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의 닻이 올랐다. 교육부 장관의 오랜 공백과 함께, 여소야대 형국에서 열리는 이번 국회 상황을 보는 국민의 우려는 크다. 상생의 교육협치보다는 피아 구분의 교육정쟁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교육 문제가 컸다는 점에서 야당은 교육을 놓고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게 뻔하다. 돌이켜 보면, 지난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유독 교육 분야에서 적지 않은 국민적 혼란과 갈등이 표출됐다. 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교육부 폐지 논란 등 교육 홀대론이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 예견됐다. 교육 거버넌스의 기본 축인 교육부 장관의 도덕성 문제가 계속해 도마에 오르고, 또 교육수장의 공백도 길어졌다. 정통 교육 관료가 아닌 국무총리실 인사가 차관으로 직무를 대신하면서, 굵직한 교육현안의 책임 있는 추진은 불가능했다. 위상과 역할이 모호해진 대통령실의 교육정무라인 역시 현안을 적극적으로 풀어가기보다는 수세적 방어에만 급급했다. 초유의장관 없는 국감 급기야 논란 끝에 임명된 교육부 장관의 설익은 만 5세 취학연령 조기 입학 강행 방침으로 국정운영의 기반마저 크게 흔들렸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공식 출범
2022-09-26 08:50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해당 영상을 촬영해 SNS에 게시, 웃통을 벗고 수업을 받은 학생 3명 중 2명은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경찰 수사 결과 여교사를 촬영한 사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형사처벌은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친구를 때리고 교사를 협박해 공포의 교실로 만든 초등학생 사건, 싸움을 말리던 교사에게 흉기를 들이댄 경기 초등학생 사건에 연이어 발생하다 보니 충격과 파장이 더 컸다. ‘새롭지도 않다’, ‘안타까운 교실 현실을 그대로 확인한 또 하나의 사례다’라는 반응 또한 많았다. 법안 통과 분위기 무르익어 늘 교권 사건이 이슈화되면 나타나는 안타까운 결말이 있다. 가·피해자 중심의 자극적 사건 보도와 함께 원인진단과 해결책을 제시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것이다. 이번만은 그러지 않아야 한다. 분위기도 좋다. 국회 교육위 국민의 힘 이태규 의원은 교총과의 협의를 거쳐 지난달 18일 생활지도법안이 담긴 초·중등교육법과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국회 교육의원도 5일, 교원의 생활 지도 권한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여·야가…
2022-09-19 09:10학생들의 기초학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1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중3과 고2 학생들의 주요 과목 학력이 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낮았다. 교육양극화의 심화는 물론이다. 지난 10년간 사실상 방치된 학력 교육계 밖에서는 학력 저하의 주된 이유로 코로나19를 든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달리 본다. 이미 오래전부터 ‘학력 붕괴’가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지난 10년간 14개 시도교육청을 오로지한 진보교육감들의 학력 등한시 정책이 빚은 결과라는 것이다. 이들은 학력 신장이라는 교육의 기본 책무보다는 민주·인권·노동·마을공동체 등 가치 편향의 실천 교육을 강조해 왔다. 동조하는 일부 교원노조들은 기초학력진단과 학업성취도 평가를 ‘한 줄 세우기식 일제고사’라고 폄훼하며, 교육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정상적인 평가 마저 거의 폐기토록 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이명박 정부 때 전국 모든 학생이 치르는 전수방식이었다가 박근혜 정부 때 초등학생이 제외됐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180도 달라졌다. 중3과 고2 학생 가운데 극소수인 3%만 표본으로 뽑아 평가한 것이
2022-09-04 07:49정확히 20년 걸렸다. 2001년 당시 이군현 한국교총 회장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교육정책을 바로잡고, 탈정치·탈당파적 공론화의 장을 만들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이른바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것이다. 사회적으로 상당한 공감을 얻었고, 이후 이회창·노무현 대통령 후보에서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모든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웠다. 뒤집어보면 대한민국 교육이 얼마나 일관성이 없이 오락가락해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 정책 공약인 것이다. 각고 끝에 지난해 7월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지난달 21일에 공식 출범했어야 할 국가교육위는 여전히 삐거덕거리고 있다. 가뜩이나 교육부 장관 인선 논란과 만5세 취학연령 하향 등 정책혼선이 가중된 상태에서 교육거버넌스의 부재는 정권의 존립 기반 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20년만의 결실, 공염불 돼선 안 돼 새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지만 교육을 둘러싼 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부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발을 산 만 5세 취학연령 하향 등 학제 개편을 강행하려 했다. 일부 소수의 독선으로 대한민국의 교육 시계를 바꾸려 했던 것이다. 교육 혼란
2022-08-29 08:18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20만 명에 육박한 가운데 개학을 맞이했다. 학생 건강을 지키며 교육해야 하는 학교의 부담은 크다. 이번 방학은 그야말로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폭우는 176개 교육시설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큰 피해를 남겼다. 교육부 업무보고 과정에서 불쑥 나온 만 5세 취학을 골자로 한 학제 개편안은 불쾌 지수를 높였다. 교육부 장관 사퇴와 교육비서관 교체가 있었지만, 아직도 정책 형성과정 어디서 잘못이 비롯된 것인지 알 수조차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다. 이제 이런 잘못과 실패는 없어야 한다. 신임 교육부 장관은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가 돼야 한다. 입은 작고 귀는 큰 장관, 인기보다는 현장 애환 해소에 관심이 큰 장관, 교육개혁이나 혁신 같은 거창한 이슈보다는 교사의 목소리를 먼저 듣는 장관이었으면 한다. 학제 개편에 가린 교권 침해 이슈 폐기된 학제 개편 논란이 더 아쉬운 것은 생활지도법 마련 등 국가적 교권 보호 시스템 필요성이 한창 이슈화되던 시점에 터졌다는 점이다. 학교와 교원의 어려움을 국민과 정부, 정치권에 제대로 알려 교권 보호 시스템을 더 강화할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갑자기 터진 학제 개편 논란으로 생활지도법 이슈
2022-08-21 08:03지난 8일, 박순애 교육부장관이 취임 35일만에 사퇴했다. 취임 전부터 음주운전 경력 등의 논란에 흔들린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한 소위 ‘한 방 카드’가 자충수가 됐다. 만 5세 취학연령 하향이 그것이다. 교육거버넌스의 총체적 부실이 주된 원인이다. 교육 비전문가 일변도로 주도되고 있는 교육거버넌스 구조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취학 연량 하향 같은 메가톤급 이슈에 대한민국이 흔들리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비전문가 외부 수혈의 한계 돌이켜 보면, 새 정부 초기 인수위 시절부터 ‘교육’은 ‘과학’과 ‘기술’보다 후순위에 놓인 과학기술교육분과위에서 명맥만 유지했다. 그 가운데 논의된 정책마저도 교육부 폐지, 대학 관련 업무의 과학기술부 이관 등 교육을 등한시하는 것들이었다. 강물에 빠질 뻔한 교육부를 겨우 건져내긴 했지만, 김인철 교육부총리 후보자의 자진 낙마로 휘청했다. 이어, 국회 청문회를 생략한 채 박순애 부총리 임명을 강행했지만, 두 번의 ‘실격 처리’는 결국 정권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하는 악수가 됐다. 더욱이 교육부 차관과 차관보 역시 교육 관료가 아닌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에서 수혈해 온 외부인사다. 지난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만
2022-08-15 09:48교육부가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취학연령을 만6세에서 만5세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동의 발달이 빨라졌고,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대응해 입직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지만 사회적 반발이 거세다. 교총을 비롯한 교육계는 즉각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고,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교육이 실종된 교육개혁 이번 초등 취학연령 하향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교육정책은 국가백년대계라는 말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로 촉발된 논란은 불과 나흘만에 무수한 수정과 번복, 대통령실과 장관, 차관의 엇박자 발언으로 심각한 정책 불신만 남겼다. 이는 유아교육이 초등교육과 매우 다른 형태로 운영되는 특성을 정확히 알지 못해 발생한 실책으로 평가된다. 만5세 누리과정은 유아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해 놀이 중심으로 운영된다.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을 명확히 나누지 않고, 교실 환경도 정형화하지 않는다. 이는 ‘교과교육’과 ‘창의적체험활동’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학습과 쉬는 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며, 정해진 자리에 앉아 공부하는 초등 교육과정과는 분명히 다른 지점이다. 이처럼 누리과정과 초등 교육과정은 아동 발달 단계에
2022-08-08 08:55교원연구비는 교원지위법의 교원 전문성 신장과 교원 보수 특별 우대 정신에 따라 동법 시행령에 근거를 두고 지급되는 연구지원 비용이다. 국립학교 교원의 교원연구비는 교육부장관, 공사립학교는 해당 지역의 교육감이 교육부와 시도별 관련 규정 또는 지침에 따라 지급기준을 정해 지급한다. 기준 제각각…타당성 없어 교육부가 관할하는 국립 유·초등 교원의 교원연구비는 경력 5년 이상 교원 5만5000원, 5년 미만 교원 7만 원, 보직교사 및 수석교사 6만 원, 교감 6만5000원, 교장 7만5000원이다. 중등의 경우 5년 미만 교원 7만5000원, 5년 이상 교원은 직위나 보직 구분 없이 6만 원으로 정해져 있다. 공·사립교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이 교육부와 같은 기준에 따라 교원연구비를 지급한다. 그러나 경기도의 경우 중등 교원에게는 일괄 5만5000원을 지급하고, 전남에서는 5년 미만 중학교 교원에게는 7만5000원, 고등학교 교원에게는 6만 원을 지급하는 등 별도 기준을 적용한다. 제주도도 5년 이상 중등 교원은 5만 5000원, 5년 미만 교원에게는 7만 원을 지급해 교육부 기준과 다르다. 이처럼 교원연구비는 학교급, 경력, 직위, 보직에 따
2022-07-24 08:51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방과 후 교육활동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초등 전일제학교’ 운영을 내걸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최근 초등 전일제학교 지원법안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초등 전일제학교는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어 안정적 운영을 꾀하고, 교육청과 지자체를 끌어들여 부담을 나누는 게 골자였다. 명칭만 다를 뿐, 기존 방과 후 과정을 확대하되 학교가 전부 떠맡기는 버거우니 운영 주체를 다변화하자는 것에 불과했다. 초등 전일제학교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나 법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현행 방과 후 과정에 대한 숙의 없이 확대 논의가 시작돼 현장 교원들은 심란하다. 현 제도에 대한 반성적 검토부터 사교육비 경감과 보육이 국가적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대상이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기관인 학교에 돌봄과 방과후학교를 떠넘겨 부작용만 노출했다. 학교 본연의 교육활동은 저해되고, 노무 갈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방과후학교는 특기 적성 계발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철저히 학생 수에 연동하는 수익구조와 학교의 물리적 여건에 따라 존폐가 결정되는 비정상적 운영으로 변질됐다. 소규모 학
2022-07-18 08:30최근 일어난 일련의 교권 사건은 ‘참담’ 그 자체다. 울산 고1 학생에 의한 교사 폭행 사건, 그리고 전북 초등학생의 상상을 초월한 학교폭력과 교권 침해사건에 이어 경기도에서는 초등학생의 담임교사 흉기 위협사건까지 발생했다. 오죽하면 40대 초반 교사조차 ‘조기 명퇴’를 고민한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이 같은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자는 학생 깨웠다가 아동학대로 경찰 조사받고, 수업 중 계속 떠드는 아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쳤다가 정서학대 혐의를 받는 세상 아닌가. 자는 학생 깨웠다가 조사받는 세상 왜곡된 인권 의식의 싹이 무럭무럭 자라게 한 이들은 지금 아무도 교실 현실에 관심 갖거나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오직 교실에서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수업하고자 애쓰는 교사의 애절함만 있을 뿐이다. 권리는 의무와 책임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말을 모르는 아이들은 수업을 방해하고 학칙을 어겨도 선생님이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의 문제행동은 외면한 채 교사의 잘못된 교육방식과 지도로 생긴 일이라며 민원과 언론제보로 맞선다. 교육 당국은 상벌점제도를 없애고, 장기체험학습을 떠난 학생 가족의 안부를 일
2022-07-10 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