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 대전(大戰)이 시작됐다. 교육감 출마 예비후보자들은 지난 12~13일 정식 후보 등록을 마치고 유권자의 심판대 위에 섰다. 이번 교육감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그동안 전국 교육청을 지배해온 진보 교육의 수성이냐, 뼈저린 아픔을 맛보았던 보수 교육의 ‘교육교체’ 대반전이냐로 귀결된다. 평가는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다. ‘교육 교체’ vs ‘수성’ 교육감 선거 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학생들의 학력 신장 이슈를 놓고 정면 대결을 벌이기 바란다. 학생들을 상대로 한 정치적·이념적 교육실험은 구시대 유물이다. 우리의 유권자들, 특히 학부모들과 새로 유권자가 된 만 18세 청년들의 눈은 매섭다. 교육감이 정치적 입신양명을 위해 학생을 ‘모르모트’로 악용하는 걸 목도했고 그 결과도 잘 안다. 대표적인 예가 학생 학력 추락이다. 초·중·고 현장 교육을 책임진 교육감들의 책임이 크다. 학생들의 학력 추락 현상은 심각하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0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학력 우수자는 줄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늘었다. 도시와 지방 간 격차는 더 벌어졌다. 더 심각한 건 교과의 20%도 이해 못 하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수
2022-05-16 09:28코로나 확산세가 꺾이고 사회가 일상 회복에 돌입하면서 교육 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학교 현장이 활력을 되찾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모둠 활동, 토론, 이동식 수업 등 다양한 수업방식과 수행평가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 체험학습으로 학생들의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학교 일상 회복을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학생 관계와 학력부터 먼저 코로나로 멀어졌던 학생 관계 회복에 힘써야 한다. 학교에 못 나오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같은 반 친구들을 만날 수 없었고, 나오는 날도 거리를 두고 최소한의 의사소통만 가능했다. 게다가 마스크 착용으로 비언어적 요소를 통해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역량을 키우기 힘들었다. 감정코칭 등을 통해 학생들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코로나 기간의 학습결손과 학력 저하를 회복해야 한다.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로 학력 저하가 확인됐다. 학생들의 기초학력과 보통학력은 국어, 수학, 영어 전 과목에 걸쳐 코로나 유행 이전보다 유의미하게 하락한 결과를 보였다. 모든 학교급의 교원들도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됐음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지난해 기초학력보장
2022-05-15 09:23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 국민들은 새 정부 임기 내에 국가적 현안 과제가 잘 해결돼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급한 현안 중 하나는 급격한 경제·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평생직업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 5월 3일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새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전문대학의 평생직업교육 기능 강화가 주요 핵심과제로 반영됐다. 현재 우리 사회는 직업구조의 변화와 노동시장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부족과 지방 공동화 문제는 심각하다. 인생 100세 시대 인생 2모작·3모작에 대한 지원도 중요한 과제다. 근거법 부재…기본계획도 못 세워 급격한 경제·인구 구조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직자나 구직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평생직업교육 수요 증가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가칭)직업교육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직업교육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급변하는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하고 체계적인 직업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현행 교육기본법에는 다양한 교육에 관한 국민의 권리·의무 및 국가
2022-05-09 09:00요즘 유행하는 말 중 웬만하면 젊은이들 앞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이 있습니다.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말들입니다. 미화된 신화 기성세대는 과거의 추억을 소환하여 곱씹으며 위안 삼을 수 있습니다. 후배들에게 귀한 경험을 전수하고자 하는 순수한 의도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 상황에 붙들려 꼼짝없이 귀를 열어야 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들의 리액션과 웃음에 흥이 오르더라도 자제해야 합니다. 너무 고무돼 ’나 때‘시리즈를 남발하면 곤란합니다. 소싯적 한자리했다는 사람일수록 '나 때는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력의 상좌에 앉기까지의 지난한 수고와 고단한 여정을 후배들이 알아주기를 원해서일까요. 아니면 성취에 이르는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하기 위한 진심의 발로일까요? 안타깝게도 그들의 경험과 노하우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세상은 유례없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용담을 늘어놓는 데서 끝나면 다행이지만 혹여나 아집과 독선에 사로잡혀 ’선 넘는‘ 참견에 다다르는 순간, 노하우 전수는 고사하고 고립무원의 처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뛰어난 성취와 산전수전 화려한 경험을 성공의 공식인 양 후배들에게
2022-05-07 09:24해마다 4월 말부터 5월 초는 1학기 중간고사로 학생들의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커진다. 시험공부에 대한 부담이 큰 학생들은 불면증이나 식욕부진,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학생들에게 커다란 심적 부담을 주는 시험의 존재 목적은 무엇일까? 교수학습 과정의 기본요소 시험은 교수 학습 과정의 기본 요소다. ‘교수-학습-평가’의 과정이 제대로 작동될 때 교육의 질은 향상되고 효율성이 높아진다. 시험은 학생을 서열화하고 등급을 나누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은 학생들에게 시험에 대한 강한 스트레스를 주는 주된 이유가 됐다. 하지만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그에 맞는 올바른 치료가 가능하듯, 학생이 무엇을 알고(할 수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할 수 없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학업 능력 향상에 효율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평가하는 것에 가치를 두지 말고, 가치 있는 것을 평가하라’는 말이 있다. 학생들이 시험 스트레스를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왜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학습한 내용이 자신의 삶에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평가’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앞으로는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에 실질적인…
2022-05-01 09:05잘못된 신념 심어준 말 한마디 학기 초의 일이다. 올해 전학 온 고등학교 1학년 학생 A는 자기에게 공황장애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 초·중학교 시절 경직형 뇌성마비로 발음이 어눌하고 행동이 부자연스러워 친구나 교사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던 그가 어느 날 활동보조인에게 들은 말 한마디가 화근이었다. 주로 날숨에 발음하는 일반인과 달리 들숨, 날숨에 말하는 A가 대화 도중 숨차하며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너 공황장애구나"라고 말한 게 잘못된 신념을 심어준 것이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도 공황장애가 아니라고 진단했지만, A는 활동보조인 말과 검색 결과를 믿고 잘못된 신념으로 굳어져 그렇게 말하고 다닌다며 학부모가 안타까워했다. 담임인 내가 보기에도 공황장애라기보다는 약자인 A의 방어체계이자, 사랑과 애정을 바라는 신호로 보였다. 알버트 엘리스가 말한 합리적 정서행동치료(REBT, 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가 떠올랐다. REBT는 인간을 이루는 세 가지 핵심 영역인 '인지', '정서', '행동'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인지가 핵심이 되어 정서와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한 이론이다. 그는 비합리적 신념은 적극적이고 지속적
2022-04-30 08:59새 학기가 시작된 지 2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3월부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의 마음속 풍경은 어떨까? 4월에 필자가 담당한 학교에서만 세 번의 자살 관련 신고가 있었다. 중학생 A는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자살 시도 직전에 1388로 전화해서 가까스로 구조됐고 다른 중학생 B는 가정불화로 죽고 싶다는 문자를 선생님에게 남기고 소재 불명이 됐다가 스스로 마음 돌리고 학교로 돌아갔다. 고등학생 C는 기숙사 내에서 폭행을 당한 직후 117로 신고해 “자살하면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처벌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라고 묻기까지 했다. 소외감, 학업 스트레스 시달려 중학생 A는 3학년이 되면서 친한 친구 두 명과 반이 나뉘었다. 두 명은 같은 반이고 A 혼자 다른 반이라 쉬는 시간만 되면 그 친구들이 있는 반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3월이 지나고 4월 초에 이르니 둘 사이에 A가 들어갈 틈이 없었다. 개학한 지 두 달 만에 관계의 단절이 생긴 것이다. 어른들은 “반이 나뉘었으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네가 이해를 하렴. 새로운 친구를 사귀도록 노력해 보렴.” 하고 쉽게 조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A는 ‘친구들과 싸운 적도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변
2022-04-28 13:57유아교육자로서 유아들과 함께 한 지 35여년이 지났다. 2004년 유아교육법 제정을 시작으로 8000여명의 연합회원과 함께 고군분투한 시간을 돌아보며 롤러코스터 같은 유아교육 정책이 제 자리를 찾아 확고히 자리매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미 청산했어야 할 일제 잔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유치원이란 명칭을 유아학교로 변경하는 것이다. 유아교육법 제2조는 유치원을 '유아의 교육을 위하여 설립 운영되는 학교를 말한다'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유치원의 명칭과 위상은 이미 오래전에 유아학교로 정립됐어야 한다. 유치원이라는 명칭은 일제 강점기의 잔재다. 같은 지적을 받던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이름을 바꾼 지 이미 30년이 되어 간다. 그동안 현장에서는 '유치원도 학교'라는 인식을 정립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지금도 임용고시를 통해 검증된 우수한 교원이 유아교육과정에 따라 미래인재를 양성하는 학교로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교과서 없이 놀이·생활·발달 중심 교육을 실행하려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함에도 꿋꿋이 버텨내는 것은 오로지 유아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다. 유치원은 유아에게 쾌적한 교육환경과 발달에 적합한 교육과정을 제공해 전인적 발달을 이뤄야 하
2022-04-24 08:59청소년들의 성장환경에서 온라인과 디지털 영역의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 대상 성범죄도 마찬가지다. 소위 ‘n번방 사건’과 ‘웰컴 투 비디오(W2V)’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과 함께 우리 사회가 이 새로운 범죄에 얼마나 무지한지를 잘 보여줬다. 또한 사법기관이 아닌 개인들의 노력이 n번방 사건 적발에 큰 역할을 했다는 점 역시 디지털 성범죄의 또 다른 속성을 드러냈다. 자기표현 욕구 이용해 접근 디지털 성범죄가 성착취물 공유로 이어지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다. 가해자를 체포하면 범죄가 중단되는 일반 성범죄와는 달리 디지털 성범죄는 그때부터 진짜 피해가 시작된다. 디지털 성범죄는 청소년기의 심리적 욕구를 기회로 삼는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과연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모험을 통해 자기 잠재력을 확인하려 든다. 모험에는 신체적인 것만 아니라 사회적인 모험도 있다. 자신이 남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시험해보는 것이다. 이런 청소년들에게 낯선 타인과 손쉽게 교류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그런데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들 역시 이런 비대면 자기표현 공간을 이용한다.…
2022-04-23 10:18“어떻게 우리 아이 얘기를 다른 학부모들에게 떠들고 다닐 수 있는 거죠? 그 학부모에게 조심하라고 전하세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요. 아시겠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말. 그냥 듣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한 마디를 보탰어요. “학부모님, 어른들 사이의 일은 경찰에 협조를 구하시거나 직접 말씀하시는 것이 더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일 거예요. 학교에서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안타깝네요.”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면서 받게 된 민원인의 전화. 학교폭력과 관련된 민원을 받다 보면 상한 감정을 상대해야 하는 때가 많아요. ‘가만있지 않겠다.’, ‘학교는 왜 상대방 편만 드는 것이냐?’, ‘왜 우리 아이가 즉시 분리 대상자냐?’ 아무래도 학교폭력 사안 자체가 감정을 상하게 만드는 일이니까요. 문제는 사안이 발생했을 때, 교사에게 불똥이 튄다는 것이에요. 민원의 불똥은 관리자분들에게 튀기도 해요. 다짜고짜 약속도 없이, 무슨 일인지, 자신이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은 채로 교장실에 찾아와서 ‘사장 나와!’ 같은 안하무인의 태도로 학교를 방문하는 민원인도 있거든요. 관리자분들도 참 곤혹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예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학교는 만만한 곳이 되어버렸
2022-04-21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