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중경삼림을 보았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홍콩이라는 도시는 어떤 도시인가? 얼마나 매력적인 도시일까? 하여 홍콩으로 떠나기로 했다. 일정은 5박 6일. 여행을 가기 위한 사전 조사를 해보면 정말 많은 사람이 3박 4일, 홍콩과 마카오를 묶어서 여행한다. 주변 지인에게 “홍콩에 5박 6일로 여행을 가려고요”라고 하면 “거기 뭐 볼 게 있어? 그렇게 오래?”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5박 6일도 짧고 아쉬웠던 여행.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일단 걷자. 홍콩의 길거리. 골목은 더 좋고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홍콩 여행지는 바로 홍콩의 길거리, 골목이다. 홍콩에 왔다면, 이곳의 분위기에 흠뻑 젖고 싶다면, 일단 걷자. 숙소 주변부터 차근차근 걷는 것이다. 홍콩의 길거리는 낮이고 밤이고 좋다. 특히 간판들과 건물들을 보는 것이다. 1990년대에 아주 흥했던 도시. 그리고 그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건물들과 투박하면서도 강렬한 한자로 쓰여있는 간판들을 보면서 길거리를 걷는 것이다. 정말 낭만적이지 않을 수 없다. 밤은 또 어떠한가. 반짝반짝 네온사인 간판들이 아름답게 빛난다. 너무 화려하고 번잡스러운 것이 아닌, 약간의 따뜻한 빨간빛…
2026-01-06 10:00
한 학기 안에 고조선부터 6·25까지 나는 올해로 5학년 담임을 네 번째 맡고 있다. 5학년은 6학년에 비해 생활지도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교육과정만 놓고 보면 5학년이 훨씬 버겁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2학기 사회과 한국사 단원도 그 원인 중 하나다. 동료 교사들에게서 “한국사 가르치기 힘들어서 5학년이 자신 없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한 학기에 고조선 건국부터 6·25 전쟁까지를 어떻게 다루란 말인가?”라는 절절한 고민이 담겨있었다. 사실 나 역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5학년을 여러 번 맡았지만, 지금도 매년 한국사 연수를 60시간 이상 듣고, 관련 서적을 반복해서 읽는다. 교사가 교육 내용의 전문가가 되지 않고서는 학생 수준에 맞는 탐구수업을 설계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전 교과를 모두 가르치는 초등학교의 특성상, 한 과목에 이렇게 많은 시간이 투입되면 다른 교과 준비는 자연스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는 한국사 단원을 개념기반 교육과정으로 전면 재설계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그 과정은 더 힘들었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럴 때마다 떠올리는 문장이 있다. ‘애쓰고 노력한 끝에는 결국 이룸이 있다.’ 최태성 선생
2026-01-06 10:00
조선 후기 도화서 화원으로 활동했던 정홍래(鄭弘來, 1720~?)가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침 해를 맞이하는 매(Hawk at Sunrise)에는 거친 파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붉게 타오르는 아침 해를 의연하게 바라보는 매 한 마리가 보인다.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스치는 1월이다. 한 해의 시작과 끝은 인간이 만든 시간의 인위적 경계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는 무엇인가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강박에 시달릴 수도 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여느 때와 다름없지만, 달력의 첫 장을 넘기는 우리 마음속에는 설렘과 막연한 두려움이 교차하곤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학기이지만,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우주이며,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파도는 매년 다른 높이로 밀려오기 때문이다. 그럴 때, 오래된 회화 한 폭을 꺼내어 천천히 들여다보면 어떨까.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Hawk at Sunrise라는 제목의 조선 회화 한 점이 걸려 있다. 우리말로 옮기면 아침 해를 맞이하는 매이다. 거친 바다와 파도 위, 기암괴석, 떠오르는 붉은 해, 그리고 바위 끝에 홀로 선 한 마리 매가 화면을 채운다. 메트는 이 작품을 조
2026-01-06 10:00
진보와 혁명의 차이 진보와 혁명은 둘 다 변화를 의미한다. 둘의 차이는 변화의 모습에서 나타난다. 진보는 연속적 변화라면 혁명은 단절적 변화이다. 혁명은 어제의 지배계층이 하루아침에 몰락하여 피지배계층이 되는 지배계층의 단절적 변화를 의미하는 사회과학 용어이다. 이로 인해 갑작스럽게 새로운 제도와 질서가 등장한다. 토머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천동설이 지동설로 뒤집히는 과정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부르며, 과학의 발전도 누적적인 것이 아니라 혁명적으로 일어남을 설파했다. 사회 변화나 과학 패러다임의 변화처럼 인간의 신체와 뇌도 완만한 곡선이 아니라 특정 시기에 급격한 단층을 형성하며 변화함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쇠퇴가 아니다. 뇌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 구조를 버리고 새로운 질서(패러다임)를 구축하는 ‘생물학적 혁명’의 순간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뇌 지도 재편 _ 5단계 혁명적 변화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팀(Mousley et al., 2025)은 0세부터 90세까지 약 4,000명의 뇌 스캔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인간의 뇌가 평생에 걸쳐 9세, 32세, 66세, 83세라는 네 번의 결정적 변곡점을
2026-01-06 10:00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를 함양할 수 있는 경제교육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국민의 합리적 경제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 또는 학교 차원의 경제교육 체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KDI 경제교육·정보센터의 경제교육 담당자들은 2023년과 2025년에 각각 싱가포르와 핀란드를 방문해 두 나라의 경제교육 사례를 조사했다. 학교에서 현장까지, 핀란드 경제교육 먼저 핀란드부터 살펴보겠다. 핀란드는 초·중등 국가 핵심 교육과정을 통해 모든 지역에 공통의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교육의 평등을 보장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학교는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특성과 필요에 맞는 교육 방향을 구체화한다. 경제교육도 초·중등 국가 핵심 교육과정에 통합되어 있으며,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경제와 금융 개념을 이해하고 실생활과 연계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핀란드 에스포 지역의 타피올라(Tapiolan lukio)고등학교를 방문해 ‘공통 경제’ 과목의 수업을 참관했다. 이 고등학교에서 ‘공통 경제’는 사회교과의 필수 과목이다. 학생들의 진로와 관심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심화 경제’ 과…
2026-01-06 10:00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있다. 아버지 김낙수는 아들 수겸이가 대기업 입사를 포기하고 스타트업을 선택하려 하자 격렬히 반대한다. “너도 나처럼 대기업 다녀라. 안정적이고 좋잖아.” 하지만 아들의 대답은 단호하다. “아버지가 걸었던 그 길이 아버지를 행복하게 했나요?” 이 장면은 두 세대의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아버지 세대에게 성공이란 ‘대기업 부장’, ‘서울 자가’, ‘안정적 가정’이라는 객관적 조건의 달성이었다. 사회가 정해놓은 성공 공식을 따르는 것, 그것이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아들 세대는 다르다. 그들은 묻는다. “그래서 당신은 행복한가요?” 외적 조건이 아니라 내적 만족을, 남들이 인정하는 성공이 아니라 자신이 의미 있다고 느끼는 일을 추구한다. 우리 교육은 지금까지 수많은 ‘김 부장’을 만들어냈다.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좋은 조건을 갖추는 것. 그것이 성공이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그 성공 공식이 정작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다음 세대에게는 ‘수겸이’가 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
2026-01-06 10:00
‘지속 가능한’ 경제교육을 위하여 과거에 비해 오늘날 아이들이 마주하는 경제 환경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 용돈 관리나 저축이 전부였던 시절을 지나 학생들은 간편결제, 게임 아이템 구입, 구독 서비스 이용, 유튜브 광고 시청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 세계 한가운데에서 살아가고 있다. 최근 이러한 경제·금융교육이 생존과 직결된 필수 문해력이라는 공감대는 커졌지만, 정작 교실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여전히 모호하다. 특히 공교육 현장의 빡빡한 교육과정 속에서 경제교육을 위한 별도의 시·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거창한 새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경제·금융교육이 포함된 해당 교과에 충실하되 타 교과와 적극적으로 융합하는 유연한 접근을 택해야 한다. 핵심은 교과서 속의 추상적인 개념을 아이들의 구체적인 삶으로 끌어오는 것이다. 교과서 속 경제 원리가 우리 몸을 지탱하는 튼튼한 ‘뼈대’라면, 교실 속 체험과 교과 융합 활동은 그 위를 감싸고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근육’이다. 뼈대와 근육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경제교육은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필자는 이를 위해 공교육 내 경제교육의 방향을 ‘학급 운…
2026-01-06 10:00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우리나라에 왔다. 그가 우리나라 기업의 대표들과 치킨에 맥주를 즐기는 모습이 큰 화제가 되었다. 이후 AI와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젠슨 황의 기사가 언론을 뜨겁게 달군 다음 날, 어느 중학교의 사회 시간이다. ‘글로벌 경제활동과 지역 변화’라는 단원을 배우고 있었다. 이보다 더 찰떡같은 수업자료가 있을까 싶어 젠슨 황의 치맥 회동 이야기를 꺼냈다. ‘글로벌 경제’라는 교과서 속 글자가 갑자기 살아 움직였다. 엔비디아의 주가 차트, 삼성전자·현대자동차의 주가 차트를 보며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1학기에 배운 환율과 경제성장, 수요와 공급 개념이 폭죽처럼 터져 나왔다. 매시간 영혼이 빠져나간 눈을 하고 졸기만 하던 아이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선생님, 근데 주식이 뭐예요?” 모든 아이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변하지 않는 학교 경제교육 필자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수차례 교육과정 개정이 있었다. 사회과 교육과정은 내부 또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조금씩 그 성격이 변화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경제교육 내용은 필자가 1990년대에 배우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
2026-01-06 10:00
홍민정 작가의 장편동화 모두 웃는 장례식은 할머니가 자신의 75번째 생일에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된다. 할머니는 유방암 암세포가 온몸으로 퍼져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 죽은 뒤에 우르르 몰려와서 울고불고한들 무슨 소용이야. 살아 있을 때, 누가 누군지 얼굴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 때 한 번 더 보는 게 낫지.” 이 동화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6학년 윤서다. 여름방학을 하자마자 엄마가 일하는 상하이로 떠날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생전 장례식을 치르겠다고 하자 망설일 수밖에 없다. 결국 남기로 결심한 윤서의 시각으로 할머니 슬하 4남매가 너무 놀라 갈등을 겪다 할머니 부탁을 받아들이는 과정, 생전 장례식을 준비해 치르는 과정이 담겨 있다. 윤서도 할머니가 일한 시장 사람들의 육성을 영상으로 담는 등 생전 장례식 준비에 참여했다. 도라지꽃, 할머니가 가장 좋아한 꽃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도라지꽃이다. 시장에서 할머니한테 한복 만드는 법을 배운 아주머니가 할머니 한복을 지어 찾아왔다. 한복 치마엔 도라지꽃이 선명하다. 아주머니는 한복을 펼쳐 할머니의 몸에 대 주었다. 치마에 수놓은 보라색 꽃이 예…
2025-12-04 10:01
최근 한 식품업체가 유명 연예인을 섭외해 독특한 시선으로 제작한 즉석식품 광고가 눈길을 끈다. 히어로로 등장한 워킹맘이 갑작스레 괴물 퇴치 명령을 받자, 유치원생 아이를 급히 맡길 곳이 없어 아이와 함께 출동한다. 괴물을 본 아이는 신이 나고, 괴물은 아이가 위험하니 “다음 주 목요일에 다시 싸우자”고 말하며 돌아간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괴물 또한 워킹맘. 잠시 후 괴물은 자신의 아이와 함께 나타나 히어로 여성에게 즉석식품을 건네며 “워킹맘끼리 돕고 사는 것 아니겠냐”며 돌아간다. 웃음을 자아내는 광고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가 담겨있다. 바로 초등 저학년 아이들의 방과후 돌봄 문제다. 정규수업 이후 돌봄 공백은 맞벌이 가정에게 생존의 문제로 여겨질 만큼 심각한 고민거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교육청·지자체는 오랜 시간 다양한 돌봄정책을 추진해 왔다. 학교는 교육 프로그램 중심의 방과후학교1와 돌봄 서비스 중심의 초등돌봄교실2, 그리고 이 둘을 통합한 늘봄학교3를 운영 중이다. 지역사회에서도 다함께돌봄센터·지역아동센터·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마을학교 등 각종 기관이 교육·돌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돌봄 수…
2025-12-04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