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1학년 담임입니다. 학기초 상담 시간에 형이 중학생 때 자살한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저로서는 위로 말고는 뭘 더 어찌해 줘야 하는지를 모르겠더군요.” “중3 담임인데요, 우리 반 아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란에 ‘살기 싫다. 내가 살면 짐이 되는 거 같다’ 이런 식으로 써 놓았네요. 담임이 어찌 대처해야 할까요?” 저경력 담임교사들이 털어놓는 학급 운영의 어려움 중 일부이다.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8.7명으로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석하게도 2003년부터 현재까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자살률도 높다. 통계청 자료로는 청소년 10만 명당 자살률은 13명으로 집계된다. 청소년들의 자살에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이 작용한다. 청소년기는 신체·인지·정서적인 면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많은 혼란을 경험하는 시기다. 여기에 경제적 부와 사회적 명예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학생 각자의 재능과 적성을 무시하고 이른바 명문대와 대기업을 향한 줄서기를 시키는 풍토가 우리 청소년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더군다나 출산율 저하는 가족 구성원 수의 감
‘노이로제’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1970년대 중반이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표현인 스트레스(stress)가 오래가면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 심리적 증상인 신경증(Neurosis)의 독일어 표현인 ‘노이로제(Neurose)’를 당시에 그렇게 많이 사용했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의 입에서 ‘노이로제’라는 말이고 쉽게 튀어나오던 시절이었다. 정치 분야에서 큼직큼직한 사건이 요즘만큼이나 자주 언론에 등장했던 것이 1970년대를 ‘노이로제 시대’로 만든 배경의 하나였던 것 같고, 죄 없고 뒷배경 없는 국민들의 ‘노이로제’가 모여서 충돌하고 폭발하는 장이 교육이었다. 정치적 불안의 시대 ‘노이로제 시대’의 출발은 1972년 10월 유신의 선포였다. 1971년 8월, 분단 후 최초로 남과 북이 한 테이블에 마주 앉은 남북적십자 회담이 열렸고, 이듬해인 1972년 7월 4일에는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됐다. 그러나 남과 북의 적대적 공생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1972년 8월 미군의 베트남 철수는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감을 증식시켰고, 박정희 대통령은 10월 17일에 유신을 발표했다. 대통령 간선제와 중임제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유신 헌법에 대한 국민투
증권부 기자로 일하다 보니 거의 온종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거래창을 띄워놓는다.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주식 종목별 차트 안에는 인간의 일곱 욕망과 수만 가지의 고민이 한꺼번에 투사된다. 산이 깊으면 골이 깊다는 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 아무리 똑똑한 사람 1만 명이 있어도 그들이 ‘군중’으로 모이는 순간 지성은 사라지고 만다는 말 등등을 똑똑히 배울 수 있는 곳이 바로 주식 거래의 현장이다. 차트의 움직임은 경이로울 정도로 예측불가다. 단 한 순간도 쉽게 가는 법이 없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종목의 똑같은 상황을 놓고서도 누군가는 ‘사자’를 외치지만 누군가는 ‘팔자’를 외치며 물량을 집어 던진다. 하긴 그렇게 같은 상황을 보고도 생각이 다르니 거래(去來)가 가능한 것일 테다. 중요한 것은, 내 눈앞의 거래에만 시선이 팔려 있으면 시장 전체의 흐름을 놓친다는 점이다. 2011년 ‘지금, 경계선에서’라는 명저를 내놓은 작가 레베카 코스타는 현대 사회의 인간이 작은 일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문명의 위기를 자초했다고 꼬집는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에 대해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보면 비극’이라고 통찰했다.
[문제] ○ 2017년 3월 14일 교육부와 통계청의 발표를 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 학부모 4만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16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 - 학생 수는 2015년 대비 3.4%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더 늘었으며, - 그중 국·영·수 등 교과 사교육비는 0.6%로 소폭 상승했고, 예·체능이 19.5% 늘었다. -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증가하였고, 중학교는 감소했다. ○ 사회 계층별 사교육비 현황을 보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가 9배 정도까지 나서 양극화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 2014년부터 사교육비로 인한 사회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일명 선행학습방지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나, 그 실효성에 한계가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것이다. ☞ 이와 관련해 사교육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 사교육의 결과로 인한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정, 학교, 교육당국 차원의 대책과 방안에 관해 논술하시오. [모범답안] 1. 서론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고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교육풍토의 정착이 매우 필요한 때다. 사교육이 고학력을 유지하기 위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등 예전에 생소하거나 막연하게만 다가왔던 용어들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핵심용어와 함께 거부할 수 없는 화두가 돼 우리 삶 속에 스며들고 있다. 선택형 문제 위주로 구성된 지필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답습된 ‘무조건적인 암기 위주의 학습방법’으로는 촌각을 다투며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가기에 부족하다. 인간만이 갖출 수 있는 역량을 길러내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인공지능과 무한경쟁 시대를 살 차세대에게 무조건적인 암기와 단순 지식만을 되풀이하는 수동적인 배움만을 강요하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배움을 터득할 수 있는 ‘학생참여형 교과 활동’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기계적으로 귀를 열어 듣고, 쓰고, 외우는 수동적인 학습활동에 길든 학생들에게 학생참여형 활동수업을 참여케 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많은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평준화제도 시행 이래로 대부분의 인문계고등학교에는 다양한 수준의 학습능력을 갖춘 학생이 혼재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어 교과의 경우, 학급당 학업성적 상위 4%에 해당하는 학생을 제외하고는 영어 독해능력이 부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주요 정당의 후보가 확정돼 경쟁적으로 대한민국호를 어떤 비전과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밝히고, 집권 구상을 담은 공약을 알린다. 매스컴은 연일 여론조사 결과와 후보 동정을 보도한다. 5년마다 이뤄지는 주기적인 일들이지만 이번 대선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그 이유는 이번 대선이 전임 박근혜 대통령의 예기치 않은 탄핵을 야기한 국정 운영의 숨겨진 난맥상과 그로 인한 사회의 갈등을 어떻게 치유하고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느냐에 대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시기가 약 7개월 정도 앞당겨졌기 때문에 각 정당 후보의 선출이 짧은 기간 동안 이뤄졌다. 이에 후보들은 장시간에 걸친 공약의 학습과 내부 검토 및 검증이라는 준비 과정을 철저히 거치지 않고 그때그때 이슈 선점을 위한 공약들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슈 선점을 위한 그들의 입장 표명과 언명은 여전히 구태의연하다. 이런 시점에서 대선의 교육정치학적 의미를 탐색하는 것은 학술적 탐구 영역의 확대뿐 아니라 미래의 교육대통령을 올바르게 선택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의의 국민이 참여하는 여러 선거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 교육자라면 누구나 숱하게 들어온 이 경구를 대선 후보들은 들어보지 못한 모양새다. 5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나선 주요 정당의 후보자 공약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교원정책 외면’이다. 대통령 선거일을 19일 남겨둔 4월 20일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원내 교섭단체 4개 정당의 대선 후보 공식 대선공약 중에 교원정책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나마 미래교육과 관련한 세부적인 추진사항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소프트웨어 교육을 위해 1만 명의 인력 양성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행을 혁파하겠다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공약 정도가 교원과 관련된 공약이었다. 대신 후보들이 내세운 주요 공약의 관심은 교육 지배구조, 학제, 입시 등 구조 개편에 있었다. 물론, 정치의 계절마다 단골로 나오는 각종 복지제도의 확대나 개선도 공약에 반영됐다. 교육위위원회 중·장기 계획 수립 한목소리 세부적인 정책 연구가 어려운 촉박한 대선 일정을 고려할 때 거시적인 구조 개편을 의제로 꺼내 드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 중 자극적인 문구로 가장 많이 회자된 것은 교육부 폐지다. 주요 후보들은
우리나라의 정치상황만큼이나 세계정세도 요동치고 있다. 특히 2017년 국제정세 혼돈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유력 언론사들의 예측이 빗나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그 결과만으로도 큰 혼란을 줬다. 미국 대선이 시작되면서 그가 쏟아낸 공약은 많은 비웃음을 샀다.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장벽을 세우겠다, 그동안 맺은 자유무역협정을 재고하겠다 등….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정책들은 대중을 자극하기 위한 것일 뿐 지킬 가능성이 희박한 정책으로 치부됐다. 충격적인 시작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만 해도, 결국 그 역시 기존의 틀에서 포용의 방향으로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취임 직후 그의 행보는 충격에 가까울 정도로 공약을 실천해가고 있다. 많은 반발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책들을 실제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가 추진되고 있으며, 자유무역협정에서 탈퇴하거나 수정을 하고 있다. 또한, 특정 국가의 국민을 입국 심사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공항에 억류하고 있다. ‘강한 미국’을 표방하며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미국의 문제는 한 국가의 문제로 볼 수 없다. 미국이 가진 정치, 사회, 경제적 영향력을 생
장미는 5월부터 피는 대표적인 꽃이다. 이번 대선을 ‘장미 대선’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 소설 속에 핀 두 송이 장미가 있다. 한 송이는 신경숙이 베스트셀러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서 엄마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내며 쓴 장미이고, 다른 송이는 정이현이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불타는 사랑을 표현할 때 쓴 장미다.‘엄마를 부탁해’ 표지는 강렬한 빨간색에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듯한 여자가 기도하는 그림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일본어판 표지는 장미 사진으로 뒤덮여 있다. ‘엄마를 부탁해’가 장미와 무슨 연관이 있어서 이런 표지를 쓴 것일까. 일본 출판사에 문의해본 것은 아니지만, 소설에서 장남이 서울에 처음 집을 장만했을 때 엄마가 담장 옆에 장미를 심어주는 내용에서 착안한 것이 확실하다. “그가 집을 갖게 되고 처음 맞이한 봄에 서울에 온 엄마는 장미를 사러 가자고 했다. 장미요? 엄마의 입에서 장미라는 말이 나오자 그는 잘못 듣기라도 한 듯 장미 말인가요? 다시 물었다. 붉은 장미 말이다, 왜 파는 데가 없냐? 아뇨 있어요. 그가 엄마를 구파발에 쭉 늘어서 있는 묘목을 파는 화원으로 데리고 갔을 때 엄마는 나는 이 꽃이 젤 이뻐야, 했다. 엄
이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내에서 도착지 날씨를 알려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이웃 나라니 새삼 놀랍지는 않지만, 생각보다도 일본은 훨씬 더 가까웠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공항 천장을 가득 메운 요괴 그림들이 먼저 우리를 반긴다. 현란하게 채색된 애니메이션의 향연에 놀라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이번에는 공항 한 면을 가득 메운 유리창이 눈에 띈다. 스테인드글라스 형식의 애니메이션이 한가득이다. 가히 요괴 공항으로 불릴만하다. 사카이미나토 시요괴 만화의 고향 공항 곳곳에 배치된 요괴 그림은 바로 요괴 만화의 거장, 미즈키 시게루(水木しげる)의 대표작인 ‘게게게의 기타로(ゲゲゲの鬼太郎)’의 캐릭터들이다. 곳곳에 숨은 요괴 그림은 지방도시의 작은 공항에 불과한 요나고(米子) 공항을 여행자들의 기억 속에 각인시킨다. 공항에서부터 고조된 가슴은 요괴 열차에 올라 사카이미나토 시(境港市)의 요괴 마을에 도착하면서 그야말로 뻥 터질 만큼 부풀어 올랐다. 외눈을 달고 달리는 택시들, 기괴한 웃음으로 여행자를 맞이하는 이정표들, 요괴 모양 얼굴로 만들어진 빵들. 발길 닿는 곳마다 마주치는 익살스런 요괴들 때문에 미소와 탄성을 멈출 수 없다. 철들지 않는 남편, 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