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주’를 보고 나서 방송에서 예고편을 접했을 때 이 영화는 꼭 봐야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라는 특별한 관계를 차치하고라도 윤동주라는 한 시인에 대한 깊은 연민이 나를 자연스럽게 극장으로 이끌었다. 극장엔 나를 포함해 30여 명의 관람객이 있었다. 조조 영화인데도 비교적 많은 관객이 찬 것은 조용히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았다. 영화는 윤동주가 일본 고등계 형사 앞에서 취조를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일본 경찰이 ‘재교토조선인학생민족주의(在京都朝鮮人學生民族主義)그룹사건(事件)’에 연루된 혐의로 윤동주를 체포한 것이다. 5개월에 걸친 혹독한 고문 끝에 검사국으로 넘겨진 피의자는 세 명이었다. 송몽규, 윤동주, 고희욱. 당시 송몽규는 교토 제국대학 재학생이었고, 윤동주는 도오시샤(同志社)대학 재학생이었으며, 고희욱은 제3고등학교(대학 예과에 해당하는 교과과정) 재학생이었다. 당시의 취조문서가 현재까지 남아 있는데, ‘중심인물인 송몽규는…’이라는 말로 시작된다. 송몽규가 사건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송몽규가 아니면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윤동주의 동갑내기 고종사촌형으로 그의 부친 송창희
2005년 4월에 언론 사회면 가십코너에 대서특필된 사건이 있었다. 서울 건국대 후문 쪽에 있는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코끼리 몇 마리가 탈출한 일이 있었다. 그 중에서 몇 마리는 우리에 집어넣었는데, 세 마리가 조련사들과 함께 동물원으로 돌아오다가 무엇에 놀랐는지 어느 음식점으로 들어가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은 일이 생겼다. 때마침 음식점 직원들과 손님들이 코끼리떼를 몰고 가는 진풍경을 구경하다가 난데없이 코끼리가 식당 안으로 몰려오자 혼비백산하여 달아나고 난리가 났다고 한다. 식당에 난입한 흥분한 코끼리는 식당 기물을 부수고 풍비박산을 낸 것은 불문가지. 음식점 사장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식당에서 피해본 것은 어찌 동물원에서 변상이야 해주겠지만 앞으로 장사할 것이 걱정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 음식점 사장은 창의적 발상을 하였다. 가게 간판에 “코끼리가 들어온 집”을 써넣고, 코끼리 세 마리를 그려 넣기까지 한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음식점 앞에다는 코끼리 모형을 세워 놓았다나. 때마침 외신을 비롯한 국내언론에서는 코끼리 탈출에 따른 난장판을 취재하려고 가게에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오히려 코끼리 덕분에 전국방송으로 그 가게가 알려지고
가슴 아픈 일이 또 발생하였다. 19세 청년노동자가 서울지하철 2호선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같은 사고는 지난해 8월 강남역에서 20대 용역업체 직원이 거의 똑같은 사고로 사망한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는 시간적으로 지 9개월 만의 일이다. 이번 사고 역시 최저가 입찰로 낙찰받은 용역업체 소속 직원이 인력 부족 때문에 일어났나고 한다. 2인 1조가 아닌 혼자서 작업하다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아무리 좋은 안전대책과 매뉴얼도 무용지물임이 다시한번 확인된 것이다. 이는 사람 목숨보다 비용과 효율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강남역 사고 이후 엄격한 안전수칙을 마련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보도였다. 사고 당시 열차를 감시할 수 있는 보조 인력 없이 홀로 작업에 투입된 데다 전자 운영실에 통보도 되지 않았다. 그리고 작업표지판도 세우지 않았다. 게다가 작업자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사한 지 7개월밖에 안돼 제대로 된 안전교육과 훈련이 실시됐는지도 의문이다. 경험 많은 정규인력도 2인1조로 진행하는 일에 올해 갓 입사한 19살 청년을 홀로 투입
2016 ‘통일 리더 캠프(국내)’ 참가기 지난 주말 새내기 대학생으로서 처음으로 1박 2일 통일리더 캠프에 참가하였다. 교직에 있으면서 통일 교육은 몇 차례 받았지만 학생으로서는 처음이다. 처음이기에 당연히 기대가 크다. 이 캠프는 통일부 통일교육원 주관인데 전국에서 모인 대학생 77명이 참가하여 통일 의지를 다졌다. 제1일차 오전 10시, 집합 장소는 서울역이다. 참가자들은 버스 3대에 분승하여 임진각으로 향하였다. 임진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망배단이다. 설날이나 추석 때 실향민들이 고향을 바라다보면서 통일을 염원하는 곳이다. 이곳은 30여 전 교직에 있을 때에는 스카우트 고적답사로 방문한 적이 있고 지금이 두 번째다. 이번 캠프의 특징은 무심코 지나치는 전적지 관광이 아니다. 개인에게 체험학습지 미션이 제공되어 답을 찾는 것이다. 임진각에서는 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특히 ‘자유의 다리’의 의미가 가슴에 와서 닿았다. 1953년 휴전 후 전쟁포로 12,733명이 자유를 찾아 이 다리를 넘어 귀환한 것이다. 판문점 인근에 있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대조되는 것이다. 미션과제 해결은 캠프의 생명력! 수행과제 1번과 2번 문항은 ‘자유의 다리’의 상
고액 수임료를 받은 전직 판사와 검사의 이야기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은 이유는 그 중심에 법이 있으며,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의 문제라 생각하여 방치하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법관은 엄청난 책무를 가진 자이다. 선고하는 말 한마디에 인생의 갈림길이 달라진다. 판사, 검사, 변호사의 역할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중요한 요체이다.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국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 법을 만들고, 이 법을 통하여 이뤄지는 법치주의이기 때문이다. 이제 사법시험을 유지하자는 내용이 담긴 변호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따라서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사법시험은 폐지될 것이다. 사법시험 출신자라면 이 시험의 폐지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법고시를 어떻게 공부해서 붙은 시험인데. 이제 그 시험이 아예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스스로는 고생 많이 한 며느리인데 아들은 없는 처지처럼 느껴지면서 약간 억울하기조차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고생했다고 하여 남도 고생하라는 건 부당하지 않는가! 더구나 그 고생이 그다지 바람직하지도 않은 것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이제
요즘 일과 하나가 늘었다. 바로 도시농부로서 일월공원 텃밭으로 출근하는 것. 그 곳에는 도시농부들이 가꾸는 농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지난 4월에 우리 부부가 심은 고추, 토마토, 가지 등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그 농작물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이곳 방문은 도시농부가 아니라도 좋다. 일월저수지 산책객들은 일부러라도 이곳을 한 번 들린다. 자라고 있는 농작물들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간접적으로 농사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 곳 도시 농부들의 실력 격차는 매우 크다. 농사 경력자가 있는가 하면 초보자도 많다. 경력자는 역시 다르다. 농작물 선정에서부터 밭 일구기, 퇴비주기, 물주기 등이 능수능란하다. 초보자들은 농사 시기를 놓치고 시행착오를 한다. 실패 후 땅을 갈아 엎고 다른 농작물을 심는다. 바로 얼마 전에 고구마 줄기를 심은 텃밭도 보인다. 어느 도시 농부는 잡초 제거를 하지 않아 농작물보다 잡초가 더 많다. 어제는 저녁 식사 후 공원텃밭을 찾았다. 밤이지만 농작물에 물을 주는 도시농부들이 보인다. 나도 토마토를 관찰하고 노끈으로 기둥에 줄기를 고정시켰다. 마침 지나가던 아주머니 두 분이 말을 건넨다. 이들도 도시농
우리 나라는 역사적으로 전쟁의 참화가 빈번했다. 이런 경험때문에 전쟁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섬뜩해지는 감정을 금할 수 없다. 한마디로 식민지, 한국전쟁, 군사독재 같은 폭력의 역사를 거치고 고도성장과 성공신화에 휘달리는 거친 한국인, 억압적 사회에서 판타지를 펼칠 자유로운 여유가 없었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어느 누구도 전쟁이 종식되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또한 잘 알고 있다. 헤르만 헷세의 말처럼 "전쟁이 근절될 것이라는 생각은 평화가 순간적으로 지속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착각"이다. 광야를 살아온 거친 우리 현실을 잘 묘사하여 보여주는 것이 한국 영화다.칸 영화제에 초청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 상영회 도중 잔혹한 장면에서 관객이 소리 지르며 나갔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특별한 일은 아니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잔혹함을 아는 데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영됐을 때 관객이 실신해 실려 나간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 영화는 유난히 잔혹하고 폭력적이다. 세계에서 인정받은 한국 영화에는 종종 이런 수식어들이 붙어왔다. '잔혹하지만 아름답다. 기괴하지만 매혹적이다. 공포스럽지만 신비롭다.
“잘 짜여진 교육시스템과 우수한 교사들이 참 부럽습니다. 우리 정부도 교사들의 자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하루속히 성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주한 체코 토마스 후삭(Tomas Husak) 대사는 “한국에 근무하는 동안 눈부신 경제발전과 높은 교육수준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하고 지하철 등에서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한국 교육의 힘이 참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체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라는 것이다. 그는 체코 정부 내에서 대표적 지한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지난 1990년 한국과 체코가 수교를 맺을 때 실무 역할을 하면서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는 이후 26년간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14년 주한 체코 대사로 부임해 2년째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어른 공경하고 교사 존경하는 한국 학생들 ‘인상적’ “한국은 참 놀라운 나라입니다. 유럽이 100년에 걸쳐 이룩한 경제발전을 한국은 불과 20여 년 만에 달성했어요. 그 밑바탕에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교사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후삭 대사는 “체코는 한국만큼
언제라도 ‘탈출’할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들의 눈빛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소풍’이란 행사로 떠났던 초등학교 시절의 체험학습과 중·고등 학창시절의 수학여행과 수련회가 아련해진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 짓게 하는 그 시절의 추억을 지금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에게도 갖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여건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기억하기에는 너무나 가슴이 저미는 세월호의 상처는 우리 아이들의 체험학습을 시계 제로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교육부에서는 안전한 체험학습을 위한 운영 매뉴얼을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절차가 10여 개로 너무나 까다롭다 보니 현장 교사들은 체험학습을 부담스러워 한다. 2014년 이후 체험학습 빈도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실보다는 득이 많은 체험학습을 포기할 수는 없다. 기본을 지키며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는 체험학습, 다녀와서는 가슴 가득 행복감을 채워줄 수 있는 체험학습 노하우를 살펴본다. 단점보다 장점 더 많은 ‘소규모 체험학습’ 현장학습을 소규모 학급 단위로 추진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을 때, 학교는 복잡한 절차상의 문제로 인해 난색을 보였다. 기획부터 추진, 결과 제출의 전 과정을 담임교
지난 1세기 동안 세계의 정치나 경제, 문화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 한 명을 꼽기란 쉽지 않다. 각자 꼽을 수는 있겠으나 합의는 어렵다. 그러나 교육 분야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다. 바로 존 듀이(John Dewey)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미국 북동부의 한적한 마을에서 태어나 20세기 중반까지 활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넘어 세계 교육에 영향을 미쳤고, 20세기를 넘어 21세기 교육까지 그의 영향은 지속되고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대의 교육자는 모두 존 듀이의 후예라고도 볼 수 있다. 현대 교육자는 모두 ‘존 듀이의 후예’ 존 듀이는 민주주의와 교육(Democracy and Education) 출판 이후 그의 교육철학을 전파하기 위해 세계 많은 지역을 여행하였다. 만 60세가 되던 해, 그러니까 당시 한반도에서 3·1운동이 벌어지기 직전인 1919년 2월 9일 그는 부인과 함께 일본 요코하마 항에 도착했다. 그의 방문 이전에 이미 그가 저술한 대부분의 서적은 일본어로 번역되어 일본의 교육계와 철학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일본 지식인들의 비판을 경험한 듀이는 당초 계획이었던 5개월 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