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폴폴 내려, 유난히도 예쁘게 나무마다 눈꽃이 피어난 날이었다. “책읽어주기 운동본부에서 ‘책 읽어주는 입학식’ 행사를 하는데, 강의를 하나 맡아주셨으면 합니다”라는 전화를 받았다. 강연 주제는 ‘책 읽는 가족 이야기’. 강연 날짜도 촉박한데 큰 생각도 없이 선뜻 강의를 맡았다. 충분한 시간과 환경 중요해 막상 강연을 준비하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교사로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줬고, 그림책을 활용한 수업도 수도 없이 했다. 그런데 막상 강연을 준비하려니 막막하기도 하고, ‘그저 딸들에게 책을 읽어준 것뿐인데, 이게 무슨 강연이 되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한참을 고민하다 고등학생 큰딸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빠 엄마가 정말 많은 책을 읽어주었고, 너도 엄청난 양의 책을 읽었잖아? 그래서 좋은 점이 뭐야?” 아이의 답은 놀라웠다. “글자로 쓰인 것은 일단 읽고 싶고, 나도 모르게 읽게 되는 ‘읽기본능’이 생긴 것 같아요. 박물관 안내도 다 읽게 되고, 길거리 간판과 안내문뿐만 아니라 외국어 모의고사 지문도 읽는 재미가 생겼어요. 상식과 어휘력이 풍부해지는 것은 당연하고, 다양한 생각과 주제를 받아들이는 힘이 커졌달까?” 그저 책을 읽어만
2024-03-18 09:10대한민국 교육 역사에서 사학의 역할이 지대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확산, 자주·자강 교육의 산실이었고, 해방 이후 가난의 대물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부모들의 여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1960년대 세계 최빈국이 지금의 위치에 서기까지 그 역할이 매우 컸다. 그러나 합계출산율 0.6명대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사학은 인적·재정적 위기에 봉착했다. 출산율 극복을 위해 각종 교육·복지·사회적 대책이 쏟아지고 있으나 교육의 한 축을 담당했던 사립학교와 교원은 제도적 사각지대로 버려두는 형편이다. 그동안 사학에 대한 정부 정책은 규제 일변도였다. 중학교 의무교육, 고교평준화와 무상교육 정책에 사학을 강제 편입시켜 학생선발·수업료·건학이념구현·학교법인 구성 등에 규제는 물론이거니와 교육과정편성, 교원처우 등에 대해서도 상황에 따라 이중적 잣대를 들이밀어 왔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가장 급한 것은 학생 수 격감에 따른 사립 교원의 신분보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교원은 국가 주도의 목적형 대학을 통해 배출되고 있다. 아울러 헌법에서 명시한 국가 교육의무를 실현하는 주체로서 사립 초·중등 교원에 대한 복무와 보수를 국가의 책임과 의무
2024-03-18 09:10이야기는 힘이 세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우리 뇌에 비밀이 있습니다. 뇌는 ‘특별한 바보’입니다. 제가 붙인 별명입니다. 저는 강의 중에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드라마는 어떤 드라마인가요?’라는 질문을 하곤 합니다. 사전 예고나 설명 없이 던지는 질문에 뭔가 말하려다 말고 다들 저를 멀뚱히 쳐다보기만 합니다. 간혹 ‘막장 드라마요’라고 대답하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답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죠. 제가 ‘바로 내가 보는 드라마입니다’라고 말하면 다들 맥없이 웃습니다. 맞는 말 같기는 한데 답이 시답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틀린 말이 아닙니다. 아무리 재미있다고 소문난 드라마라고 해도 내가 보지 않으면 재미없습니다. 또 보기 시작하면 이어지는 이야기에 빠져 계속 보게 됩니다. 그러니 제 말은 틀린 게 아닙니다. 재미있는 걸 좋아하는 뇌 우리의 뇌는 재미있는 걸 아주 좋아합니다. 재미있는 놀이, 재미있는 이야기, 심지어는 공부도 재미있게 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아이들의 뇌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중독을 겪기도 합니다. 중독이란 ‘뇌가 어떤 일의 재미에 지나치게 빠져 삶의 균형을 잃은 상태’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게임
2024-03-14 17:18심각해진 교권 침해가 우려돼 민간 보험에 가입하는 교사가 매년 급증하면서, 최근 5년 사이에 무려 5배 이상 늘어났다. 매년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따른 소송이 급증하고 있지만, 국가가 선생님의 안전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교권 침해 늘 주위에 도사려 국회에 보고된 A의원의 수집자료에 따르면, 작년 연말까지 교권 보험에 가입한 교사 수는 1만 명에 육박한다. 보험금을 받은 대표적인 교권 침해 사례를 분석해보면, 지시 불응 및 위협이 39건이었으며, 폭언(21건), 명예훼손(18건), 성희롱(8건), 폭행(8건) 순이었다. 특히 전체의 95.7%(91건)는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였다. 정말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교권 침해에도 반드시 ‘최적의 시간’이 존재한다. 사건 발생 시 사안의 심각성을 즉시 인지하고 올바르게 대처해야 더 큰 화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잘못이 없으니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되지 않겠지?”하고 단순하게 상황에 대처했다가 회복할 수 없는 어려움에 부닥치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봤다. 특히 학부모에 의한 교원 대상 고소, 고발 사건이나 정서 학대, 성희롱 등…
2024-03-11 09:10학생들이 교사를 부모처럼 생각하거나 친구같이 여기는 것이 관계 맺기의 시작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필요하다. 교과 담당으로서 또는 학급담임으로서 아이들 학교생활에 대해 작은 것부터 세밀하게 신경 써야 한다. 정기적 대화로 유대관계 형성해야 교사는 학생 성장 과정에서의 신체 변화를 인지하고 학습 분위기를 역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학생 중에는 학교에 나오는 것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으며 공부에 흥미를 잃거나 친구, 가족과 싸우기도 한다. 쉽게 우울해지기도 하고 그냥 앉아서 멍하게 있거나 잠만 자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럴 때 교사는 눈을 마주 보고 ‘요즘 어때?’ ‘혹시 무슨 문제 있어?’ ‘어떻게 하면 좀 더 기분이 좋아지겠어?’와 같은 질문이 필요하다. ‘예’ ‘아니오’ 같은 단답형 대답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도록 유도하면 힘들게 세상나기 하는 학생들에게 심폐소생술 효과를 발휘한다. 어려움에 처한 학생이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한다면 학교생활이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그 영향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자퇴로 인해 학교 밖 청소년으로 신분이 바꾸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학생들과…
2024-03-11 09:10새 학기 준비에 여념이 없던 지난달 27일, 기쁘고도 슬픈 소식이 들렸다. 故 서이초 교사와 출근길에 흉악범죄에 희생된 서울 신림동 둘레길 희생 교사에 대해 순직이 인정된 것이다. 당연한 결정이지만 막상 순직이 인정되니 눈물과 함성이 교차했다. 고인의 한과 유족의 슬픔이 다소나마 위안을 받기를 바란다. 반면 안타깝게도전북 무녀도초 교사의 순직은 인정되지 않았다. 또 2022년 부적응 학생의 생활지도, 학부모 민원 업무 폭증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과로로 학교 내에서 사망한 고숙이 교감 선생님의 재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이외에도 순직 심의를 앞둔 사건이 많다. 두 교사의 순직 심의 과정을 거치면서 교직 사회는 순직 심의가 쉽지 않다는 것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교총이 제22대 총선과 새 학기를 맞아 발표한 교권 11대 핵심 정책 중 하나가 ‘교원 순직인정 제도 절차 개선’이다.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양한 이유로 안타까운 교원의 사망이 늘고 있지만, 여타 공무원보다 순직 인정 비율이 낮다. 특히 자살 교원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공무원재해보상법에 따라 ‘담당 공무수행이 원인이 되어
2024-03-11 09:10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는 것도 교사의 역할이다.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하다보면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을 지적하면서 지도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모르는 척 넘어 가볼까?’ 생각하기도 한다. 아동학대나 학교폭력 사안으로 변질되기도 하는 생활지도. 생활지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법을 소개한다. 1. 라포 형성 학생들과 학년 초부터 라포를 형성해 둬야 한다. 학생들의 성향을 파악해 두고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평소 대화를 통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확인한다. 학급의 분위기도 반마다 다르다. 모든 일은 관계가 틀어지면서 발생한다. 관계가 좋은 상황에는 문제가 되지 않다가도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하면 별것 아닌 일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학급 운영이나 수업을 진행할 때는 학생들과 함께 규칙을 만들고 일관성 있게 지도해야 한다. 이번에는 이렇게 했으면 다음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처해야 한다. 학생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지도를 하는데 라포 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좋은 관계는 수업을 진행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2. 학생 사안 처리 절차 파악 생활지도를 할 때 필요한 것이
2024-03-11 09:00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하면 무엇보다 당사자는 매우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턱대고 밖으로 드러내기도 힘들뿐더러 학교에 신고해도 속 시원한 해결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사건 자체를 축소하려는 분위기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문제가 해결돼도 심리적 아픔은 쉽게 치료될 수 없다. 앞으로는 교권침해 사건을 겪었을 때 이에 대한 신고 및 심리상담, 법률지원, 교원보호공제사업 등에 대해 체계적인 안내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전화로 ‘1395’를 누르면 된다. 각종 민원에 대해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도 만들어졌다. 학교 민원창구 일원화, 특이민원 엄정 대응, 교직원 보호 조치 및 학교 출입 절차 강화 등 체계화된 자료가 학교에 배포됐다. 지난해 교권을 보호해 달라는 교원들의 절박한 호소 결과 교육부가 새 학기부터 시행하는 교권 보호 제도 중 일부다. 학교 현장의 외침이 외면받지 않고 화답받은 것에 대해 반가운 마음이 앞서지만, 제도가 도입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시도에 따르는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달 말 학교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된 이후 교권 피해 교사의 신고, 학교의 지역교권보호위원회 대상 사안 보고 절차에…
2024-03-04 08:37제22대 총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표심을 잡기 위해 철도지하화특별법, 도심재개발지원촉진법 등 굵직한 법안을 처리하고 지역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또 청년‧여성‧노인 복지정책 등 선거에 도움이 되는 공약을 발 빠르게 내놓고 있으나, 정작 교육은 보이지 않는다. 학부모의 지지율이 높은 늘봄학교 정부 정책만 부각할 뿐이다. 여‧야가 초등교사 출신의 인물을 영입한 것 외에 교육공약은 실종됐다. 이런 시점에, 한국교총이 각 정당과 후보에 ‘교육입법’에 나서달라고 15대 총선 공약과제를 요구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여‧야는 이를 교원단체의 의례적인 요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땅에 떨어진 교권을 회복하고, 아이와 학부모에게 더 좋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교원들의 의지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교총이 제시한 ▲임의‧주관에 의해 악용되고 있는 모호한 정서학대 기준의 명시를 담은 아동복지법 개정 ▲학교안전사고 보상시 교원의 민‧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학교안전법 개정 ▲학교폭력의 정의를 교육활동 중으로 재정립하는 학교폭력예방법 개정 ▲위기학생 진단‧치료 지원 구축을 골자로 하는 위기학생대응지원법 제정은 우리 교육의 기본을 다시 세우기 위해 반드시…
2024-03-04 08:36한국 교육 현장은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있다. AI 기술을 접목한 교과서는 기존의 정적이고 단편적인 학습 방식에서 벗어나, 맞춤형 학습 경험을 제공하고 교과서에 본격적인 AI가 도입된다는 면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만큼 큰 기대와 더불어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AI 교과서 큰 변화 이끌 것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기대는 개인별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고 교사 업무 경감을 통한 교육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에게는 개인의 학습 수준, 속도, 학습 스타일을 분석해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제공한다. 교사는 실시간 평가 및 피드백을 통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리고 AI를 통한 실시간 자동 채점, 학습 자료 관리, 학생들의 산출물 관리 등 업무를 자동화해 교사의 업무부담을 줄여주고 학생 생활지도 및 인성 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는 우수한 교육 콘텐츠로 교육 격차 해소에 이바지하고, 다양한 언어 지원으로 다문화 학생들에게도 맞춤형 학습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반면 우려도 존재한다. 바로 디지털 과잉 의존에 대한 것이다. 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사회성, 창의력,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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