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미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전임연구원]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사기 피해는 본인과는 먼 이야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뉴스 검색에 ‘투자사기’ 또는 ‘금융사기’ 키워드를 검색하면 각종 사기 피해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25세~64세 금융소비자 253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27일부터 12월 13일까지 금융사기 경험 및 예방 교육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5%는 실제로 금융사기 피해를 입었고, 22.1%는 당할 뻔한 것으로 드러났다. 100명 중 약 3.5명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사기 피해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험한 피해 유형으로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이 22.7%로 가장 많았고, 주식, 파생형 펀드 등 투자사기(15.9%)를 비롯해 유사수신 및 금융피라미드 사기(9.1%) 등 다양한 금융사기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이스피싱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저금리·고령화 시대를 맞아 투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투자사기 예방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투자사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2020-07-27 09:39[박광일 여행작가·여행이야기 대표]서울 사대문 안쪽, 종로 3가쯤 차를 타고 지나다가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종묘는 조용하다. 궁궐처럼 유명한 역사 유적이지만 안내자(주중에는 안내자와 함께 답사할 수 있다)의 설명을 들어야 해서 그런지 궁궐 입구와 같은 시끌벅적함이 없다. 대신 무언가 팽팽한 긴장감이 종묘 입구를, 그리고 종묘의 숲을 감싸고 있다. 그리고는 그런 긴장감의 이유를 곧 받아들이곤 한다. 35개 방을 모두 채운 왕(황제)과 왕비(황후)의 위패가 가진 무게감이라면 그 정도 긴장감은 당연하기 때문이리라. 더구나 그 자리에 들어선 왕과 왕비 개인의 이야기를 모두 담는다면 그 무게는 차마 계량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종묘는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해서 이름만은 익숙한 공간이긴 하다. 나라에 큰 문제가 발생하면 자주 나오는 대사, ‘종묘사직을 보존하게 하소서’란 신하들의 읍소는 왕을 한 번 더 고민에 빠지게 하며 상황이 심각함을 강조하는 대목으로 등장한다. 이를 통해 종묘와 사직이 나라를 상징하는 존재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 뜻을 최소한으로 헤아리면 종묘는 역대 임금의 위패를 모신 사당(廟)이며 사직은 땅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단(壇)이…
2020-07-20 09:54“BC, AC(Before COVID19, After COVID19)” 세계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는 신조어다. 정말로 그렇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상의 풍경들이 몽땅 뒤바뀌고 말았으니까. 공연계는 이 잔인한 바이러스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업계 중 하나다. 많은 연극과 뮤지컬이 공연을 중단한 것은 물론이고, 봄이면 올림픽공원과 난지공원, 자라섬 등에서 한주가 멀다 하고 열리던 음악 페스티벌도 모두 취소되거나 기약 없이 연기됐다. 그러는 와중에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정상적으로 개최된다는 발표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와 같이 느껴지는 반가운 소식. 그동안 라이브 음악의 생생함, 공연장의 공기에 목말랐던 이라면 이번 여름에는 평창으로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THEME1. 베토벤 탄생 250주년 2020년은 거장 베토벤이 탄생한 지 250주년이 되는 기념적인 해다. 이를 성대하게 축하하기 위해 그의 무대였던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물론이고 전세계가 지난해부터 기념 공연을 준비 중이었으나 코로나19로 대부분 공연이 취소되고 말았다. 그 아쉬움을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17회를 맞는 음악제의…
2020-07-13 11:27뮤지컬 썸씽로튼 ‘인류 최초의 뮤지컬이 탄생하는 순간은 어땠을까?’ ‘셰익스피어 시절이 뮤지컬 황금기였다면?’ 같은 재기발랄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탄생한 뮤지컬 썸씽로튼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올린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거침없이 인용하고, 위키드 레미제라블 등 뮤지컬 명작들의 장면을 패러디함으로써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8.7-10.18 |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 퍼핏 애니메이션의 거장 스티븐 퀘이·티모시 퀘이 형제의 애니메이션, 도미토리움, 확대경, 일러스트레이션, 초기 드로잉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 100여 점을 망라하는 전시. 그로테스크하고 초현실적인 특유의 세계관에 심오한 철학적 사유를 담아낸 퍼펫과 세트를 만나볼 수 있다. 6.27-10.4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연극 라스트 세션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했던 1939년. 무신론의 시금석으로 불리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박사와 대표적인 기독교 변증가 C.S. 루이스가 치열한 논증을 벌인다. 라스트 세션은 실제 역사 속에서는 만난 적 없는 두 학자의 만남이라는 상상을 바탕으로 신과 종교, 삶과 철학의 문제를
2020-07-13 11:22“향후 국민연금의 재정은…(중략)…2040년부터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돼 2054년에 기금이 고갈되는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달 21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사회보장정책분석 보고서’의 한 부분이다. 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기금고갈 시점이 과거 정부가 계산한 전망치보다 3년이나 앞당겨졌다며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연금 제도 개혁을 조속히 완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저출산, 고령화, 성장률 둔화 등 악재가 겹치며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 연금 제도 모두가 기금고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각 연금 제도는 기여금(보험료)을 늘리거나 연금개시 나이를 늦추거나 수령금액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등의 개혁을 추진해왔으며, 앞으로도 추가적인 연금개혁이 있을 가능성도 상당한 상황이다. 이는 곧 공적 연금만으로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노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히도 민간 금융회사에서 판매하는 연금계좌를 통해 부족한 노후자금을 추가로 모을 수 있다. 2020년은 세법 등의 개정으로 연금계좌의 납부 시 세제 혜택이 강화됐으니, 이 상품들을 잘 활용한다면 연말정산 시 세금을 크게 줄이면서 노후자금까지…
2020-07-06 12:14저는 특수학교 교사입니다. 지체장애가 있는 장애인이기도 하고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보통의 방법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조금 특별한 방법으로 하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아기를 씻길 때 허벅지에 아기를 올리고 머리를 감깁니다. 그 모습이 불안해 보이지만 익숙해 지면 가장 안전한 엄마 품이 됩니다. 그런데 학교는 기다려 주질 않습니다. 업무를 받으면 저는 고민을 합니다. 일반적인 방법을 조금 비틀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학교는 바쁩니다. 정신없이 맞춰지는 정형화된 틀 안에서는 장애인의 특별한 상황을 생각하기보다 다른 사람이 대신해주는 것을 선택하니까요. 특수학급·학교에는 교사 외 인력이 있습니다. 교사가 혼자 하기 어려운 모든 것을 보조해 주죠. 참 감사한 분들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제가 교사인 것을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기다려 달라고 이야기하지만 제가 부족해 보이나 봅니다. 저는 이런 상황이 매우 불만입니다. 장애 학생도 장애 교사도 한 박자 느리게 걸을 수 있지만 일부 교사와 보조인력들은 장애를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습니다. 그저 더 많은 인력을 넣거나 제외시켜 해결합니다. 그들은 어느 날부터 학생의 보조가 아닌 교사의 시어머니가 됐습니다…
2020-07-06 12:11봄을 충분히 만끽하지도 못한 채 불쑥 찾아온 더위! 코로나19로 활동량도 저조한 요즘, 더위까지 찾아왔으니 여름이 유난히 걱정될 따름입니다. 우리의 몸은 아직 더위에 맞설 체력이 준비되지 않았으니 말이죠. 지금부터 체력보충에 필요한 필라테스 동작 3가지를 배워봅시다. 이번에는 아령을 활용한 간단한 동작들을 소개합니다. 집에 아령이 없다면 물병을 활용해도 좋습니다. 최세아 고고필라테스 원장 스탠딩 사이드밴드 1. 물병을 한 손으로 잡고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양팔을 벌려 준비한다. 2. 허리가 꺾이지 않도록 배에 힘을 주고 긴장 상태에서 진행한다. 3. 호흡을 마시면서 물병을 든 손을 향해 옆구리를 조여 내려간다. 이때, 반대쪽에 있던 손도 머리 위로 넘겨주며 물병을 향해 뻗어준다. 4. 호흡을 내쉬면서 물병을 반대쪽 손으로 가지고 오며 제자리로 돌아온다. 5. 물병을 서로 넘겨잡으며 왕복 10번 3세트 반복한다. ※Tip: 골반은 처음 자세에서 옆으로 밀리지 않도록 하고 옆구리를 기울일 때 손이 따라 내려가지 않도록 한다. 허리를 피고 올라올 때는 허리힘이 아니라 옆구리 힘으로 올라온다. 밸런스 앤 코어 니업 1. 왼손으로 물병을 쥐고 양팔을…
2020-06-15 09:48저는 현재 교육경력이 39년 6개월 된 고교 교장입니다. 1981년 3월에 신규교사로 발령받아 교직을 시작한 이후 주로 고등학교 교사와 교감, 교장 그리고 교육청의 장학사, 장학관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동안 40년 전 초임교사 때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학교에서 학급담임과 부장교사를 하면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했습니다. 이후 장학사, 장학관 시절을 거쳐 학교 관리자인 교감, 교장 재직 시에도 학생·학부모·교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학교의 명품교육을 위한 학교경영 활동으로 바쁘게 생활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가는 학교마다 좋은 구성원들을 만나 원했던 교육철학을 펼칠 수 있었기에 그 점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도 매일 아침 일찍 학교에 나갔다가 학생들이 하교하고 교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후에 학교에서 퇴근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는 8월 말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습니다. 퇴직을 앞두고 마지막 학기인 만큼 3월 신학기에 학생들과 희망차게 생활하면서 교직 생활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예기치 않은 코로나 감염병으로 3월부터 학생들이 없는 가운데 지금까지 긴 시간이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얼마 전 고3부터…
2020-06-08 14:14대나무는 향이 없다. 곧고 속이 비어 허심탄회한 정서가 대나무의 향을 대신할 뿐. 그러기에 향 없는 향을 가진 대나무는 차와 가장 잘 어울리는 나무로 꼽힌다. 차 문화의 수도라 불리는 경상남도 진주. 그곳에 대나무마냥 향으로 차를 혼탁하게 하지 않는 찻집 ‘죽향’이 있다. 담담하고 맑은 ‘참사람’이 그리울 때면 찾고 싶은 곳. 차(茶)로 드는 길이라면 굳이 문이 없어도 되는, 바로 그곳. 세상 만물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이치를 지니고 있다. 그 이치를 하나씩 추구해 들어가면 마침내 앎에 이른다. 그리하여 직접 몸으로 다가드는 수고로운 행이 있고 난 후에야 사물의 참된 모습을 밝혀 깨달을 수 있는 것들. 그것을 일러 격물치지(格物致知)라 했던가. 차를 아는 것도 그것과 같아서 ‘죽향’을 운영하고 있는 김형점(55)・김종규(59) 부부 내외의 행보는 언제나 이롭다. 청소년수련관이 자리하고 있는 옛 진주시청 건물 맞은편의 ‘죽향’.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고요하고 맑은 선방(禪房) 느낌의 차 문화 공간이 펼쳐진다. 계단을 사이에 두고 좌측은 대추자나 생강차와 같은 대용차실, 우측은 다도를 즐기거나 다구를 구입할 수 있는 ‘아정(雅亭…
2020-06-08 14:09인생은 짧고 예술은 영원하다고 했던가. 몇백 년 전에 탄생한 음악과 시가 여전히 생동하며 2020년 우리의 가슴에 울림을 선사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는 과장된 말이 아닌 듯 싶다. 이렇듯 세기를 뛰어넘는 생명력을 가진 작품을 탄생시킨 예술가들은 삶의 궤적 또한 자신의 작품만큼이나 비범했다. 이번 달에는 두 명의 천재 예술가들의 인생에서 드라마틱한 순간을 포착한 작품들이 무대 위에 오른다. 뮤지컬 난설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누나. 조선 중기의 천재 시인 허난설헌은 자신의 작품보다 남동생의 이름으로 소개되곤 했다. 뮤지컬 난설은 그의 삶과 시(詩)에 오롯이 집중한 창작뮤지컬이다. 주인공인 허초희는 여성의 사회 활동이 사실상 금지되다시피한 조선시대에 스스로 ‘난설헌(蘭雪軒)’이라는 호를 짓고 작품활동을 이어간 인물. 그의 시는 당시 명나라의 사신 주지번에게 “난설헌의 시는 속된 세상 바깥에 있는 것 같다. 그의 시는 모두 주옥 같다”는 극찬을 받았으며, 일본에까지 이름이 알려질 정도였다. 작품은 동생인 허균과 스승인 이달, 두 지음(知音)의 대립되는 관점에서 당대 시대상과 난설의 시 세계를 들여다 본다. 난설을 애정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두 인물의…
2020-06-01 1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