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시간에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아이들과 함께 불렀다. 제목만 봤을 때는 밝은 분위기의 신나는 곡일 것 같았는데 막상 불러보니 신나기는커녕 어둡고 우울한 느낌이었다. 그 궁금증은 책을 읽고 가사 속 녹두밭은 전봉준이 이끄는 농민군을, 청포장수는 백성을 뜻한다는 것을 알고 이해할 수 있었다.’ 처음 불러보는 새야 새야 노래에 대한 5학년 학생의 소감이다. 노래 가사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부르는 노래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사회교과는 우리나라 역사를 처음 접하는 역사 영역이다. 하지만 한 학기 수업 차시로는 방대한 학습량을 소화하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에 정리된 전달식 강의나 단어 풀이, 암기식 수행평가, 연대표 중심 내용 나열에 그칠 수 있어서 역사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살펴보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한 줄로 짧게 요약된 역사적 사건이라도 그 속에 포함된 인물이나 사건과의 인과관계를 이해해야 제대로 된 역사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역사를 술술 읽어 내려가면서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교과연계 독서융합프로젝트 운영계획을 수립하였다. 사서교사·담임교사·음악교사·미술교사·도덕교사와의 협의를 거
진보와 혁명의 차이 진보와 혁명은 둘 다 변화를 의미한다. 둘의 차이는 변화의 모습에서 나타난다. 진보는 연속적 변화라면 혁명은 단절적 변화이다. 혁명은 어제의 지배계층이 하루아침에 몰락하여 피지배계층이 되는 지배계층의 단절적 변화를 의미하는 사회과학 용어이다. 이로 인해 갑작스럽게 새로운 제도와 질서가 등장한다. 토머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천동설이 지동설로 뒤집히는 과정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 부르며, 과학의 발전도 누적적인 것이 아니라 혁명적으로 일어남을 설파했다. 사회 변화나 과학 패러다임의 변화처럼 인간의 신체와 뇌도 완만한 곡선이 아니라 특정 시기에 급격한 단층을 형성하며 변화함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쇠퇴가 아니다. 뇌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기존 구조를 버리고 새로운 질서(패러다임)를 구축하는 ‘생물학적 혁명’의 순간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뇌 지도 재편 _ 5단계 혁명적 변화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팀(Mousley et al., 2025)은 0세부터 90세까지 약 4,000명의 뇌 스캔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인간의 뇌가 평생에 걸쳐 9세, 32세, 66세, 83세라는 네 번의 결정적 변곡점을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 교육자들이 현장에서 그토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가르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30년 전 제 강의를 들었던 한 선생님께서 저의 강의가 본인의 교직생활을 지탱해 준 ‘나침반’이 되어주었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육자는 바로 이런 뿌듯한 순간을 위해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30년 전은 특별한 시기였습니다. 한국은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며 대대적인 교사연수 바람이 불었던 때였습니다. 거의 모든 선생님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우고 익히며 ICT(정보통신기술) 연수에 매진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산업화에 이어 정보화마저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결정적인 동력은 바로 그 열정적인 선생님들의 변화 의지였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찬사가 아니라 확실한 증거가 있는 팩트입니다. 새교육 칼럼(2025. 3. 5.)에 언급했듯이, 2013년도 OECD 보고서는 한국 대졸 평균 ICT-기반 문제풀이 능력이 세계 꼴찌인데, 한국 학생과 교사의 능력은 세계 최고라고 하였습니다. 즉 1등 교육자가 있었기에 1등 제자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명제가 증명된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이 희망이
세계는 지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면서 해외의 교육 환경 또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띠게 되었다. 특히 중국과 같은 국가에서 한국 학생들을 교육하는 재외한국학교는 한국 교육의 방향과 교육과정을 해외에서 실현하는 동시에 현지 사회의 문화·법·정치 환경을 존중해야 하는 이중적 책무를 갖는다. 이런 특수한 맥락 속에서 교원의 정치기본권 문제는 단순히 국내 교육에서의 논의를 넘어, 국제사회에서 한국 교육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의 ‘교원의 정치기본권’ 한국에서는 교원의 정치적 표현, 정당 가입 등을 폭넓게 제한하고 있다. 이는 1960~70년대 권위주의 시절부터 이어져 온 규제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해 왔다. 그러나 해외에서 바라볼 때 이러한 규제는 국내보다 더 복합적이고, 때로는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전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는 공무원이나 교원의 정치적 활동을 어느 정도 제약하고 있지만, 정당 가입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OECD 국가들 상당수 역시 정당 가입을 자유롭게 허용
“AI 시대는 자기 역량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최고의 나’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면 기존 성공 모델의 ‘플러스 원(Plus One)’은 될 수 있지만, 결코 ‘더 원(The One)’은 될 수 없습니다.” 세계적 교육학자 폴 킴 전 스탠퍼드대 부학장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에 만연한 ‘정해진 길 따라가기’ 식 성공 모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대세를 따라가는 것이 오히려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됐다”며 “학교에서의 배움이 잉여지식이 되지 않도록 교육의 작동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국내 한 대학이 주최한 포럼에서 AI를 질산암모늄에 비유하며 “잘 쓰면 인류를 이롭게 하지만 교육이 통제하지 못하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제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창의적 질문을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질문 없는 교실에는 미래가 없다” 폴 킴 교수는 “학생이 배웠는지 확인하는 유일한 증거는 ‘질문’이다”라고 단언했다. 단순히 외운 내용을 말하는 것은 배움이 아니며, 스스로 궁금함을 느끼고 질문할 수 있을 때 배움이 비로소 작동한다는 것이다.
조선 후기 도화서 화원으로 활동했던 정홍래(鄭弘來, 1720~?)가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침 해를 맞이하는 매(Hawk at Sunrise)에는 거친 파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붉게 타오르는 아침 해를 의연하게 바라보는 매 한 마리가 보인다.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스치는 1월이다. 한 해의 시작과 끝은 인간이 만든 시간의 인위적 경계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는 무엇인가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강박에 시달릴 수도 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여느 때와 다름없지만, 달력의 첫 장을 넘기는 우리 마음속에는 설렘과 막연한 두려움이 교차하곤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학기이지만,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은 언제나 새로운 우주이며,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파도는 매년 다른 높이로 밀려오기 때문이다. 그럴 때, 오래된 회화 한 폭을 꺼내어 천천히 들여다보면 어떨까.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는 Hawk at Sunrise라는 제목의 조선 회화 한 점이 걸려 있다. 우리말로 옮기면 아침 해를 맞이하는 매이다. 거친 바다와 파도 위, 기암괴석, 떠오르는 붉은 해, 그리고 바위 끝에 홀로 선 한 마리 매가 화면을 채운다. 메트는 이 작품을 조
영화 중경삼림을 보았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홍콩이라는 도시는 어떤 도시인가? 얼마나 매력적인 도시일까? 하여 홍콩으로 떠나기로 했다. 일정은 5박 6일. 여행을 가기 위한 사전 조사를 해보면 정말 많은 사람이 3박 4일, 홍콩과 마카오를 묶어서 여행한다. 주변 지인에게 “홍콩에 5박 6일로 여행을 가려고요”라고 하면 “거기 뭐 볼 게 있어? 그렇게 오래?”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5박 6일도 짧고 아쉬웠던 여행.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일단 걷자. 홍콩의 길거리. 골목은 더 좋고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홍콩 여행지는 바로 홍콩의 길거리, 골목이다. 홍콩에 왔다면, 이곳의 분위기에 흠뻑 젖고 싶다면, 일단 걷자. 숙소 주변부터 차근차근 걷는 것이다. 홍콩의 길거리는 낮이고 밤이고 좋다. 특히 간판들과 건물들을 보는 것이다. 1990년대에 아주 흥했던 도시. 그리고 그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건물들과 투박하면서도 강렬한 한자로 쓰여있는 간판들을 보면서 길거리를 걷는 것이다. 정말 낭만적이지 않을 수 없다. 밤은 또 어떠한가. 반짝반짝 네온사인 간판들이 아름답게 빛난다. 너무 화려하고 번잡스러운 것이 아닌, 약간의 따뜻한 빨간빛
팽나무는 전국 어디서나 자라지만, 남부 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제주도나 남해안에 가면 정말 멋진 팽나무 고목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소금 바람이 부는 바닷가에서도 잘 자란다. 세월호 아픔을 간직한 팽목항도 주변에 팽나무가 많아 생긴 이름이다. 느티나무는 어느 정도 크면 나무껍질이 타원 모양으로 벗겨지지만, 팽나무는 벗겨지지 않아 매끄러운 점이 다르다. 2022년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엔 팽나무가 거의 주연급으로 출연했다. 경남 창원시 동부마을 뒤편 언덕에 큰 팽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 팽나무 추정 수령은 500살로, 높이는 16m, 나무 둘레는 6.8m에 달하는 나무다. 나무 아래 서면 포근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드라마에서 이 마을 한가운데로 도로가 뚫릴 위기에 처하자, 마을 주민들과 변호사가 이 팽나무를 보여주면서 설득해 재판에서 이기는 줄거리였다. 팽나무라는 이름은 열매를 대나무 총에 넣고 쏘면 ‘팽~’ 소리를 내며 날아간다고 해서 붙은 것이다. 어릴 적 팽나무 열매를 모아 열심히 총을 쏘았다. 열매가 불그스름해지면 따먹기도 했는데, 살짝 단맛이 도는 것이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가을엔 나무 전체가 노랗게 단풍
20년 만에 복귀하는 김민종 그리고 최지우의 3년 만의 신작 영화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1989)에서 단역으로 시작해 드라마 신사의 품격(2012)의 순정남 최윤 역할로 사랑받았고, 가수로 하늘 아래서와 손지창과 2인조 그룹 ‘더 블루’의 너만을 느끼며를 히트시키며 일약 청춘스타로 등극했던 김민종이 피렌체(감독 이창열)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노 개런티로 참여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는데, 2005년 관객 1만 4천여 명을 동원한 종려나무 숲(감독 유상욱) 이후 꼭 20년 만이다. 피렌체는 권고사직과 무기력에 시달리며 삶의 방향을 잃은 중년의 ‘석인’(김민종)이 상실의 끝자락에서, 젊은 시절 자신의 열정이 숨 쉬었던 이탈리아 피렌체로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드무비다. 시간이 멈춘 듯 여전히 아름다운 피렌체 곳곳을 걸으며 석인은 그 시절 단짝 친구의 연인 ‘유정’(예지원)과 재회해 과거 자신이 버리고 떠난 기억과 감정을 마주한다. 범죄도시 4와 공조의 이성제 촬영감독이 피렌체 특유의 빨간 지붕들이 한눈에 보이는 전경과 광장 명소에 인물의 내러티브를 대입해 한 편의 무성영화 같은 웰메이드 로드무비로 완성했다. 인간의 삶과 죽음을 한국적 감성
우리나라에서 ‘부촌’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어디일까? 사람마다 떠올리는 지역은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용산의 동부이촌동, 서초의 반포·잠원지구, 강남구 압구정동을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이 지역들이 처음부터 부촌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동부이촌동은 군사시설과 철도 창고가 자리하던 변두리였고, 반포·잠원 일대는 한강의 모래톱과 습지가 넓게 펼쳐진 황량한 지역이었다. 압구정동 역시 배밭과 농경지가 이어지던 서울 외곽의 조용한 마을에 불과했다. 지금의 부촌은 결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도시 확장과 경제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결과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두리였던 지역들은 어떻게 한국을 대표하는 최상급 주거지로 도약하게 되었을까? 그 과정에는 단순한 도시 확장 이상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국가의 개발 전략, 대규모 공유수면1 매립사업, 건설사들의 이해관계, 그리고 한강이라는 자연적 자원이 지닌 잠재적 가치가 서로 맞물리며 새로운 주거 축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 건설사에는 사업권과 용지 제공 등 다양한 형태의 특혜가 돌아갔고, 이는 곧 해당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다시 말해, 부촌의 탄생은 자연적으로 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