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어머님 한 분이 학부모 교육에 참여한 후 ‘자신은 아들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울면서 하소연을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들이 초등학교 때 남편직장을 따라 시골로 전학을 갔었는데 그곳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공부는 하지 않고 매일 놀기만 해 잔소리도 하고 달래도 봤지만 소용이 없자 결국 관계를 끊어놓기 위해 다시 이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 뒤로 아이는 엄마만 원망하더니 이제는 공부하라는 말만 해도 화를 내며 친구들과 놀지 못하게 하면 집안의 기물을 파손하고 심한 욕설과 폭력까지 휘두른다는 것이다.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폭력까지 당하고 나니 너무 억울해서 죽고 싶다는 심정을 밝혔다. 또 한 남학생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데, 엄마가 자신의 친구에게 찾아가 놀지 말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죽여 버리겠다는 식의 협박까지 했다는 것이다. 두 경우 공통점은 두 어머니 모두 아들을 통제하기 위해 직접 나서서 아들의 친구관계를 끊어놓았다는 것이다. 즉 외부통제를 가한 것이다. 아마 두 어머니의 생각엔 친구관계를 끊어놓으면 내 아이가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고 옳은 일이니까 엄마로서 아들을 위해 당장은 힘들더라도 할 것은 해야 한
언젠가 한 담임선생님이 도저히 지도할 수 없다며 남학생을 상담실로 데려왔다. 그 담임에 따르면 그 학생은 수업시간엔 잠만 자고 무단결과와 무단조퇴가 잦았다. 틈만 나면 학교 구석진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한편, 자신의 신경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일이 생기면 싸움질을 일삼았다. 훈계를 하면 ‘저를 좀 가만히 내버려 두세요’라고 반항하니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직접 학생과 이야기를 해보니 겉모습은 말도 잘하고 목소리도 커서 씩씩한 듯 보였지만,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잠을 자고 싶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 선생님들은 학생으로서 최소한의 행동만이라도 해주길 바라면서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며 혼내기도 하고 달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은 겉보기와는 달리 심리적으로는 매우 무기력한 상태다. 친구도 없고 수업시간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준비물은 거의 챙겨오지 않고 몸만 오가는, 그야말로 우울증을 가진 학생과 거의 비슷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자존감에 상처를 입어 성장욕구가 좌절돼 있는 상태다. 이때 생긴 분노에너지를 밖으로 분출하는 학생은 이 아이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안으로 억압하는 학생은 우울한 상태를 보
매우 조심스럽게 상담실 문을 열고 한 남학생이 들어와 상담할 수 있는지 묻는다. 목소리는 작지만 차분하고 체격도 보통이며 성실해 보인다. 처음엔 친구와 갈등이 생겼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물었다. 그리고는 한참 후 이제 그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다고 하더니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되냐면서 마치 별일 아닌 듯이 물어본다. 사실 이 문제가 상담실에 온 ‘진짜 이유’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내성적인 성격을 바꿀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더니 고개를 떨군다. “너의 성격을 바꾸고 싶구나, 네 성격의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드니?”라고 물어보면서 대화를 나눠보니 결국 엄마의 비난조의 말 때문이었다. 늘 엄마는 자신에게 “넌 그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큰일이다. 성격 좀 바꿔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아이에게 “너 성격을 고칠 필요가 없단다. 지금도 훌륭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라며 “이순신 장군이 내향적인 성격이겠니? 외향적이겠니?”라고 묻는 방식을 통해 내향적인 성격의 우수함을 말해줬다. 아이는 자신의 성격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자부심을 갖게 됐고 마음이 매우 편안해졌다면서 돌아갔다. 가끔 사람들은 외향적인 성향을 좋게 생각하고 내향적인 성향을
매우 조심스럽게 상담실 문을 열고 한 남학생이 들어와 상담할 수 있는지 묻는다. 목소리는 작지만 차분하고 체격도 보통이며 성실해 보인다. 처음엔 친구와 갈등이 생겼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물었다. 그리고는 한참 후 이제 그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다고 하더니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되냐면서 마치 별일 아닌 듯이 물어본다. 사실 이 문제가 상담실에 온 ‘진짜 이유’다. “선생님 어떻게 하면 내성적인 성격을 바꿀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더니 고개를 떨군다. “너의 성격을 바꾸고 싶구나, 네 성격의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드니?”라고 물어보면서 대화를 나눠보니 결국 엄마의 비난조의 말 때문이었다. 늘 엄마는 자신에게 “넌 그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큰일이다. 성격 좀 바꿔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아이에게 “너 성격을 고칠 필요가 없단다. 지금도 훌륭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라며 “이순신 장군이 내향적인 성격이겠니? 외향적이겠니?”라고 묻는 방식을 통해 내향적인 성격의 우수함을 말해줬다. 아이는 자신의 성격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자부심을 갖게 됐고 마음이 매우 편안해졌다면서 돌아갔다. 가끔 사람들은 외향적인 성향을 좋게 생각하고 내향적인 성향을
상담실을 찾아 자살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더러 있다. 이들 중 자살하기 위해 충동적인 시도를 살짝 해본 아이도 있고, 자살까지는 아니더라도 칼로 자신의 팔이나 손을 자해한 흔적이 보이는 아이도 있다. 일시적이지만 심한 자살충동을 느껴 금방이라도 어떻게 할 것 같은 위험성이 엿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일단 자살에 대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봐야한다. 구체적으로 깊이 생각하고 있다면 이는 부모에게 알리고 빨리 전문기관에 보내야한다. 아이들의 극단적인 정서를 바꿔주는 방법으로 ‘합리적 정서행동치료(REBT)’가 있다. 언제 자살생각을 많이 하는지 물어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사건과 신념, 정서 등을 알아보고 잘못 형성된 비합리적 신념을 합리적 신념으로 수정해주는 것이다. 부모에게 심하게 야단맞고 죽어버리고 싶다는 아이에게 아래의 순서대로 공감해주면서 논박을 했더니 아이의 정서가 바뀌면서 생각을 바꾸게 됐다. A(사건과 사실) : 성적표를 받던 날 엄마가 “내 이럴 줄 알았다. 네가 하는 게 만날 이렇지, 기대한 내가 잘못이다. 학원비 아까우니 학원도 끊어라” 라고 했다. B(자신의 신념체계) : ‘난 어차피 공부를 잘할 수
평소 엄마와 자주 다투고 갈등이 많았던 남학생이 찾아와서는 상담 당일까지 5일째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엄마에게 아무런 연락도 없는데다 계속 들어가기 싫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학생들이 이렇게 말을 하면 대부분 ‘집은 왜 나왔니?’, ‘엄마와는 무엇 때문에 또 싸웠니?’ 등 이유를 물어보고 설득해 들어가도록 권유하는데 이런 문제 중심의 질문과 대화는 아이 스스로 원해서 했다는 장점을찾을 수가 없고 아이에게 ‘네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만 줄 뿐이다. 이렇게 해서 억지로 집에 들여보내면 조그마한 갈등에도 또 가출을 하게 된다. ‘왜 집을 나왔는지’, ‘나와서 무엇을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먼저 ‘어떻게 다시 돌아올 생각을 했는지’를 물어야 그 아이의 긍정적인 자원을 찾아낼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이 학생 역시 상담실을 찾은 것은 그래도 엄마가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은 물론, 결석하지 않고 학교에 잘 출석한 점은 자신의 삶을 바르게 살려는 의지다. 이런 점들을 부각시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자 아이는 집으로 들어갈 결심을 하게 됐고 그 뒤로는 가출을 하지 않았다. 또 한 어머니는 작은딸이 공개수업 때
여자 친구를 사귀면서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하루하루 학교생활이 즐겁고 좋았는데, 그 친구로부터 이별 통보를 듣고 나서 심한 우울감에 빠져 있다가 그동안 집에서 형에게 당한 폭력, 엄마의 무관심 등이 한꺼번에 폭발해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된 남학생을 상담한 적이 있다. 형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을 때 부모님의 간섭이 없어 편하긴 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의 부모님과 비교를 하게 되면서 점차 ‘부모님은 내게 관심이 없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AB형 혈액형이 ‘천재 아니면 바보’라는 통설에 따라, ‘나는 정말 바보가 맞는다’는 비합리적 신념까지 갖게 됐다. 참으로 어이없는 생각 같지만, 감정이 불안하고 자기중심적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청소년시기의 특징이다. 다른 여학생의 경우 학급의 반장으로 평소 활달하고 모범적으로 지내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지고 매사 의욕이 없다는 이유로 상담이 의뢰됐는데, 알고 보니 역시 사귀던 남학생에게 다른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것이다. 청소년시기에는 엄마에게 가졌던 애착이 친구에게로 전이가 되는데 요즘은 동성친구보다는 이성 친구에게 전이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얼마 전 나는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강의를 좀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초빙되어 갔었는데 학생들은 전날까지 중간고사를 마치고 ‘집중학습기간’이라 하여 학급별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한 학급을 맡아 토론연극으로 학생들에게 타인의 입장을 느껴보게 하고 직접 연기해 봄으로서 건강한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교실에 들어간 순간 나의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강사가 들어오던지 말던지 엎드려 자고 있는 학생, 삼삼오오 모여서 큰소리로 떠들고 이야기하면서 웃는 학생, 그야말로 ‘넌 누구니? 왜 들어왔니’라는 태도들이었다. 더구나 자신들의 성적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외부강사니 더욱 그러할 것이다. 난 나의 마음을 먼저 진정시켜야만 했고 어떻게 수업을 이끌어 가야할지 다시 생각해야했다. 그러면서 애써 태연한척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어제 시험이 막 끝나서 쉬고 싶겠구나”했더니 한두 명이 대답을 한다. “그런데 뭘 또 하라고 하니 짜증나겠구나,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겠다. 그렇지?”라고 하니 좀 더 많은 아이들이 대답한다. 이렇게 한참을 아이들 마음을 헤아려주고는 자리를 정돈시켰다. 그 다음 오늘 무엇을
몸집이 우람한 남학생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상담실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친구들이 자꾸 자기보고 ‘돼지’, ‘돼지’하며 놀린다는 것이다. 상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물어봤다. 수업시간에 뭔가 발표하려고 일어서면 앞쪽 여학생이 이죽거리며 다른 친구에게 수군거리는데 ‘돼지’라는 말이 분명히 들린다는 것.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한 대 때리고 싶어도, 어쩔 수밖에 없이 참아야 해서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때리지 못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초등학교 때 이미 ‘전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놀림을 참지 못해 친구를 심하게 때렸고, 아버지에게 자신은 더 심한 매를 맞은 뒤 경찰서까지 끌려가 ‘한번 만 더 친구를 때리면 경찰서에 넣어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아이에게 폭력이 나쁘다는 것을 가르치는데, 더 심한 폭력과 협박을 사용했다는 사실에 참 많이 안타까웠다. 이런 방법은 아이에게 일시적으로 폭력을 멈추게 할 수는 있어도,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게 돼 결국 더 큰 폭력을 불러오게 만든다. 그렇다면 담임선생님에게 이르는 방법은 어떨까. 이럴 경우 선생님은 친구를 놀린 여학생을
중3 남학생이 성적은 꼴찌인데 여전히 컴퓨터게임에만 빠져 있어 담임교사가 물어봤다. “너 고등학교는 어디 갈거니? 도대체 나중에 뭐 할 거니?” 학생은 “저 특전사 할 건데요”라고 대답했다. 며칠 전 영화를 보고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러자 교사는 “너 특전사 못해, 특전사는 고등학교 졸업해야 하는데 넌 고등학교 못가잖아”라며 면박을 줬고 학생은 열받아 뛰쳐나오면서 욕을 하고 난리를 피웠다. 담임교사는 끝내 학생을 감당하지 못하고 상담실로 데려왔다. 교사는 학생의 진학이 걱정됐고 아직 학기 초반이니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노력하도록 해 고등학교에 진학시키고 싶은 마음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이런 대화는 아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일 뿐 아니라 아이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르는 말이다. 가끔 학부모 중에도 이렇게 아픈 곳을 건드리면 오기가 생겨 더 열심히 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분노의 감정도 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이 에너지는 승화의 기제로 사용될 때만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사실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는 학생 중에는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알고 빠져나오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돼서 상담실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 이들
평소 모범적이고 학업에도 성실한 여학생이 친구문제로 상담실을 찾아왔다. 언제부턴가 한 친구로 인해 마음이 괴롭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친구와 평범하게 지내왔고 몇 명의 친구와는 특별히 더 친하게 지냈는데 친하게 지내던 친구 중 한 명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유도 말하지 않고 계속 자신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자신도 이제는 그 친구가 싫어지게 됐고 그 친구 때문에 마음이 너무 불편해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여학생의 경우 이런 이유로 상담실을 찾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이런 경우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말하면 그 친구에게 이유를 물어보라는 권유를 듣곤 한다. 그러면 대부분은 친구에게 가서 “내가 너에게 뭐 잘못 한 거라도 있니?”라는 어리석은 질문을 하게 된다. 이런 질문을 받고 쉽게 이유를 말해줄 친구도 없지만 말을 한다 해도 그건 분명 상처가 되는 대답이었을 것이다. 이유를 들은 아이는 더 큰 상처를 입게 되고 상대방 친구는 더 짜증나서 다른 친구에게 그 친구의 욕을 하다가 심지어는 단체로 싸우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은 모르면서 따지듯이 묻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한편 부모님이나
친구에 대한 애착 강해져 소외되는 것 두려워해 자신을 받아들이는 훈련 통해 자아정체감·가치관 갖도록 상담실을 찾는 학생들 중 가장 많은 상담건수가 친구문제인데 그 내용의 대부분은 친구들로부터 느끼는 소외감이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가졌던 애착이 청소년 시기에는 친구에게로 전이되기 때문에 발달적으로도 친구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이 느끼는 시기이긴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한 학생들이 많다. 즉 어린 시절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안정적이었던 경우 청소년 시기 친구관계에서도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지만 엄마와의 애착관계가 불안정했다면 친구관계 역시 불안한 관계를 만들기 쉽다. 늘 친구들이 자신을 버릴까봐 두려워하는 아이나 반대로 지나치게 친구에게 무관심한 아이들이 그런 경우다. 한 여학생의 경우 상담실을 찾아와 “친구와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면 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라고 호소한 적이 있다. 자세히 들어보니 현재 친구가 없는 게 아니라 친구도 많고 아무문제도 없는데 그냥 불안하다는 것이다. 집에 가서 혼자 있으면 계속 핸드폰만 만지고 공부도 안 되고 친구생각만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만약 친구가 없다면 무엇이 가장 두려울 것 같
시험을 앞둔 어느 날, 한 남학생이 상담실을 찾아와 “공부를 하려고 해도 집중이 안돼요”라고 했다. 교과교사 시절의 나는 그런 학생들에게 “누구는 집중이 잘 돼 하냐? 다들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거야”하면서 좀 더 노력하라고 다독이곤 했다. 하지만 상담교사가 된 지금 그런 말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됐다. 대화를 해보면 학생들이 공부할 때 집중이 안 되는 원인이 참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그 아이에게 “왜 집중이 안될까? 공부를 하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니?”라고 물었다. 그 아이의 답은 엉뚱하게도 “신발을 닦고 싶어져요”였다. 참으로 황당한 대답이다. 하지만 그 대답 속에 답이 있다. 이 아이는 시험불안을 신발을 닦으며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공부뿐 아니라 운동을 하다가도 잘 안되면 신발을 찾아 닦는다는 것이다. 나는 학생의 심리를 ‘반복강박적인 무의식적인 행동’이라고 판단했고 원인을 찾아 의식에서 인식하도록 하면 잘못된 행동도 없어지고 공부에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행동의 원인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학생의 말에서 어린 시절 신발과 관련된 무슨 큰 사건이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 계속 이리저리 물어보았지만 아이는 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