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 누런 황금 들녘의 풍요로움에 가슴 벅찬 환희를 느끼는 곳,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의 가는 허리 끝에서 하얗고 붉은 꽃잎들이 오가는 길손들에 손을 흔든다. 저무는 가을의 하루해가 곱게 저녁놀 물들이고, 황금 벼이삭과 코스모스 꽃이 지평선을 수놓는 우리 고장(징게멩겡 외에밋돌-김제 만경 너른 들)에서 벼이삭이 익고, 코스모스가 꽃망울을 만들고 있다. 해마다 9월 말경이면 우리고장의 ‘지평선 축제’가 열려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긴 차량 행렬을 이루며 찾는다. 황금 들녘 사이로 곧게 벋은 차로 노변의 잘 가꾸어진 코스모스 100리 길 따라 그 많은 차량들은 거북이걸음을 하면서 가을의 정취에 묻힌다. 초등학교 때 3km의 통학로에 우리들이(그 시절엔 학생들이 꽃길을 조성했음) 가꾼 코스모스 길을 날마다 걸으면서 짓궂게 장난치던 일들이 떠오른다. 코스모스 꽃의 꿀을 따는 꿀벌들을 검정 고무신 벗어 들고 낚아채어 빙빙 돌리다가 땅바닥에 공기 압력 커지도록 세게 부딪치면 기절해버린다. 그리고는 뱃속의 꿀을 꺼내 입에 넣으면 달착지근한 맛이 혀를 감미롭게 했다. 활짝 핀 꽃을 따서 8개의 꽃잎 중 사이사이 4개의 꽃잎을 따버리고
원평초등학교는 개교 90주년 기념일을 맞아 일제시대 졸업생들의 졸업장의 일본식 성명을 우리 성명으로 고쳐서 졸업장을 재발급해 준다. 원평초등학교는 1915년 개교한 이래 1만2390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역사가 깊은 학교이다. 일본식 성명으로 졸업장을 받고 졸업한 기간은 1941년에서부터 1945년까지 5년 동안이다. 전체 졸업생 392명 중 32명을 제외한 360명이 일본식 성명으로 졸업장을 받았다. 한일랑 교장은 비록 작은 사업이지만 민족정기 바로세우기와 일제 잔재 처리에 일조하는 의미에서 추진한다고 말했다. 해당 기간의 대부분의 졸업생들이 1927↔1934년생의 노령이어서 이미 고인이 되신 분들도 많은 형편이다. 이미 고인이 되신 분들에 한해서는 유족들의 희망에 따르고, 생존하신 분들도 본인의 희망에 따라 재발급할 계획이다. 한편 해당 기간 중 졸업대장의 ‘소화○년○월○일생’ ‘소화○년○월○일 졸업’ 등의 기록물들을 보면서 일제시대의 민족 수난 역사의 현장이 느껴졌다. 원평초등학교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민족의식 함양 및 국가의 중요성 등 학생들 교육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학생들의 개인차와 자율성을 고려한 학습과제 제시로 학생 개개인의 과제 산출물이 다양해졌다. 방학 전 교사와 학생의 개인 상담을 통해 자신들의 취약한 점을 보충하도록 하고, 관심 분야에 대한 ‘1집중 탐구’ 과제를 설정하여 조사 관찰 탐구하게 하였으며, 한 가지 이상의 체험 학습을 통해 이성적 감성적 체득의 과정을 경험하도록 하였다. 가능하면 학생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하였고, 가족들과의 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해 가족 모두가 동행 동참할 수 있는 과제도 제시하였다. 개학 직후 과제물 전시회를 개최 우수과제물을 관람하도록 하였는데 어설프고 미숙하긴 했지만 학생들이 직접 작성하고 제작한 흔적이 엿보였다. 각종 폐품을 활용한 꾸미기 및 만들기, 동심의 세계가 잘 나타난 그리기, ‘1집중 탐구’ 과제의 해결을 위한 탐구 과정의 기록물 및 사진 자료, 체험학습의 보고서 및 감상문, 부족한 부분에 대한 노력의 산출물,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의 감상문 등 긴 방학 동안의 학생들의 소중한 과제물들이었다. 특히 ‘1집중 탐구’ 과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알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장애인 편의시설’을 집중 탐구한 1학년 최지호
사람들은 나면서부터 모국어를 듣고 흉내 내면서 자란다. '맘마', '쉬', '응가' 등 첫 옹알이에서부터 유아어 및 교육을 통해 모국어를 배우면서 자란다. 어느 민족에게나 자기 민족 나름대로 언어가 있으며 그 언어를 통해서 민족의 정통성과 동질성을 확립하고 민족 고유의 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우리 민족만의 세계 유일한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말과 글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 국민은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언어는 누구나가 쉽게 그 의미가 소통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자나 외국어를 잘 모르거나 전문 용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을 그대로 쓴다면 언어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고유의 언어가 훼손 될 것이다. 비록 중국의 한자와의 밀접한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고 하지만 한자를 함께 써도 무슨 뜻인지 잘 알 수 없는 말들이 많이 쓰이고 있어 무슨 의미인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고 충격을 받거나 얼지 아니하도록 보호하는 중 - ‘양생중’, 도로의 먼지 발생을 막기 위해서 물을 뿌리는 차 - ‘살수차’,
요즘 보이지 않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적들로부터 당하는 폭행이다.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폭행, 실체가 없는 폭행이다. 적으로부터 온갖 노략질과 폭행을 당한 뒤에 겨우 뒷수습이나 하고 있다. 그것도 끝없는 반복의 연속이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적을 알아야 한다고 하는데 전혀 모르고 있으니 무방비 상태로 당하기만 한다. 그러기에 그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그 피해를 당하는 대상자들이 아직 어린 초등학생들이기에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는 20여 개의 ‘게시판’이 있다. 학생들이 직접 이용하는 학급용 홈페이지는 대부분이 ‘게시판’이다. 1학년에서부터 6학년까지 그리고 학부모들까지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각종 ‘게시판’에는 유해 사이트 광고 글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요즘에는 아예 낯 뜨거운 사진까지 올린 유해 사이트 광고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 학교 교사들은 담당 여부를 떠나 홈페이지를 열고 삭제하느라고 정신이 없을 정도다. 삭제해도 또 탑재되고 또 탑재되고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아마도 삭제하면 다시 탑재시키는 자동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이 과연 정상적인 인간들인지 의심스럽다. 아직 어
우리들은 주변에서 흔히 복지시설을 보게 된다. 간판이나 현판이 눈에 잘 띠지 않지만 국가나 공공단체 또는 개인 등이 세운 영아 및 아동 복지 시설, 노인의 집, 장애인 시설 등에서는 가정을 갖지 못한 소외된 사람들이 보호를 받으면서 살고 있다. 제한된 여건 속에서 어렵게 살고 있다. 50년대 전쟁 직후 태어나 어려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전쟁고아들이 살았던 ‘고아원’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들었을 것이다. 피난 중에 헤어졌거나, 어려운 가정생활로 자녀를 위탁하지 않을 수 없었던 때이기도 했었다. 당시의 세태를 반영하던 각종 드라마나 영화 등도 ‘고아원’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이 많았다. 넉넉하지 못한 시설의 형편 때문에 굶주리면서 자라고,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도 없었고, 자란 뒤에는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각종 범죄에 노출되기도 했었다. 국민소득 만 불을 상회하는 OECD 국가지만 가정경제의 어려움과 윤리적 가족 결속력의 약화로 가정해체가 많아졌다고 한다. 따라서 갈 곳 없는 어린이와 노인들의 수는 줄지 않고 있다고 한다. 2005년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전라북도는 48개 노인복지시설에 2517명, 18개의 아동복지시설에 1117명이 시설
지난 6월21일 1학기 종강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뒤늦게 ‘공부’에 재미를 붙이셨던 평생교육‘우리글교육반’ 할머니들 30명과 ‘수영반’ 할머니들 60명은 종강일을 미루자고 건의 하셨다. 이제 막 재미를 붙였는데 너무 아쉽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2개 반에 한해서 1학기 교육일정을 3주간 연장하였다. 본교는 전북교육청지정 ‘평생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되어 금년 4월부터 14개 취미활동교실을 개설 190여 명의 지역주민 및 학부모 대상으로 2년간의 평생교육 운영을 시작한 바 있다. 그 중에서 ‘우리글교육반’ 수강생은 60-80대의 할머니들로서 처음 13명으로 시작하였으나 우수한 교육내용(‘토속어’ 중심의 우리글 익히기 교재 - 전북교육청 제작)과 지도교사의 친절하고 성의 있는 태도가 소문나서 30명으로 대폭 늘었다. ‘거시기’ ‘하나씨’ ‘마누라’ ‘오라비’ 등 늘 써오던 토속어와 자신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중심으로 엮어진 교육 내용은 한글 미해득자 교육 교과서로 많이 사용하던 초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 보다는 훨씬 친숙하고 흥미 있어 할머니들의 교육효과가 크다고 지도교사(김수진 30세)는 말했다. 처음에는 손자들 보기에 부끄럽다고 보이지 않는 검정 비닐봉지에
흘러들 수는 있어도 흘러 내려갈 수 없어 그저 괴어 있기만 하던 물웅덩이! 처음부터 물속 생물의 활력 넘치는 하모니는 없었지만 지금은 탁하다 못해 어둠만이 존재하는 물웅덩이! 누군가가 물이 흘러 내려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영영 그 어떤 생물도 존재할 수 없는 물이 될 수밖에 없을 물웅덩이! ‘딸기혈관종’과 ‘하지정맥류’라는 희귀성 난치병을 태어나면서부터 숙명처럼 안고 8년을 살아 온 은비, 스치기만 해도 출혈되고 잘 지혈되지 않아 또래들과 잘 놀 수도 없고 항상 책가방 속에는 두세 벌의 여벌 옷을 넣고 다닌 은비! 두 명의 언니와 함께 외할머니의 보호를 받으면서 살고 있다. 홀로 된 엄마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집을 나가서 세 자매와 일 주일에 한 번 정도만 만난다. 핏자국으로 얼룩진 옷이며 이불을 세탁하기에도 힘든 77세 된 할머니지만 극진한 사랑으로 은비를 거두어 주신다. 그러나 출혈의 고통 때문에 밝은 미소가 일그러지며 울상을 짓는 은비를 볼 때마다 할머니의 가슴은 무거운 짓눌림으로 말조차 할 수 없었다. 하물며 엄마의 마음이야 어떠했을까! 이제 막혔던 물길이 트이려 한다. 그 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의 힘이 단단하게 막혀 있던 물길을 뚫고 있
“선생님, 성지가 다쳤어요.”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가 된 채 다친 이마를 손수건으로 누르고 몇 명의 아이들과 함께 ‘우르르’ 몰려 왔다. 보건 선생님께서 응급치료를 하기 위해 손수건을 떼자 상처가 드러났다. 눈썹과 눈썹사이 한 가운데가 1Cm 정도 찍힌 흔적이 보였고 계속 피가 나오고 있었다. 그날은 학년 말 종업식을 하는 날이었다. 봄 방학이 시작되고 한 학년씩 진급하게 된다는 가슴 벅찬 들뜬 날이었다. 나이 많은 나도 많은 생각들로 들떠 있는데 하물며 7세 짜리 아동들이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분 좋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직원회의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날따라 다른 때보다 회의가 길어졌다. 봄방학 동안 학생들의 안전사고 예방 지도와 가정 학습에 대한 교장선생님의 당부 말씀 등 한 학년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회의였다. 내게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날이기도 했다. 29년 동안의 학급 담임교사를 마무리 하는 날이기도 했다. 3월이면 승진 발령을 받게 되어 있었다. 그 긴 세월 동안 큰 사고 없이 한결같이 학생들과 만나고 헤어졌었다. 스물아홉 번을……. 다행스럽게도 너무나 순조롭게 큰 어려움 없이 29개년을 참으로 잘도 보냈었는데 오늘 큰 사고가 났나보다. 2
본교 3학년 재학 중인 이은비 학생은 '딸기혈관종'이라는 희귀성 난치병에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왼쪽 허벅지에서 종아리를 거쳐 발등까지 심각한 핏줄의 돌출로 인해 자칫하면 핏줄이 터져 지혈이 잘 되지 않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 동안 병원에서 치료 및 수술도 받았지만 임시 방편의 일환이었습니다. 편모슬하의 세 자매가 있는 기초생활대상자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변변치 못한 치료만을 받아 오던 중 '사랑의 리퀘스트'에 도움을 요청, 은비의 소원이 이루어질 희망의 손길이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다음의 글은 'KBS1tv 사랑의 리퀘스트' 프로그램 사전 안내 의 글입니다. 이은비(10세/전북/질병+빈곤) 하지정맥류와 딸기혈관종을 앓고있는 은비는 수시로 발생하는 출혈로 열 살 제 나이 또래의 친구들처럼 생활할 수 없는 아이입니다.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선 수술이 필요하지만 매우 희귀한 병이라 치료계획조차 섣불리 세우지 못하고, 은비는 응급처치 만으로 살얼음판 같은 하루하루를 보낼 뿐입니다. 절망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은비네 가족에게 개그맨 김기수씨가 웃음을 선물합니다. 위 학생에 대한 실태와 지원을 바라는 글을 한교닷컴 e-리포트란에 '흐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교사를 두고 부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방학 동안에 실컷 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그것도 1년에 두 번씩이니 그런 생각이 전혀 그르다고는 할 수 없겠다. 참으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이 되어 버렸다. 특히 IMF를 거치고 구조조정의 급물살 소용돌이 속에서 한창 일할 나이에 조기 퇴직을 하게 되어 직장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는 62세까지 정년이 보장되어 있는 교직이 참으로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세대들도 교사를 가장 선호하고 있고, 신랑감 신부감으로도 0순위라고 한다. 그렇다고 방학 때는 놀기만 하고 정년까지는 무사안일의 태도로 시간만 보내는 교사는 없다. 날마다 해마다 똑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가르치니 더 이상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교사도 없다. 공교육이 사교육만 못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철저하게 영리만을 추구하는 사교육의 시스템에 비해 전인교육 중심의 공교육이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측면에서는 뒤떨어진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대학입학 전형의 방법에 따라 고등학교까지의 교육의 틀까지도 바뀌어야 되는 나라이고 보면 입시교육 중심의 사교육이 학부모의 입맛에 제대로 맞을 수밖에 없긴
요즘 건강을 위해 걷기 운동을 많이들 하고 있다. 자외선 차단용 챙 넓은 모자에 안면 마스크를 쓴 많은 사람들이 ‘경보’ 비슷한 자세로 열심히 걷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기 맑은 고수부지 산책로나 학교의 운동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열심히 걷고 있다. 걷는 운동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유산소 운동이라며 남녀노소 구분 없이 열심히 걷는다. 건강을 위해서 일부러 걷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목적 있는 곳까지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건강을 위하고 기름 값도 절약하는 일석이조라는 생각으로 나는 가끔 걷는다. 이삼십 분 정도 걸리는 곳까지는 보통 걸어서 이동하곤 한다. 그 날은 시내 도로가 아닌 교외로 나가는 길을 걷게 되었다. 차도의 도로변 아스팔트가 끝나고 잡초가 많은 흙길을 걸으면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온통 색 바랜 담배꽁초들만이 수없이 나둥그러져 있었다. 화학 섬유질의 담배꽁초 필터들은 좀처럼 산화되거나 분해되지 않고 수년 아니 수 십 년을 그 자리에서 그렇게 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꽁초들은 더 많아지면서……. 승용차를 타고 가다 보면 왼손 팔꿈치를 차창 틀에 걸친 채로 손가락 사이에 멋지게(?) 담배개비를 끼우고 기분 좋게 담배를 피우는 운전
세상의 모든 자연은 밝고 뜨겁고 활활 타오르는 태양의 에너지를 받기에 움직일 수 있고, 일 할 수 있고,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 밝은 낮이 활력의 무대라면 어둔 밤은 내일의 삶을 위한 준비이며 휴식이다. 그러기에 어둠은 만물에게 필요한 공간이기도 하고 시간이기도 하다. 편안한 밤을 보내야 건강한 심신을 유지할 수 있다. 제 가슴이 멍들도록 제 손으로 두들기며 한숨을 몰아쉬고 ‘아이고’ 신음소리를 내뱉으면서 침대를 오르락내리락 못 견디는 승일이를 처음으로 본 것이 지난 오월 어느 날이었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심한 가슴 통증에 호흡 곤란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그 이후에도 세 번이나 보았다. 증세가 시작되고 30분 쯤 지난 뒤 안정을 되찾고 편안하게 눈을 붙이곤 했다. 겨우 열 살 난 소년의 가슴 속이 어떻게 생겼기에 방금 전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공부에 열중하던 승일이가 그토록 심한 몸부림을 칠까! 갑자기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답답하면……. 작년까지는 그런 적이 없었다고 한다. 또래들과 잘 어울리며 적당한 운동도 즐기고 표면상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정상적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장하면서 점점 증세가 보이지 않게 나빠졌다고 볼
‘파스텔’ 고운 색 가루가 묻어날 것 같은 저녁놀을 물들이는 태양이 곱다. 온종일 힘차게 이글거리며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던 태양이 또 다시 맞이할 내일을 위해서 휴식을 취하려나 보다. 구름 한 점 바람 한 점 없어 시간도 잠들어 있을 것 같은데, 칠팔 마리 기러기들 떼 지어 붉은 색 가루 둘러쓰고 보금자리 찾아 날아간다. 학교 공부를 마치고 저녁놀 고운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논길을 가로질러 집으로 가고 있다. 언제나 단짝인 그 친구와 함께 느릿느릿 걷고 있다. 학교에서 있었던 얘기들을 하면서……. 그 친구와 나는 반이 다른 같은 6 학년이었다. 친구들 이야기, 선생님 이야기 등 할 말도 참 많았었다. 그 친구는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을 휘어잡는 통솔력도 있었고 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는 ‘보스’ 기질도 있었다. 집안 형편이 비슷하기에 우리는 더 친했는가 보다. 아마도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야산조차 없고 논만 있는 ‘면’이 우리면 이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시곤 했다. 일제 시대 식량난 해소를 위해 간척사업으로 생겨난 개펄 간척지다. 오직 벼농사만을 주로 짓고 이모작으로 겨우 보리를 경작하는 고장이다. 그렇게도 논이 많은 고장이었건만 왜 배고픈 사람
잔물결 모양을 그대로 복사한 듯한 앙증스런 요철 모양의 갯벌 바닥이 발바닥을 간지럽힌다. 군데군데 물이 괸 웅덩이 가장자리에는 밤하늘의 별들 같은 아니 반딧불 같은 발광체들이 미풍에 몸을 맡기고 하염없이 흘러간다. 여름날 어둔 밤에 바다 새우나 꽃게 등에서 반딧불 같은 광채가 나는 것을 많이도 보아 왔지만 갯벌에 괸 바닷물에서 이처럼 빛이 나는 것을 바라보며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멀리 부안 ‘계화도’가 어둠보다 더 어둡게 시야를 가로 막는다. 몇 개의 마을 불빛이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지만 ‘계화도’가 없다면 동서남북도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어둔 밤이다. 강 하류의 긴 제방을 내려와 끝없이 펼쳐진 갯벌을 거의 삼십 분 이상 걸었다. 밤하늘의 북두칠성과 어둔 ‘계화도’의 실루엣을 방향 삼아 생합(대합)을 잡으러 갔다 . ‘언제쯤 잡힐까?’ 기대에 찬 마음으로 ‘그렝이’의 칼날을 갯벌에 묻고 대나무 자루를 손으로 움켜잡고 어깨 끈을 한쪽 어깨에 걸치고 열심히 끈다. 마치 소가 멍에를 둘러쓰고 논을 갈듯이 모든 신경을 갯벌 속의 소리에 집중하고 계속 끈다. 어느 사이 이마에서는 땀이 솟는다. 숨소리가 빨라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몸은 지치는데……. ‘딸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