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에 한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지난학교에서 담임했던 아이들이 토요일에 학교를 방문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해에 2학년 담임을 하고 떠났으니, 그 아이들이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1,2학년보다는 기말시험을 일찍 보기 때문에 이미 시험이 끝나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4교시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을 귀가시킨 얼마후에 낯익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한명, 두명, 세명.... 모두 23명의 아이들이었다. 지난해 우리반이 모두 35명이있으니 2/3쯤 되는 아이들이 나타난 것이다. 벌써 1년이 다 지나가고 있는데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찾아올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찾아온 것이다. 거기에 선물로 롤케익까지 들고 나타난 것이다. 특히 날씨가 영하권을 맴돌았고 거리가 꽤나 멀리 떨어진 곳이었음에도 찾아온 것이었다. 이런것이 교사를 하는 보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3이면 아직은 미숙한 시기이다. 그럼에도 지난해의 담임을 만나기 위해 강추위를 뚫고 나타난 아이들이 그저 고맙고 기특할 따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중 한녀석이 '선생님 우리 걸어왔어요.'라고 하는 것
2006-12-02 22:43요즈음 들어 부쩍 교사들이 학생들로부터 폭력 피해를 입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교사들의 학생들에 대한 체벌, 혹은 아이들간의 폭력 문제는 그 문제의 심각성이 학교 현장을 넘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폭넓게 인식되고 있다. 물론 체벌에 관한 문제는 여전히 그 정당성에 대해 왈가왈부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교사들의 폭력 피해는 그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쉬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여타의 폭력문제에 비해 그 심각성의 정도가 훨씬 더함에도 불구하고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 때문에 교사 본인들 스스로가 입을 다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여선생님의 비율이 해마다 늘고 있는 상황에서 그와 같은 폭력문제는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쉽사리 간과하고 넘어가서는 안 되는 문제다. 일선 학교 현장의 수많은 선생님, 특히 여선생님들은 이런 위험 부담감을 안고 교실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때론 아이들의 눈빛이 무서워요! 교사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직종으로 떠오르면서 많은 여학생들이 대다수 사대나 교대로 몰리게 되었다. 그런 현상이 날로 증가되면서 일선 학교 현장은 심하게는 남자 선생님을 찾아 볼 수 없는 곳도 심심치 않게
2006-12-02 17:18오늘 아침 TV 뉴스에서 외로운 슬픔을 보았습니다. 조용한 울음을 보았습니다. 농촌의 한 할아버지께서 소가 브루셀라에 감염되어 도살 처분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하루 종일 울었다고 하는 소리없는 조용한 울음을 보았습니다. 병으로 도살 처분된 소가 이마에 주름진 한 농부를 울게 만든 것입니다. 눈가에 눈방울이 맺히는 슬픔을 서글프게 지켜보아야만 했습니다. 누가 그분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겠습니까? 흔들리는 갈대와 같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견고한 심지로 다시 일어섰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저는 어제 야자시간에 제 자리에 앉아 조용한 교무실에서 시 한 편을 읽고 음미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래야 지루한 야자시간을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권태로 말미암아 위축된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흔들리는 나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갈대는 속으로/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조용히 울고 있는
2006-12-02 09:00지난 토요일 어떤 모임이 있었습니다. 오후 5시에 우리학교에 모여 가까운 식당에 가기로 했습니다. 교문입구에는 두 개의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서울대 수시 1차 합격자 4명의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그 밑에는 사법고시 2차 합격을 한 학생 세 명의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교문입구에 있는 분들에게 올해 우리학교에는 사법고시에 5명이 2차 합격을 했습니다. 45회 졸업 두 명의 합격자가 또 늦게 전화가 왔습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있으니 그 중에 계시는 30대 후반의 본교 출신이 한 분 있었습니다. 지금 학원 강사로 수고를 하시는 분입니다. 키고 크고 인물도 예쁩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자기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앞에 있는 문방구 아줌마가 자기를 알아본다고 하더군요. 문방구 출입을 얼마나 자주 했으면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겠습니까? 그리고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하지 않아 학급에서 뒤에서 2등을 했다고 하네요. 거기에다 담을 가르키면서 담을 넘다가 교감선생님에게 걸려 혼이 나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는 학생시절이 참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학교 다닐 때 열심히 공부한 학생은 이름을 날리게 되지만 학교…
2006-12-01 22:14먹잇감이 부족하고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이 되면 새들은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따뜻한 곳으로 이사를 가거나 살던 곳에서 힘겹게 버텨야 한다. 이사하기로 결심한 ‘철새’는 배고픔과 추위와 사투를 벌이며 수천㎞를 날아야 하는 '위험한 모험'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겨울 철새인 기러기는 시베리아, 사할린, 알래스카 등지에서 날아와 월동하다가 봄이 되면 다시 돌아간다. 시베리아 등지에서 새끼를 기르다가 더 추워지면 새끼를 부양할 수 있는 먹이가 점점 부족해지기 때문에 먹이가 풍부한 남쪽으로 이동하여 따뜻한 겨울을 나고 새끼들이 다 자란 후에는 가족을 이끌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겨울방학을 앞둔 요즘 학생과 학부모를 겨냥한 각종 어학캠프, 교환학생프로그램, 조기유학 등 겨울방학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면서 비교적 유복한 가정이 모여있는 우리학교에도 유학을 준비하거나 단기 어학연수를 떠나는 학생이 줄을 잇고 있다. ‘철새의 계절’에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희대의 교육 모델 ‘기러기 가족’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유학이나 어학연수 인원의 급증은 물론 대상 국가도 미국 위주에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본래 ‘기러기가족
2006-12-01 19:2712월을 여는 첫날입니다. TV에서도 아나운서들이 12월에 관한 이야기로 아침 뉴스를 시작합니다. “이제 달력이 한 장 남았습니다.” “이제 1년을 마감하는 마지막 달입니다.” 그런데 한 장 남았다거나 마지막 달이라는 아나운서들의 멘트를 듣고 나니 오히려 이른 아침이 우울하고 쓸쓸합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매스컴에서는 긍정적이고 희망을 주는 말들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인생살이를 고갯길에 비유합니다. 오를 때는 힘이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내려갈 때는 저절로 발걸음이 빨라져 금방 내려갑니다. 그래서 나이 먹은 사람일수록, 연말이 다가올수록 세월 가는 것을 아쉬워합니다. 가는 세월 막을 장사 없습니다. 그래서 더 긍정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일이 끝나지 아니하고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아직’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해야 합니다. “아직 한 달이나 남았습니다.” “아직 1년을 정리할 시간이 31일이나 됩니다.” 12월 한 달 동안 할 일이 많습니다. 2006년에 계획했던 일들 중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한 일도 있습니다. 31일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에 희망이 있습니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2006-12-01 13:3612월 첫날 아침입니다. 아침 7시인데도 밖은 어둑합니다. 조용합니다. 침묵이 흐릅니다. 날씨는 겨울을 선보이는 것 같습니다. 오늘 오후부터는 더 추워진다고 합니다. 어제 한 선생님께서는 ‘12월+추위=자연스러움’이라고 하시더군요. 12월에 추위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인데도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고 ‘12월+따뜻함=자연스러움’으로 바꾸고 싶은 심정입니다. 왜냐하면 그만큼 추위가 싫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보다 추위를 많이 타고 추위를 겁내고 추위에 움츠리고 하는 저로서는 ‘12월+따뜻함=부자연스러움’이 아니라 ‘12월+따뜻함=자연스러움’입니다. 하지만 ‘12월+추위=자연스러움’의 등식을 생각하면서 추위에 주눅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추위를 잘 이겨내었으면 합니다. 저도 그러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5일까지 우리학교는 교육청 정기감사를 받게 됩니다. 안 그래도 추위로 인해 주눅이 들려고 하는데 감사까지 받게 되니 주눅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조금도 주눅들지 마시고 조금도 부담 가지시지 마시고 자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제 마지막 보충수업시간에 솔개가 장수하는 비결에 관한 글을 읽었습니다. 내용은 이러합
2006-12-01 09:49필자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그때 20대 중반의 국사 신규선생님이 부임하셨는데 자신의 임용시험 면접 경험을 얘기해준 것이 기억난다. 면접관이 전교조(그때는 전교조가 태동할 때라 비합법이었음.)라는 조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 보자 마음속으로는 그렇지 않으면서도 교사가 무슨 노동자냐, 교사가 되어도 전교조에 절대 가입하지 않겠다고 답변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우리들에게 합격을 하기 위해 마음속과 다른 말을 해서 교육자로서 정말 양심에 찔렸다고 말씀하셨다. 지금은 충남 모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전교조 활동에 열정을 갖고 활동을 하고 계신다. 요즈음 한국사회의 편협한 시각을 보여주는 시상화석 같은 사례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사법시험에서는 1, 2차만 합격하면 면접은 요식행위로서 거의 탈락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올해에는 26 명이 소위 부적격자로 분류되어 심층면접을 치렀다고 한다. 그중에는 예비 법조인이 가져야 할 기본 소양이 부족하여 심층면접을 치른 수험생도 있었지만, 이른바 사상이 불온(?)하다는 면접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분류된 수험생도 있었다는 게 문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1단계 면접에서 "
2006-11-30 21:49출근하면서 달력을 보았습니다. 11월 30일. 11월의 마지막 날이더군요. 이젠 정말 2006년도 다 갔다는 조급한 생각이 들자, 갑자기 허무와 쓸쓸하단 생각들이 밀물처럼 밀려와 제 자신을 흔듭니다. 게다가 밖에는 눈인지 비인지 분간하지 못할 진눈깨비까지 내리는 것 같고…. 아무튼 무척이나 싱숭생숭한 날입니다. 해마다 11월이 되면 늘 느끼는 아쉬운 감정이지만 올해는 유난하군요. 아직도 한 달이나 남았다는 여유보다는 달랑 남은 한 장의 달력이 세월의 빠름을 실감케 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쉬지 않고 앞만보고 달려왔던 지난 11개월,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를 정도로 분주한 나날이었습니다. 분명 뭔가를 하긴 한 것 같은데 돌아보면 눈 덮인 들판처럼 하얘져 아무 것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머릿속은 온통 무채색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마냥 허송세월만 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드는군요. 무엇보다 가슴이 시리도록 붉고 애절한 사랑을 만났으므로. 바로 한국교육신문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외롭고 허전함에 파랗게 질려가던 무렵 저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신문을 만났으니 어찌 허송세월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제 생애 가장 가슴 떨리는 순간과 만남을 꼽으라면 전 주저…
2006-11-30 14:02오늘 아침은 온도가 많이 내려간 것 같습니다. 손가락이 저려오는 것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중부지방에는 영하권으로 떨어진다고 하니 겨울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11월의 끝자락인 조용한 아침입니다. 혹시 이 달에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이 없는지 되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오늘 11월을 잘 마무리하시고 금년 마지막 달을 맞이했으면 합니다. 어제 우리학교에서는 3교시째 3학년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울산여성회 성교육 강사 12명이 오셨습니다. 울산여성회 인권복지위원장이신 강진희 강사님을 비롯하여 12명이 각 교실에 한 명씩 들어가셔서 성교육에 관한 강의를 하셨습니다. 사전에 보내주신 성교육안을 보니 학습내용이 성심리와 성충동의 의미, 남녀의 성심리와 성충동의 차이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와 평등의식, 성충동에 대해 바르게 대처하는 방법 등이었습니다. 그리고 성폭력 교육안을 보니 학습내용은 성폭력이 무엇인지, 성폭력의 예방과 대처 방법, 성매매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인식하고 성매매 대응방법과 예방법 등이었습니다. 저는 그 시간에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강사님께서는 모두 한결같이 우리학교 선생님 못지않게 열심히 강의를 하고 계셨습니
2006-11-30 0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