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도제식 길드제도에 뿌리를 둔 독일 직업교육은 19, 20세기에는 빛을 발했지만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 세기 미국 일본 등이 제도를 모방했을 정도로 최고 교육 강국으로 통하던 독일이 교육개혁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교육개혁이 화두로 떠오른 결정적 배경으로는 '피사(PISA·국제학력평가프로그램)의 충격'을 꼽을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30개 회원국 학생들을 상대로 읽기, 수학, 과학 능력을 조사한 결과 일본과 한국이 1, 2위를 기록한 반면 독일은 하위권인 21위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또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고비용 저효율 경제 시스템의 원인을 교육제도에서 찾아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이에따라 에델가르트 불만(Edelgart Bulmahn) 교육부 장관 등 각료들이 학교수준을 OECD 베스트 5~6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교육을 총체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이 7일 보도했다. 우선 주 별로 다른 교육제도를 전국적으로 통일하고 전국 공통의 시험제도를 두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현재 반일(半
▶동생의 비밀상자=따뜻한 친구의 손으로 내 손이 데워질 때, 내 손의 온기로 친구의 손이 따뜻해질 때의 느낌은 참 좋다. 그러나 우리가 행복하게 지낼 때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친구를 생각할 줄 아는 아이들에 관한 네 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다. 이혜경/ 가교출판 ▶다영이의 이슬람여행=우리 학생들이 이슬람의 역사를 잘 모르는 것은 시험에 안 나오기 때문이라고 당돌하게 말하는 강릉의 여고생 정다영. 여고생 다영이가 세계사의 숨은 그림 이슬람을 찾아 배낭여행을 떠났다. 팔레스타인과 요르단, 터키와 이집트를 돌아보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13억 이슬람의 발자취를 이 책을 통해 만난다. 정다영/ 창작과 비평사 ▶좋은아빠 나쁜아빠=동물세계의 부성애에 주목하는 책은 별로 없었다. 이 책은 동물 세계에도 인간 못지 않게 부성애가 엄연히 존재하며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수준 이상이라는 걸 보여준다. 늑대의 새끼 사랑, 해마의 대리 임신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나쁜 아빠도 있다. 사자와 곰은 새끼에 관심 없고 때론 물어 죽이기도 한다. 제프리 매슨/ 에디터 ▶남자친구를 갖고 싶어요2=좋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이 매긴 대졸 신입사원의 평가는 100점 만점에 26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 인사담당 책임자 3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기업에서 본 한국 교육의 문제점 및 과제' 설문 조사(2002년) 결과다. 그러나 이렇게 부실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우리 나라에서 쏟아붓고 있는 사교육비의 규모는 자그마치 30조나 되고 교사고발, 학생들의 등교거부, 자퇴증가, 대안교육 확대, 조기유학붐, 학교폭력 등 공교육의 붕괴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EBS는 '2003년을 공교육 정상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취지로 우리 교육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과 실천을 모색하는 5부작 연속토론회 '특별기획-교육을 고발한다'를 오는 10∼14일 오후 10시에 편성한다. 사회는 EBS '난상토론'의 진행자인 왕상한 서강대 법대 교수가 맡을 예정이다. 제1편 '불신 받는 공교육'(10일)에서는 우리 교육이 과연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는지, 세계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지에 관해 교육계와 비교육계의 솔직한 토론을 통해 문제해결의 합의점 도출을 시도한다. 이옥근 반포고 교사, 정창현 중동고 교장, 정봉섭 교육부 학교정책기획팀장, 이승철 전경련 지식경제센터소장,
제7차 초·중등교육과정의 교과서 내용이 양성 평등교육에 부적합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한국여성개발원(원장 장하진)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초·중등 교육과정의 성(性) 인지적 개편을 위한 양성 평등교육내용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7차 초·중등교육과정 가운데 도덕·사회·실과 등 3개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직업활동을 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남성으로 기술되고 여성이 직업을 갖는 이유는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으로 묘사하는 등 성(性)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답습하고 있는 내용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가족해체나 이혼율 증가 등 사회문제가 늘고 있는 것은 여성의 사회진출 때문이라는 논리가 반복적으로 기술돼 있고 경제활동에서 여성은 소비자로, 남성은 생산자로 이분화 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순결은 가르치되 피임은 가르치고 있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 됐다. 여성개발원 정해숙 선임연구위원은 "여러 차례 교육과정 개편을 거치면서 등장인물의 숫자와 성격묘사 등에서의 성차별 부분은 비교적 개선됐으나 여전히 여성을 가사노동의 전담자로 묘사하거나 역사 속 여성인물이 부재하는 등 차별적 내용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교과서 개편 시 이번에 개발된 '교과별 양성평
영화 '영웅'은 '거짓말' 때문에 존재하는 영화입니다. 무명이 진나라 왕 영정을 찾아 자신이 은모장천과 파검, 비설을 차례로 꺾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사실인 것처럼 묘사되던 그의 진술은, 두 번 '부정'됩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영화는 색이라는 기교의 옷을 갈아입습니다. 한 번 기술된 사건을 다른 풍광으로 장식한다는 점에서 색은 '거짓말'의 거대한 테두리가 됩니다. 진술에 의해 본질이 뒤바뀌는 '뻥'은 이렇게 펼쳐집니다. # 레드…새빨간 거짓말: 파검과 비설이 은둔한 서예 학교를 포위한 수십, 수백만의 진나라 군대. 그들이 한꺼번에 쏘아대는 화살은 까맣게 하늘을 덮습니다. 입이 딱 벌어지는 이 장관은 누가 봐도 '거짓'이지요. 숱한 화살에 맞지 않는 서예 선생이나 날아오는 화살들을 모두 막아내는 무명과 비설. 실제가 아닌, 무명의 입을 통해 진술된 '새빨간 거짓말'이니까, 가능한 일이지요. # 블루…거짓에 끼얹은 시퍼런 찬물: "자네는 한 사람을 과소평가 했다, 바로 과인이다" 영정의 한마디를 기점으로 영화는 반전됩니다. 그러나, 물에 비친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지는 '파검'과 '무명'의 믿을 수 없는 칼 솜씨. 파검과 비설의 칼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 프롤로그 까치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신다고 했다. 인적 드문 산골 마을의 몇 안 되는 얼굴을 기억하고 있던 까치가 낯선 사람이 오면 울었던 탓에 생겨난 민담인 지도 모른다. 속뜻까지 이렇게 따지고 들지 않아도 까치는 분명 우리에게 반가운 존재다. 제 목숨을 바쳐 은혜를 갚는 새로, 칠월칠석이면 1년만의 만남을 위해 다리를 놓아준다는 새로 말이다. 때로는 한 해 농사를 망치는 야속한 녀석이었음에도, 옛 사람들은 나뭇가지 꼭대기에 까치밥을 남겨두었다. 가난하고 궁핍한 생활이었음에도 새들의 겨우살이까지 배려할 수 있었던 넉넉하고 멋스러운 마음. 명절은 돌아와도, 이제는 영영 돌아올 것 같지 않아, 잊혀져 가는 것들은 더욱 아쉽다. #합근박… 신랑신부 첫 술잔, 사랑과 해로 상징 혼례의 하이라이트로 신랑신부가 일심동체가 되는 순간, 신랑신부는 번갈아 한잔 술을 받는다. 이 의식의 제기(祭器)가 바로 합근박. 시집갈 딸이 있는 어머니는 담 아래 정갈스러운 땅을 골라 표주박을 심어 넝쿨을 올린다. 거름도 정갈스럽게 하여 기른 표주박으로 바가지를 만드는데, 만들 때는 반드시 아들 많이 낳고 화목하게 사는 복 있는 마님을 불렀다고 한다. 이렇게 혼례에 쓰고 나면,
EBS가 23일 평생직업 시대 선도를 위한 인터넷 직업방송 사이트(www.ebswork.co.kr)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현재 위성을 통해 방송되고 있는 직업방송채널 'EBS플러스2'와 연계, 양질의 교육콘텐츠와 전문적 직업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게 된다. 기존 직업관련 사이트에서 한발 나아가 적성검사와 진로지도, 온라인 강의, 기업과의 연계를 통한 취업 서비스까지 직업 교육에 관한 모든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 EBS가 밝힌 기획의도. 이를 위해 EBS는 1년간의 기획 제작 기간을 거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온코리아닷컴, 리쿠르트 등과 함께 25억 원을 들여 사이트를 제작했다. 현재 온라인 교육 사이트에서 다루고 있는 외국어, 자격증은 물론 디자인, 회계 재무, IT분야 및 생산기술 분야의 온라인 강좌서비스를 강화하고, 채용정보 업체 리쿠르트의 데이터서비스를 활용, 취업 및 채용이 사이트를 통해 성사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용자는 무료 회원가입 뒤 적성검사 서비스, EBS 직업방송 시청, VOD 학습을 할 수 있으며 유료 온라인 강좌를 선택, 원하는 분야를 깊이 배울 수 있다. 유료강좌는 강의 시간에 따라 2∼10만 원의 수강료를 내야한다
▶애기 햄스터 애햄이=숙제 검사하는 햄스터 보셨나요? 점심을 세 번 먹는 아이는요? 똑똑한 햄스터 애햄이와 엉뚱하지만 마음씨 착한 다슬기. 애햄이와 다슬기의 유쾌하고 따뜻하고 가슴 찡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햄스터는 무얼 먹고살까, 햄스터는 언제 잘까, 햄스터도 이빨을 갈까 등 햄스터에 대한 모든 궁금증도 풀어볼 수 있다. 안선모/ 효리원 ▶연싸움=영섭, 기섭 형제와 소년 왕의 신분을 뛰어넘는 순수한 만남, 그리고 김희남과의 우정. 이 책은 네 소년을 통해 진정한 싸움의 의미를 말한다. 내 욕심의 연줄을 끊어버릴 줄 아는 용기를 키우고 그 끊어진 줄을 우정과 절제의 미덕으로 단단하게 매듭짓는 법을 가르쳐준다. 시대를 넘어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넉넉한 감동을 주는 책. 린다 수 박/ 서울문화사 ▶학부모는 아무나 하나요=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가 개설한 광화문 학부모대학에서 강의된 내용을 묶었다. 누구나 아이를 낳아 학교에 보내면 학부모가 되지만,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것만으로 학부모의 역할이 끝난 것은 아니다.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이해와 함께, 자녀교육을 위한 학부모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김삼랑 외/ 인간과자연사 ▶Thanks, Mom!=일
우리나라 학생의 독서인구비율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한국출판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초중고생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2년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1996년 96.7%였던 한 학기 독서인구비율이 99년 93.9%, 2002년 89.6%로 감소, 학생들의 '독서이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시간은 평일 48분, 주말53분으로 3년 전 보다 조금 늘었으나 영상매체의 접촉시간 평일 131분, 인터넷이나 게임 등 정보·오락매체 접촉시간 165분과 비교하면 독서시간은 1/3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서점 이용률과 TV 독서프로그램의 영향력은 커진 반면, 학교도서관 이용률과 교사의 독서 권장률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난 이번 조사의 내용을 분야별로 살펴본다. #독서실태… 독서는 48분 인터넷은 165분 한 학기 독서율은 89.6%로 중고생보다는 초등학생(95.6%)의 독서율이 높았다. 한 학기 독서인구 비율은 '96년 96.7%, '99년 93.9%, '02년 89.6%로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학기 독서량은 초등학생 20.5권, 중학생 7.6권, 고등학생 6.6권으로 초중고생 모두 지난 '9
카페지기는 어제 연하장을 한 통 받았습니다. 방금 도착한 편지를 기대감으로 열어보는 즐거움. 아직 기억하고 계신 지요. 꼽아보니 이 메일 덕분(?)에 편지를 써본 지도, 받은 지도 무척 오래되었더군요.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 잠자고 있던 해묵은 편지를 꺼내 읽어 본 기억도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독자에게 드리는 새 해 첫 편지는, 그래서, 편지글을 모아 좀 길게 써볼까 합니다. 자신의 이름이 수신인 자리에 올라 있는 편지만큼이야 하겠습니까 만은 누군가의 편지를 읽는 일도 때론 비슷한 감흥을 불러일으킬 때가 종종 있으니까요. 발신인이 베토벤인 '베토벤, 불멸의 편지' 정도면 어떨까요. 그가 사랑하고 고민하고 즐거워했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답니다. 평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음악가 베토벤의 인간적 매력, 한 번 느껴보시지요. 가상의 편지 한 통 받아보는 상상도 괜찮겠지요. 몽테스키외의 '페르시아인의 편지'는 300년 전 병든 프랑스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번득이는 재치와 기교로 가득한 서간체의 풍자소설이랍니다. "정의는 인간이 실존한다는 사실만큼이나 당연한 인간 고유의 특성이네"라는 말로 당시 사회의 각종 폐해를 꼬집는 몽테스키외의 비판 정신이 지금껏 생명력을
화가는 왜 여자를 캔버스에 담는가. 그림이나 조각 속의 여성이 보여주는 사회적 의미는 무엇일까. EBS는 13일부터 사흘간 회화사(史)를 통해 여성의 삶과 위치, 역사를 되돌아보는 프로그램 '여성 특강-정은미의 그림으로 보는 여자'(오전 10시)를 방송한다. 강의는 화가 겸 미술에세이스트인 정은미(41)씨가 맡았다. 정씨는 불과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여성은 예술의 영역에서 '볼거리'에 불과했다고 단언한다. 여성은 권력자인 남성의 요구에 따라 몸매를 뽐내는 '생각 없는 존재'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 이른바 명화에서도 이런 현상은 뚜렷하다고 정씨는 설명한다. 1부 '남자가 그린 여자'에서는 그림에 나타난 굴절된 여성관에 초점을 맞춘다. 루벤스의 유명한 그림 '파리스의 심판'(사진)은 신화에서 소재를 차용한 것이지만, 그 안에는 남성이 '미(美)의 심판관'으로 확실히 드러나 있다. 오랜 기간 그림 속의 여성들은 이처럼 몸치장과 얼굴화장에만 정신을 쏟았다. 남성은 그림을 의뢰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며 감상하는 주체였지만, 여성은 그려지고 보여지는 피사체에 불과했던 것이다. 2부 '여자가 그린 여자'에서는 이런 현상에 반기를 든 여류화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르네상
왜 조기영어교육을 시키는가. 학부모들은 어릴수록 빨리 영어를 습득하고 발음도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사설영어학원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하며 유아를 모집한다. 어릴수록 정말 영어를 빨리 배우는 것일까. 이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연구실험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끈다. 16일 동덕여대 우남희 교수는 '영유아에 대한 조기 영어교육의 적절성에 관한 연구'를 통해 만 4세와 7세아에게 영어 실험교육을 한 결과, 조기교육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영어교육 경험이 없는 만 4세아 10명과 7세아 13명에게 주 2회씩 8차례 실험교육을 한 뒤 교육과정과 학습효과 등을 분석했다. 결과는 시험(92점 만점)에서 만4세아는 평균 29.9점, 7세아는 60.6점을 얻어 7세아 성적이 월등히 높았다. 교육 전 사전검사에서 드러난 영어 사전지식과 지능(IQ) 등 두 그룹의 학습능력 차이를 고려해 성적을 분석한 결과도 두 그룹 사이에는 학습효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우 교수는 "외국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살면서 언어를 습득할 때는 어린아이들이 더 빨리 제2언어(second language)를 배우지만, 구조적 학습환경에서 외국어(foreig
학교괴담이란 우스갯소리 같은, 믿거나 말거나인 이야기를 분석하고 있는 책 ‘한국의 학교 괴담’에 우리가 관심을 갖는 이유는, 바로 이 책을 통해 한국 학교의 모습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 지하에 갇혀 죽은 학생의 이야기를 듣던 날, 야간 자율학습을 하던 나는 도서관 1층에서 뭔가 긁어대는 소리에 소스라쳐 줄달음친 기억이 있다. 그날 밤, 뒤돌아본 학교는 낮에 보았던 익숙한 공간이 아니었다. 낮보다 몇 자는 더 길어 보이는 나무는 바람에 서걱이며 나를 위협했고, 빛 하나 새어나오지 않는 어둠 속에 잠긴 학교는 너무도 낯설기만 해 더더욱 깊은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누구나 한 두 개쯤은 기억하고있는 학교괴담. 왜 학교에는 이렇듯 무서운 이야기가 많이 떠도는 것일까. '신화나 민담이야말로 당대의 상상력과 시대상을 반영하는 이야기의 바다'라는 신화연구가 이윤기 씨의 논리를 빌어 정의하자면, 학교괴담은 이 시대 한국의 교육현실을 반영하는 현대의 신화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괴담이란 우스갯소리 같은, 믿거나 말거나인 이야기를 분석하고 있는 책 '한국의 학교괴담'이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바로 이 책을 통해 한국의 학교가 어떤 모습인지 잘 알 수 있
여기 한 비굴한 음악가가 있다. 죽음을 실어 나르는 수용소 기차에 올라타기 직전에 운 좋게 빠져 나온 그는 가족들이 모두 죽음에 이를 것을 알면서도 어줍잖은 몇 마디를 비겁하게 내뱉고는 유유히 삶의 연장선에 올라탄다. 전쟁 발발의 긴박감과 짓누르는 듯한 공포도 잠시, 영화는 이 때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주인공 스필만의 도피 행각과 함께 한다. 20세기 최악의 재앙이라는 유태인 학살과 나치의 만행이 영화 곳곳에 끊임없이 배치되어 있음에도, '피아니스트'는 분노나 슬픔 같은 감정이입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한 광경이 죽음을 맞이하는 자의 호흡을 통해서가 아니라 한 발치 먼 곳에 숨죽이고 있는 주인공의 눈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누가 그랬던가. 전쟁과 학살의 진정한 공포는 죽은 자들의 몫이라고. 살아남은 자들의 입을 통한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정적이어서 날로 쓸 수 없다는 뜻이리라.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그래서, 과거의 응어리를 자신의 목청으로 돋우어 내는 대신 한 피아니스트의 생존기를 통해 감정의 큰 몰아침 없이 담담하게 녹여내기로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피아니스트 스필만은 생존보다 가족애를 택한 동생들과는 달리 가족을 버리고 살아남기를 선택한다. 저
"교과서를 꼭 교수들이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현장 경험이 반영되고 학생들 눈 높이에 맞는 교과서를 만들고자 하는 교사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문학교과서로는 처음으로 현직 장학사와 고교 교사들만이 펴낸 교과서가 교육부 검정을 통과해 전국 각 학교에서 사용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박정곤 장학사(43·대구시교육청)와 강황구(43·경일여고), 이준(39·경일여고), 권형중(33·경북고), 김대용(34·성서고) 교사 등 대구지역 현직 장학사와 교사 5명이다. 이들이 만든 교과서 '문학'(상문연구사)은 2002년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정을 통과한 총 18종의 문학 교과서 중 대학 교수진이 집필에 참가하지 않은 유일한 문학 교과서로 올해부터 전국 25개 고교, 7700여 명의 학생들이 교재로 사용하게 된다. 대부분의 검인정 교과서가 대학 교수진이 주도하고 현직 교사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것, 최근 전국단위 교사모임에서 펴내는 '교과서'라는 이름의 책들이 대안교과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교사들의 성과는 놀랍다. 한 지역에 근무하는 교사들만이 제작했음은 물론 재검정 없이 한 번에 검정을 통과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