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시험을 통해 우리는 높은 수준의 사고력을 갖춘 사람을 선발하고자 한다. 그런데 실제로 이 관문을 통해 높은 수준의 사고력을 가진 학생을 골라내고 있는가. 대학에서 논술 출제를 하고 채점을 하다보면 이런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을 하기가 어렵다. 채점량에 비해 채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도 하고, 예산 부족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도 하고, 학문 영역을 고려하여 채점자들을 안배해야 하거나 채점자들 간의 ‘합의’ 도출의 어려움 등의 운영상의 문제도 있다. 논술 채점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몇 가지 장치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채점자 간 신뢰도가 예상보다 높지 않고, 어느 묶음에 있는 답안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경우도 자주 있다. 논술 채점을 하는 사람들조차 채점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된다면, 대학 입학시험과 같은 민감한 상황에서 논술이 하나의 잣대로 구실하기 어렵게 된다.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우선 채점자를 제대로 선임해야 하고 이들에 대한 ‘훈련’도 필요하다. 학문 영역 간 안배를 할 것이 아니라 채점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을 선임하고 한 팀을 구성할 때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채점 기준에 대해 채점자들이 충분히 ‘합의’하기
논술이라는 관문을 통해 창의적 사고, 논리적 사고, 비판적 사고 등의 높은 수준의 사고력을 가진 사람을 선발할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글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나타낼 수 있는 표현력까지 볼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대학에서 어떤 학문 분야의 공부를 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대학 입학 시험에서 논술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논술 문항, 그리고 채점을 통해 과연 얼마나 이러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선발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막상 문항을 개발하려고 하면 그렇게 좋은 문항을 개발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고 채점을 할 때 여러 문제들을 접하게 된다. 그러면서 때로는 논술 평가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요즈음에는 통합형 논술을 출제하겠다고 한다. 여기에서 통합이란 말은 교과 간, 또는 학문 영역 간 통합을 말하는 것으로, 특정 학문 영역이 아니라 여러 교과(학문) 영역들이 두루 관련된 문제를 출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분야에 대한 폭넓은 독서를 한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게 하겠다는 취지가 전제되어 있다. 통합형 논술은 매우 그럴 듯하게 보이고 때로는 매혹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다
학생들이 쓴 논술문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한두 문단을 읽어 내려가기 어렵다. 도대체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동안 학교에서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을 때도 있다. 그 많은 국어 시간이 있었고, 다른 교과에서도 직·간접으로 논술과 관련된 활동을 했고 심지어 학교 밖에서도 했는데 말이다. 우선 학생들의 논술문을 보면 논지에서 벗어나 있는 것을 꽤 볼 수 있다. 논점을 제대로 잡지 못했거나 별로 관련 없는 내용을 진술한 경우인 것이다. 또한 중언부언하는 경우나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이렇게 되면 분량을 많이 차지할 뿐 ‘영양가’ 있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전체 논지에서는 어긋나지 않았지만 군데군데 무슨 뜻인지를 알 수가 없다. 내용이 두세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것도 있다. 내용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고 파편화되어 있는 논술문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없다. 그저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을 펼쳐놓은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내용이 그렇게 창의적이지 않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을 써 놓은 것이 대부분
신문 사설을 많이 읽으면 논술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말이다. 신문 사설은 논설문이기 때문에 주장을 목적으로 하는 논술문에 가장 가깝다. 그리고 신문 사설은 대체로 논리적인 짜임이 탄탄하기 때문에 이런 글을 많이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논리적인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신문은 일반적으로 시사성이 있는 글을 다루기 때문에 실제 논술 상황에서 접하게 주제나 내용에 대한 지식을 확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한편으로 신문 사설은 좀 더 정제된 언어, 완성도가 높은 문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얻은 문장 감각은 논술을 쓸 때 도움이 된다. 문제는 신문 사설을 어떻게 읽게 하면 좋겠는가 하는 점이다. 무조건 많이 읽어보게 한다고 해서 이것이 곧바로 좋은 논술문을 쓰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우선 전체에서 부분으로 읽게 하자. 우선 사설의 제목을 보고 예측을 하고, 사설의 쟁점, 논점, 근거가 무엇인지를 살펴본 다음 세부적인 내용을 읽어 보게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글의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낼 수 있다. 둘째, 의미(내용) 구조도를 만들어 보게 하자. 쟁점을 메모하고 중요 내용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면서 한 편의 사설을 완성
요즈음 서점에 나가보면 초등학교나 중, 고등학생들을 위한 책에 ‘논술’이라는 딱지가 붙여져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유치원생을 위한 책에서도 논술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과연 이런 책이 어떤 점에서 논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굳이 연결 짓자면 세상에 논술과 관련되지 않는 것이 없겠지만, 책임도 못질 얄팍한 상술이라는 생각에 씁쓸함이 들기도 한다. 논술 능력을 구성하는 요소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이해력, 사고력, 표현력이 그것이다. 책 읽기는 이들 능력 모두 일정 부분 관련을 맺고 있다. 잘만 읽으면 말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논술을 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편으로 요즈음에는 ‘자료 제시형’이 논술 문제가 많이 출제되는데 평소 책을 많이 읽으면 주어진 자료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책을 많이 읽으면 사고력이 길러진다. 주어진 책을 분석, 종합, 비판적으로 읽은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사고력을 갖게 된다. 책을 많이 읽으면 많은 어휘를 습득하고 문장 감각도 갖게 되는데 이는 논술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냥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저절로 이러한 능력이 길러지지는
논술은 사고 행위이지 글재주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고 흔히들 말한다. 여기에는 ‘글재주’란 말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감정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그렇게 볼 수만은 없다. 글재주란 말에 대해 우리가 좀 더 따뜻한 시선을 가진다면, 글재주는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는 능력과 아울러 사고하는 능력을 포함하게 된이다. 논술에 대한 ‘글재주’를 가르치는 사람이 사고나 논리의 문제를 도외시한다고 보는 것은 오해이다. 논술에서 핵심은 논리이고 사고란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논리 자체만으로 논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논술은 문장(글)으로 드러나게 된다. 아무리 싱싱하고 다양한 재료가 구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좋은 요리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재료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형체를 갖추어야 좋은 요리로 인정받을 수 있다. 좋은 논술 문장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것을 독자들에게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어법에 맞는 문장이 좋은 문장이다. 잘못된 어휘나 문장이 있는 경우,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 수두룩하게 나온 논술을 보고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글쓰기 지도에서 글 고치기 지도를 소홀히 한 면이 있다. 초고를 쓴 다음 문법을 바로 잡거나 편집하는 것 정도로 많이 생각해 왔다. 그러나 최근 글쓰기 지도 이론에서는 고치기 능력을 글쓰기 능력의 하나로 보고 매우 중요시 여긴다. 그래서 고치는 능력 자체를 교육의 대상으로 삼고 가르쳐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잘 고치는 것을 배우는 것이 곧 논술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고치기에 대한 잘못된 관념 중의 하나는 고치기를 글쓰기의 마지막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간 고치기를 뜻하는 말로 교정이나 퇴고란 말을 많이 써 왔는데, 그만큼 고치기를 글쓰기의 마지막 단계에서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고치기는 일련의 글쓰기 과정 전체에서 이루어진다. 글쓰기는 계속된 고치기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는 교정이나 퇴고란 말 대신에 고쳐쓰기나 수정하기란 말을 흔히 쓰고 심지어 다시쓰기(rewriting)란 용어까지 등장하기에 이른다. 글을 잘 고치기 위해서는 고치기 전략을 알고 이를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은 의외로 고치기 전략을 잘 모르고 있다. 교사들은 흔히 ‘잘 읽어 보고 잘못된 부분을 고치라’고 말한다. 이 말이 틀린 말
논술 지도를 제대로 하려면 한 달이면 한 달, 한 학기면 한 학기 동안 지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안해야 한다. 그러나 좋은 논술 지도 프로그램을 만들기가 쉽지는 않다. 이 때 큰 틀이 되는 것이 바로 논술 지도를 위한 접근 방식이다. 첫째, 결과 중심 접근법이다. 이는 좋은 글을 많이 읽어보게 한 후 그 글에서 좋은 점을 살펴보게 한다. 그런 다음 이들 좋은 점을 활용하여 한 편의 글을 써보게 한다. 여기에서 주된 관심은 학생들이 좋은 글을 ‘모방’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둘째, 과정별 접근이다. 글쓰기의 과정을 계획하기, 초고쓰기, 고치기 등으로 나눈 다음 각 과정별로 필요한 전략을 가르쳐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계획하기 단계에서는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방법, 생성된 아이디어를 조직하는 방법 등을 가르치게 된다. 셋째, 언어 단위별 접근이다. 어휘, 문장, 문단, 글 전체로 나눈 다음 각 언어 단위별로 좋은 글을 쓰는 데 필요한 지식을 가르쳐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문단 단위에서는 중심 문장을 쓰는 방법, 뒷받침하는 내용을 쓰는 방법 등을 가르치게 된다. 넷째, 장르 중심 접근이다. 일종의 언어 갈래별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즉, 설명문, 논술문,
논술은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논리적으로 피력하는 행위이다. 논술은 곧 논지 전개의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논지 전개 과정에서 일어나는 오류가 가장 중요한 오류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의 논술을 보면 논지 전개에서 여러 가지 오류(error)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사소한 사례나 정확성이 부족한 사실을 바탕으로 일반화시키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러므로 교사는 학생들이 흔히 범하는 논리 전개의 유형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이를 적절히 치유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의 논술에서 흔히 나타나는 논리상의 오류로는 앞에서 말한 일반화의 오류를 들 수 있다. 한두 가지 사실로 미루어보아 전체적으로 그럴 것이라고 결론을 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은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공부를 잘 할 것”으로 결론 내는 식이다. 허수아비 오류는 상대방의 주장을 잘못 해석, 즉 쉽게 반박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둔 후 거기에 대해 반박하는 것이다. 연민에 호소하는 오류는 지나치게 독자의 감정에 기대는 것을 말하고, 군중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논술문의 핵심은 논증이다. 논술은 곧 논증의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논증은 아직 명확하지 않은 것에 대해 논리적인 증거를 들어 그 사실을 증명해 보이는 것을 말한다. 독자에게 자기의 주장이나 의견을 사실로 인정하도록 설득하는 행위이다. 논증을 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논제에 부합하는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 둘째, 객관적이고 타당한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 편견이나 선입견에 사로잡혀 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셋째, 논리 전개가 자연스러워야 한다. 특히 비약하거나 지나치게 축약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넷째, 진실된 것을 제시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현혹시키기 위해 왜곡된 것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섯째, 무조건 자기의 주장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다른 편의 주장을 제시하고 일면 수긍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자기의 주장을 편다. 여섯째, 올바른 문장, 좋은 문장을 써야 한다. 논거를 들어가며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는 것을 보고 추리 또는 추론이라 한다. 추리에는 연역적 추리와 귀납적 추리가 있다. 연역적 추리는 먼저 명제를 제시하고 이 명제를 확신시키기 위해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그리고 귀납적 추리는 먼저 명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한 편의 좋은 글을 쓰는 것을 집짓기에 비유할 수 있다. 좋은 재료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기술자가 제대로 된 설계도를 바탕으로, 열정을 가지고 각 재료들을 적절히 배치해야만 아름답고 견고한 집을 완성할 수 있다. 좋은 글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것은 통일성이다. 즉, 각각의 내용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온전한 전체를 이루어야만 좋은 글로 인정받을 수 있다. 내용들이 아무리 독창적이라 하더라도 이것을 이리저리 늘어놓아서는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한 편의 글이 통일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결속 구조(cohesion)와 응집성(coherence)이다. 사람에 따라 결속 구조를 일관성, 연결성, 응결성 등으로, 응집성이란 말은 일관성, 통일성, 결속성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결속 구조(cohesion)는 텍스트에 포함되어 있는 요소(문장)들을 연결해 주는 표면적인 언어 자질을 말한다. 예를 들어 “그는 풋과일을 먹었다. 그래서 배탈이 났다”는 문장이 있을 때 ‘그래서’라는 요소로 인해 두 문장은 결속 구조를 가진다. 이에 비해 응집성(coherence)은 텍스트에 포함
논술 채점을 하다보면 죄스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학생들의 논술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고 전체적인 ‘인상’을 평가하지 않았는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논술 평가에서 글의 전체적인 인상이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작게는 글씨나 분량에서부터 크게는 전체적인 짜임이 평가에 영향을 끼친다. 전체적인 인상 평가에서 서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높다. 평가자들은 서론을 읽어보면서 ‘감’을 잡게 되는데, 서론에 대한 평가가 전체 평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이런 점에서도 논술 지도에서 서론을 잘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론을 시작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주제(쟁점)와 관련된 일반적인 상황을 제시하는 경우, 문제(질문)를 제기하는 방법, 쟁점(강조점)을 제시하는 방법,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드러내거나 자신과 반대되는 주장을 제기하는 방법, 논제와 관련된 예화나 인용, 속담, 예시 등으로 시작하는 방법, 역사적 사실이나 일상의 사례를 제시하는 방법, 핵심 용어나 개념을 제시하는 방법, 결론을 제시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딱히 어떤 것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논술의 주제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논술 평가의 조건(분량, 평가 장면
학생들은 흔히 논술은 열심히 해도 별로 나아지지 않는 것 않고, 안 해도 별로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고 한다. 특히 학교의 논술 수업을 통해서는 별로 배운 것이 없다고 말한다. 논술은 결국 혼자서 걸어가야 하는 외로운 길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논술 지도에서 가장 큰 문제를 들라고 하면 결과 중심의 지도(product based instruction)를 들 수 있다. 논술 과제를 제시하고 여기에 대해 글을 쓰게 한 후 논평해 주는 식이다. 또는 잘된 논술의 예를 많이 읽어보고 모방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식의 지도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지도는 효과적이지 못하다. 무엇보다 결과 중심의 논술 지도를 통해서는 학생들에게 논술을 잘 할 수 방법을 가르쳐 주기 어렵다.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논점을 어떻게 잡고, 주장에 따른 근거는 어떻게 설정하면 좋은지 등을 알고 싶어 한다. 결과 중심의 논술 지도는 이런 문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기 어렵다. 그래서 과정 중심의 글쓰기 지도(process based instruction)가 등장하게 되었고 이제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과정 중심의 논술 지
학생들은 논술 교육에 대해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을까? 대학에 갓 들어온 학생들에게 초, 중등학교를 다니면서 경험했던 논술 교육에 대해 말해 보게 하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게 놀랄 것도 아니지만, 학생들은 논술 지도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학교 다닐 때 논술 교육을 받았던 적이 별로 없다. 수능을 치고 한꺼번에 몰아서 했다. 테크닉 위주로 배운 것 같다. 여러 번 써 보게 했다. 무조건 많이 읽어보라고 했다. 학교에서 뭔가 한 것 같은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논술에 대해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인상을 갖고 있는 학생이 많은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인상을 갖고 있는 이상 학생들은 논술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단지 시험의 한 방식으로만 논술을 받아들이고 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논술 교육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논술 교육이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수능 시험 언저리에 한두 달 동안 집중해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지도하게 되면, 자연히 테크닉 위주의 기계적인 틀을 가르치는 교육이 되기 싶다. 대학별 논술
교육을 통해 유능한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것은 교육자의 사명이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 나라는 특히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 내는 데 국가의 사활이 걸려 있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면 이러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여기에서 논술이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논술이 우리 교육의 화두로 등장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논술은 말 그대로 주장을 펴는 활동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나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개진함으로써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행위이다. 논술을 하는 데에는 필연적으로 주어진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활동, 자신의 관점을 세우는 활동, 자신의 관점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는 활동, 정리된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활동 등이 요구된다. 이들 활동의 과정에서 미래 사회에 필요한 균형 감각을 가진 사람, 고차적으로 사고하는 사람,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양성해 낼 수 있다. 첫째, 논술 행위를 통해 지식이나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근래 대입시험에서 출제되는 문제 중에서는 지문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들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