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초중고교 교장단 연수회에서 ‘공교육이 사교육에 뒤처지게 된 것은 교사의 책무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교단의 반성을 촉구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보다 좀 더 열심히 가르쳐 달라는 당부의 이야기로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공교육의 수장으로서 그런 발언이 적절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을 갖게 한다. 향후 학원연합회 회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교육체제는 거의 모든 교육정책이 교과부나 시·도교육청이 결정할 만큼 중앙집권적이다. 학교의 역할은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따라 학생들을 지도하고, 교육행정기관이 추진하는 각종 행사에 학생들을 동원하는 일이었다. 교사들이 전문성을 갖고 자율적으로 역할할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정책의 부재나 부실을 교사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안 장관은 교사의 책임감을 말하기 전에 중앙정부의 교육정책에 관한 자기 성찰을 선행했어야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초중등교육은 교사들의 자기희생에 힘입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일예로 PISA 2006 결과, 우리나라 만 15세…
2009-03-12 14:45
지난 2월 27일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육과학기술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동선언식’을 개최하고,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9개 항을 공동 합의·서명했다. 초·중등교육 관계자와 대학교육 관계자, 교원단체 관계자와 정부 관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공교육 활성화 방안을 고민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특히, 초·중등교육 관계자와 대학교육 관계자가 한국 교육의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같이 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다음 날 신문들의 평가는 달랐다. 일부 신문들은 무관심했고, 일부 신문들은 “공허한 선언”, “대교협의 두 얼굴”, “공교육 살리기 선언 공허하다”, “립 서비스로 끝난 공교육 선언” 등의 논설과 기사를 통해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이러한 부정적 평가는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고 본다. 선언은 선언일 뿐이며, 선언의 진정성은 후속조치를 보고 평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의 주체들’ 속에 학부모 대표까지 포함됐더라면 공동선언의 의미가 더 컸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공교육 활성화 공동선언이 ‘활성화’ 되려면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가 중요하다. 합의사항의 내용은 공교육 신뢰회복과 사교육비 경감
2009-03-11 14:45각종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제281회 임시국회가 폭력과 무사안일로 뒤범벅 된 채 3일 종료됐다. 이번 임시국회는 지난 연말 폭력 사태로 세계 언론의 조롱거리가 된 직후에 개최된 것이어서 환골탈퇴까지는 안되더라도 뭔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절박함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국회 안에서 다른 당의 당직자에 의해 국회의원의 팔이 부러지고 목이 졸리는 폭력사태가 재발됐다. 또 민주화를 외치는 단체에 의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여자 국회의원이 폭행을 당해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런 한심한 작태를 언제까지 참고 지겨 봐야 하는 지, 이제 국민들은 신물이 날 지경이다. 전 세계를 강타하는 경기불황속에서 사상 유례없이 감소하는 수출 물량으로 문을 닫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고 직장을 잃고 거리를 헤매는 가장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학교 급식비를 미납하는 학생들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열배 이상 증가하고 있고, 영어 사교육비가 대폭 늘었다는 우울한 통계가 나오고 있다. 국민들이 당하는 이런 고통을 감싸 안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곳이 어디인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권력투쟁에만 몰두하고, 대화와 타협은 모르고 아집만 가득
2009-03-05 15:36
한국교총은 2월 17일부터 19일까지 태국의 동북지역 우돈타니(Udon Thani)에서 개최된 제24회 아세안교원대회(ASEAN Council of Teachers Convention)에 참여했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이 대회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이 교육과 문화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1979년 태국에서 1회 대회가 개최된 이후 현재까지 이어오는 매우 유서깊고 영향력있는 동남아시아 교원들의 최대 행사다. 이원희 회장을 비롯 유미화 EI아태지역집행위원, 실무급으로 구성된 우리대표단은 대회를 주관하고 있는 아세안교원심의회(ACT, ASEAN Council of Teachers)가 만장일치로 한국을 대표하는 교원단체로 한국교총을 옵서버 자격으로 초청하게 돼 참여하게 된 것이다. 주최측에 따르면 아세안 국가가 아닌 외부국가를 초청한 것은 24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라며 초청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아세안 8개국에서 총 1,350명의 교원이 참여한 가운데,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속가능한 환경교육’을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는 지도자회의, 주제에 대한 각국의 연구결과?사례 발표, 우정의 밤, 결의문 채택으로 순으로 진행됐는데, 우리 대표단은 결의
2009-03-01 17:49정부는 지난 1월 23일 ‘학교체육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안의 주요내용은 학교체육활성화를 위한 시책의 강구, 학생의 체력증진과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한 예산확보 및 학생건강 체력평가와 학교스포츠클럽 운영, 학생선수의 인권과 학습권 보장 등이다. 그러나 이 ‘학교체육법안’의 제안 이유와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모순되는 점이 있어 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즉, 학교체육진흥을 위한 법안을 만들어 놓고 엘리트 선수 육성 등 우수선수를 배출하는 길 자체를 틀어막아 버렸다. 황당한 일이다. 김연아 선수는 2006년 3월 세계주니어 빙상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그해 가을 국제빙상연맹 시니어 그랑프리에서 또 다시 우승했다. 한국 빙상 100년 사상 세계대회 첫 우승의 쾌거였다. 2년여의 세월이 지난 후 금년 2월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점수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면서 황홀한 우승을 했다. 전 세계에 TV를 통해 중계됐고 경기가 열린 퍼시픽 콜리시움의 1만 5000여 관중 앞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또한 지난해 8월, 전 세계 205개국이 참가한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불모지라는 평가
2009-03-01 17:43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교총, 교과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27일 공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공동선언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경제 불황과 정책적 혼선, 사회적 갈등으로 고통 받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안도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관 주도가 아닌 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교총의 자발적인 필요성에 의해 시작됐고 취지에 공감한 교과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가 동참하게 됐다는 점도 이번 공동선언이 남다른 점이다. 손병두 대교협 회장은 지난달 13일 이원희 교총회장과의 대입시 대담(본지 16일자 보도) 말미에서, 교․사대를 졸업하고도 교직에 진출하지 못한 청년들을 2년제 인턴 교사로 채용하자는 제안을 했다. 현재 교․사대를 졸업하고도 교직에 나가지 못한 인원은 6만 6천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과 교육 여건 개선, 교직 체험 등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서 교원 충원과 교과교실 운영 등 교육뉴딜사업을 천명한 바 있는 이원희 교총회장은 이에 적극 공감하고, 공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들을 추가 제안했다. 두 사람의 제안은 교과부와 시도교육감협의회
2009-02-28 00:00요즘 우리 사회는 학업성취도 성적 조작․오류 논란으로 연일 시끄럽다. 임실 발 성적 조작 파문이 일파만파로 여러 지역으로 번지면서 폐지론까지 불거지자 급기야 교과부장관이 사과하기에 이르렀고, 대통령까지 나서 제도적 보완을 지시했다. 정직을 가르쳐야 할 교원들이 채점부정을 저지른 것은 분명 중대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학업성취도 평가의 의미가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시험관리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초점이 학업성취도 평가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빗나가고 있음은 아쉬운 일이다. 어렵사리 시행된 학업성취도 평가가 출발부터 큰 시련에 봉착해 그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지만, 교직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불러일으킬 잠재력을 가진 혁신적 시도임엔 틀림없다. 우선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지역별, 학교별로 학력 지도가 그려지게 됨으로써 이제 우리 교직사회는 그동안 말뿐이던 ‘책무성’ 개념이 공식화 된다는 점이다. 앞으로 교육장, 교장, 교사들에게는 한 학년도가 지나가면 그만이던 ‘물 좋던 시절’은 서서히 끝나게 될 것이다. 자신들이 산출해 낸 교육의 성과(학력)에 대해서 행정가, 학부모, 심지어…
2009-02-26 16:05씨를 뿌릴 때의 설렘과 기대감, 곡식이 자랄 때 보내는 지극 정성, 그리고 열매를 보면서 느끼는 만족과 희열. 농부의 마음에는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한 노동으로부터의 소외가 들어갈 여지가 전혀 없다. 그에 의하면 산업사회의 분업화가 생산품의 전 생산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창조적 희열과 일체감을 박탈함으로써 소외현상을 유발한다고 했다. 자라는 학생의 한 영역이 아닌 전인적 완성을 추구하는 교육자의 자세는 농부의 마음에 그 출발점을 두고 있다. 마르크스가 말한 노동으로부터 소외가 없는 교사는 참 행복한 직업임이 분명하다. 해가 바뀌면 많은 사람들이 한 해의 희망과 목표를 말하지만 교사의 경우는 좀 더 특별하다. 설렘이 동반된다. 운명적인 만남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뙤약볕 논두렁에서 1년을 보낸 후 어느 농부가 말한다. 저 곡식은 내 몸이여. 학생과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간의 분신으로 성장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교육의 열정을 발견한다. 또한 교사는 학생들의 모든 영역을 망라해 교육함으로써 전문가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때로는 학생들에게 미래를 열어주는 스승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요즘 들어 소외현상이 교직에서도 느껴질 때가 있다. 학업성취도
2009-02-26 1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