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내려왔더니 책상위에 곱게 포장된 새하얀 백설기 두 덩어리가 놓여있었습니다. 웬 떡인가 했더니 우리학교 이은경 선생님께서 돌리신 백일 기념떡이랍니다. 선생님께선 얼마 전에 건강한 남자아이를 출산하셨는데 오늘이 벌써 100일째라네요. 눈처럼 희고 깨끗한 백설기처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라는 의미가 이 떡에는 담겨 있을 겁니다. 어제 텔레비전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 영아 사망률이 OECD 가입국 중에서 가장 낮다고 하더군요. 정말 자랑스런 소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우리나라의 영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았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 민족의 위생 관념 부족과 각종 전염병 등의 만연 때문인데 대부분의 영아들이 태어난 지 백일 안에 죽는 경우가 많았다는군요.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흰 떡을 해서 먹이기 시작한 거랍니다. 그럼 왜 굳이 흰떡이냐면, 흰색에는 병마를 물리치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사람들이 믿었기 때문이죠. 이런 전통적 정서가 요즘에도 그대로 전해져 백일잔치에는 으레 백설기가 빠지지 않는 것이랍니다. 그러고 보면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 마음이나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 마음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백일 기념떡을 보며 다시 한번 확인한 하루였
2006-06-27 17:34월요일(26일) 아침 교실 분위기는 여는 때와 달리 조용하기까지 했다. 사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아침에 출근을 하면 선생님과 아이들의 모든 화제는 지난밤에 있었던 월드컵 이야기뿐이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시합이 있는 날은 유별나게 교실은 들뜬 분위기로 자율학습과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우리나라가 16강 진출에 실패를 한 탓일까? 가끔 몇 명의 아이들만이 모여 지난 토요일(24일) 새벽에 있었던 스위스전의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할 뿐 나머지 아이들은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공부에만 전념하였다. 우리나라의 시합이 있을 때마다 뜬눈으로 응원한 아이들이었다. 이것으로 인해 아이들이 공부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7월초 기말고사를 앞둔 담임으로서 내심 아이들의 성적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16강 좌절은 애석한 일이지만 다시 학생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한편으로 마음이 놓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제부터 아이들이 모든 것을 잊고 공부에 전념하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월요일 수업시간이었다. 수업을 시작하려고 책을 펴는 순간 한 여학생이 볼멘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스위스와의…
2006-06-27 17:32분홍장화야 안녕? 엄마가 분홍장화 너를 신발가게에서 사 오셨어. 그래서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너도 나를 만나서 기뻤니? 오늘 비 왔지? 네가 내 발을 젖지 않게 해 주어서 고마웠어. 분홍장화야! 네가 참 좋아 다음에 비오는 날 또 만나자 안녕~~~~ 일기 왕 세린이! 편지로 일기를 썼어요. 한 번 말하면 마음에 새겨 들었다가 그대로 실천하는 세린이. 고운 마음 덕분에 이렇게 아름다운 글이 나온답니다. 글을 (일기를) 쓴다는 것은 고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2006-06-27 14:09대헌 은진이 울리고 벌 받는대요. 은진이 업고 한 바퀴 아이고! 왜 내가 은진이를 울렸던고 영리하고 똑똑한 대헌 가끔 실수도 있는 법! 친구들은 은진이 우는 거 지켜 보다가 대헌이 벌받는 상황 지켜 보다가 흥미 없다는 듯 모두 그림그리기 합니다 "대헌아 힘들지 미안해!"
2006-06-26 15:21교육청에 근무할 때입니다. 교육청에 있으면 많은 전화를 받게 되는데 어느 날 두 분으로부터 동일한 호칭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 장학사씨'였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게 들렸고 거부감마저 들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왜 '님'자 사용에 대해 그렇게 인색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청 주재기자도 그랬고 학부모도 그랬습니다. 왜 ‘씨’자를 붙였을까요? 장학사는 직위인데 직위 다음에 '씨'자를 붙이니 어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씨(氏)는 성(姓) 또는 이름 밑에 붙이어 부르는 접미사 아닙니까? ‘김씨, 길동씨...’에 붙이어 부르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아무개 교감씨, 아무개 교장씨, 아무개 장학관씨, 아무개 학무국장씨, 아무개 교육감씨, 이렇게 직위 다음에 ‘씨’를 붙이어 불러보니 우습게만 들립니다. 아무래도 잘못된 호칭인 것 같습니다. '님'자를 붙이기 싫으면 차라리 '아무개 씨' 하든지, '아무개 장학사'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들리지 낫지 않을까요? 왜 하필이면 장학사 뒤에 '님' 자를 붙이지 않고 '씨' 자를 붙였을까? 모르는 분에게 실례가 될까봐 호칭은 써야 되겠고, 그렇다고 높여 주기는 싫고 이러다가 얼떨결에 나온 말이 '
2006-06-26 15:20우리는 주변에서 심신장애나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특히 유전이나 사고로 어린 시절부터 그와 같은 병을 앓으면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을 보면 왠지 모를 씁쓸함부터 느끼게 된다. 최근 들어 이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에 대해서 많은 말들을 하지만 교육적인 부분에서는 구호에만 그치고 있다. 심신장애나 정신지체아를 위한 학교가 있다고 하지만 특정 지역에만 위치하거나 그 수가 매우 적어 실제적으로 교육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은 극히 드문 실정이다. 말 그대로 이런 아이들은 교육의 소외지대에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이런 질병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 어린아이들이 그들에게 맞는 교육적 기회마저 가지지 못한다면 그들은 영원히 일상적인 삶의 자리에서 멀어지고 말 것이다. 본교와 같은 농·어촌학교에는 심신장애나 정신지체를 가진 아이들이 상당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교육적, 제도적 배려는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을 지도할 수 있는 교사, 이들을 가르칠 교재도 없으며, 더군다나 이들을 위한 시설 배려는 꿈도 꿀 수 없는 실정이다. 물론 특수학급 등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교육 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그
2006-06-26 15:20교단을 떠난 지 4개월 겨우 100일이 지났지만, 이제는 까마득한 옛날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 동안 그 만큼 잊고 살았다는 말이 될 것이다. 사실 나는 그 동안 여기저기 봉사활동을 나다니면서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를 지경으로 바쁘게 살아 왔다. 그 많은 시간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반의 이야기를 하려니까 공연히 기분이 좋아진다. 왜냐하면 우리 박물관을 찾은 많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담임들 중에서 가장 모범이 되는 참 스승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을 만나면 공연히 내 자신이 그런 훌륭한 선생임이라도 된 기분이 되고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하루에 약 300여명이나 되는 단체 예약이 되어 있어서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관람을 할 수 있게 해줄까 생각을 하다가 일단 같은 유치원생들을 실제로 관람 가능 인원의 한도에 조금 넘더라도 함께 관람을 하도록 시키고, 다른 유치원을 다음으로 관람시키는 방향으로 조정을 하였다. 처음 들어온 어린이들은 인원이 많아서 함께 관람을 하는 동안 상당히 시끄럽고 차례로 구경을 하기에 적당치 않았으나, 자기들의 시간 운영상 어쩔 수가 없다고 헤서 일단은 함께 관람을 허락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예상을 했던 것처럼 상당히
2006-06-25 19:326월 23일 금요일. 출근을 하자 학생들과 모든 선생님들의 화제는 24일 새벽 4시에 있을 스위스와 월드컵 경기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가 스위스를 반드시 이겨야 16강에 올라가는 것만큼 스위스와의 대결은 국민 모두에게 큰 관심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일까? 하루가 정말이지 길게만 느껴졌다. 저녁 6시. 9교시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난 뒤 가족과의 저녁약속 때문에 퇴근을 서둘렀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과 외식 한번 제대로 갖지 못했다. 식당에 도착하자 아내와 아이들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내친김에 식사를 하고 난 뒤 토요일 새벽에 있을 스위스와의 월드컵 경기를 위한 길거리 응원까지 참여하기로 하였다. 식사를 주문하고 난 뒤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휴대폰의 벨이 울렸다. 액정모니터 위에 찍힌 번호는 학교였다. 왠지 불안한 생각이 들어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 오늘 야간자율학습 감독선생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 선생님이십니까? 학교로 빨리 오셔야겠습니다." "아니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글쎄, 선생님 반 학생들이 모두 도망갔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도망을
2006-06-25 08:44교장 자격 연수 도중, 사고가 났다. 다름 아닌 6월 23일 1,2교시 특강인 교육인적자원부 이종서 차관의 '세계화 시대의 교육 및 국가 경쟁력 제고 방안'을 차관의 바쁜 일정으로 들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를 통보받은 주관처인 연수원측도 난감하지만 연수생 입장에서 볼 때도 김이 빠진다. 연수의 맥이 끊어진다. 연수원에서는 개인연구로 대체한다고 하였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전국 단위 최고의 교장 연수가 이래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이 귀한 두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마침 아침식사 도중, 충북 문의중학교 한경환 교감(49)이 자기가 근무하는 학교를 방문하자고 제의를 한다. 네 명이 의기투합하여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식사 후 곧바로 출발하였다. 40분 후 대청호가 바라다보이는 청원군 문의면에 소재한 문의중학교(교장 윤병찬. 6학급 130명, 교직원 20명)에 도착하였다. 입구에 있는 학교 안내 표지판 '대청호의 푸른 꿈', '꿈을 키우는 행복한 文中人' 이 인상적이다. 학교에 들어서니 작업복 차림의 두 분이 손수레에 화분을 싣고 작업 중이시다. 당연히 학교 기사려니 했는데 한 분은 수학선생님(53)이란다. 기사와 선생님이 힘을 합쳐 학교 가꾸기에 열중하는 모습
2006-06-25 08:42오늘 새벽 스위스와 월드컵축구 경기를 보고 마음이 상하지 아니하셨습니까? 저는 마음이 상했습니다. 축구가 끝나고 잠을 청했지만 머리만 아프고 계속 축구생각이 떠올라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스위스와의 경기는 우리선수 11명과 스위스선수 11명에다가 3명의 심판이 합쳐 14명이 싸운 경기였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질 수밖에 없지요. 정말 분하고 원통합니다. 처음부터 주심은 스위스의 손을 자주 들어준다 싶었는데 후반전 맹추격을 앞두고 역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때에 결정적으로 주심은 스위스의 손을 들어주더군요. 완전한 업사이드라 부심도 기를 든 상태이고 우리선수들도 주춤한 상태인데도 주심은 골을 인정하고 부심은 번복하고. 세계적인 축구경기에 먹칠을 하더군요. 이는 결국 월드컵을 망치고 심판자신도 망치고 스위스도 망치는 꼴 아닙니까? 어제 오후 한국이 낳은 세계적 오케스트라 지휘자 정명훈 선생님의 ‘축구는 오케스트라다’라는 글을 어느 기사에서 읽어보니 가슴에 와 닿더군요. 이분의 글을 생각하면서 오늘 새벽 축구를 보았습니다. 저는 오늘 경기를 머리에 떠올리면서 오케스트라와 축구와 교육을 연관을 지으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 지휘자는 ‘축구는 오케스트라이고 대표팀 감
2006-06-24 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