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을 떠나온 지 아직 한 학기도 지나지 않았는데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열강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기억 저편으로 아련하게 느껴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지인들과 현직에 계신 여러분들이 퇴임 후 근황을 물어 온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 하기도 하고 교단을 떠나 잘 지내고 있는 지 걱정해 주시는 말씀들이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염려해 주시니 한없이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듣기에 좀 생뚱맞은 대답일지 몰라도 그에 대한 내 대답은 “과로사 하겠습니다”이다. 교단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는 동적인 일들에 중독되어 나이를 생각지 않고 과욕으로 몸을 움직였더니 몸에 이상이 생겼다. 그로 인해 한의원을 찾아 물리치료를 받을 정도이다. 하고 싶었으나 시간에 쫓겨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며 즐겁게 살고 있으니 몸에 이상이 좀 생긴들 어떠랴 싶다. 잊고 지내고, 놓쳤던 소중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자연의 순결함에 내 마음을 내어 주며 더불어 하루를 보내니 이렇게 살다가 과로사 한들 그것이 대수겠는가 싶어 과욕을 부려보기도 한다. 요즈음은 매주 한 번 혹은 울적할 때면 산을 찾는다. 정리되지 않은 산에 인부를 데려다 며칠 손을 보니 제법
2008-07-09 16:28당신이 교사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수업시간 내내 한 아이가 엎드려 잠을 자고 있다. 옆 자리 친구를 시켜 흔들어 깨워도 미동도 하지 않고 자고 있다. 답답한 선생님이 다가가서 아이의 이름을 불러본다. 두세 번 불러 봐도 반응이 없다. 말로는 안 되겠다 싶어 손으로 어깨를 툭툭 쳐본다. 학생이 마침내 눈을 뜨더니 '왜 자는 사람 귀찮게 구느냐'는 눈빛으로 선생님을 째려보듯 한번 올려다보더니 이내 다시 고개를 쳐 박고 엎드린다. 당신이라면 그때 어떻게 하겠는가? '이런 나쁜 자식이 없네'하며 한대 쥐어박겠는가? 아서라, 학생의 불손한 태도에 당신 속이 뒤집어지더라도 참아야 한다. 한대 쥐어박는 순간 바로 당신은 폭행죄로 고소될지도 모르니까. 당신이 교사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다 하면 늘 가해자로 등장하곤 하는 골칫거리 문제 학생이 하나 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속한 가해자 그룹 내부에서 알력이 생겨 싸움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그는 친구들로부터얻어 맞는 사태가 발생했다. 늘 가해자였던 아이가 이제 피해자가 되었으니 학교는 이유 불문하고 보호조치를 해 주어야 할 상황. 입술이 터지고 이빨까지 서너 개 개 흔들린다니 심각하다. 담
2008-07-08 15:58오늘은 엄청 더운 날이다. 월요병에다 폭염으로 찌는 더위는 하루를 힘들게 만들었다. 고유가로 인해 전기도 아껴야 하니 더욱 힘들었다. 그래도 마음을 다스림으로 하루를 짜증부리지 않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하였다. 그런데 집에 도착하고서 짜증날 일이 생겼다. 화가 날 일이 생겼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였다. 날씨가 더워 시원한 아이스크림 종류를 하나 입에 물고 있는 초등학생이 같이 지하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던 중 초등학생이 인사를 하지 않아 내가 먼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했다. 그래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초등학교 한 4-5학년쯤 되어 보이는 학생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 학생은 21층을 눌렀다. 난 13층을 눌렀다. 앞으로 인사를 하며 지내자고 했다. 그런데 이 초등학생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아저씨 누군데요?’ 13층 아저씨잖아. ‘인사를 왜 해야 되는데요?’ 순간적으로 당황하면서 나온 말이 ‘인사하면 좋잖아!’하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나왔다. 아마 자기로서는 안 그래도 날씨가 더워 짜증이 나는데 왜 낯선 아저씨가 인사를 하라느니 마라느니 하느냐는 생각이
2008-07-08 09:06월요일 아침 믿기 어려운 비보(悲報)를 들었다. 토요일에 만난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평교사 20여 년을 해오면서 단 한 번도 교직을 선택한 것에 후회를 해본 적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던 친구였기에 그 슬픔이 더욱 컸다. 어쩌면 그의 죽음은 그의 지나친 욕심이 불러낸 결과가 아닌가 싶다. 고3 담임을 연임하면서 쌓인 스트레스와 피곤으로 누적된 과로가 그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르게 허탈감마저 들었다. 결국 자신의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친구의 안일함이 친구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선생님의 갑작스런 사망 원인 중의 1위가 과로사로 밝혀졌다. 그래서 일까? 최근 들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챙기려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방과 후, 많은 선생님들이 여가활동(수영, 탁구, 배드민턴, 골프 등)에 참여하고 있으며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심지어 건강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사람들의 경우, 영양제와 보양식을 복용내지 먹기도 한다. 고유가 시대를 맞이하여 건강도 챙기고 기름값도 절약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를 누리려는 선생님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 방법 중의
2008-07-04 18:26# 1 출근 길에 “안녕하세요? 아드님이 취직했다구요. 축하드립니다. 요즘같이 취업하기 힘든 때, 무난히 취업의 관문을 뚫었으니 얼마나 좋으세요.” # 2 교무실에서 “최 선생님, 오늘은 10년쯤 젊어 보이는 것 같아요. 무슨 비결이라도 있으세요. 선생님 때문에 저도 더불어 젊어지는 것 같아요.” # 3 조례 시간에 “민수야 선생님 어제 감동먹었어. 어쩜 그렇게 발표를 잘하니. 어제처럼만 한다면 민수가 하고 싶은 일 다 이룰 수 있을 거야” 첫 번째 장면은 출근 길에 마주친 이웃과 나눈 대화다. 아무래도 어렵게 취업의 관문을 통과한 아들의 얘기를 꺼내는 것이 그 분께는 가장 좋은 인사리라. 두 번째 장면은 옆 자리에 앉은 동료 선생님과 나눈 아침 인사다. 출근하면 제일 먼저 부딪치는 선생님이지만 내가 먼저 사기를 올려 주면 그 즐거움은 고스란히 내게로 돌아온다. 세 번째 장면은 아침 청소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나눈 대화다. 민수의 발표가 설령 시원찮았어도 내가 던진 말 한 마디는 학교생활에 지친 민수에게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각박한 세상일수록 사람들 간에 오가는 대화가 무척 중요하다. 특히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아침일수록 말 한마디의 가치는 더욱 남다
2008-07-03 10:52“진아, 가지마~! 선생님은 너 좋아한단 말이야.” “싫어요. 그냥 가고 싶어요.” “왜 가려고 하는데? 이유라도 말해줘야지.” “그냥요. 날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어요.” 진아(가명)와 진아 담임과 오고가는 대화 내용이다. 30분 전부터 진아는 담임한테 전학가고 싶다고 하고, 담임은 가지마라고 사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부분 아이들이 전학을 가고 싶다고 하면 이사를 간다든가, 문제가 있다든가 하는 경우이다. 그런데 진아는 약간의 부적응을 겪고 있지만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경우는 아니다. 다만 자신이 처한 상황이 무척 힘들어 자꾸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좋아. 그럼 너 전학가고 싶은 학교 있어?” “…… .” “없잖아. 선생님이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래도 갈 거야?” “네, 갈 거예요.” 두 사람의 대화를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던 윤 선생이 마음이 아프다며 밖으로 나가버린다. 진아의 마음을 헤아리기 때문이다. 사실 진아는 학급에서 홀로 지내는 편이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웃고 떠들려고 하지 않는다. 수학여행 때도 진아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단 담임인 장 선생 옆에 딱 붙어 다녔다. 이런 모습이 겉으로 보면 왕따를 당하는 모습처럼
2008-07-03 09:44이명박정부가 아직도 영어몰입교육 등 설익은 정책을 내놓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발표한 ‘초ㆍ중등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이 여당인 한나라당으로부터도 질타를 받는 등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등 15개 시민단체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들은 교과부가 자율화추진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전국민서명운동’도 벌여나갈 뜻을 밝혔다. 특히 전교조는 각 시ㆍ도교육청과 맺은 단체협약을 들어 교육감에 대한 고발(노동법위반)도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학교자율화 정책을 찬성하는 쪽도 있다. 예컨대 뉴라이트교사연합은 “우수한 교원들이 팔을 걷어 붙이면 공교육 정상화는 시간문제”라며 다소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다.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 역시 “단위학교 자율화가 현장에서 바람직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할 것”이라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널리 알려진 것이긴 하지만, 잠깐 그 내용을 살펴보면 초ㆍ중등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에 의거 교과부 지침 29가지가 폐지되었다. 논란이 가장 큰 것은 0교시와 심야보충수업, 학원의 학교 진출 등이다…
2008-06-26 10:48지난 4월 중순 군산벚꽃예술제 백일장을 시작으로 모두 9차례 학생들을 데리고 백일장에 다녀왔다. 6월에도 두어군데 더 나갔지만, 성적은 좋지 않다. 딱 4군데서만 학생들이 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이며 50대 중반에 접어든 나로선 학생들 수상여부에 따라 묘한 기분이 들곤 한다. 특히 참가학생 누구도 장려상조차 받지 못했을 때 솟구치는 자괴감이 제법 심하다. 아무래도 ‘은퇴’할 때가 된 듯싶다. 그러나 백일장 지도교사에서 은퇴하더라도 몇 가지 아쉽게 느낀 점은 지적해야 될 것 같다. 말할 나위 없이 주최 대학이나 단체의 더 나은 백일장대회를 위해서다. 아니 많은 비용을 쓰며 좋은 일 하는 대학이나 단체들이 학생들로부터 욕 먹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먼저 짧은 시간에 학생작품을 정확하고 꼼꼼하게 제대로 보냐는 것이다.물론 심사관점의 차이야 있겠지만, 문학평론가인 내가 보기에 꽤 잘 쓴 학생 시도 번번히 장려상조차 받지 못했다. 전문계고 학생이라 ‘역시 나는 안돼’ 하는 열패의식에 빠져들까봐 나로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다음은 약속지키지 않기다. 5월 18일 실시한 백일장의 경우 5월말 심사결과 발표를 약속했는데, 5월 31일 자정까지도 고등…
2008-06-26 10:304월 9일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이 선거사범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아다시피 민주당은 수도권 총선의 최대 쟁점이었던 뉴타운 공약 문제와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몽준 당선자 등을 서울지검에 고발조치했다.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당선자는 71명이다. 입건 유형을 살펴보면 거짓말 사범이 41명으로 가장 많다. 금품 14명, 기타 13명, 불법선전 사범 3명으로 뒤를 이었다. 지금까지 입건된 18대 총선사범은 당선자 71명, 낙선자 63명을 포함해 모두 1144명이다. (세계일보, 4월29일자 참조) 지난 17대 총선거에서는 당선자 46명이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돼 11명이 의원직을 잃은 바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당선자가 징역형이나 벌금 1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잃는다. 또 당선자의 배우자, 직계 존ㆍ비속,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등이 벌금 3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아도 당선이 취소된다. 그러나 일반 유권자들이 알 수 있는 공직선거법은 거기까지다. 당선 및 당선자 관련 조항이라 대부분 유권자들은 몰라도 되는 ‘그들만의 공직선거법’ 이기도 하다.…
2008-06-26 10:25얼마 전 마침 개교기념일이어서 집에 있었다. 운동하고 샤워 후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웬 전화인가 의아해하며 수화기를 드니 ‘그놈목소리’가 들렸다. 딸 이름(고1 년생이다.)을 대며 내가 데리고 있으니 많이도 필요 없고 일천만 원만 보내라는 것이었다. “유괴라니, 당신 애들 유괴범은 100% 잡힌다는 것 몰라서 하는 짓이야, 시방?” 나는 기세좋게 오히려 반격을 가하고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느낀 것은 딸아이인 듯한 “아빠, 살려주세요”라는 우는 음성이 수화기를 통해 들리면서부터였다. 나는 ‘그놈’이 하라는 대로 휴대폰으로도 전화를 받는 한편 계좌번호ㆍ비밀번호 등을 초등학교 학생처럼 불러주었다. 어제까지 조회했던 예금잔액 번호는 웬일인지 자꾸 틀렸다. ‘그놈’이 버럭 짜증을 냈다. 잔액이 40만 원도 안된다고 하니 ‘그놈’은 10분 줄테니 돈을 입금시키라며 인심쓰듯 말했다. 다시 내가 이백만 원은 30분사이에 해볼 수 있을 거 같다고 하자 ‘그놈’은 “아이 살리려거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하며 전화를 끊었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양말을 신는데 여의치 않았다. 외출복으로 갈아 입고 문을 열려는 순간 신고가 떠올랐다.…
2008-06-26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