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는 산업도시인 동시에 조상의 얼이 담긴 곳이 많은 유적도시이며 교육의 도시이기도 하다. 지난 99년 울산교육연수원에 근무한 것이 저에게는 교직생활 30년 중 가장 추억이 많이 담긴 해였다. 그 때 당시에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러함을 더욱 느끼게 된다. 울산교육연수원은 경남과 분리되기 전에는 학생들의 수련활동인 수련원이었지만 저가 교육연구사로 발령받은 당시에는 광역시로 승격된 이후라 학생수련원과 교원연수원으로 겸하여 운영하던 때였다. 그 때 저는 교수실에서 교원연수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학생수련에 관한 보조업무를 했다. 담임연구사가 계시지 않으면 대신 보조 담임역할을 하기도 하였고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사물놀이지도에 대한 담당연구사님이 이동하시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저가 어깨 너머로 배운 실력으로 사물놀이 지도를 하기도 했다. 그 때 당시 생활근거지가 울산이 아니고 마산이었기 때문에 저 혼자서 객지생활을 하던 때였다. 그래서 연수원 내에 있는 숙소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다른 분들은 두 명씩 배정이 되었지만 저는 객지생활을 한다고 원장님의 크신 배려로 혼자 조금만 숙소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숙소는 별도의 건물이 아니었고 학교건물을 수
2007-01-19 11:192007년 돼지해를 맞아 동네 사우나부터 먼저 찾았다. 지난 해의 묵은 때를 박박 벗겨내면 새해에는 뭐든지 술술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늘 해오던 대로 때밀이 아줌마에게 몸을 맡겼다. 아직도 젊어 보이는 사람이 웬 시건방이냐고 핀잔을 듣는대도 할 수 없다. 때밀이만큼은 내가 누리는 유일한 호사이기에. 이 꼴을 엄마가 본다면 당장 때밀이아줌마 손에 쥐어질 돈부터 빼앗으리라. “내가 밀어줄 테니까 그 돈 나한테나 내놔!” 그럼 나는 빼앗기지 않고 대답할 것이다. “엄마는 전문가가 아니잖아. 때밀이 아줌마처럼 시원하게 해줄 수 있어?”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의 반응도 엄마와 똑같기는 마찬가지다. “때미는 데 돈 내버리는 거 참 아깝더라.” 그러면서도 그네들은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돈, 달마다 미장원에 가서 머리 손질하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는다. 옷 사는 돈, 퍼머하는 돈은 아까워도 때 미는 돈은 아깝지 않다고 하는 나의 견해와는 정반대인 셈이다. 여자들이 백이면 백 다 좋아하는 쇼핑은 내게 있어서만큼은 벼르고 별러야만 하는 드문 행사다. 쇼핑은 반나절이나 하루를 잡아먹는 시간귀신인 탓이다. 퍼머하는 일 또한 두세 시간은 잡아드시는 일이기에 웬만하면 그냥…
2007-01-18 08:42지난 99년 3월부터 울산교육연수원에서 6개월간 교육연구사로 연수원 숙소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해 4월 20일 깊어가는 밤에 ‘순오지’를 읽고서 메모한 것을 올려 봅니다. 『조선 인조 때의 학자인 홍만종 선생님께서 병으로 누워 있을 때 15일간 걸쳐 완성했다고 하는 ‘순오지(旬五志)’의 마지막 부분에 가면 그분께서 평생에 세 가지 버릇, 네 가지 장점, 다섯 가지 폐단을 적고 스스로 경계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그분의 평생 세 가지 버릇은 이렇다. “재주는 대단치 않으나 책 보기를 좋아하고, 글씨는 졸려하지만 필적을 좋아하고, 병은 많으면서 산수를 좋아한다”. 나의 평생 버릇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특히 연수원에 오고 나서 나의 습관과 너무 흡사해 기쁘기 그지없다. 지덕이 높으신 분의 좋은 버릇 닮아가나 싶어 기분이 좋다. 3월 이후부터 재주가 없으나 책읽기를 좋아하고, 필재(筆才)가 없으나 글쓰기를 좋아하며, 다병(多病)인데도 산해(山海)를 좋아하니 혹 홍만종 선생님의 영향을 받은 때문은 아닌지? 틈만 나면 시집, 수필집, 교양서적 할 것 없이 내 손에 주어지는 책은 닥치는 대로 마구 읽는다. 어떤 때는 하루 만에 시집을 한 권을 읽어 낸다. 이해되
2007-01-18 08:41오늘 보충수업이 끝나는 날이라 지난 여름방학 때처럼 간단히 코멘트를 해주면 좋겠다는 1,2학년 부장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별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인사말씀을 드리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 시작 5분 전 방송을 통해 인사를 올렸습니다. 그 내용은 이러합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보충수업이 끝나는 날입니다. 그 동안 정말 말없이 열심히 수고해 주셨는데 감사하는 마음으로 간단히 메모해 보았습니다. 이것을 읽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겠으니 끝까지 들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선생님, 오늘 출근길은 몸은 추웠지만 마음은 따뜻하지 않았습니까? 시작할 때만 해도 체력이 고갈되어 좀 쉬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았을 텐데 이렇게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또 고생을 하게 되었으니 저로서도 죄송하고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벌써 18일간의 보충수업기간이 끝나는 날이라 마음이 가볍고 몸도 마음도 따뜻하고 기쁨과 보람도 느끼리라 생각됩니다. 여러 선생님께서 보충수업 자체가 부담스럽고 힘이 들었겠지만 말없이 묵묵히 학생들 곁에서 땀을 흘려주신 선생님 정말로 고맙고 감사합니다. 임신을 하신 선생님께서도, 유산 후유증으로 편하게 몸조리 하셔야 하는데도, 신혼초기에 여행도 다녀오셔야…
2007-01-17 09:16방학 중이지만 학교를 지키는 사람은 대부분 교감 또는 교장이다. 몇 개 학교 아는 교감에게 연락을해 보니 학교에 근무 중이다.새해 덕담을 주고 받고 인사 발령에 관해 정보도 주고 받는다. 교육청에서 함께 근무했던 모 교감과의 대화이다. "경기도는 이번 2월 명퇴자가 484명인데 지난해 전체 인원의 3배랍니다." "공무원 연금법 개정 여파 등이주요 원인이라지요." "그 중 32명이 교감과 교장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어요." "교직에서 교감과 교장 되기 얼마나 힘이 드는데 명퇴를 신청했을까요?" "혹시, 주위에서명퇴를 신청한교감, 교장 아세요?" "네, 00고 Y교장과 00중 L교장이 냈다고 들었어요." "왜 그 분들이 교직을 떠나려 할까요?" "잘 아시잖아요. Y교장은 개교 당시부터 모 단체 교사들로부터 괴로움을 당한 것. 그리고 L교장은 학생 사안이 자주 일어나 어려움을 많이 겪은 걸로 알고 있어요." 차라리 연금 때문에 명퇴를 택했다는 이야기라면 이렇게 마음이 불편하지 않겠다. 이건 퇴직후 생활에 관한 게 아니라 교육본질에관한 문제다. 혹시나 소속 교직원과의 불화로, 학생과 학부모의 등쌀과 성화가 명퇴를 재촉하지 않았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리포
2007-01-17 09:15오늘이 방학이 아니었다면 1월 놀토 둘째 날이 됩니다. 하지만 저는 놀토 둘째 날의 느낌을 받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어제가 1월 놀토인데도 평소와 같이 정상적으로 출근을 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학교에 나와서 보충수업을 하는데 교감이라고 놀토인데 쉴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기분이 썩 좋은 편이 아닙니다. 방학이 되기 전 부장회의 때 방학 중 보충수업 계획을 세울 때 놀토는 보충수업을 하지 않도록 계획을 세우면 좋겠다고 말씀을 했습니다. 그런데 1,2학년 두 부장선생님께서 저에게 찾아와 건의를 했습니다. 방학 동안에 놀토에도 보충수업을 했으면 한다고요.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학생들이 원하고 있고 선생님들이 원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놀토를 쉬게 하면 리듬이 깨어져 학교에 나오지 않을 학생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아주 못마땅했습니다. 평소에 놀토에도 선생님들께 말씀하시는 것처럼 학생들이 공부에 리듬이 깨진다고 학교에 오게 해서 공부를 시켜야겠다고 하면 이해가 됩니다. 보충수업을 하겠다. 기초반, 심화반 학생들을 위한 수업계획을 세워 하겠다고 하면 모릅니다. 그런데 평소에는 놀토는 쉬어야고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야 에너지가 보충이…
2007-01-14 08:53요즈음은 각급학교가 한창 방학을 보내고 있는 시기이다. 학교에 따라서는 연수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학교는 학생들이 있을 때보다는 조용하다. 학교에 출근을 해 보아도 교무실에는 몇몇 교사들만 보일 뿐이다. 학생들의 모습도 간혹 보이긴 하지만 등교 할 때에 비해서는 정적 그 자체이다. 그러나 교장실은비어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교장선생님이 거의 매일같이 출근을 하기 때문이다. 교무실의 교감선생님 자리도 마찬가지이다. 항상 컴퓨터가 켜져있고 그 자리를 교감선생님이 지키고 있다. '교장, 교감은 방학때 출근하라고 법에 나와있나요?' 방학중에 출근한 어느 선생님의 질문이다. '제가 알기로는 그런것은 아닌듯 합니다. 다만 방학이라고 해서 학교를 비울 수 없고, 최소한 교장이나 교감 중 한명은 학교에 나와야 긴급한 업무등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학교도 지키고 업무도 처리하는 것이 교장, 교감의 할일이 아닐까요.'(교무실에 있던 선생님들 모두 웃는다.) 막상 이야기를 그렇게 하고나니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어느 교감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사석에서이다. '교감되니까 좋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2007-01-13 19:56새 교육과정(엄밀히 말하면 7차교육과정 수정)개정안을 두고 말이 많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역사과목을 사회과목에서 분리하여 신설하기로 했으며, 과학교육활성화를 위해 고등학교 1학년(10학년)의 과학수업시수를 주당 1시간 늘려 4시간으로 하기로 했다. 질적인 면보다는 양적인 면을 택한 것이다. 특히 과학교육활성화를 통해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소하고자 과학수업시수를 늘리기로 했다. 그동안 관련단체들의 요구를 전격수용한 것이다. 행당과목의 중요성은 몇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 겨우 수업시수를 늘리는 것이었는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 물론 교육과정개편에서 수업시수의 증가가 해당교과교육 활상화의 시발점이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그렇더라도 수업시수만 늘리는 것은 교과교육 활성화에 도움은 되지만 활성화와 직결된다고 보기 어렵다. 과학교육활성화를 위해서울시교육청에서는 이미 3년전에 과학교육활성화 추진단이라는 별도 기구를 만들었다. 그동안 과학영재교육을 각 지역교육청별로 실시해 왔고, 과학중심학교운영을 통하여 어느정도 활성화에 기여했다. 현재
2007-01-13 13:06선생님, 저는 어제 종일 기쁜 날이었습니다. 딸이 저에게 기쁨을 안겨줬기 때문입니다. 12일 깊은 밤 01시 조금 지난 시간에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딸이 서울 초등 임용고사 최종합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기쁜지 그 이후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내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정말 평생 기쁨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듯했습니다. 딸, 아들의 대학의 합격 때도 그렇게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그 어떤 것도 어제만큼 기쁨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 정도로 바람이 간절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리고 학교에 와서도 모두들 어떻게 되었나 하고 궁금해 하는데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간단하게나마 함께 떡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교장선생님과 행정실장님과 두 분의 선생님과 함께 점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여러 선생님의 축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왜냐 하면 같이 재수를 하면서 이화여대 도서실에서 한 해 동안 같이 동고동락하며 함께 공부를 했던 딸 친구 중 한 명이 떨어졌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그 학생의 마음이 어떠했으며, 그 부모님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기…
2007-01-13 10:55선생님, 오늘은 마음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까? 저는 오늘 아침 마음을 자녀 문제와 기타 사적인 문제로 마음을 빼앗겠습니다. 그러니 평소에 하던 생각이 끊어졌습니다. 생각의 샘이 막혀버린 것입니다. 마음을 빼앗기니 안정이 되지 않습니다. 괜히 불안합니다. 마음을 빼앗기니 교육에 대한 생각이 닫힙니다. 그만큼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내 마음이 가는 곳에 내 생각이 갑니다. 내 마음을 담는 곳에 내가 머뭅니다. 내 마음이 평소와 달라지니 생활의 리듬이 깨집니다. 몸의 이상도 느끼게 됩니다. 마음을 지키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마음을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교육은 마음 관리’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종종 마음의 그릇에 바른 생각을 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가득차면 얼마 안 가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게 학교를 오염시킵니다. 그게 선생님들을 불쾌하게 만듭니다. 그게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하지만 마음의 그릇에 바른 생각을 담으면 그게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그게 성실로 나타납니다. 그게 근면으로 나타납니다. 그게 정직으로 나타납니다. 그게 참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니…
2007-01-11 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