수업과, 일반과목도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몰입교육’, 초ㆍ중ㆍ고 영어수업시간 확대 등이다. 몰입교육은 없던 일이 되었지만, 인수위가 밝힌 강화방안의 최종 목표는 ‘기러기 아빠’ 퇴출이다. 한 마디로 강화방안은 너무 어처구니없는 ‘한건주의’ 대책이라 할 수 있다. 또한‘영어로 나라 말아 먹으려 하나하는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대책도 아닌 대책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한국 사람 모두가 영어를 미국인처럼 잘 할 이유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대락 30조에 달하는 사교육비중 반절가량인 영어교육비용을 줄이겠다는 그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학교교육에서 영어교육을 강화하면 학원 등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고교만 나와도 생활영어 정도를 구사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법은 그게 아니어야 한다. 우선 현실적 여건이다. 모든 고교에 전문계고가 포함되는지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과연 2년 후부터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을 제대로 알아 들
2008-02-22 10:20전주공고생의 서울대학교 합격 “도내 서울대 117명 합격.” 2월 13일 어느 지방 일간지 4면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는 ‘도내 고교별 합격현황’을 통해 이른바 ‘SKY대’ (서울대ㆍ연세대ㆍ고려대) 진학학생 수를 알려주고 있다. 소개된 49개의 고교중 순수한 전문계고는 전주공고가 유일하다. 이미 알려진 대로,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2명(신경택ㆍ이성민)이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와 전기컴퓨터공학과에 최종 합격했다. 1953년과 1958년 서울대학교에 각각 합격한 바 있으니 92년 역사의 우리 학교로선 50년만의 쾌거요 경사인 셈이다. 그런데 앞의 합격현황에 따르면 전주ㆍ익산ㆍ군산 3시의 일반계고 중 9개 학교는 단 1명의 서울대학교 합격자도 없다. 단 1명만 합격한 학교도 14개 교나 된다. 아무리 겸손해지려 해도 그리 할 수 없는, 되지 않는 이유이다. 전주공고생의 서울대학교 합격은, 사실 잘 짜여진 ‘작전’의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뭐라 해도 2003년 시작한 ‘인재육성프로젝트’의 결실을 본 것이기 때문이다. 인재육성프로젝트는 갈수록 위축되어가는 전문계고의 위상을 제고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사회분위기가 제일 큰
2008-02-22 10:192월입니다. 2월은 교원들에게 그중에서도 교사들에게는 더욱 의미가 있는 특별한 달입니다. 실없는 농담으로 가장 적게 일하고 월급을 받는 달이라서가 아닙니다. 2월이면 현장 교사들은 어김없이 가벼운 홍역 같은 열병을 앓습니다. 올 한해 나는 어떤 인연을 만들게 되는가? 나와 만남을 가질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맹자(孟子)는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得天下英才 而敎育之 ) 아이들과의 좋은 만남에 대한 기대로 2월을 열에 들뜬 채 막연한 기다림으로 보냅니다. 올 한해 같이 갈 아이들이 나와 좋은 연을 가진 아이들이기를 빌면서 아이들과의 관계는 그렇게 미열같은 흥분속에서 기다림으로 점철됩니다. 그러다가 앞산에 지천으로 진달래가 피어가고 동네 고샅의 돌담길에 흐드러지는 개나리들이 함께 할 때쯤 첫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아이들과는 기다림 말고도 학교의 현장에서는 신학년도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만남이 있습니다. 같이 동학년을 할 선생님들이지요. 너무 모나지 않는 선생님, 다른 반의 입장을 배려할 줄 아는 선생님과 동학년을 하고 싶은 바람이지요. 그런 선생님과 동학년이라는 인연을 만
2008-02-20 16:382007학년도 수료식을 마치고 저는 점심을 먹고 아이들이 돌아간 적막한 학교에 앉아 잠시 운동장에 쏟아지는 햇살을 바라보았습니다. 강마을 운동장에는 봄비처럼 그렇게 보실보실 예쁘게 햇살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 햇살 뒤로 논둑에선 쑥이며 달래며 냉이가 기지개를 켤 것 같습니다. 저는 다시 2008학년도 계획을 세워야하고, 새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저는 입학식날에 새순 같은 아이들은 맞을 생각을 하면, 입춘날에 보았던 대문에 붙은 잘 쓴 춘첩처럼 그렇게 기분 좋습니다. 그렇게 저는 새 아이들을 기다릴 것입니다. 갈수록 새봄이 좋습니다. 봄이란 말도 좋고, 봄이 오는 것도 좋고 봄을 맞이할 수 있음도 좋습니다. 나이를 먹었다는 것일까요? 며칠 전에 향기로운 히아신스 알뿌리를 하나 샀습니다. 거실에 두었더니, 금새 길쭉한 솜사탕같은 꽃덩어리를 피워 올렸습니다. 작은 꽃들이 무수히 덩어리를 이룬 꽃에서 나는 짙은 향내가 온 집을 감싸 시위를 하는 듯 하였습니다. 히아신스는 그리스신화의 아름다운 소년 하이토킨스가 죽어서 된 꽃입니다. 아름다운 미소년이 변해서 된 것이어서 인지 꽃이 아름답고 향기롭습니다. 봄이면 저는 향기롭고 예쁜 수선화며 히아신스, 후
2008-02-18 18:13어느 글에서 이런 우스갯소리를 읽은 적이 있다. 강물에 신부님하고 국회의원이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를 본 구경꾼들은 구급대원들이 이들 두 사람 중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가가 궁금했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국회의원을 먼저 구했다. 그러자 한 시민이 “왜, 신부님보다 국회의원을 먼저 구했습니까?” 라고 묻자, 구급대원은 씩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그 자체로 오염원(汚染源)이기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면 강물이 심각하게 오염됩니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국회의원부터 구했습니다”라고. 짤막한 우스갯소리지만 여기에는 많은 시사점이 담겨 있는 것 같다. 겉으로는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입에 달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의 영달과 이익 추구에만 급급하고 있기에 그렇다. 또한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변신을 거듭하는 행태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불편한 심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다. 오죽하면 김지하 시인은 그들을 오적(五賊)의 하나로 지목하였을까. 민족의 명절인 설을 보내고 새롭게 한 주를 맞이하려는 순간에 다음과 같은 뉴스가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반 공무원의 봉급에 해당하는 국회의원의 세비가 지난해보다 무려 7
2008-02-18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