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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논술교실-14> 바람직한 출제방향

수험자 세계관을 평가하거나
교과지식 큰 비중 둬선 안돼

논술이라는 관문을 통해 창의적 사고, 논리적 사고, 비판적 사고 등의 높은 수준의 사고력을 가진 사람을 선발할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글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나타낼 수 있는 표현력까지 볼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대학에서 어떤 학문 분야의 공부를 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대학 입학 시험에서 논술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논술 문항, 그리고 채점을 통해 과연 얼마나 이러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선발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막상 문항을 개발하려고 하면 그렇게 좋은 문항을 개발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고 채점을 할 때 여러 문제들을 접하게 된다. 그러면서 때로는 논술 평가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요즈음에는 통합형 논술을 출제하겠다고 한다. 여기에서 통합이란 말은 교과 간, 또는 학문 영역 간 통합을 말하는 것으로, 특정 학문 영역이 아니라 여러 교과(학문) 영역들이 두루 관련된 문제를 출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분야에 대한 폭넓은 독서를 한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게 하겠다는 취지가 전제되어 있다.

통합형 논술은 매우 그럴 듯하게 보이고 때로는 매혹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이런 문제를 출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취지에 맞게 공정하게 채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통합형 논술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실제 운영될 모습을 생각해 보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통합형 논술은 자칫 본고사 시험을 연상시킬 가능성이 높다. 사실 대학에서 논술 시험을 부과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수능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선발에서 대학이 자율권을 갖게 위한 조치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본고사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통합형 논술이라는 이름으로 본고사의 의도를 담으려고 하지는 않는지 모를 일이다.

만약 대학에서 본고사나 다른 형태의 시험을 자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면 그래도 통합형 논술이라는 이름이 나올지 모르겠다.

물론 논술의 의미를 글쓰기 능력 자체에 한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논술이란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교과적 지식을 평가하려고 하지는 않는지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논술 본래가 가지고 성격을 살려 사고의 문제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두자는 말이다.

논술 평가에서 수험자의 세계관이나 가치관 자체가 평가 대상이 되거나 지식이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토인비의 ‘역사관’의 일부를 제시하고 이와 관련하여 문제를 낼 때 이 책을 읽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결정적인 차이가 발생하면 이것은 좋은 문제로 보기 어렵다. 물론 어떤 문제를 내든 그 내용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입 논술에 대해 다양한 성격 규정이 있지만, 논술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속성이 담보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렇게 할 때, 설혹 본고사가 실시되더라도 여전히 논술은 중요한 평가 방법으로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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