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이중고(二重苦)만 떠안기는 수시모집 지난 4일간(10.1~10.6)의 2학기 중간고사를 치른 아이들의 마음은 홀가분하리라. 더군다나 10월은 각 급 학교마다 학교행사(체험학습, 체육대회, 학교축제 등)가 계획되어 있어 그나마 아이들이 학업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릴 수 있는 달임에 분명한 듯싶다. 대학 입시에 내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내신에 대한 아이들과 학부모의 관심 또한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본교의 경우, 고등학교 내신으로만 1단계를 선발하는 서울대학교 지역균형 선발에 3명의 학생 모두가 합격한 것을 보면 내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내신관리에 만전을 기해 온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수업시간의 집중력이었다. 그 아이들은 수업시간,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내용을 정리하여 외우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시간 활용과 자기관리가 철두철미 했다. 그렇다고 이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거나 학교생활에 부적응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의 중간고사를 분석한 결과, 실제 평균이 예상보다 많이 미치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들의 성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심 공휴일(10.3 개천절)이 있어 다음 날(
최근 유명 연예인의 연이은 자살이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무엇보다 평소 죽은 연예인을 좋아했던 팬(Fan)들의 충격은 더욱 크리라 본다. 그리고 스타가 되고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늘도 열심히 연기수업에 전념하고 있는 연예인 지망생에게 스타의 자살은 허탈감마저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살의 이유가 어찌 되었든지 간에 우리 사회가 자살 신드롬에 빠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더 큰 문제는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난무하고 있는 죽은 연예인에 대한 뜬소문이다. 검증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을 기사화하여 유가족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매스컴에서는 그들의 자살방법과 장소까지 적나라하게 보도하고 있어 자칫 우리 아이들이 모방 자살을 시도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예전보다 요즘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으로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이 많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연예인이 되려는 이유 중의 하나로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여 연예인에 대해 그릇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 극성맞은 부모의 경우, 연예인으로 만들려고 비싼 수강료를 내면서까지 자식을 연기학원에 보내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아이의 얼굴 모두를 뜯어
검증된 교사 채용과 학교 실정에 맞는 수업모델 개발이 우선되어야 요즘 학교에서 제일 바쁜 사람은 원어민 보조교사인 ‘Carol-Ann O'Connell’ 선생님이 아닌가 싶다. 그녀가 출근하여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그날의 시간표를 챙기는 일이다.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도 바쁜 그녀가 최선을 다하는 일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그날 가르칠 내용에 대한 철저한 교재 연구이다. 지난 9월 초, 일선 학교 영어 공교육 강화의 일환으로 원어민보조교사가 본교에 배치되었다. 그녀는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몸집이 크고 악센트(Accent)가 강했다. 그래서일까? 웬만한 영어실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그녀의 말을 알아듣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더욱이 그녀는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쉬운 어휘를 골라 사용하는 배려까지 보여주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가 한국을 배우려는 열정만은 남달랐다. 한국에 대해 궁금한 사항이 있을 때마다 그녀는 서투른 한국말로 주위 선생님에게 물어보곤 하였다. 그래서일까? 한국을 알려는 그녀의 노력에 대해 주위의 모든 선생님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원어민처럼 그녀는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으면 활짝 미소를 지으며 꼭 "Thank
일요일. 아침을 먹고 난 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읽지 못했던 책을 읽을 요량으로 침대에 누웠다. 대략 30분이 지났을까? 며칠째 계속 이어지는 늦더위에 방안이 후덥지근하여 더는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그제야 조금 시원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삼매경에 빠졌다. 그런데 이 분위기를 깬 것은 아파트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동네 아이들의 괴성이었다.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듯 소리를 질러가며 유희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아이들의 대화였다. 아이들이 내뱉는 열 마디 중 거의 두 마디는 듣기에도 거북한 욕을 포함하고 있었다. 더욱이 아이들은 서로 뒤지지 않으려고 목소리 톤을 높이기까지 했다. 욕하는 데는 남녀 구분이 없었다. 오히려 여자 아이가 욕을 더 잘하는 듯했다. 처음에는 잠시 놀다가 집으로 들어가겠거니 생각하고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책을 읽었다. 그러나 아이들의 놀이는 생각보다 길어졌다. 더군다나 소음도 더 커져갔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아이들에게 잔소리할 생각으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파트 놀이터에는 초등학교 남녀 아이들 여러 명이 짝을 지어 재
수시모집 전형료, 꼭 그렇게 비싸야만 하는가 9월 초부터 시작된 대학 수시모집 2차는 사상 초유의 경쟁률을 보였다. 대부분의 대학이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였으며 특히 수도권 모 대학 OO과의 경우, 세 자릿수 경쟁률을 나타내 수험생과 학부모를 놀라게 하였다. 이와 같은 경쟁률은 올 수능시험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언론보도와 달라지는 수능점수제(표준점수와 백분위 표기) 탓이라고 입시 전문가는 밝혔다. 더군다나 복수지원이 허용됨에 따라 한 학생이 여러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현 입시제도가 경쟁률을 부추기는데 한몫 하였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불합리한 입시제도로 득(得)을 보는 것은 학생이 아니라 대학 측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수시 모집이 끝날 때마다 각 대학은 몇 십 억의 수익을 챙긴다고 한다. 반면 터무니없이 비싼 전형료(최하 2만 원, 최고 10만 원)에 허리가 휘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학부모일 수밖에 없다. 전형요소(학생부, 면접 구술, 논술, 적성·인성검사, 예·체능 실기 등)에 따라 전형료 또한 천차만별하다. 설상가상으로 인터넷 접수 시 수수료(5000원)까지 수험생이 고스란히 부담해야 할 경우 전형료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십 년 만에 만난 제자로부터 느낀 교사의 보람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 우리 가족은 여행 한번 제대로 다녀오지 못했다. 그것 때문에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개학을 하기 전에, 그 미안함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것이 근사한 외식이었다. 우선 깜짝 쇼를 하기 위해 아이들 몰래 이곳에서 유명한 식당 한곳을 예약해 두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차에 태워 예약해 둔 식당으로 향했다. 영문을 모르는 아이들이 계속해서 행선지를 물었으나 나는 묵비권으로 일관했다. 저녁 시간에도 식당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우선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것 모두를 주문하라고 하였다. 평소 돈 쓰는데 인색한 내 말에 아이들은 의아해하며 평소 먹고 싶은 음식 모두를 시켰다. 어차피 아이들을 위해 돈을 쓰기로 마음먹은 만큼 주문량에 신경 쓰지 않았다.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아이들과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로 그때였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가씨 2명이 우리 가족이 앉아 있는 식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며 말을 했다. “혹시 ○○○선생님 아니세요?”
금요일(8월 8일) 아침, 출근하자 한 아이가 교무실 복도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아직 수업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도 일찍 등교를 한 것을 보니 무슨 사정이 있는 듯했다. 그런데 그 아이는 다름 아닌 우리 반의 ○○이였다. “아침 일찍부터 네가 웬일이니?” 그 아이는 대답 대신 음료수 하나를 내게 내밀며 말을 했다. “선생님, 오늘이잖아요.” “아니 뭐가 말이니?” “1단계 발표…?” 순간 내 시선은 책상 위에 놓인 달력을 주시했다. 달력 위에는 우리 반 아이들이 지원한 대학의 이름이 날짜별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8일 날짜에 ‘○○대학 1단계 발표’라고 적힌 적색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그러고 보니 오늘이구나. 좋은 꿈 꿨니?” “아니오. 잠을 한숨도 못 잤어요.” 그 아이는 잠을 제대로 못 잔 듯 눈이 많이 부어 있었다. 그리고 걱정이 되어 날이 밝자마자 학교로 왔다는 것이었다. 서울 모(某) 대학 ○○○학과에 지원한 그 아이는 고등학교 입학을 하면서부터 이 대학에 가기로 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 대학에 대한 모든 정보(모집요강, 입시결과 등)를 찾아 스크랩해 두었다고 하였다. 그래서일까? 녀석은 이 대학에 대해 담임인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
지난주부터 실시된 각 대학의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에 따라 아이들의 합격 여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아이들의 희비 또한 엇갈린다. 생각지도 않은 합격에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합격을 장담했던 아이들이 떨어져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였다. 사실 1차 수시모집에 합격한 아이들은 등록 유무에 관계없이 수시 2차,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없어서 구태여 보충수업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래서일까? 아이 중 몇 명은 합격과 동시에 보충수업 불참의사를 밝혔다. 그렇다고 담임으로서 아이들의 요구를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더군다나 무더운 날씨에도 보충수업을 잘 받아 왔기에 아이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주고 싶었다. 지난주 토요일(8월 2일). 수시모집에 합격한 아이들을 교무실로 불러 보충수업 참여 여부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었다. 대부분 아이들은 가정학습을 하며 쉬고 싶다고 하였다. 그리고 몇 명은 그동안 미루어 왔던 여행을 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겠다고 하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대학입시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난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해 보였다. 아이들에게 축하의 말과 더불어 간단한 주의사항을 주지시키고 난 뒤, 본인이 원하는 대로
월요일 아침. 출근하여 교실에 다녀온 최 선생의 표정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가 않았다. 함께 생활하면서 느낀바, 최 선생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굳어 있는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동료 교사를 보면 늘 웃으면서 대했기에 갑자기 달라진 최 선생의 행동은 뭇 사람들의 신경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최 선생은 여름방학 보충수업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찍 출근하여 아이들의 출석을 점검하는 열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최 선생의 마음은 타 선생님의 모범이 되기도 하였다. 최 선생의 심기가 불편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방학 보충수업을 시작한 첫 주까지 아무 탈 없이 학교에 잘 나오던 학급의 한 여학생이 사흘째 결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 아이와의 연락은커녕 학부모와도 연락되지 않아 담임으로서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아이의 행방을 찾으려고 수소문해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하였다. 그 이후로 최 선생은 그 아이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고 하였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동료교사들은 최 선생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나름대로 별생각을 다 했던 것이었다.
중복(7월 29일) 무더위에도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향학열은 식을 줄 모른다. 이 무더위가 보충수업이 끝나는 날(8월 9일)까지 계속 이어진다는 기상청의 예보에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계속되는 불볕더위로폭염특보가 발효된 지역도 여러 곳이다. 그나마 학교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아마 교실이 아닌가 싶다.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매시간은 아니지만, 가끔 틀어주는 에어컨에 교실은 항상 냉기가 감돈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실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무더운 날씨로 무기력해져 가는 아이들을 위해 생활의 활력소를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수업시간 아이들에게 팝 퀴즈(Pop Quiz:예고 없이 보는 시험)를 내어 맞추는 아이 3명에게 자율학습을 빼주는 것이었다. 3교시 영어 시간. 생각해 낸 내용을 아이들에게 먼저 일러주었다. 내 제안에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잔뜩 기대를 하는 눈치였다. 사전에 그 누구에게도 예고되지 않았기에 내가 어떤 문제를 낼지 아무도 몰랐다. 아이들 또한 나의 제안에 대해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았다. 물론 영어를 잘하는 아이에게
사전(事前) 철저한 정보와 사후(事後) 연계성을 둔 추수지도 필요 여름 방학이 다가오면서 지난 일 년 동안 유학을 다녀온 내게 아이들 어학연수에 대해 자문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특히 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국외 어학연수가 국내 영어학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더 큰 효과가 있는지에 있었다. 그리고 연수 국가로 어떤 나라(선진국 또는 후진국)가 좋은지도 물어보았다. 최근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녀의 국외 어학연수를 생각했다가 포기한 학부모들이 뜻밖에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선진국(캐나다, 미국, 호주 등)으로의 연수를 계획했다가 비싼 연수비용 때문에 필리핀과 같은 영어권 나라로 눈길을 돌리는 학부모 또한 적지 않다. 평소 친분이 있는 한 학부모는 중학교 2학년인 아이의 캐나다로의 어학연수를 포기하고 내가 다녀온 필리핀으로 아이를 보내려고 한다며 그곳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아는 어학원 몇 군데를 소개해 달라고 하였다. 더군다나 여름 방학이 겨울방학보다 기간이 짧은 것을 아는 실속파 학부모들은 이 기간에 최대의 효과를 보려고 방학을 하기도 전에 아이들의 연수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자녀를
21일 보충수업 첫날, 몇 명의 아이들을 제외한 아이들 대부분이 출석하였다. 그리고 1차 수시모집에 지원한 아이들의 경우, 최종 경쟁률을 확인하고 난 뒤 보충수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내신 성적이 우수한 몇 명의 아이들은 높은 경쟁률과 관계없이 수시모집에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었다. 23일 수시모집 마감결과, 생각보다 경쟁률이 높아 그 누구 하나 합격을 장담하기가 어려워졌다. 경쟁률에 신경을 쓰지 않겠다던 아이들까지도 다소 걱정을 하는 눈치였다. 원서를 작성하기 전에 경쟁률이 높아 합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미리 이야기를 해 두었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실제 경쟁률에 놀라운 눈치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합격하면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라도 불합격을 했을 경우, 방학 보충 불참으로 생긴 수업결손을 어떻게 보충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짐작하건대 불합격으로 인한 후유증이 2차 수시모집이나 나아가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터라 수시 모집에 지원한 아이들에게 방학 보충수업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주문하였다. 최근 1차 수시 원서를 작성하는 며칠 동안, 왠지 모르게 수능을 준비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예전보다 많
7월 초였다. 방학을 하면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뵙지 못한 시골 외가를 방문하기로 가족들과 약속이 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방학 중에는 아이들의 학원수강 때문에 도무지 시간을 내지 못할 것 같아 일찌감치 다녀오는 것도 괜찮을 듯싶었다. 방학 날(19일). 출근을 하자마자 먼저 교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아이들 각자에게 해야 할 일 몇 가지를 주지시키고 난 뒤 실장에게 대청소가 끝나는 대로 종례를 맡으러 교무실로 오라고 하였다. 방학인데도 보충수업과 대학상담 등으로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이들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12시쯤.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러왔다. 아내는 출발 준비가 다 되었다며 퇴근 시간을 물었다. 아내의 전화를 받고 난 뒤, 마음이 더 조급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귀가 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실장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동료교사들은 방학 작별인사를 하며 하나둘씩 교무실을 빠져나갔다. 30분이 지나자 교무실은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퇴근하여 적막감마저 흘렸다. 그리고 교무실은 3학년 담임선생님 몇 명만이 아이들과 수시모집 상담을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실 내가 아이들과 수시 상담을 미리 서두른 이유도 방학 날 퇴근을 빨
여름방학을 앞둔 교무실은 지난 17일부터 원서접수가 시작된 고3 아이들의 수시모집 상담과 원서작성으로 시끌벅적하기까지 하다. 수시모집 1차 전형이 올해로 마지막인 만큼 예년에 비해 이 전형을 노리는 아이들도 많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아직까지 접수 마감이 되지 않은데도 경쟁률이 장난이 아니다. 심지어 모(某)대학 어떤 학과는 몇 백대 일이라는 초유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어 긴장감마저 감돈다. 무엇보다 연일 치솟는 경쟁률에 속이 타들어 가는 당사자는 수시 모집에 지원한 학생들이다. 따라서 수시모집에 지원한 아이들은 자신이 지원한 대학의 경쟁률을 이야기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서로서로 위안해 주기도 한다. 일찌감치 서울의 모(某) 대학 리더십 전형에 지원을 한 남학생의 경우, 매시간 교무실에 내려와 경쟁률을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때마다 경쟁률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을 하면 그 아이는 공부가 제대로 안된다며 자신의 불안한 심기를 털어놓기도 하였다. 확인결과, 경쟁률이 몇 십 대 일이라는 사실에 놀라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걱정을 하는 눈치였다. 양 어깨가 축 처져 교무실을 빠져나가는 그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기말고사를 끝낸 요즘 일선학교 교무실은 7월 14일부터 원서 접수를 시작하는 수시모집 전형을 앞두고 상담을 하는 진학담당 교사와 아이들로 북적인다. 일선학교 진학담당 교사들의 책상 위에는 각 대학에서 보내 온 홍보용 책자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더위를 잊은 채, 입시사이트와 책자를 보면서 아이들과 상담을 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진지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3학년 학생들의 기말고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대학관계자들은 학교를 방문하여 입시홍보 일정을 잡으려고 안간 힘을 쓰기도 한다. 날짜별로 입시홍보 일정을 빼곡하게 적은 놓은 탁상 달력을 보며 새삼 입시가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특히 대학에서 고등학교 교문 주위에 내건 학과 홍보용 현수막은 아이들의 시선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기말고사를 끝낸 고3 아이들의 경우, 평소 궁금해 하던 내용을 대학관계자와 교수들로부터 직접 물어보고 답변을 들을 수 있어 만족해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경쟁률과 지원전략 및 학과의 특징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을 보면 아이들이 입시홍보에 상당히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공통된 질문은 졸업 후 취업률 이었으며 그리고 보도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듯 터무니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