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월요일,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출근했다. 보건교사로 일하다 보면 월요일은 보건실이 아픈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나 또한 경력이 쌓일수록 월요일은 늘 긴장되고 두렵기까지 하다. 주말 내내 놀거나 어디 다녀와서 아픈 경우가 대부분인데 주말이니 꾹 참았다 월요일에 병원을 가든지 보건실로 오기 때문이다. 또한 주말동안 이완된 몸이 새로운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에 미처 적응하지 못해 작은 실수도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층 보건실로 올라오니 역시나 아이들이 이미 문 앞에 줄서 있다. 아, 월요일이었지. 마음을 다잡고 보건실 문을 열자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와 앉는다. 그런데 오늘은 좀 이상하다. 한 아이에게 여러 명이 몰려서 시끄러운 것이다. 어디 많이 다쳤나 싶어 그 아이에게 다가갔다. 그 아이는 아주 조심스럽게 양손을 가슴에 붙이고 있었다. 가만 보니 고사리 같은 2학년 남자아이 손 안에 참새가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참새 다리가 이상했다. 그제야 그 아이는 "보건 쌤, 참새 치료해주세요" 한다. 참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종민아, 나는 사람을 치료하는 보건 쌤
2017-10-17 10:46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무대 뒤의 ‘코러스 걸’ 페기 소여는 뮤지컬 스타가 되겠다는 꿈 하나로 브로드웨이로 향한다.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는 당찬 그녀의 여정이 뮤지컬 무대 뒤편인 ‘백 스테이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작품 속 일사불란한 탭댄스와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세트, 반짝이는 의상은 쇼뮤지컬의 정석을 보여주는 듯하다. 10.21-22 | 대구 계명아트센터 / 10.28-30 | 대전 예술의전당11.11-12 | 부산 소향아트센터 / 11.17-19 |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11.25-26 | 청주 예술의전당 전시 디 아트 오브 더 브릭 예술가 네이선 사와야의 손을 거치면 레고 블록은 더 이상 어린이들의 장난감이 아니다. 그는 오직 레고 블록만을 이용해 지구본, 전화기 등 아기자기한 생활 소품부터 인체의 다양한 동작들을 유려한 곡선으로 재현하고 심지어 클림트의 연인, 뭉크의 절규, 다빈치의 모나리자 등 명화를 입체적으로 재현해낸다. 2017.10.5-2018.2.4 | 아라아트센터 뮤지컬 모래시계 유행어 ‘나 지금 떨고 있니?’를 탄생시킨 명작 드라마 모래시계가 뮤지컬로 제작된다. 혼란과 격변의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안타깝게 얽힌 세 남녀의 우정과 사랑
2017-10-12 19:09아무리 가을이 우수(憂愁)의 계절이라지만, 바람처럼 지나가버린 황금연휴의 후유증으로 우수를 넘어 우울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그렇다면 이 우울함은 우아(優雅)로 극복해보는 것이 어떨까. 올 가을에는 인간의 몸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우아한 움직임, 발레 공연들이 관객을 맞이할 채비 중이기 때문이다. 설령 발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새하얀 토슈즈, 겹겹이 부서지는 스커트인 튀튀(tutu) 정도인 문외한이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어 소개할 두 작품 모두 발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면서도 이해가 어렵지 않은 덕분에 입문자들의 ‘첫 공연’으로 손색없기 때문이다. 백조의 호수 뭐니 뭐니 해도 발레 입문작으로 백조의 호수만한 공연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명작 동화’ 시리즈로 익숙한 줄거리에, 수많은 노래에서 차용된 차이콥스키의 명곡까지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작품을 우아한 몸짓으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발레의 종주국’ 러시아에서도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린스키 발레단의 공연인 만큼 그 수준은 보장할만 하다. 이번 작품은 명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를 맡은 버전으로 한 명의 발레리나가 백조 오데트와 흑조 오딜을 모두 연
2017-10-12 19:09교사들에게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은 정말 바쁜 달이다. 2학기 학부모 상담이 몰려 있는 데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현장‧체험학습 시즌이기 때문이다. 방학 동안 가정에서 활력을 충전한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요즘엔 느닷없는 ‘미세먼지’ 공격에 교실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를 활용해 가을의 불청객 ‘미세먼지’로부터 우리 아이들과 교사의 건강을 지켜낼 수는 없을까?미세먼지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물질로 대기 중에 오랫동안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직경 10μm 이하의 입자상 물질’을 말한다. 대기오염과 호흡기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황사와 유사하지만 자연현상에 속하는 황사와 달리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발생하는 인공물질이다. 정의상 입자 크기가 10μm 이하인 경우를 미세먼지(PM10), 이 중 크기가 2.5μm이하인 경우를 초미세먼지(PM2.5)라고 부른다. 염증‧조직손상 일으키는 미세먼지 미세먼지가 해로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폐를 비롯한 호흡기관 자체에 산화작용(Oxidation)을 일으켜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호흡기관을 통과해 몸 안에 들어가 혈관을 따
2017-09-28 21:18한국교총(회장 하윤수)은 영화 ‘대장 김창수’ 무료 시사회를 다음달 13일 오후 7시 전국 권역별로 진행한다. 서울 CGV 강변 11관, 부산 롯데시네마 오투점 4관, 대전 롯데시네마 대전 1관, 강원 CGV 춘천 명동 2관, 전북 롯데시네마 전주 3관 등에서 회원 548명을 초대한다. 26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교총복지플러스 홈페이지에서 관련 배너를 클릭한 뒤 기대평을 작성하면 자동으로 접수되며, 추첨을 통해 1매 2인 관람이 가능한 초대권을 배부할 예정이다. 당첨자는10일발표한다.
2017-09-26 17:20모처럼의 긴 추석연휴에 마음이 한껏 들뜨는 때다. 하지만 달력을 들여다보면 어느덧 올해도 세 분기가 지났음을 알 수 있다. 한가위가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짓고 자연과 조상들께 감사드리는 때이니만큼, 긴 연휴 잠시 짬을 내 일 년 살림살이를 정리하는 연말정산 중간점검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연말정산은 1년 동안 벌고 쓴 돈을 정리하는 것인 만큼, 그 시기에는 다 나온 결과를 취합하는 것에 불과하다. 중간점검을 통해 이제까지의 씀씀이를 평가해보고 열세번 째 월급을 준비해보자. 맞벌이 연말정산의 핵심, 한계세율 소득세는 누진적으로 부과된다. 소득이 늘어난 만큼 세금도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구간을 넘어서면 세금은 더 가파르게 증가한다. 한계세율이란 소득이 추가될 때, 그에 적용되는 세율을 말한다. [표1]과 같이 소득세 과세표준이 1200만 원 이하 일 때는 소득에 6%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1200만 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15%의 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과세표준이 4000만 원인 사람의 한계세율은 15%다. 즉 과세표준구간 1200만 원에서 4600만 원 사이에 있는 사람은 소득이 100만 원 늘면 세금은 15만원 늘고 반대로 소득이 1
2017-09-22 15:06어깨 너머로 글을 읽어 보던 딸아이가 한 마디를 한다. “엄마, 나는 엄마의 글에서 이 부분이 참 좋아.” “어디?” “너는 다 좋은데 이건 안 좋다, 저건 안 좋다라고 지적하는 부분 말이야. 우리도 뻔히 그것이 칭찬이 아니라는 것을 다 아는데 선생님들은 칭찬을 하시는 척 우리들을 질책하시거든. 그러면 정작 나는 과연 잘하는 것이 있기는 한 걸까? 라는 의문이 들곤 한단 말이야.” 우리는 해마다 참 많은 아이들을 만난다. 그러나 가끔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그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미처 깨닫지 못할 때가 있다. 선의로 한 행동과 말이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때로는 모질게 몰아친 행동이 아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 때가 있다. 앞서 내가 선의라고 생각했던 잔소리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알짜배기 선의로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늘 반성문을 쓴다. 애초부터 반성문을 쓸 일이 없다면 좋겠지만, 20년 가까운 교직 생활에도 늘 이리 깨지고 저리 깨진 후에야 뒤늦게 잘못을 깨닫게 되는 까닭이다. 이럴 때 아이들은 먼저 손을 내밀어 옹졸한 나를 더욱 미안하고 부끄럽게 만들어 버린다. 오히려 아이들이 교사인 나를 성장시키는 셈이다. 어느 순간 이만
2017-09-21 09:26어릴 적 잠 못 이룬 적이 있다. 두 살 터울의 언니에게서 항상 작아진 옷을 물려받다가 저만을 위한 새 옷을 샀을 때로 기억된다. 날이 밝으면 친구에게, 선생님에게, 또 나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어서였을 거다. 나와 우리 연수와의 인연이 바로 그렇다. 혼자 간직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하고 아름다워서, 모르는 사람들에게조차 막 이야기해주고, 알려주고, 자랑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이제 바람대로 돼서 정말로 기쁘다.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연수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 너머로 반가움과 그리움이 전해진다. 참으로 예쁜 아이다. 이런 아이가 세상에 또 어디에 있을까? 이유 없이 좋고, 그냥 좋고, 마냥 좋으니 말이다. 나와 연수의 인연은 앞으로도 이렇게 쭉 계속될 것이다. 나와 우리 연수의 아름다운 인연이 작은 희망이 되고 싶다. 교단에서 묵묵히 우리 아이들의 바람직한 성장을 위해 힘들고 고된 날들을 이겨내시는 모든 선생님에게 말이다.
2017-09-21 09:09“주선생! 주선생! 큰일 났어! 정윤이가 다쳤대!” 몇 년 전, 여름방학을 일주일 앞둔 어느 오후, 옆 반 선생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성적입력을 마무리하던 나는 정신없이 두드리던 컴퓨터 자판에서 손을 떼고 벌떡 일어섰다. ‘정윤이가 또 뭔가 일을 냈구나. 할머니랑 같이 하교시켰는데 언제 또 학교에 온 거지? 걱정스러운 마음과 지쳐가는 마음이 뒤섞인 채 복도로 뛰어나갔다. “정윤이 보건실에 있나요?” “아니, 아니, 지금 뒷마당에 쓰러져있어,” “네? 쓰러지다니요?” “일단 와봐. 와서 봐.” 내가 목격한 것은 살아오면서 봤던 그 어떤 장면보다도 충격적인 것이었다. 둥그렇게 가지치기가 된 학교 뒷마당 조경수 사이에 쓰러져 있던 아이…. 아이의 두 종아리는 모두 두 동강이가 난 채 다리뼈가 밖으로 튀어나와있었고 이마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이는 여리고 작은 목소리로 “아파,아파.” 중얼거리듯 말하고 있었다. ‘꿈 일거야! 꿈 일거야! 꿈이어야만해. 정윤이가 왜 저기서 저렇게 누워있는 거야.’ 드라마에서 혹은 영화에서 나오던 대사를 내 맘속으로 외치고 있던 그 순간 119응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뭔가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한 상태로…
2017-09-20 18:32‘하필이면 거기에 돌부리가 있을게 뭐람.’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와 만나고 즐겁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골목 입구의 굽이진 길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돌부리에 부딪혀 자동차의 앞 범퍼가 떨어져 나가 버렸다. 계획에 없는 차 수리비의 지출도 속이 쓰린 일이지만 그보다 더 속상한 것은 오랜 운전 경력을 이렇듯 무색하게 만드는 미숙한 나의 운전 실력이다. 그것도 자칭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스스로 거들먹거리며 과신할 때쯤이면 꼭 크고 작은 사고로 차를 상하게 하니, 아마 이번에도 부지불식간에 마음 속에 자만심이 들었었나보다. 사실 내가 미숙한 것은 운전뿐이 아니다. 근 20년에 접어드는 교직경력에도 나는 가끔씩 긁히고 떨어져 나가는 크고 작은 사고를 낼 때가 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운전과 마찬가지로 ‘난 참 괜찮은 교사야’라고 자만을 할 때쯤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늘 반성문을 쓴다. 지난 주말,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30년 만에 열리는 동창회 겸 사은회에 참석했다.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일흔을 바라보며 백발노인이 된 선생님이 반성문을 쓰는 자세로 이 자리에 참석을 하였노라는 말씀을 하셨다. “당시 내 나이가 서른일곱, 여덟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지금 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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