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 한 장의 그림을 잊지 못한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딱 보기에도 첩첩산중인 험난하고 깊은 산과 큰 나무로 둘러싸여진 고립된 집. 집에서 시작된 길은 다리로 이어지지만, 돌더미에 가로막혀 있다. 단절된 길 때문에 가지 못한 밭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강물에는 사람이 떠내려가고 있다. 잘 그린 풍경화 속에는 현실이 어떻게 아이의 꿈을 빼앗아 갔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는지, 내가 뭘 할 수 있겠냐는 자포자기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한 장의 그림에 담긴 심리적 정보, 풍경화구성법 풍경화구성법은 종이에 강·산·밭·길·집·나무·사람·꽃·동물·돌이라는 열 가지 항목으로 풍경화를 완성하는 미술치료기법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자신의 내면세계가 도화지에 펼쳐지고,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내면세계는 더욱 구체화된다. 풍경화구성법의 최대 장점은 이야깃거리를 풍부하게 던져준다는 것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데로 그린 그림에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답하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아이들은 자신의 심리적 정보를 하나둘 꺼내놓는다. 풍경화구성법은 이전에 소개했던 심리검사보다 실시방법이 조금 복잡하지만, 어렵지는 않다. 물론 전문적인 해석까지는
욕망의 뇌과학 (폴 J. 잭 지음, 이영래 번역, 포레스트북스 펴냄, 320쪽, 1만8,500원) 우리가 특별한 경험을 하면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분비되는데, 이를 다시 경험하기 위해 행동하기로 설득된 상태를 ‘몰입’이라 한다. 저자는 몰입 시 혈액 내 신경화학물질 변화를 20년간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정보를 오래 기억에 남기는 법, 조직 전체의 능률을 끌어올리는 법, 타인을 설득하는 법 등을 안내한다. 알파의 시대 (마크 매크린들·애슐리 펠·지샘 버커필드 지음, 허선영 번역, 더퀘스트 펴냄, 368쪽, 1만9,800원) 아직 미완성인 알파세대에 대한 다각적 접근을 시도한다. ‘엄마’라는 단어보다 ‘알렉사’를 먼저 말하는 이들에게 현대 사회의 기술이 미친 영향과 앞으로의 삶을 단계별로 조망한다. 알파세대를 자녀나 학생·소비자·구성원으로 접하는 기성세대의 인터뷰도 함께 담아 균형감을 유지하고자 했다. 알파세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세 가지 키워드는 무엇일까? 교과서는 사교육보다 강하다 (배혜림 지음, 카시오페아 펴냄, 320쪽, 1만8,000원) 현직 교사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초·중·고 공부전략을 제시한다. 저자는 21년간 학생들을 지켜본 결과 ‘교과서 한
고령화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와 디지털 대전환시대의 본격 도입이라는 시대적인 흐름 속에 직업교육 및 직업계고는 큰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시대로 대표되는 지식기반사회가 되면서 직업계고교 졸업생들에게도 새로운 직무역량이 요구되는 것이다. 하지만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한 직업교육은 급변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 게다가 산업현장의 요구와 학교교육이 미스매치되면서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특성화고 취업률은 2017년에 50.0%이었던 것이 2022년 16%대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대우받는 전문 기술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산업계 주도형 직업교육을 확대하고, 고교와 대학 간의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울러 고졸 숙련 인력이 일터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경력 관리 및 맞춤형교육이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호는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아 직업교육이 안고 있는 과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해법을 제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현행 공급자(학교·훈련기관) 중심 직업교육을 신산업 수요를 반영한 산업현장 중심 직업교육으로 전환하면서 필요로 하는 정부의 지원은 무엇인지 따져본다
공무원 출장 여비가 17년 만에 오르게 됐습니다. 지난 3월 2일 「공무원 여비 규정」이 개정돼 숙박비·식비 등이 상향됐습니다. 공무 출장의 효율적인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물가 수준에 맞춰 여비 지급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는 것이 정부의 개정 취지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현행 물가 수준에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개정된 여비 지급 금액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국내 여비 지급표 ■ 구분 기준표 출장 여비 QA Q. 근무지 외 출장 시 숙박시설 부족, 성수기 요금 부과 등의 불가피한 사유로 실비상한액을 초과해 지출한 경우 숙박비 지급은 어떻게 되나요? A. 공무상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될 경우에는 상한액의 30% 범위 내에서 추가 지급이 가능하나, 그 이상으로 지출한 금액에 대해서는 개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Q. 기상악화 등으로 당초 출장일정을 초과해 숙박한 경우, 숙박비·일비·식비 등의 여비를 추가 지급해야 하는지요? A. 공무 형편상 또는 천재지변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늘어나는 일수는 출장일수에 포함해야 합니다. 부득이하게 출장 일정을 초과해 추가로 숙박을 한 경우에도 실비를 고려해 추가 지급
교사들의 우울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2023년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6,75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0%(1,348명)만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이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향후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6년 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와 전교조가 공동으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와 건강실태’를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교사 40%가 우울증을 앓고 있고, 고3 담임은 무려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설승은, 2017). 최근에는 더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2021:33-34) 조사에 따르면 의사들의 우울증 수준도 일반 직장인들의 우울증 수준에 비해 다소 높다. 의사와 일반 직장인들을 비교해 보면 정상군은 의사 72.0%, 일반 72.5%로 유사하다. 주의군은 의사 12.0%, 일반 16.4%이고, 상담군은 의사 7.0%, 일반 5.1%이다. 우울증 의심군은 의사 9.0%, 일반 6.0%로 의사들이 상당히 더 높다. 즉 의사들도 다른 직종에 비해 우울증 의심군 비율이
지난봄 딸아이가 시집을 갔다. 결혼식장에서 나에게 인사를 올리며, 눈물을 비쳤다. 어릴 때 큰 시련을 겪으며, 나에게 인생에 대한 감사를 일깨웠던 아이다. 자라서는 내게 늘 따뜻한 대화 친구였다. 그 순간 나도 간신히 눈물을 참아내었다. 딸아이와 아프게 정들었던 세월은 이렇게 응축되어 ‘보석 같은 눈물’이 되나 보다. 마음에 오래 새겨지는 장면이었다. 그날 내 마음에 새겨진 장면은 ‘딸아이의 눈물’ 말고도 또 있었다. 그것은 주례를 맡으신 김기석 목사님의 주례사 말씀이었다. 딸아이의 눈물이 ‘감정의 울림’으로 새겨졌다면, 목사님의 주례사 말씀은 성숙한 인간과 삶의 태도를 불러오는 ‘이성의 울림’으로 새겨졌다. 명색이 교육학자인 나에게는 ‘교육적 성찰’의 한 부분으로 다가왔다. 주례 목사님은 신랑 신부가 살면서 두 개의 동사를 실천하며 살기를 주문했다. 그중 하나는 ‘우러러보다’이고, 다른 하나는 ‘바라보다’였다. 서로 우러러보고 바라봄으로써, 부부관계는 물론이고, 모든 관계를 복되게 이끌어 가라 하신다. ‘우러러보다’와 ‘바라보다’는 단순한 ‘보다’가 아니다. 거기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 있다. 그 마음은 자못 진실하고 간곡하다. 나는 이 두 동사를 사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휴양지 발리. 특유의 신비롭고 여유로운 분위기로 여행자들의 인기를 얻는 곳이다. 바다를 즐기며 느긋한 시간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이번에는 발리의 예술도 함께 즐겨보자. # 바다 발리를 ‘신들의 섬’이라고 부른다. 그럴 만한 것이 약 2만 개의 힌두교 사원이 있고, 신과 관련한 다양한 축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전역이 이슬람교를 믿지만, 발리섬만은 특이하게 힌두교를 믿는다. 이는 인도네시아에 번성하던 힌두교가 16세기경 이슬람 세력을 피해서 발리섬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발리에는 힌두교의 전통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발리를 신들의 섬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순히 발리에 사원이 많고 발리인들의 삶에 신이 녹아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발리를 여행하다 보면 신이라는 절대자가 아니고서는 발리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창조해 내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신이 이토록 아름다운 섬을 만든 이유는 인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신이 인간세계를 다스리느라 피곤해진 자신의 심신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섬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아마도 쉬기 위해서일
어릴 적 고향 고모네 집 뒤뜰에는 제법 큰 석류나무가 있었다. 여름에 붉은색과 노란색이 묘하게 섞인 석류꽃이 피고, 석류꽃이 진 다음에는 석류 열매가 커지기 시작했다. 주먹만 해져서 붉은색을 띠기 시작하면 신 석류 맛이 생각나 따고 싶은 마음도 덩달아 커졌다. 하지만 꾹 참았다. 추석 즈음 석류가 다 익어 벌이지면 고모가 한 개씩은 줄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소설 토지에서 봉순네가 김 서방댁과 나누는 대화에 석류꽃이 나와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그런데 니 석류꽃은 머할라꼬 줏노?” “아까바서 줏소.” “아깝다니 그기이 어디 쓰이나?” “멍도 안 들고, 시들지도 않고 우찌나 이쁜지.” “미쳤다. 할 일도 없는갑다.” “해가 들믄 시들 것 아니요.” “사십이 넘은 제집이 그래 그 꽃 가지고 사깜(소꿉장난의 방언) 살 것까?” “애기씨 줄라꼬요. 바구니에 수북이 담아놓으니께 볼만 안 하요? 이런 빛깔 다홍치마가 있다믄 한 분 입어보고 싶소.” 토지 3권 석류꽃이 떨어졌으니 6월쯤일 것 같다. 봉순네는 시들지도 않고 떨어진 석류꽃을 줍고 있다. 벌써 바구니에 수북한 모양이다. 그걸 보고 김 서방댁은 나이 들어 소꿉놀이하려고 그러느냐고 놀리고, 봉순네는 애기씨
11일 강원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강원도교육청도 ‘특별자치도교육청’으로 문패를 바꿔 단다.교육자치를 향한 첫걸음을 떼고 ‘찾아오는 강원교육’의 출발을 알린다. 지역 발전을 위한 각종 특례를 담고 있는 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이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에 반영된 교육 특례는 △강원형 자율학교 운영 △유아·초·중등교육 특성화 △강원 농산어촌 유학 등 3개다. 도교육청은 8개 중 3개만 통과된 것은 아쉽지만 이를 잘 활용해 ‘찾아오는 교육’을 구축한다는 입장이다. 자율학교 운영 특례를 통해 군사·국방교육 학교나 생태환경교육 특화 학교 등 지역에 맞는 학교 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유·초·중등교육 특례로 다양성을 고려한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해 교육자치 기반을 닦을 예정이다. 또한 지자체와 함께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농어촌유학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도 드러내고 있다. 도교육청은 정책들이 학교 현장에서 최대 효과를 내도록 ‘강원도형 자율학교 모형 연구’와 ‘농어촌유학 프로그램 개발·적용 방안’, ‘교육자치분권 추진을 위한 중장기 과제 발굴’ 등을 주제로 정책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원래 통과되길 원했던 특례도 긴 호
정부가 코로나19로 무너진 경제 회복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당국이 농촌행을 독려하고 나서 청년층의 실망감은 더 커지고 있다. 광둥성이 2025년 말까지 대졸자 30만 명을 농촌으로 보내 풀뿌리 간부·자원봉사자로 일하게 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농촌으로 가는 것은 정부가 도와주지 않아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비판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문화대혁명(1966∼1976년) 시절 마오쩌둥이 노동을 통해 학습하고 농촌에서 배우라는 취지로 지식인과 학생들을 강제로 농촌으로 대거 보냈던 '하방(下放)' 운동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취업난이 심화할 때마다 젊은이들의 귀향과 농촌 구직활동 독려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런 문제로 애국주의에 열광했던 중국의 젊은이들 사이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초 공산당 청년 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중앙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공청단원은 7358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2000명이 감소했다. 주력군인 학생단원(4016만3000명)이 전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