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말이 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부른다는 뜻으로 남을 속이기 위해 옳고 그름을 바꾸고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어 강압으로 인정하게 할 때 빗대는 표현이다. 일본 정부의 치밀한 외교 전략 봄의 합창이 한창인 이때 이 말을 떠올리게 된 것은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내용을 담은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통과와 ‘임나일본부설’까지 정설로 활용해 연례행사처럼 역사 왜곡에 열을 올리는 일본 정부의 편향된 역사의식을 접하면서다. 이런 일본 정부 우경화는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한 이후 파죽지세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그는 패전 후 만들어진 평화헌법 제9조 개정을 통해 또 다른 패권 국가를 꿈꾸고 있다. 일본의 야심을 보면서 ‘징비록’을 떠올려 본다. 징비록은 전시 재상 류성룡이 관직에서 물러나 임진왜란 7년 동안 조정에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책으로 ‘내가 스스로 반성해 후환을 대비한다’는 뜻이다. 아이러니한 일은 이 책이 숙종 때인 1695년 일본에서 번역 출간됐는데 일본을 방문한 조선 사신이 이 사실을 알고 조정에 보고하자 서인(西人) 정권이던 조정은 징비록을 금서로 지정했다. 이와 함께 류성룡에 대한 평가도 사실상 ‘금기
2015-04-20 13:55장애학생들에게 문화예술은 매우 흥미로운 아이템이자 진로희망으로 큰 가치를 가진다. 장애학생들의 정규교과 대비 문화예술 수업에 대한 선호도는 80% 이상으로 높은 만큼 문화예술 분야 과목이 장애학생들의 팍팍한 학교생활에 돌파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견에 부딪혀 초보단계 못 벗어나 그럼에도 장애학생이 학교현장에서 직면하는 문화예술교육의 모습은 초보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주당 수업 빈도가 음악, 미술의 경우 1∼2시간에 불과하고 수업내용도 악기연주와 그리기, 만들기 등 정형화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강사의 구성을 보더라도 장애학생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특수교사는 문화예술 영역에 대한 전문성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고, 외부강사의 경우 전문성은 높으나 장애학생 하나하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한 특수교사와 외부강사가 함께 수업을 하는 경우도 서로 갈등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아 상황이 용이하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제4차 특수교육발전5개년계획에서 장애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기 위한 방과후학교 운영 강화에 대한 방안이 논의된 바 있지만 예술 동아리 지원이나 지역사회 자원 활용 및 연계 프로그램 운영…
2015-04-20 13:54학기 초가 되면 고입, 대입 설명회를 쫓아다니는 사람이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특목고, 평가원, 언론, 대학 등 여러 교육 관련 기관에서 주관하는 입시설명회를 다닌다. ‘미로 찾기’ 보다 어려운 현 입시제도 매번 맨 앞자리를 도맡아 설명을 듣고 연신 기록을 한다. 심지어 PT자료를 촬영하려 휴대전화를 들어 올리는 바람에 뒷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얼핏 극성스러운 학부모의 이야기로 들릴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교사의 이야기다. 현장에서 아이들의 입시를 책임져야 할 중3, 고3 담임들의 이야기다. 올해도 겨울부터 학부모님 전화를 숱하게 받았다. “선생님. ABC로 나온 절대평가의 점수가 같으면 어떻게 변별하나요?”, “자기소개서에 써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은 뭔가요?”, “이제 고1 올라가는 데 대입 제도가 또 바뀌나요?”, “대입시에서 입학사정관 제도가 없어졌나요?”, “학생부전형은 뭐고, 학생부종합전형은 뭡니까?”, “우리 아이는 한국사를 보나요?”, “영어 절대평가는 언제부터인가요?” 등. 이쯤 되면 머리에 쥐가 난다. 나 역시 입시 변화에 대해 아는 것이 질문해 온 학부모와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모를 가장해 입시
2015-04-13 09:16교감은 정말 힘든 자리다. 선생님으로부터 치이고 위로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치인다. 이들 간 서로 의견이 상충될 때는 정말 힘들다. 잠을 설칠 정도로 고민 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교감이 힘든 이유다. 의견 상충 때 조정 역할 힘들어 교감이 된 첫해 학교에 부임하니 교장선생님과 여러 선생님들 간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한 선생님이 3학년 담임을 원하는데 교장선생님은 배정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안하길 ‘선생님을 3학년 담임을 시킵시다. 대신 제가 열심히 그 반을 챙겨보겠습니다. 3학년 부장선생님께 부탁을 드려 협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니 교장선생님께서 허락했다. 그러고 나니 교무실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선생님들의 불평이 잦아들었다. 만약 교감이 교장 편에 서서 담임을 원하시는 선생님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1년 내내 잡음이 들리고 시끄러웠을 것이다. 교감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 교무실 분위기를 평화롭게 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난 척 하면 안 되고 앞서도 안 된다. 교장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교감이 협력하지 않으면 그 때부터 학교는 잘 돌아가지
2015-04-13 09:14현재 고교에 재학 중인 1·2·3학년은 수능 시험을 각각 다르게 치른다. 고3은 올해 11월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은 A/B형 수준별 수능으로, 영어는 통합형, 탐구 영역은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각각 최대 2과목을 선택한다. 2015학년도와 동일한 수능 제도다. 수험생, 교사 배려하지 못한 교육부 3학년과 달리 2017학년도 수능 대상인 고2는 한국사 필수 첫 세대여서 한국사를 필수로 치러야 한다. 국어도 영어와 같이 종전 수준별에서 통합형으로 바뀐다. 수학은 명칭이 가/나형으로 바뀌고, 탐구는 2016학년도와 방식이 동일하다. 2018학년도 수능을 치를 고1은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다. 이러다보니 현재 고교에서 진학 지도를 하는 교사들은 혼란스럽다. 전국연합모의평가 날에는 한 학교에서 학년별로 전혀 다른 방식의 시험이 진행되는 초유의 경험을 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에만 있지 않다. 학생들의 내신 제도도 다르다. 1·2학년은 새로 도입된 성취평가제를 실시하고, 3학년은 9등급제를 실시한다. 절대평가 방식과 상대평가 방식이 공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부에 내신 기재와 산출 방법도 다르다. 이유는 고교 1·2학년은 2009 개정 교과 교육과정 대상이고, 고교 3
2015-04-06 09:20교육부가 지난달 26일 제1차 ‘교육개혁 추진 협의회’를 개최했다. 교육개혁은 입시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고, 산업과 사회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을 실시하며,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교·산업 간 미스매치 해결 가능 교육부는 개혁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선정한 5대 핵심개혁 과제에 자유학기제 확산, 공교육정상화 추진, 지방교육재정 개혁, 산업수요 맞춤형 인력양성, 일·학습병행제 도입·확산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일·학습병행제 도입·확산의 경우 학교교육과 산업현장의 직무 간 ‘미스매치’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 직업교육의 형태는 실업계공고, 마이스터고, 전문대학, 폴리텍대학 등이 담당하고 있지만, 현장 실무와 거리감이 있는 커리큘럼과 학습 등의 문제로 실제 취업 후 현장을 벗어나는 일들이 비일비재 하다. 고용부 발표에 의하면 대학을 졸업하기위해 교육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에서는 여전히 직업교육훈련을 통해 양성된 인력을 신뢰하지 못해 신입직원 재교육에만 연간 13조 원 넘게 쏟아 붓고 있다. 청년 고용률도 30%대로 떨어지는 등 산업현장의 직무와 학교교육의
2015-04-06 09:19교직, 27년째다. 그 많은 세월 교단을 지키면서 가장 큰 슬픔은 두 여학생이 스스로 삶을 마감한 사건이었다. 한 여학생은 재직한 학교에서였다. 평소 밝게 웃는 편이었지만 시험을 얼마 남기지 않고 우울증을 이기지 못해 생을 마감했다. 또 다른 슬픔은 이웃에 있는 여중생이었다. 둘 다 ‘공부와 성적’이 죽음의 원인자(原因子)였다. 초‧중‧고등 교육 전반적 변혁을 이런 죽음을 목도할 때마다 나 자신에게 묻는 한 가지는 ‘학생들이 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데 왜 교육을 바꾸지 않는가’였다. 학생 자살의 가장 큰 이유는 ‘가정불화’, ‘친구관계’이긴 하나 ‘성적 경쟁’과 이로 비롯되는 학생들의 ‘학업 부담’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과연 부정적 교육 프레임을 변화시킬 수 없는가. 초중등 교육에서 성적 순위보다는 ‘핀란드형 평가’ 제도 도입이 어떨까. 현재 우리의 중·고교 평가는 중간, 기말고사로 나눠져 있는데 대부분 평가 결과는 순위가 매겨지고 이는 공개되기 마련이다. 교사나 학부모는 학생들을 성적프레임에 가두고 선입견을 둔다. 일절 다른 특기나 재능이 묻혀버리는 학교 토양이다. 때문에 음악이나 미술, 체육 교과를 아무리 잘
2015-03-30 09:08지난 2월 어느 날 아침, 학교 복도에서 마주친 한 2학년 아이가 존경한다는 말과 함께 공손히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교장선생님, 할 말이 있는데요”하면서 주변을 살피기에 아이 가까이 귀를 댔다. 아이가 말하길 “교장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을 정하는 거라고 들었는데 내년에도 지금 우리 선생님을 꼭 담임되게 해주세요. 꼭요”라고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건 여러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결정하는 것이지 내 맘대로 하는 건 아니라고 알려줬다. 그래도 그 아이는 거듭 부탁을 했다. 다음 날 아침, 빙판길을 달리는 통학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또 다른 2학년 아이가 나를 발견하더니 색종이 봉투를 건넸다. 그 아이는 전날 복도에서 만난 아이와 같은 반이었고, 건네준 편지에는 역시나 같은 부탁이 담겼다. 또 다시 행복한 고민이 시작되면서 해당 2학년 담임선생님의 감동적인 모습들이 스쳐지나갔다. 학부모 공개 수업 날, 학부모들에게 내 반 아이들의 생생한 모습을 전해주고자 새벽 2시까지 작업했다는 동영상 자료, 5명의 다문화 학생들을 위해 전날 퇴근해서 시장을 돌며 준비한 재료로 아이들과 월남쌈을 만들던 모습, 베트남에서 온 학부모를 위해 학교생활 안내서를 인터넷
2015-03-30 09:07수학여행(修學旅行)의 사전적 의미는 ‘학생들이 실제 경험을 통해 지식을 넓히기 위한 학습 활동의 하나로 교사의 인솔 아래 실시하는 여행’이라고 돼 있다. 예전의 수학여행은 학교에서 정한 일정표에 따라 학년 단위로 움직이는 관람 중심의 여행으로, 이 같은 수학여행 본래 취지를 기대할 수 없었다. 더욱이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가족여행이 많아졌고 일부 학교에서는 경비를 들이더라도 외국으로 수학여행을 보내는 경우도 생겼다. 이 같이 수학여행에 대한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단양고가 동아리별로 실시하는 소규모 체험학습은 좋은 경험이 됐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이뤄진 네 차례의 체험학습을 경험한 고교생 학부모로서 체험학습은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생각한다. 단양고 동아리 수학여행의 특징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따라 활동하는 자율적인 동아리활동의 연장선에서 이뤄진다는 점, 그리고 동아리 학생들 스스로가 계획하고 실행하는 체험학습으로 모두가 즐거워하고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비슷한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들끼리 자신들의 진로에 대해 탐색하고 체험하며 수학여행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고, 아이들도 무척 좋아하는 만족도 높은 행사가 되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
2015-03-30 09:06잡무, ‘교육전문직’ 칭호 등 교사 전문성 해치는 주범 그럼에도 결국 떠오르는 건 ‘내가 변해야 세상도 변해’ 최근 새 학년을 맞아 몸단장을 하러 미용실에 들렀다가 옆 자리에서 여성 둘이 나누는 말을 듣게 됐다. ‘이번에는 젊은 남자 선생님이 우리 애 담임이 되면 좋겠어.’ ‘나는 남자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여자라도 나이든 사람만 아니면 좋겠어.’ 나는 그 사람들에게 왜 그런지 묻고 싶었다. 그렇지만 꾹 참고 내 자신을 돌아봤다. 나이가 들었다고 권위적이지는 않았는지. 새로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는지. 머리카락이 중요한 게 아니라, 머리카락 밑에 있는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더 주목해야 하는 건 아닌지 등. 그리고 교사의 전문성에 대해 생각했다. 아무리 내가 초등교육 전문가라고 생각해도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서글펐다. 고은 선생의 시집 '순간의 꽃'에 이런 시구가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그 꽃.’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 내려오는 경력 교사는 볼 수 있음을 그 학부모들은 알지 못한다. 삶이 무엇인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무엇에 복종하고 무엇에 분노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2015-03-30 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