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네는 최초로 사람을 영장류로 분류한 인물이다. 그는 1758년 자연의 체계 제10판에서 원숭이 바로 옆에 인간을 놓았다. 그러고 나서 사람에게 '호모 사피엔스'라는 공식명칭을 부여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혜로운 사람'을 뜻한다. 사람을 동물계의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서 정신적, 행동적 특색에 기반을 둔 것이다. 일찌기 공자는 생이지지(生而知之)와 학이지지(學而知之)를 구별했다. 전자는 배우지 않고도 아는 것이고, 후자는 배워서 아는 것이다. 그런데 공자는 전자가 후자보다 더 높은 단계라고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초등교육은 배워서 알게 한 다음 스스로 배우게 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으로 '지혜로운 사람'기르기다. 기초 기본 학습에 충실하고 정직하고 예의 바른 태도로 남을 배려하는 어린이를 강조하곤 한다. 학이지지로 생이지지할 수 있는 지혜로운 인간을 추구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사람, 스스로 물고기를 잡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기르고 싶어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교육의 모습은 배움(學은 넘쳐나지만 스스로 살아갈 힘(生)은 나약한 젊은이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머리는 크고 몸통은 작은 이티처럼 손과 발을 쓰기 싫어하고
모교 후배를 초청한 장순기 회장님이 운영하는 대전신생용사촌보훈복지(주) 공장을 찾아서 지난 10월 28일은 덕진초등학교(교장 배남주)의 뜻깊은 체험학습 날이었습니다. 이미 예약된 에너지체험학습 행사이기도 하고 자랑스러운 본교 출신의 대선배님이 운영하는 큰 회사를 견학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전국적으로 신종플루의 공포가 몰아닥친 상황이라 전교생 나들이를 하면서 걱정도 많았습니다. 고향과 모교를 아끼는 마음에서 이 지역의 학부모님과 덕진초등학교 전교생과 지역 발전에 힘쓰는 지역 인사들까지 한 자리에 초대한 아름다운 자리여서 날씨도 화창하게 좋았습니다. 그 동안 모교의 발전을 위하여 물심양면의 지원을 해주신 분이 자랑스런 후배들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셨고 우리 학교 아이들도 국악경연대회에 나가서 상을 타서 더욱 흥이 나 있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자랑스러운 선배님 앞에서 재주를 자랑할 생각을 하며 날마다 열심히 연습했지요. 장순기 회장님은 지난 해부터 이 지역 영암의 발전을 위해 모교인 덕진초등학교 사물놀이 팀을 위하여 좋은 악기를 구입에서부터 공연 복장에 이르기까지 아낌없이 후원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전교생이 볼 수 있도록 매달 어린이 신문 30부를 기부하여 모
광주 전남 국악경연대회에서 공연 중인 사물놀이팀의 모습 처녀줄전에서 버금상 수상! 영암덕진초등학교(교장 배남주) 사물놀이 팀은 지난 10월 17일 토요일,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광주 전남국악경연대회에서 어린이부 버금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2008년도부터 시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덕진달오름소리 팀은 전교생 42명 중 4~6학년 전원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특히 지난해 훌륭한 기량을 선보이며 영암왕인축제를 비롯한 영암 관내 주요 행사에서 그 모습을 자랑하던 6학년 졸업생들의 빈 자리를 메꾸며 참여해 온후배 어린이들의 노력이 돋보였습니다. 이 날 행사에는 광주 전남 국악 동호인이 주축이 되어 성인팀을 비롯하여 많은 단체와 개인이 출전하여 예향 남도의 모습을 한껏 자랑하는 국악의 향연 무대였습니다. 본교에서는 외부 경연대회에 처음 출전하는 설렘을 안고 방과후학교 사물놀이 공연팀이 주1회 이상 열심히 연습을 했습니다. 북채를 잡은 지 얼마 안 되는 4학년은 자기 키에 가까운 모듬북을 잘 치기 위해 선배들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연주에 최선을 다해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른 어린이팀들은 6학년으로 구
초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불던 10월 중순, 전교생이 함께 가을철 체험학습을 갔습니다. 조용하던 시골 학교 운동장에 아침 안개가 걷히며 통학차에서 내려 신나게 달려오던 아이들. 산뜻한 모자에 분홍색 옷차림, 청바지에 소풍 가방을 들고 내린 아이들의 표정은 해맑은 가을 하늘 같았습니다. 보통 때보다 발랄한 아이들 모습에 나도 들떴습니다. "선생님, 오늘은 소풍가는 날이지요?" "아니야, 체험학습 가는 날이야." "두 사람 다 맞아요." 전교생을 태운 버스는 영광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벌써 추수를 끝낸 벼논엔 이른 봄처럼 파릇한 새순까지 돋았습니다. 가을 햇볕에 엉덩이를 익혀 붉게 익어가는 감들이 매달린 감나무들, 너울대는 억새들도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앞좌석에서 연신 쫑알대는 1학년 꼬마들의 즐거운 목소리를 들으며 내 어린 날의 소풍을 떠올렸습니다. 소풍날이면 어김없이 아리랑 담배 두 갑을 사 주시던 아버지. 그 아버지만 잡수시던 귀한 달걀을 3개씩 싸 주시던 어머니. 시금치 무침과 멸치볶음이 든 네모난 도시락은 40년이 지났어도 신기할 정도로 또렷하게 생각났습니다. 가끔은 어머니가 소풍 간 곳까지 따라오셔서 즐거워했던 풍경이 그리워졌습니다.
6월 25일은 6.25전쟁 발발 59년이 되는 날입니다. 가르치는 나도 전쟁 이후의 세대입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겪지 않았지만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듣고 배웠던 통일의 당위성과 이념의 대결. 오늘의 우리 아이들은 특히 6.25 전쟁 자체가 생소합니다.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생각하기도 하니까요. 이제 겨우 아홉 살 2학년이지만 어떤 식으로든지 6.25 전쟁은 가르쳐야 할 주제임에 분명합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이념적 갈등에 빠져서 그 의미마저 가르치지 않는 것은 교육자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가나 교육청 단위로 특별한 지침도 없는 6.25 전쟁입니다. 특히 2009년 개정된 2학년 교육과정의 바른생활에서조차 언급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상식만이라도 가르쳤습니다. 2학년 수준에 맞게 쉬운 말로 접근했습니다. 나라의 소중함, 우리 꽃 무궁화 알고 그리기, 태극기의 의미(흰색 바탕은 밝음과 순수,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성을,건곤리감은 하늘과 땅, 물과 불을, 태극은 세상의 이치인 양과 음) 알고 그리기 등 입니다. 2학년 아이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노래이지만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배우게 하고
성격이 좋은 사람이 최고랍니다 "21세기형 글로벌 리더는 성격 좋은 사람이 최고입니다. 한 마디로 품격있는 리더십의 시대가 온 것입니다. 21세기 글로벌 기업에서는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에서 성장한 인재들이 모여 일하기 때문에 리더의 인품이 보다 중요해진다는 뜻입니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21세기에는 리더가 답을 줄 수 없기 때문에 그 모호함을 인정하고 참을성 있게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합니다. 지시와 통제는 되레 독이 될 수 있으니, 인품을 보여주는 리더가 성공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2008 글로벌 인재(HR)포럼에서, 세계적인 HR(인재)전문가 플래튼 왓슨와이어트 대표가 한 말입니다.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체험적으로 느끼는 것이 성격이나 성품이 좋은 아이들에게 호감이 가고 정이 가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교사로서 아이들의 성격에 따라 편애를 해서는 곤란하지만 교사도 사람이기에 그렇다는 뜻입니다. 공부를 잘 해도 까탈스럽거나 골을 잘 부리는 아이들보다 약간 수줍음이 있는 듯하면서 차분하고 겸손한 아이들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모둠 활동도 잘 하는 것을 봅니다. 그런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도 들어줄 줄
그리운 아이들-2005년 10월 7일 가을운동회 축하공연을 마친 산골분교 전교생 내 인생의 전환점 "교감선생님, 00분교 근무를 희망합니다." 몇 년 전 2월 말, 나는 돌발적인 선택을 했다. 학교 측의 만류가 심했지만 내 뜻을 관철했다. 학교라는 조직도 결국은 인간 관계의 도로망이 촘촘하게 얽혀있다. 그 해 여름 나는 그 도로 위에서 세련되지 못한 나의 처세술로 마음의 상처는 곪을 대로 곪아 있었다. 퇴직과 휴직 사이에서 내린 결론은 내가 숨쉴 배경만을 바꾸는 '일탈'을 선택했다. 3년 동안 가족을 떠나서 가장 단순하게, 느리게 살기를 원하며 자연과 아이들이 사랑을 나누는 지리산 아래 분교로 숨어 들었다. 아내를 멀리 두고 살아야 하는 남편의 불편함도, 어미의 손길이 필요했던 자식들보다도 내 영혼의 치유가 더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나는 나를 더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돌이켜 생각하면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탈'이었으며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자부한다. 새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고, 산을 닮아 깨끗하고 아름다운 아이들과 나눈 3년 동안의 속삭임을 글로 남기며 면벽 수도하는 수도승의 청빈한 삶을 흉내내며 살았
물가에 내놓은 아이들 "선생님, 00이 머리에서 피가 많이 나요!" 2교시 후 쉬는 시간,우리 반 아이들이 다급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다목적실로 허겁지겁 달려갔습니다. 00이는 머리에서 피를 뚝뚝 흘리면서 울고 있었습니다. 큰 사고가 난 듯하여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어쩌다 그랬니?" "00때문에 다쳤어요." 놀라서 우는 아이의 머리를 급하게 손으로 지혈시키면서 애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선생님, 00이가요, 00이랑 장난을 치다가 칠판 밑으로 들어가다 박았어요." 지혈은 시켰지만 꿰매려면 얼른 가까운 병원에 가야 했습니다.지혈을 하고 찬찬히 살펴보니 꿰매지 않아도 괜찮을 상처였습니다. 다급하게 달려온 1학년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지혈시키고 교실 바닥의 핏자국을 닦으면서 놀라고 당황한 가슴을 진정시키기 힘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원어민 강사 선생님이 오시지 않아서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가 벌어진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움직이는 시한폭탄입니다. 특히 남자 아이들의 장난은 천방지축 그 자체입니다. 한 순간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의 영어 교육을 위해 원어민 영어 선생님을 오시게 해서 일주
아침밥을 혼자 먹는 아이 "00이 아빠, 8시 40분이 지났는데 아직도 00이가 학교에 오지 않았습니다. 학교차가 기다려도 안 나왔답니다.집 안에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그래요? 학교차를 놓쳤나봅니다. 집에 전화 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00이는 아빠와 단 둘이 사는 아이입니다. 아빠가 아침밥을 지어놓고 일찍 일을 나가시기 때문에 중간에 깨워서 밥을 먹게 하고 학교차를 타야 합니다. 아직은 어린 2학년 꼬마가 빈 집에서 혼자 일어나서 홀로 밥을 먹고 학교에 오는 풍경을 생각하면 가슴이 시립니다. 가정불화로 집을 나간 엄마 이야기를 결코 말 하지 않는 아이의 마음속에 응어리진 아픔이 얼마나 클까요. 그래서인지 그 아인 2학년이지만 몸무게도 키도 작아서 1학년보다 어리게 보입니다. 제대로 밥을 못 먹고 다녀서인지 점심밥을 먹는 일도 힘겨워 합니다. 곁에 앉아서 이것저것 챙겨 먹여야 겨우 식사를 끝내는 아이, 늘 토하는 게 습관이 된 아이의 모습을 보면 슬픈 생각마저 들곤 합니다. 아이와 연락이 되었는지 아이 아빠의 전화는 포기 상태였습니다. "선생님, 오늘은 늦었으니 집에서 책을 보라고 했습니다." "안 되지요. 저 혼자 얼마나 심심하겠습니까? 그리고 점
2학년 12명 꼬마들이만든 조기와 서거하신 대통령 할아버지께 쓴 편지랍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이라던 아이들 5월 26일 방과후학교글쓰기 프로그램 시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1,2학년 17명에게 글쓰기를 지도하는 날이었습니다. 자기 소개서를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즐거웠던 일과 가장 슬펐던 일, 자기의 장점과 단점, 특기 등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공부를 하였습니다. 발표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자기 작품을 들고 나와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우리 반 재원이가 가장 슬펐던 날이 '대통령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일'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제 겨우 아홉 살 꼬마에게 그렇게 슬프게 각인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을 어떤 식으로든지 공부 시간에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들보다 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게 아픈 상처로 남았을 대통령의 서거 사건이니까요. 그래서 오늘 국민장을 치르는 날이라서 아침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바른생활 과목과 연계시켜서 시사 교육도 하고 죽음의 문제를 다루기로 했습니다. 먼저, 나라의 소중함을 알게 하기 위해 태극기 사용을 지도하기 위해 물어보았습니다. 태극기도 없는 아이들 "얘들아,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5월 하늘도 흐린 오늘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당신이기에 언젠가 꼭 봉하마을에 가서 당신의 손을 꼭 잡아보고 싶었습니다. 인간승리의 표본이셨기에 낮은 자리에 앉기를 즐겨하셨기에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셨기에 정치에는 그리 관심이 없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정직과 솔직함 아이들처럼 꾸밈없는 모습을 좋아했습니다. 권모술수가 넘치는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몇 장의 철판으로 얼굴과 얌심을 덮어야 했습니다. 인간은 아무도 완벽할 수도 없고 완벽하기도 어렵습니다. 도덕성과 진실이라는 방패에 흠이 갔어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 앞에 섰던 순간부터 스스로를 용서하셔야 했습니다. 죽음으로 진실을 말해야 하는 이 나라의 아픈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으셔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바라볼 의미로 남으실 수는 없었습니까? 노무현 대통령님! 내일 당장 우리 2학년 꼬마들에게 무슨 말로 가르쳐야 합니까? 자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이 나라의 현실을 생각할 때 나라의 최고 어른이신 대통령님이 선택한 그 길은 너무도 뼈아프고 안타깝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셔서 밀집모자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며 환경 운동을 펼치는 농부의 모습을 보
며칠 전,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오래 전에 가르친 제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합을 하듯 선물을 보내고 꽃을 보내는 바람에 조용히 돌아보는 마음으로 지내려는 나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스승의 날은 내가 교단에 처음 서던 날의 다짐과 열정에 나를 비추어보며 무디어진 자세를 가다듬고 여미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부모님과 아이들에게는 더 많이, 더 열심히 사랑하고 가르치겠노라는 다짐의 편지를 보내며 아무것도 가져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었지요. 오히려 속옷 하나라도 챙겨주며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 마음 곁에 가까이 가고 싶었습니다. 20년이 지났건만 변함없이 나를 찾아주는 제자들은 모두 6학년이었고 학교가 끝난 밤이면 내 방에 찾아와서 라면을 끓여 먹거나 책을 읽다가 함께 내 자취방에서 이불을 덮고 잠을 자곤 했던 추억 속의 아이들이었습니다.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조차 없었던 그때는 매달 학력평가를 보고 실과 시간이면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장의 잡초 제거 작업을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결혼을 할 때면 청에 못이겨 주례를 맡아주며 행복을 빌어주었습니다. 이제는 내 자식 못지않게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되어 그리운 이름으로 서로를 간직하고 살게 되었으
오늘 국어 시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학습 주제는 '일기의 글감을 찾아봅시다'였답니다.우리 2학년은 금년부터 개정된 교육과정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삽화로 제시된 그림도 산뜻하고 매우 친절하게 구성된 교과서가 여간 좋은 게 아니랍니다. 과정중심 글쓰기 정신을 살려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배우는 아이들에게 매우 친절하게 집필되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습관적으로 쓰는 일기, 선생님들도 습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며 지도하는 일기 쓰기 주제라서 좋은 답변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야말로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들만 내놓았습니다.아이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어서 슬픈 일도 일기 주제로 참 좋다는 예화를 들려주기로 했습니다. 바로 담임인 내 이야기를 말입니다. "선생님이 2학년 때 일인데 000 일이 있어서 매우 슬펐어요. 나는 지금도 그 때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파요."그랬더니, 아이들의 입에서 '할아버지의 죽음' '엄마와의 이별' '추억'이라는 낱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재적수의 절반인 6명이 다문화 가정이고 나머지 30%인 4명도 한부모 가정이라 양쪽 부모가 다 있는 집은 두 아이뿐인 가엾은 이 아이들. 그래서인지 발표 시간이면 기
"삶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로 시작하는 법정 스님의 최신작 '아름다운 마무리'는 가르침이 많은 책이다. 소유의 시대를 향해 소금 같은 언어로 시대를 밝히는 금언들로 가득 찼다.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클래식 음악이나'Angel of the morning'을 들으며 독서하는 아침의 행복을 사랑한다. 아침 시간만큼은 그 어떤 것의 유혹으로부터도 자유롭기를 갈망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급한 공문도, 다른 선생님과 차 한 잔의 여유마저도 포기하지 않으면 달아나버리는 귀한 시간이다. 분분하게 내리는 눈발에 덮인 청정한 월출산의 장엄함을 바라보며, 그 산의 장엄한 삶을 한 귀퉁이라도 따라 살 수 있기를 바라며 나도 아이들도 정신의 스승을 찾아 좋은 책이 주는 말없는 가르침 앞에 겸손해지는 아침. 즐겨 듣는 음악의 제목처럼 아침의 천사는 바로 우리 아이들이다. 만 대 이상 내려온 조상의 음덕과 자연의 순리 앞에 생명으로 피어난 이 아이들이야말로 아침의 천사이다. 저 월출산과 함께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가기를 바라며 오늘도 변함없이 책으로 아침을 연다. 이제 이 아이들과 남은 시간도 20여 일뿐이다. 이젠 아름다운 마무리를 향해 마지막
-양감을 기르는 적용 학습이 중요해요- 어제는 수학 시간에 거리 재기를 공부했습니다. 발걸음과 양 팔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길이를 재는 공부였습니다. 교실에 있는 물건의 길이를 어림 짐작한 것과 실지 길이의 차가 가장 작은 모둠에게 포인트를 주는 재미있는 놀이를 통하여 아이들의 양감을 측정해보며 참 재미있게 공부했지요. 양감을 길러주기 위해서 실제로 재어보는 공부를 자주, 많이 하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길이재기의 마지막 차시는 '실생활에 적용하여 봅시다'입니다. 운동장에 나가서 구령대에서 교문까지 거리를 어림 짐작한 다음, 실제로 재어보고 가장 차가 적은 모둠에 포인트를 주는 수학 게임을 했습니다. 날씨도 화창하고 좋아서 운동장에서 수학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즐거움에 찼습니다. 발로 재는 아이, 팔 길이로 재는 아이, 나름대로 자기만의 방법을 총동원하여 열심히 재는 아이들. 현민이는 자기 발로 재다가 몇번이나 헤아린 숫자를 놓쳐서 다시 돌아가 재는 모습에 다른 아이들은 깔깔대며 웃었지요. 은비는 제법 체계를 갖춰 재는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책에다 발걸음이 10번이 될 때마다 기록을 하여 수학 책이 온통 숫자로 꽉찼습니다. 인재는 자기 팔 길이로 잰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