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덥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출근길 보도블럭 경계석에 고추잠자리가 앉아 햇볕을 즐기고 있다.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앉는다. 혹시 추워서 죽었을까? 아니다. 날아서 가까이 있는 회양목에 앉는다. 가을이 깊어지니 잠자리의 활동력이 줄어들었다. 하늘을 떼지어 날며 위용을 과시하던 모습은 오간데 없다. 그저 햇볕 쬐는 곳을 찾아 휴식을 취한다.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가도 몸을 내맡긴다. 아침 기상 시끄러운 말매미 울음소리에 인상을 쓰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말매미 울음소리의 강도가 약해졌다. 말매미 소리에 잠을 깨는 일이 없어졌다. 아파트 화단에 나가보니 수명을 다한 말매미가 떨어져 있다. 일월저수지가 보이는 우리 아파트. 아침 운동을 하는 사람들 복장이 어느새 긴팔로 싹 바뀌었다. 기온이 그만큼 낮아진 것이다. 은행나무잎은 노랗게 물들고 벚나무잎도 분홍색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카메라를 들고 일월공원으로 나간다. 산딸나무 열배가 붉게 물들어 아이들 막대사탕처럼 보인다. 직박구리 가족이 아침 식사를 나왔다. 열매를 따먹으며 배를 채운다. 일명 밭밭중학교인 우리 학교. 밤송이가 점차 벌어지기 시작한다. 추석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알려준다. 밤
2013-09-09 17:26매월 1일이면 지인으로부터 안부문자가 온다. 보내는 분이 한 네 분 정도 되는데 두 분은 의례적인 안부인사이고 두 분은 문자에 정성이 가득 담겼다. 그 안부 편지를 읽으며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고 인생을 생각하면서 새 달 첫날을 힘차게 출발한다. 그 분이 보내온 문자 1월과 9월분을 소개한다. 1월.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인연은 건강합니다.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는 인연은 아름답습니다. 누군가에게 꿈을 갖게 하는 인연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누군가에게 성장이 되게 하는 인연은 행복합니다. 지난 한 해의 인연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계사년에도 누군가에게 뜻 깊은 인연으로 남는 한 해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9월. "가을이 깊어가면서 아침 저녁 공기도 점점 차가와집니다. 파란 가을하늘, 맑은 햇볕, 상쾌한 바람이 함께하는 가을은 참 좋은 계절인 것 같습니다. 좋은 계절처럼 늘 좋은 일만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일교차 큰 요즘, 감기 조심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이 분은 우리 학교 학부모다. 학부모의 자격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중부경찰서 어머니폴리스 연합단장 이름으로 온다. 그러니까 이런 안부 문자를 받은 것이 햇수로 2년째다. 변치 않는 그 정성, 감동
2013-09-06 14:09우리는 삶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아간다. 그 가운데는 무언가를 위하여 약속을 하여 만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만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사유로 약속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가운데 약속을 잘 지키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로 뚜렷하게 구분이 된다. 얼마 전에 단순한 식사가 아니고 상당히 한국에서는 수준 높다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한결같이 바쁜 분들인데도 약속 시간을 잘 지킨 것에 감동을 받았다. 쭉 봤더니 연봉 순서대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10억 짜리가 제일 먼저 나타나고 나중에 보니까 연봉 2천만원 짜리가 제일 나중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걸 보면서 “아 역시 성공한 사람들은 다르구나. 약속 시간은 칼같이 지키는구나. 다른 사람의 시간을 굉장히 소중히 하는구나”라는 그런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의 퓨처리스트라는 잡지가 있다. 거기서 지난 5년 동안 도대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청춘에 무엇을 해야 하느냐, 어떤 사람들이 성공 했느냐 라는 것을 굉장히 큰돈을 들여서 조사시켰다. 저명한 학자들로 하여금 조사를 한 것인데,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핵심적인것은 '좋은 습관'이라는 것이다. 좋은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
2013-09-06 14:08컴퓨터 수리 도전기 집에 있는 컴퓨터가 고장이 났다. 부팅이 되지 않고 ‘삐비빅’ 소리만 난다.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에이, 수리비용이 3만언에서 5만원 들어가겠네!”이다. 비용 걱정부터 드는 것이다. 어떻게 할까? 다음 날 아침, 아내는 아침 준비에 바쁘다. 그렇다면 저 컴퓨터 수리에 도전해 볼까? 안 되었을 경우, 컴퓨터수리 기사를 부르자. 결정을 내리고 컴퓨터 책상을 앞으로 끌어낸다. 그리고 옆 케이스를 연다. 수리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컴퓨터 수리에 전문기술이 있는가? 없다. 다만 몇 달 전 똑 같은 고장으로 수리기사가 고치는 것을 옆에서 유심히 지켜보았을 뿐이다. ‘관찰’을 무기 삼아 도전해 보려는 것이다. 그 당시 참 쉽게(?) 고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수리기사는 내게 지우개를 요구했다. 가져다주니 부속 두 개를 꺼내 동판 부분을 앞뒤로 10여 차례 깨끗이 지우개로 닦는다. 그러더니 다시 장착을 하는 것이다. 어떻게 되었을까? 희한하게 컴퓨터가 정상 작동한다. 이게 바로 기술이라는 것이다. 비용 3만원, 기술값이다. 그러니까 수리재료인 지우개는 내가 공급했다. 그리고 기사는 지우개 똥만 남겼다. 나는 수리비용 3만원을 지출했다.…
2013-09-06 14:08아침에 보슬비가 내린다. 영국처럼 말이다. 영국의 날씨를 상상하고 싶으면 오늘의 우리나라 날씨와 같다고 보면 된다. 이런 날씨가 반복되고 지속되는 것이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임은 다른 나라를 방문해 보면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금수강산 아름다운 나라에서 살고 있음을 늘 감사하면서 살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면에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기본을 지키는 것은 참 중요하다. 특히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를 지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 기본이 무너지면 자신도 무너지고 가정도 무너진다. 겉으로는 아무 표시가 없지만 내면적으로는 다 무너진 거나 마찬가지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의 七.이루장구상 제19장을 보면 자식으로서 기본을 지키는 것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어떠한 것인들 섬기는 것이 되지 않겠는가마는 어버이를 섬기는 것이 섬기는 것의 근본이다.” 섬김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어버이 섬김, 스승에 대한 섬김, 이웃에 대한 섬김, 약한 자의 섬김 등 많은 종류의 섬김이 있다. 그 중 어버이에 대한 섬김이 자식으로서 기본을 지키는 것이
2013-09-06 14:08요즘 교무실은 수시모집 원서를 접수하려는 고3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대부분의 원서접수가 인터넷으로 이뤄지기에 아이들은 행여 실수라도 할까 담임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수시모집 횟수(6회)의 제한으로 대학입시 전형료가 그나마 부담은 줄었지만 전형에 따라 수험생이 부담해야 할 전형료(평균 60,000원∼70,000원)가 만만치가 않다. 더군다나 수능 응시료(3과목 37,000원, 4과목 42,000원, 5과목 47,000원)를 채 내기도 전에 수시모집 전형료를 내야하며 9월 추석 명절까지 학부모의 가계부담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원서 접수 후, 아이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것이 경쟁률이다. 매시간 치솟는 경쟁률에 아이들은 불안해하며 작년 경쟁률보다 비슷하거나 낮아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미 원서접수를 마친 대학의 학과 경쟁률을 보며 경쟁률이 낮은 과로 다시 바꿀 수 없는 지 말도 안 되는 생떼를 쓰기도 한다. 사실 원서를 접수하기 전에, 지원한 대학의 경쟁률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말 것을 여러 번 주지시켰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지원한 대학의 경쟁률에 무척이나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원서 접수 하기 전에는 입시전쟁을 실
2013-09-06 14:07이게 바로 교육자의 사명감 교장인 필자 손가락이 다쳤다. 피가 나와 보건실에 가서 치료를 받고 밴드를 붙였다. 어찌하여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교육자라는 사명감, 의무감에서 오는 습관 때문이다. 사명감과 다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자초지종은 이렇다.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는 외부인들이 무단 출입할 수 없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현관의 잠금장치. 안에서 잠고 열 수는 있으나 밖에서는 아무나 열 수 없다. 열쇠가 있어야 한다. 자연히 외부인은 열 수 없다. 그래서 현관 5곳 대형유리 출입문에 잠금장치를 하였다. 현장에서 학생 눈높이와 실용성을 고려하여 높이도 조절하였다. 그리고 외부업체에서 장치를 달았다. 그리고 행정실로부터 보고를 받으면 끝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최종책임자는 사후 확인을 한다. 설치된 잠금장치를 작동해 보다가 장치에 다친 것이다. 제품이 거칠어 마무리가 덜 된 것이다. 제품 모서리가 매끄럽게 처리되지 못한 것이다. 행정실장과 주무관에게 손가락 다친 것을 보여주고 시급히 보완하도록 한다. 모서리를 줄로 갈아야 한다. 교장이 다쳤으면 학생도 다치는 것이다. 다만 교장이 먼저 다친 것이다. 그렇게 보면 다행이다. 시험…
2013-09-06 14:022014학년도대학수시모집이시작됐다.아직대학과학과를결정못한몇명의아이들을 제외하고모두상담이끝난상태이다.특히최고상위권성적의아이들의대학과학과결정은그리쉽지만은않다.학부모와학생모두가원하는대학이같으면다행이나그렇지못할 경우에는원서접수마감일까지실랑이를벌여할때가있다. 학교 내신이 상위 1%에 해당하는 우리 학급의 한 여학생이 서울 S대학의 지역균형선발 인문계 대상자로 최종 선발되었다. 그리고 원서접수 십 여일 남겨놓고 부모님과 상의하여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를 결정해 오라고 하였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아이가 부모님과 상의한 학과를 내게 말했을 때 내 귀를 의심하지않을 수가없었다.모든아이들이열망하는학과가아니라지원자가공부하기에도다소힘든의류학과였다.처음에는만류도해보았으나부모님과 신중하게 상의한 후 내린 결정이라며 고집을꺾지않았다.그리고의류학과를지원하려는이유를설명해주었다. 어릴적미술학원에다녀본것이전부인지원자가의류학과에관심을갖게 된것은 2학년때학교의특색교육인생활관교육을위해처음입어본한복을보면서문득생각난것이한복의세계화였다고하였다.그리고 '가장한국적인것이가장세계적이다.'라는 이 말을 우리 전통의상인 한복에 적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다. 자신의꿈인 훌륭한 머천다이저(Merch
2013-09-05 18:29월요일아침.출근하자마자영어과선생님의긴급모임이있었다.회의에앞서,교감 선생님은 김 선생님이 새벽에갑자기쓰러져병원응급실로실려 갔다는 김 선생님 사모님의 전화내용을 전했다. 갑작스럽게 생긴 일이라 회의에 참석한 영어과 선생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였다. 더군다나 평소 건강관리를 잘해 오신 분이기에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우선 김 선생님의 병환이 호전될 때까지 임시방편으로 김 선생님의 시수를 모든 영어과 선생님이 나누어 보강하기로 하였다. 만에 하나, 수술할 정도의 심각한 병으로 판단된 경우 기간제 강사를 채용하기로 하고 회의를 끝냈다. 수업결손은동 교과선생님이보강하는차원에서수습은되겠지만, 문제는 김 선생님으로부터수업을받는아이들이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학기 동안 김 선생님의 수업에 적응해 온 아이들이 새로운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받게 될 경우,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선생님이 아프면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학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학교생활의과다한업무와심한스트레스로명퇴와병가를신청하는교사의수가늘어나고있다는기사를접한적이있다.직장생활을하다보면,질병으로부득이결근해야 할때가있다.그런데일반직장인과달리선생님의결근
2013-09-04 09:49지금 우리나라 9월의 날씨는 한여름 영국의 날씨 같다. 아침저녁으로 시원하고 견딜 만하다. 이런 날씨가 계속되면 좋겠다. 날씨가 좋으면 마음도 좋아진다. 정도 많아진다. 미움도 사라진다. 부모님은 자식이 좋아지고 자식은 부모님이 좋아진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고 끈이 두터워진다. 2학기가 되어 새로운 교감선생님이 오시고 새로운 선생님이 오시니 학교가 새롭게 되는 것 같다. 학생들의 기대, 선생님들의 기대, 학부모님들의 기대가 모두 이루어지는 2학기가되면 좋겠다. 부모님과 자식 간의 관계가 좋아지기 위해서는 사서삼경의 하나인 맹자 七.이루장구상 제18장을 참고하면 되겠다. 부모님의 욕심을 버리는 것이 부모님과 자식 간의 관계가 좋아지는 것이다. 부모님은 자식들이 잘 되기를 바란다. 그 마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자식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인성도 바르고 공부도 잘하는 자녀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부모님이 자식들을 학교에 맡기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부모님 스스로가 자식을 가르치려고 애쓴다. 맹자께서는 해서는 안 될 것 중의 하나가 부모님이 자식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하셨다. 부모님이 자식을 가르치면 문제가 생긴다. 부모님이 기대하는 것만큼…
2013-09-04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