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인 것 같다. 하늘은 푸르다. 공기는 맑고 깨끗하다. 온 산은 채색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한다. 울긋불긋 가로수는 단풍을 앞질러 선보인다. 성숙한 크고 작은 새들은 하늘을 무대삼아 가을의 아름다움을 그린다. 안개는 동대산을 따뜻하게 감싼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아침 태양은 얇은 푸른 하늘을 배경 삼고 더 밝게 빛난다. 이 좋은 아침에 엊그제 읽은 10대의 생각과삶속에빠져든다. 10대 앤 맥커티가 쓴 글을 읽었다. 제목은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글을 읽으면서 10대를 더욱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기쁨을 느끼게 된다. 10대들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알았다. 10대들이 무엇이 보이고 보이지 않는 것도 알았다. 10대들이 무엇을 착각하고 있는지도 알았다. 앤 맥커티는 아빠를 일찍 여의고 새 아빠를 얻게 되었고 새 아빠를 따라 학교를 옮기는 환경에 처하게 되었다. 거기에다 몸은 병들었는지 사고가 났는지 몰라도 쇠와 가죽으로 된 보철구를 차고 있었다. 목뼈와 머리 허리와 엉덩이 윗부분까지 뻣뻣한 보철구를 차서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은 상태였다. 그러니 얼마나 울었겠는가? 버림받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
2007-10-25 09:25학교가 예전과는 너무 많이 변해있고 또 변해가고 있다. 학교에도 비정규직 근로자가 있고 2년이 넘은 비정규직을 1차로 무기계약 직으로 전환이 되었다. 학교에 노동조합원이 있어 노사관계 법령을 알아야 하고 계약, 교섭, 해고 등 일반회사에나 있던 일들을 학교장이 모두 관리해야 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어 학교장의 책임과 업무가 너무 많아져 있기 때문에 순수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학생교육만 책임지던 예전의 교장역할과는 너무나 달라져있다. 이제는 교장들이 시도교육청단위로 한국노동교육원에 위탁교육을 하여 2박3일간 합숙을 하면서 관련되는 연수를 받고 있다. 전문교수와 강사의 강의를 하루 8시간을 듣자니 벅차지만 실무경험이 풍부한 강사의 강의를 들으면 모르던 내용을 알게 되고 학교현장의 문제이기 때문에 피부에 와 닫는 것들이 많아 유익한 연수가 되고 있다. 소규모학교가 학생 수가 줄어 통폐합이 되면 버스로 학생들을 등하교를 시켜주기 때문에 기능직 운전원이 있어야하고 차량운영비 및 수리비가 많이 들어간다. 학교에서 급식을 하기 때문에 영양사, 위생원(기능직)이 있고, 조리보조원 등의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계약하고 학생 수가 줄면 정리해고도 해야 하고, 교무보조, 전산보조,
2007-10-24 08:57"학교에 근무하신다면서요? 그 학교에 어디 참한 여교사 없어요?” 문학 단체의 모임이든 다른 레벨의 모임이든 통성명을 하고 나면 교사인 내게 물어오는 말이다. 혼기를 놓친 자기 아들이나 이웃의 노총각을 짝지워주고 싶은 열망에 초면임에도 용감한 50대의 아줌마들은 막무가내로 부탁해온다. 그럴 수 없이 착한 애인데 왜 아직까지 애인 하나 없는지 모르겠다며 중이 제 머리 못깍으니 자기라도 나서서 똥차를 빨리 치워야 한다고 설레발을 친다. 이런 부탁을 해오는 부모나 중매쟁이들은 백이면 백 다 여자가 맞벌이이기를 원한다. 맞벌이라도 아주 안정된 직장을 가진 여교사라면 금상첨화이겠다는 얘기를 한다. 부모일 경우는 자기가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뼈빠지게 혼자 벌어서 식구를 먹여살리는 수고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 차있다. 여교사가 신부감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좋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배울만큼 배웠고, 교육공무원 신분이라서 정년퇴임 때까지 해먹을 수 있고, 남자가 아닌 여자로서는 꽤 괜찮은 보수를 받고 있고, 출퇴근 시간 그리 빡빡하지 않아서 직장생활하면서 살림까지 할 수 있어 좋고, 게다가 여름과 겨울방학이 있어 애키우는데 숨통이 트이니 여교사만큼 아
2007-10-22 08:41어제는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았던 날이다. 어제가 1년에 한 번 있는 소풍날인데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고 예보를 했으니 일정에 잡혀 있는 것을 갑자기 바꿀 수도 없고 난감했었는데 다행히 날씨는 우리 편의 손을 들어 주었다. 아침에만 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곧 아주 맑게 개여 전형적인 가을날씨를 선보여 주었다.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아마 기분이 배로 좋았을 것 아닌가 싶다. 하루 체험학습을 아주 멋지게 잘 하였을 것이다. 오늘 아침 10대 청소년이 쓴 ‘나의 독무대’란 글을 읽었다. 글쓴이는 해몬드였는데 이 학생이 봄맞이 합창 발표회에 독창을 하게 된 감회를 적은 글이었다. 5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글이었지만 많은 교훈을 주고 있었다. 그 중 젠키스 선생님의 배려가 아주 돋보였다. 젠킨스 선생님은 특별 중창단을 뽑아서 발표했는데 해몬드는 역시 명단에 들어가지 않았다. 당연했다. 왜냐 하면 중창단 명단에 들어갈 만큼 노래 실력이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생님은 언제나 기가 죽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고 스스로 느끼고 있는 해몬드에게 특별 배려를 하고 특별 연습을 시킨 것이다. 젠킨스 선생님은 이렇게 말하였다. “넌 수업 없을 때 나랑 연습해야겠
2007-10-21 10:00오늘 날씨가 참 좋다. 가을 날씨가 좋다는 말은 오늘과 같은 날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공기가 맑다. 하늘이 깨끗하다. 땅이 깨끗하다. 구름이 깨끗하다. 산도 깨끗하다. 이와 같은 날 사람도 깨끗하고 마음도 깨끗하면 좋겠다. 특히 자라나는 우리 학생들의 마음이 가을하늘처럼 맑고 깨끗하고 때묻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학생들의 깨끗한 마음에 좋은 꿈을 가득 심었으면 좋겠다. 희망이 있는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미래가 있는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빛이 있는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순수한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한 달 전 학교 사택의 조그만 밭에 무씨를 뿌린 적이 있다. 그게 어떻게 빨리 잘 자라는지. 좁쌀만한 크기가 어린애 손바닥 크기만큼이나 쑥 자랐으니 말이다. 작은 것이 커지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기쁨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 학생들의 마음 밭에 한 알의 작은 씨앗을 심었으면 한다. 희망의 씨앗을 뿌렸으면 한다. 미래를 밝히는 씨앗을 뿌렸으면 한다. 세상을 밝히는 씨앗을 심었으면 한다. 학생들의 마음 밭에 무슨 씨앗이든 심기만 하면 그게…
2007-10-18 08:49창가 교정의 수목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있는데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예에-. 들어오세요"라고 일상적으로 답변했다. 문이 활짝 열리고 케익 상자가 먼저 보이더니 밝고 환한 웃음 머금은 제자 미영이 마치 선녀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시원시원한 성격은 투병 후인데도 여전하다. 오랫동안 암으로 고생하고 있는데도 자주 안부를 전하지 못한 것을 내심 미안해 하고 있던 차였다. 갑작스런 출현에 입이 경직되어 어눌해져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덥석 악수를 하고 평소 의료인으로 잘 알고 지낸다던 지인 강 선생님을 불렀다. 마치 전쟁터에서 돌아온 승리장군을 맞는 기분으로 환영의 상호작용이 교차했다. 그동안 항암 치료과정의 어려움이며 세상을 다시 살아가는 희망찬 이야기가 사무실안 가득 펼쳐진다. 새로 옮긴 근무처는 양산 벧엘병원 정신과이며 이곳에서 전문의로 근무를 시작했는데 병원이 산속에 위치하여 주변 환경이 좋아서 환자들과 상담하며 즐겁게 근무를 할 수 있어 참 좋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나의 이야기는 끼어 들 틈이 없이 건강한 수다가 수를 놓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에 빠지다보니 축하 파티 타임을 잊어버렸다. 미영이가 직접 준비를 해…
2007-10-17 11:27“음악 선생님은 여자라서요, 여자만 예뻐하구 남자들은 미워해요.” “체육 선생님은 남자라서요, 남자만 좋아하구 여자들은 싫어해요” 음악시간이 되면 노래를 부르기 싫어하는 남학생들의 입이 한 대빨은 튀어나오고, 체육시간이 되면 움직이기 싫어하는 여학생들의 입이 참새부리처럼 뾰족 튀어나온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노래를 부르게 해야 하는 음악선생님은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남학생에게 잔소리를 해야 하고, 활동적으로 움직이게 해야 하는 체육선생님은 엉덩이가 무거운 여학생에게 잔소리를 해야 하는 반대의 상황이 연출된다. 그런 상황이 같이 가르침을 업으로 삼는 담임교사인 나는 지극히 이해되고도 남는 데 아이들은 그것을 차별로 받아들인다. 편애니 뭐니 해가면서 볼멘소리를 해대는 아이들을 보면 웃음부터 나온다. 어쩜 그렇게 시대가 바뀌어도 원초적인 질투심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지... “엄마는 막내동생만 좋아해.” “선생님은 공부 잘하는 아이만 예뻐해.” “동아리 선배는 여시 같은 후배만 잘해줘!” “상사는 앞에서 알랑대는 부하직원 말만 잘들어줘.” 상황판단 못하는 어린아이나 그럴 나이가 된 어른이나 대상만 달라졌을뿐 원초급의 시샘은 여전하다. 생각의 키가 넓어진 어른조차도 그
2007-10-16 08:46꿈을 갖는다는 자체도 중요하지만 큰 꿈을 갖는다는 것은 더 중요하다. 비전을 갖는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큰 비전을 갖는다는 것은 더 중요하다. 소원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렬한 소원을 갖는 것은 더 중요하다. 목표를 세우지만 큰 목표를 세우는 것은 더 중요하다. 그러기에 생각을 키우되 크게 키워야 한다. 꿈을 키우되 크게 키워야 한다. 뜻을 펼치되 큰 뜻을 펼쳐야 한다. 암탉이 알을 품어 크게 되면 그것이 계란으로 밖으로 나오듯이 작은 생각이 가득차고 크게 되면 그것이 혀를 통해 큰 말이 되어 밖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 말을 하되 크게 하는 사람은 큰 생각을 하는 사람이요, 큰 꿈을 가진 자라 말할 수 있다. 반면 밖으로 나오는 말이 작으면 생각이 작은 사람이요, 꿈도 작은 사람이다. 말이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생각이 없는 사람이요 꿈도 없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이나오는 게 욕이 나오고 남을 비난하는 말이 나오고 험담하는 말이 나오고 한다면 그와 같은 말을 내뱉는 자들에게서 큰 꿈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큰 꿈은커녕 작은 꿈도 아니 꿈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사람 밖으로 나오는 말의 위력은 대단하다.
2007-10-15 15:06퇴근 무렵 어수선한 교무실의 한 귀퉁이. 머리를 짧게 깎은 학생 하나가 어머니와 함께 학적계 선생님 앞에서 전학 상담을 하고 있었다. "한번만 더 생각해 보면 안되겠니?" 담임 선생님의 간곡한 타이름에도 학생은 묵묵부답이었다. 오히려 옆에 서 계시던 그 학생의 어머님께서 더 안절부절하며 어쩔 줄을 몰라하고 계셨다. 지금, 인근의 타 학교로 전학을 간다고 우기고 있는 J군은 평소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지내는 성실한 학생이었다. 공부도 열심히 했던 편으로 이렇게 갑자기 시골의 K학교로 전학을 간다는 것이 매우 의아하게 생각되었다. 다음 날, J군의 어머님께 전화를 드려 자초지종을 여쭤보기로 했다. J군의 어머니께서는 매우 난감해하시다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무슨 이유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무조건 그 학교가 좋대요. 한 달 여 동안 타일러도 보고 협박도 해보았지만 도무지 고집을 꺾지 않네요. K학교로 전학을 가게되면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데도 저렇게 막무가내니…. 죄송하지만 선생님께서 그 녀석을 한번 만나보시겠어요?" J군 어머님의 말씀을 듣다보니 나로서도 Y군의 결심이 잘 납득이 가지 않았다. 보충수업과 종례가 모두 끝난 한가한 시각인…
2007-10-15 11:52내가 교직에 몸을 담고 평생직업으로 살아온 교직을 선택하게 된 것은 학교선생님이 아닌 분이시다. 학교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신 아버지께서 자식의 진로를 정해 주셨다는 생각을 하니 진로교육은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영향이 매우 크다는 생각을 해본다. 남보다 늦게서 대통령 옥새가 찍힌 교장발령장을 아버지께 보여드리며 “아버지께서 선생이 되라고 하신 덕분에 이렇게 교장이 되었습니다.” 라고 말씀을 드리니까 밝게 웃으시던 모습이 얼마되지 않았는데 자식이 첫발령을 받은 학교구경도 못하신채 지난 9월 말일 병상에서 눈을 감으시며 세상을 하직하여 지금은 고인이 되셨습니다. 나는 60년대 중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다. 당시만해도 실업계고등학교를 나오면 취업이 잘되어 중소도시에서는 인문계고등학교 보다 인기가 더 좋았다. 공업입국으로 산업사회가 시작되던때라서 농과 공과 상과로 구성된 실업고등학교 기계과에 입학하였다. 전공과 실습시간이 많아 국ㆍ영ㆍ수를 배우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대학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었다. 3학년 2학기에는 시멘트 공장으로 현장실습도 다녀왔고 한국전력에서 한명을 뽑는 시험에 응시했으나 선발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을 무렵에 시골집에 들어갔을때 였다. 6.2
2007-10-13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