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날에 큰집에는 특이한 손님이 왔다. 5남매의 딸린 식구만 해도 많지만 ‘앤드루’라는 캐나다인과 양육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두 명의 6학년 초등학생이었다. 우리 식구들은 두 번째 만나는 구면이었지만 나는 처음이었기에 ‘앤드루’라는 캐나다인에게 관심이 많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앤드루’에게 나이가 몇 살이냐? 결혼을 했느냐? 무슨 목적으로 한국에 나왔느냐? 등등 궁금한 것을 많이 물어보았다. 그리고 형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두 애를 가리키면서 이런 애와 같은 애들이 양육원에서 일정 나이가 되면 독립하기 위해 나가야 하는데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어디를 가야할지 몰라 방황하는 애들이 많은데 그들이 독립해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보살펴 주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이런 데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하루 지나고 마산에서 울산으로 돌아오면서 딸로부터 생각 없이 말과 행동을 한다고 지적을 받기도 하였다. 그야말로 아무런 생각 없이 ‘앤드루’에게 던진 질문과 애를 가리키면서 ‘이런 애’라고 한 것을 두고 딸은 자기가 어쩔 줄 모를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외국인에게 나이가 몇이냐? 결혼했느냐? 라고 묻는 것은 실례라고 했다. 또…
2007-02-21 09:012007학년도 서울대 입시 논술 시험에서 합격한 학생들의 논술점수를 분석한 결과 지방(군단위)학생들의 평균점수가 서울학생들 보다 평균 0.16점이 높았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의외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일반적으로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고 도시로 몰려드는 현상과는 상반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궁금증은 더했다. 서울소재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 간에 경쟁력이 높은데다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는 우수한 학원들이 많아 대학진학에 유리하였기 때문에 자녀교육을 위해 인구는 도시로 집중되어 온 원인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입시에서 25점 만점을 차지하는 논술은 대도시에 있는 논술학원에서 갑자기 맞춤식 논술 지도를 받는다고 좋은 점수를 얻기가 힘들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논술은 평소에 얼마나 독서를 효율적으로 많이 하였는가? 또는 자연과 얼마나 많이 접하며 생활 했는가? 등이 논술교육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는 학생들은 자연환경으로부터 보고, 듣고, 느끼며 배우는 것들이 도시 학생들보다는 더 많았을 것이고 자연의 순리와 계절의 변화 자연
2007-02-20 15:48시험지 정명숙 책상의 시험지를 바라보면 내 마음 뛰노라 어렸을 때도 그러하였고 선생님이 된 지금도 그러하다. 앞날 늙어서도 그럴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아니리라. 벼락치기는 나의 버릇 원컨대 내 시험점수가 벼락치기라도 좋게 이어가기를... 학교 다닐 때 자주 읊조렸던 ‘윌리엄워즈워드의 무지개’를 개사해 보았다. 세계적인 명시 무지개가 시험지로 둔갑하여 우스운 꼴이 되긴 했지만 솔직한 나의 심경을 담았다. 어렸을 때나 어른이 된 지금이나 변함없는 나의 벼락치기 시험습관을 스스로 꼬집은 것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나의 신체조건 중에서 그나마 좋다고 생각하는 머리를 믿는 나는 시험에 있어서만큼은 벼락치기를 고수해왔다. 오죽했으면 대학 다닐 때도 그 다음 날이 시험인데도 종강한 뒤에 있을 사은회 프로그램을 짜느라 공책이 강의 내용이 아닌 식순으로 뒤덮였을까? 그렇게 엉뚱한 곳에 시간을 쓰면서도 시험을 치면 늘 중상위권을 유지하는 날보고 학우들은 밤새워 엄청 공부할 것이라고 뒷공론이 무성했다.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나는 노는척하면서도 열공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혔다. 그 때에 처음 깨달았다. 진실이 검증되지 않은 여론에 의해 밀릴 때가 많다는…
2007-02-20 09:36이번 설날도 나에게는 유익했고 남달랐다. 88세의 건강한 어머니를 만나 뵐 수 있은 데다 경기도에 사시는 누님을 제외한 5형제가 한 자리에 모여 따뜻하고 아름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전문의 시험에 합격한 조카와 질부를 축하해 줄 수 있어 좋았고 딸이 서울초등임용고시에 합격해 떳떳했고 또 조카 한 명이 사범대에 합격해 기쁨이 배가 되었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어릴 때에 자녀들이 선생이 되는 것을 소원하셨고 그렇게 되도록 기도하셨기에 어머니의 6자녀손 중 딸린 식구까지 10명이나 교직을 길을 걷고 있으며 이번에 시험에 합격한 조카까지 포함하면 11명이나 된다. 명절 때마다 마산에 있는 큰집에 오게 되면 언제나 기쁨이 배가 된다. 왜냐하면 큰형님, 큰형수님께서 48평이나 되는 넓은 아파트에서 어머니를 평생 모시고 살고 계시기 때문이다. 둘 다 교직생활을 하시면서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계시는 것 보면서 감사하는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게 된다. 자녀들도 잘되어 있다. 두 자녀가 있는데 딸은 부부교사이고, 아들은 부부의사이다. 아들은 정신과 전문의이고, 며느리는 소아과 전문의이다. 동생들에게 조금도 부담을 주지 않고 한 마디도
2007-02-20 08:31졸업생 여러분. 지금 여러분은 기분이 퍽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지긋지긋한 시험으로부터 해방되었을 뿐 아니라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할테니까요. 그렇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그동안 애환을 함께 했던 각자의 학교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소정의 3학년 과정을 마치고 새로운 세상으로 한발 더 내딛게된 것입니다. 하지만 헤어져도 아주 떠남이 아니요, 떠나도 정말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다시 만나는 것처럼 새로운 출발을 위한 떠남이요, 또 다른 만남을 위한 헤어짐입니다. 여러분은 ‘배움’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배움의 현장으로 옮겨갈 뿐입니다. 아마도 더 힘들고 고된 ‘배움’이 시작될지 모르는 곳으로 말이예요.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교육자인 루소는 말했습니다.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고. 한번은 생존을 위해서. 또 한번은 생활을 위해서 태어나는 것이라고. 그렇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생활을 위한 태어남 즉 ‘제2의 탄생’의 길을 가게 됩니다. 여러분 인생이 결정되는 곳. 여러분 생애의 커다란 전기가 마련되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가는 것입니다. 졸업생 여러분. 처음 단추를 잘못 끼우면 전체가 비뚤어지고
2007-02-20 08:29나는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한 실업계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휴전선 근방에 위치한 학교로 주변 교육 환경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실업계 학교 탓인지 학생들은 학습에 대한 열의와 의욕이 다소 부족한 편이다. 중학교 때의 학업부진으로 인해 실업계에 진학했다는 좌절감,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자괴감에 빠져있는 경우도 있고, 가정불화로 인한 결손 가정도 의외로 많다.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학생들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참으로 심성이 착하다. 감성이 따뜻하고 다정다감한 학생들이 많다. 등교를 하다가 만나기라도 하면 으레 달려와서 환하게 인사하곤 한다. 이곳에 부임한지 어느덧 18년, 많은 제자들을 만나고 헤어졌다. 그 만남 하나하나를 다 기억할 순 없지만 행복과 보람을 느낀 아름다운 추억들이 있다. 그 중에 잊을 수 없는 한제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김광복(金光復)이란 학생이 떠오른다. 8월 15일에 태어났다고 해서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라고 했다. 나는 3년 전에 그 아이를 처음 만났다. 실업계 학생들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진학보다는 취업을 준비한다. 광복이도 처음엔 이에 속한 학생이었다. 입학할 때의 성적은 중간이었고 다른 아이와 마찬가지로 가정
2007-02-19 23:05"봉희야~! 어떤 일이 있든 무조건 아이들을 감싸 안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악하게 대하지 말거라." 18년전, 처음 교직에 들어설 즈음, 아버지께서 나를 조용히 불러 놓으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실 그때는 '사람을 감싸 안는다'는 의미를 잘 몰랐다. 다른 사람들에게 악하게 대하지 말라는 의미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학생들을 가르칠 때, 열정과 사랑으로 가르치고 직장 안에서 인간관계를 잘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이제 교직에 들어선지 꼭 17년이 된 지금, 아버지의 당부의 말씀이 불현듯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얼마 전, 한 초등학교 교사가 어린 학생을 체벌한 사건이 문제가 되더니 며칠 전에는 학생의 뺨을 때린 교사가 교단을 떠나는 불상사가 있었다. 안타깝기 그지 없다. 아마도 아버지께서 오늘을 생각해서 선경지명처럼 내게 하신 귀한 말씀이리라. 옛날에 열 살을 갓 넘을까 말까한 꼬마 신랑이 있었다. 나이가 열 살이나 많은 신부에게 장가를 간 것이다. 오늘날에도 누나 같은 연상의 여인이 배필이 좋다며 유행처럼 회자되곤 했다. 하지만 예전에는 연상의 여자와 결혼하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일제 치하에 정신대로 끌려가는 것을 피하기…
2007-02-19 23:042월 16일, 지역교육청 인사발령 교감회의에서 편지 한 통을 전달받았다. 겉봉투를 보니 '받는 사람' 표기만 되어 있었다. 문득, '아, 바로 이게 중요한 그것이구나!'하는 감(感)이 와 닿았다. 개봉하여 내용을 보니, 이번 3월 1일자 교장 승진 임용자 인원수와개인 승진후보 순위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알려주는 이'는 경기도교육청 중등교육과장.[사진 하단 참조] 한편 고맙기도 하다. 믿을만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발령을 기다리는 승진후보자의 궁금증을 일시에 해소해 주니 가뭄에 단비 같다. 교육수요자를 생각하여 주는 인사의 투명성도 보인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이런 작업을 수년 전부터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이런 편지, 교직에서 한 두 번 받을까 말까다. 교감과 교장 승진 때외에는 없다. 그렇다면 이 펀지를 받는 사람이교육감과 담당 장학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더욱 교직에 정진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쁜 세상, 중요한 핵심 정보만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핵심 목적도 달성하고 그 외 부수적인 것도 거둔다면 '꿩 먹고 알먹고' 아닌지? 예컨대, 겉봉투 '보내는 사람'도 떳떳이
2007-02-18 14:50"봉주리 선생님~! 오늘 저∼ 상담할게 있는데요?" "그래요, 방과후에 찾아오렴" 점심때나 방과후가 되면 교무실로 적지 않은 학생들이 나를 찾아온다. 새학기를 앞두고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다. 상담내용은 어느 대학에 지원할 것인지에 관한 진로문제로부터 시작하여 어려운 가정사 문제, 자기와 가까운 남자 친구 얘기, 혹은 심지어 성문제에 대한 고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대부분 자기 말만 장황하게 늘어놓기만 한다. 자기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그렇기에 미성년이고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이지 않은가. 다만 자신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생각하지도 않고 자신에 대한 냉철한 인식도 고민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학생들의 대부분은 나의 애정어린 충고를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만을 앞세울 뿐이다. 이럴 땐 솔직히 언짢은 기분이 든다. 그러나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고 고운 놈 매 한대 더 준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무슨 문제로 나를 찾아 왔는지, 어떤 점에 관해 도움을 받고 싶은지 등에 상세하게 질문을 하곤 한다. 상담하다보면 눈물겨운 사연들을 자주 만나곤 한
2007-02-17 09:10어제는 종업식이 있었다. 종업식이 있기 전 교무실에서 떠나시는 27명의 선생님의 발령장과 친목회에서 전별금을 드리고서는 떠나시는 선생님의 인사말씀이 있었다. 김 부장선생님께서는 평소와는 달리 눈물을 흘리시며 이임인사를 하셨다. 저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떠나시는 모든 선생님이 그러하셨지만 특히 김 부장선생님에게서는 배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마지막 메신저를 김 부장선생님께 보냈다. 감성, 지성, 외모, 사람됨이 탁월하신 선생님과 같은 분을 며느리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교무실에서 아침조례를 끝내고 운동장에서 종업식이 있었다. 종업식이 시작되기 전 우리학교의 자랑 중의 하나인 조례대 등나무 위에는 수십 마리의 작은 새들이 떠나시는 선생님과 함께 하였다. 정말 보기 좋았다. 떠나시는 선생님들과 남아있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아는 듯 계속 슬픔을 함께 하였다. 아쉬운 정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함께 아쉬워했고 함께 눈물을 흘리며 함께 가슴을 쓸어내기도 했다. 입을 열지 못하고 떠나며 보내는 선생님들 대신 입을 열어 아쉬운 석별의 정을 전해주니 정말 고맙다. 가시는 곳곳마다 함께 가서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며 용기와 힘을 실어주기 바란다. 외로워할 때…
2007-02-17 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