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17년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계획’을 발표한 이후, 단계적 운영 등 8년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2025년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교원단체, 일부 학부모단체, 그리고 심지어 학생단체마저 중단하라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왜 고교학점제는 오랜 시범운영 기간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전면 시행과 동시에 현장으로부터 강한 저항에 부딪히며 폐지론에 직면하게 되었을까? 개선 방향 탐색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고교학점제 정의와 운영 중점에 깔린 전제 분석 모든 정책은 기본 가정과 전제를 바탕으로 설계된다. 가정과 전제에 오류가 있거나 실현 불가능할 때, 혹은 핵심 전제 조건을 간과할 때 해당 정책은 기대한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더 크게 드러낸다. 시행 초기부터 가정의 오류를 지적하며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으나 주도세력은 자신들의 신념에 근거하여 이를 강행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지난 8년간 거의 해결되지 못한 채 전면 시행에 이르게 되었다. 2021년 교육부가 내놓은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보면 고교학점제란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바탕으로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취득하고, 이수 기준에 도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몇 해 전 본격화된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편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학생수 감소 추이를 반영해 재정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교육의 질 제고와 지속가능성을 위해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거나 그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현 정부에서도 유·초·중등교육 지원의 근간인 지방교육재정 제도의 개편 요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내년 지방선거 이후 공론화를 거쳐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보도된 바 있다. 적립기금마저 바닥 난 교육재정 지방교육재정 제도 개편 논의가 힘을 얻게 된 계기는 2022년 발생한 추가 세수 때문이다. 연도 중 16조 원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시·도교육청에 추가 교부되었고, 이로 인해 이·불용액과 기금 적립액이 매우 증가했다. 이를 두고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는데 현재와 같이 내국세의 일정률로 교부금을 주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후 학생수 감소 추이를 반영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교부금이 과도하게 늘어난 것은 맞지만, 현재 상황만을 보고 제도를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학생수가 줄어드니 교사도 줄여야 한다는 말은 언뜻 합리적으로 들린다. 실제로 교육부는 2026학년도 신규 교사 선발 인원을 전년도 대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초등교사는 27%, 중등교사는 12.8%가 감축된다. 교육당국은 이를 두고 ‘학생수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이라고 설명한다. 언론도 이 흐름을 큰 문제 없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 결정의 이면을, 과연 충분히 들여다보고 있는가? 교사 한 명이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는 것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채용 규모 조정이 아니다. 이는 미래 교육의 생태계를 형성할 구조적 결정이다. ‘학급당 학생수’라는 단순한 등식이 아니라, ‘교사수에 따라 가능한 교육 다양성’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교육은 사람의 일이며, 삶의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사의 존재는 단순히 수업시간만을 채우는 기능이 아니라, 한 아이의 인생과 가능성을 함께 설계하는 존재적 기반이다. 겉으로는 당장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시간표는 그대로이고, 수업은 평소처럼 진행된다. 그러나 교사 한 명이 줄어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교육의 결이 사라진다. 교사수 감소는 학교가 제
“한국은 이미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었습니다. 마약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요. 특히 20대 마약 사범이 10년 새 24배 증가했습니다. 청소년들을 마약으로부터 구하지 않으면 우리는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처럼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빠질 겁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 범죄 전담 검사로 ‘물뽕(GHB)’을 국내에서 처음 적발·명명하고, 국제 마약 조직 사건을 다수 수사한 김희준 변호사는 최근 새교육과 만나 한국 마약 현실의 심각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영화 수리남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그는 “우리는 여전히 ‘마약 청정국’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지만, 이미 2016년에 UN 기준선을 넘어섰다”며 “특히 청소년과 20대 사이의 확산 속도가 국가적 위기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마약은 암수범죄(暗數犯罪)여서 적발된 건수보다 실제 20~100배 많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암수범죄란 사건은 발생했지만, 수사기관이 이를 인지하지 못해 공식적인 범죄 통계로집계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김 변호사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버닝썬 사건을 수사한 강력부 검사였으며, 이후 청소년 마약 중독에 관심을 두고 지속적인 예방활동을 벌여왔다. 그가 쓴 청소년 마약에 관한 모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의 1938년 작품 The Frame은 자신의 정면 모습을 묘사한 자화상이다. 1939년 루브르 미술관이 이 작품을 사들임으로써 칼로는 루브르 컬렉션에 작품이 소장된 최초의 20세기 멕시코 예술가가 되었다. 어릴 적 사고로 고통 속에서 살았던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는 많은 자화상을 그렸다. 자화상은 미술사에서 예술가의 자아 탐색과 정체성을 담은 형식으로 그려졌다. 예술가에게 자화상은 자신의 얼굴 묘사를 넘어서서 ‘나는 누구인가’를 탐구하고 선언하는 장르이다. 1938년 작 The Frame은 작가 자신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자화상이다. 이 작품은 멕시코의 민속적 감성과 현대적 자아 표현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형식으로, 정체성과 타자의 시선에 대한 깊은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멕시코 여성이자 예술가로서 칼로가 겪은 고통과 열정,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이 한 폭의 그림에 담아냈다. 자화상에 담긴 내면의 강인한 모습 프리다 칼로의 The Frame은 유채 물감으로 그린 자화상 위에 멕시코 민속 양식의 꽃과 새 무늬 유리 액자를 겹쳐 놓은 혼합 매체 작품이
프롤로그 어릴 때 쓰던 학용품 중 ‘루니툰’이라는 캐릭터가 그려진 것들이 있었다. 토끼·병아리 캐릭터와 함께 많이 등장하는 캐릭터 중 ‘짓궂은 표정을 하면서 늘 화가 나 있는 모습의, 곰 같기도 하고 강아지 같기도 한, 알쏭달쏭한 캐릭터’가 있었다. 바로 ‘태즈(Taz)’이다. 태즈는 곰도 강아지도 아닌,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태즈메이니아데빌’이다. 2024년 1월,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은 ‘태즈를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주로 여행하는 시드니·멜버른·골드코스트 등이 아닌, 루니툰 태즈의 모델이 사는 오스트레일리아 본토의 남쪽에 있는 섬 ‘태즈메이니아’ 일정을 여행 중 가장 많이 할애했다. 호바트에서 가장 높은 산, 웰링턴산? kunanyi? 태즈메이니아는 섬의 명칭이기도 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연방을 구성하는 주(state)의 명칭이기도 하다. 태즈메이니아주의 가장 큰 도시이자 주도는 호바트(Hobart)이다. 시드니 다음으로 오래된 도시이지만, 인구는 약 2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유럽계 이주민들은 남반구에 새롭게 발견된 거대한 땅인 오스트레일리아에 ‘새로운 영국’을 만들고 싶어 했고, 그 결과 호바트 도심은 19세기 어느 영국 도시
지난 6월 중순 백두산 천지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길. 5분 정도 풀과 관목만 자라는 초원 지대가 이어지더니 드디어 키가 큰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발고도 2,744m인 백두산에는 키가 큰 교목이 더 이상 자랄 수 없는 한계 지점인 수목한계선(timber line)이 있는데 약 2,000m 정도다. 이 수목한계선을 지난 것이다. 이때 나타나기 시작하는 나무가 바로 사스래나무다. 수목한계선에서 백두산 북파 코스의 중심점인 운동원촌 환승지로 내려올 때까지 가장 많이 보이는 나무는 사스래나무였다. 사스래나무는 추위와 바람에 강해 높은 산 정상 부근에서 잘 자란다. 사스래나무는 한라산·지리산 등의 고지대에서도 볼 수 있다. 이 나무도 수피가 흰색 계열이어서 자작나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스래나무라고 불러야 정확하다. 현재 백두산 천지에 오르는 방법은 동파·서파·남파·북파 등 4개 코스이다. 이 중 동파 코스는 북한에서 오르는 코스이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는 북파 코스다. 북파 코스 내부 명소는 중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로만 이동할 수 있다. 운동원촌 환승지에서 천지는 물론 장백폭포·부석림·빙수천·녹연담 등 폭포와 지하산림 등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감독 메기 강·크리스 애펄헌즈, 넷플릭스, 2025, 이하 ‘케데헌’)의 열풍이 거세다. 케데헌은 K팝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가 악귀를 물리치는 전사가 되어 노래로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내용이다.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 41개국에서 애니메이션 1위를 차지했고, 공개 6주 차에만 누적 시청 시간 2,630만 뷰를 기록했다. 이에 넷플릭스 측은 “케데헌이 역대 가장 인기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로 등극했다”라고 밝혔다. 시청 시간만으로 인기를 평가하는 건 아니다. 오랫동안 애니메이션 주제곡 1위는 겨울왕국(감독 크리스 벅·제니퍼 리, 2014)의 ‘Let it go’가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는데, 2025년 7월 드디어 케데헌의 삽입곡 ‘Golden’으로 1위가 바뀌었다.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 따르면 케데헌 OST 수록곡 중 8곡이 차트에 올랐는데, ‘골든’은 2위를 유지했다. 사자보이즈의 ‘Your idol’은 9위, ‘Soda pop’은 16위를 기록했다. 케데헌 OST 앨범은 ‘빌보드 200’에서 2위를 차지했고, 메인 트랙 ‘Golden’은 ‘글로벌 200’과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에서 모두 정상을 지켰다
노력이 재능이라면 (미야구치 코지 지음, 송지현 번역, 또다른우주 펴냄, 196쪽, 1만 6,800원) 학교폭력, 경계선 지능, 발달장애, 우울증, 은둔형 외톨이 등 다양한 이유로 사회와 학교에 적응이 힘든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다룬다. 저자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노력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섣부른 응원이나 무분별한 위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지적한다. 그들 개개인이 처한 복잡한 환경과 심리 구조를 이해하고 의욕과 동기를 끌어낼 구체적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 지음, 유영미 번역, 지베르니 펴냄, 316쪽, 2만 2,000원) 인간이 정체성을 형성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야기’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소비하거나 재생산하는 행위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행위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부정적이기만 한 이야기’에 너무 많이 노출되면 무력감에 빠져든다며, 부정과 절망을 넘어 새로운 대안을 이야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이수현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312쪽, 1만 8,000원) 발달장애를 가진 두 아
상처 없는 인간관계는 없다. 친하면 친할수록, 믿었던 사람일수록,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 쉽게 상처받는다.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문자 보낼 시간조차 없었다고?’, ‘너라면 날 이해해 줄 거라고 믿었는데….’ 좋아했던 만큼 배신감은 크고, 기대했던 만큼 서운함이 커진다. 관계의 역설이다. 허물없이 지낼수록, 빈번하게 만날수록, 많은 것을 공유할수록 ‘나의 영역’이 침범됨을 느낀다. ‘아, 오늘은 그냥 혼자 있고 싶은데’, ‘이건 좀 선 넘는데’, ‘언제까지 내가 이걸 해줘야 하는 거지’ 등 너와 나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에 불편감이 느껴진다. 인간관계는 이처럼 언제나 어렵다. 관계 속에서 기쁨을 함께 나누고, 슬픔을 위로받으며, 나를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종종 피곤하고, 때론 상처받고, 문득 외롭고, 어떨 땐 깊이 실망스럽다. ‘너무 가까이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멀리하지도 못하는’ 관계의 딜레마를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The Hedgehog′s Dilemma)’를 통해 들여다보자. “추운 겨울날, 여러 마리의 고슴도치가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피하기 위해 가까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곧 서로의 가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