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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교원의 민원 부담과 행정업무 경감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학생 맞춤형 지원을 위해 무엇보다 교원의 수업 전념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는 한국교총 등 교육계 의견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회의 사다리가 되는 공정한 교육 실현’이라는 비전을 내건 202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한 5대 정책 방향으로 △출발선 평등 △사교육·입시 부담 완화 △맞춤형 지원 강화 △지역 격차 해소 △청년 성장 지원을 제시했다. 특히 학생 맞춤형 지원 강화 차원에서 교원의 민원대응 부담과 행정업무 경감을 내세웠다. 교총은 그동안 교육부 등 정부를 상대로 교육개혁을 위해 수업 전념 여건 조성을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 왔다. 교육부는 교원이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학교민원 처리계획’을 수립해 일선 학교에 안내할 예정이다. 학교 민원대응팀 등 민원응대 여건 현황을 점검하고 담당자 전문성 향상 지원에도 나선다. 온라인 민원(소통) 시스템도 마련하기로 했다. 나이스(NEIS) 학부모시스템과 연계해 보호자 대상 상담 및 민원 신청, 방문·상담 예약 등을 지원하는 방식의 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원의 행정업무 간소화도 추진한다. ‘나이스’와 ‘K-에듀파인’ 등 온라인 시스템 기능 고도화를 통한 업무 경감, 학교지원 전담기구의 법제화로 안정적 운영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교총은 “우리 제안을 담은 것은 긍정적”이라며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실질적으로 가동함으로써 교사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평했다.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한 ‘학생맞춤통합지원법’ 관련 시행령 등 마련, 선도학교 및 시범 교육지원청 확대 등도 학생 맞춤형 지원 강화 방안이다. ‘사교육·입시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지방 소도시 (가칭)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 시범 운영, 대입 무료 상담 확대,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도입, 교사가 주도하는 수업혁신 확산,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고교 내신 체제 9등급에서 5등급으로 개편 등을 꼽았다. ‘청년 성장 지원’을 위한 방안은 고교 직업교육 혁신, 국가장학금 등 지원 대상 확대, 대학과 기업의 협력을 통한 일자리 지원 등을 진행한다. ‘지역 격차 해소’는 교육발전특구와 지역대학 혁신 연계 사업 강화, ‘출발선 평등’은 유보통합을 중심으로 돌봄 공백 해결 등을 추진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으로 교육격차 해소를 목표로 정책들을 착실히 이행하겠다”며 “학생, 선생님, 학부모님들이 교육 현장의 긍정적 변화를 더욱 체감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올 한 해 17개 시·교육감은 잘 가르치는 교육환경 만들기, 학생 학력신장, 미래와 글로벌을 지향하는 인재육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본격화되는 고교학점제 수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통합학교 운영, 소규모학교 지원이나 온라인 수업 개설 지원에도 만전을 기하고, 유보통합과 늘봄학교 등 국가단위 교육정책 추진이 정착할 수 있도록 대비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연초에 발표된 각 시·교육감 신년사를 분석한 결과, 교육감들은 교권보호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근식 서울교육감은 “선생님들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교육활동 보호 문화를 조성해 선생님들이 교육전문가로서 존중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거석 전북교육감도 “교사가 학생 지도와 수업에 열정과 성의를 담을 수 있도록 교권을 확실히 지켜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또 도성훈 인천교육감은 지난해 논란이 됐던 특수교사 교권문제 해결에 의지를 밝히며 특수교육 여건 개선을 약속했다. 학교 업무경감을 통해 교원의 교육활동을 돕겠다는 입장도 나왔다.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학교 공통가정통신문 일괄 발송 시스템 구축과 운영, 학교지원센터 기능 강화 등으로 통해 학교 업무경감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최윤홍 부산교육감 권한대행도 교육 본질에 충실한 학교 만들기를 강조하며 수업혁신과 수업중심 학교 문화만들기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천명했다. 각 시·교육감들은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학력 신장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천창수 울산교육감은 “배움성장 집중학년제를 비롯해 기초학력부터 진로·진학까지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해 학생들이 학습과 성장에 결정적 시기를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신경호 강원교육감도 맞춤형 학력신장 방안을 제시하며 “지역 맞춤형 교육지원과 함께 ‘초3~6학년 공부하는 힘 만들기’ 등을 통해 학생 스스로 배움을 채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성취도평가 시스템으로 학업역량을 강화하고 맞춤형 교육 서비스 제공을 통해 교육격차 해소에도 주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 비중이 전체 인구대비 5%를 넘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다문화국가가 된 상황에 맞게 이중언어교육이나 다문화 정책을 특화한 교육청도 주목을 받았다. 김대중 전남교육감은 “이중언어 교육 중심의 지역 글로컬센터 운영과 학생 국제교류 활성화를 비롯해 (가칭)전남국제직업고등학교 설립을 본격화하겠다”며 “전국 최초 다문화인재전형으로 초등학교 교사를 임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역설했다.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국제 인정 교육과정인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의 선도적 운영을 강조했다. 강 교육감은 “대구교육은 IB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학생의 진정한 역량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며 “서·논·구술형평가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공정하고 신뢰받는 평가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설 대전교육감과 서 전북교육감도 IB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관심을 신년사에 담았다. 아울러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교육 여건 제공을 약속한 교육감도 있었다.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AI교사와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경기온라인학교를 통해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정선 광주교육감도 “AI팩토리 미래교실과 광주아이온(AI-ON) 등 미래 교육환경을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기초학력 책임교육 강화, 생활·정서·학습 통합지원, 교육활동 중심 학교 구현 등 3대 핵심정책을,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디지털·학습·사회·정서 격차 해소를 강조했으며,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교사의 주도성 강화를 통한 미래학교 실현, 박종훈 경남교육감과 김광수 제주교육감은 인성교육과 미래형 교육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강은희 교육감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명의의 별도 신년사를 통해 “미래교육 수요 반영과 맞춤형 교육 지원을 위해서는 국가교육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며 “안정적 교원 확보는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 교육계 가족 한자리에… ‘협력’ 다짐 2025년 교육계 신년교례회 겸 제40대 한국교총 회장단 취임식에는 교육계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교육 정상화, 교육 공동체 회복을 위해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학생의 꿈, 교사의 긍지, 부모의 신뢰가 있는 교육 공동체를 약속하면서 지난해 10월 교육감 임기를 시작했다”며 “이 가운데 선생님들의 긍지가 우리 교육 공동체를 다시 일으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미래의 낯선 변화에 불안이 아닌 희망으로 준비하는 교육은 선생님들이 당당한 교실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며 “선생님들이 교육 활동과 학생 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올해를 새로운 교육의 변곡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육감은 “‘국민의 시대’의 교육에서 ‘시민의 시대’의 교육으로 바뀌었지만, 지금 개인의 시대에 대비한 교육은 아직 충분히 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개인의 꿈을 맞춤형으로 해줄 수 있는 교육으로 가자고 한다면 AI 교과서도 그런 점에서 개인적으로 절대 필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생님을 지켜야 학교가 산다’는 신임 회장단의 슬로건에 깊이 공감했다. 임 교육감은 “선생님 개인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면서 “경기도는 한 사람의 선생님도 혼자서 어려움을 감당하지 않게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임 교총 회장인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도 참석했다. 정 의원은 “오늘 이 자리는 대한민국 교육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분의 자리”라며 “교육은 좌우 진영 논리가 작용하지 않고,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교육 정책의 성공 여부는 지금 예단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며 “교육부가 추진하는 교육 정책이 우선 현장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전국시도교총회장협의회 회장을 맡은 오준영 전북교총 회장도 축사에 나섰다. 오 회장은 “교권 5법이 개정되고 교권 보호 제도가 생겼지만, 현장 교원들은 아직 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일어난 교권 침해 사건 사례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교원이 사회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인식 개선 사업”이라고 짚어냈다. “선생님을 지켜야 학교를 지키고 교육을 지킬 수 있습니다. 수업 스킬이 좋은 선생님, 교육학 석·박사를 가진 선생님, 물론 수업을 잘하실 겁니다. 하지만 저는 컨디션 좋은 선생님의 수업 질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 “선생님, 열심히 하는 학생 될게요” 교육계 가족들의 신년 소망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특히 전국 교원들과 학생들이 보내온 소망 메시지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전국교육자료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을 이예나 대전 도시과학고 교사와 폭설에 고립된 자동차를 맨손으로 구출한 경기 화원초 5학년 이원‧강윤우‧이수혁‧이진성 군은 직접 교례회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사회자가 수상 소감을 묻자 이 교사는 “교육 현장 일선에는 저뿐만이 아니라 열정과 열의를 가진 선생님이 무척 많다”면서 “이런 선생님들의 열정과 헌신이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에 늘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새해 소망을 이야기할 때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사는 “현재 교육 현장은 녹록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해 교권 5법이 시행됐지만, 교육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은 체감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우리 선생님들은 더욱더 힘을 낼 것입니다. 학생들의 가슴에 희망의 싹을 틔우고, 미래 꿈을 위한 나무를 심어서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열정을 다할 겁니다.” 경기 화원초 5학년 이원‧강윤우‧이수혁‧이진성 군은 지난해 11월, 역대급 폭설로 고립된 자동차를 보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 미담의 주인공들이다. 운전자를 돕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맨손으로 눈더미를 치우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원 군은 “친구들과 눈 구경을 하려고 밖으로 나갔다가 차를 운전하시던 아주머니가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무조건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장갑이 없어서 손이 시렸지만, 눈사람을 만드는 것보다 재미있고 누구를 돕는다는 게 기분이 좋았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강윤우 군은 선생님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5학년 담임 선생님을 매우 존경한다”며 “6학년이 돼서도 선생님의 말씀대로 어려운 친구들을 돕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학생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수혁 군은 ‘포기는 없다’는 자신의 좌우명을 소개했다. “요즘 분수의 나눗셈을 배우는데, 많이 어렵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공부하려고 한다”면서 “여기 계신 모든 분도 올 한 해 힘든 일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국가대표 선수를 꿈꾸는 이진성 군은 “꿈을 지원해 주기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아빠, 엄마가 항상 건강하고, 우리 집이 지금처럼 늘 행복하고 따뜻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안양옥 한국교총 전 회장,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박상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이정우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회장, 김승제 한국사립학교법인협의회 회장, 이경미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총연합회 회장,김문환 한국교총 2030청년위원회 위원장 등도 신념 덕담에 나서 교육 가족의 화합과 교육 발전을 기원했다. 이날 행사는 새해 다짐 구호 제창으로 마무리됐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회상해 보면 사진처럼 떠올라요. 뇌에 남아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쭉 돌아보다 보면,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이 떠오릅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남아 있으면 행동에 영향을 줍니다. 이걸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마음빼기 명상을 경험한 학생들이 그럽니다. ‘개운하고 편안하다’고요.” 이덕주 전인교육학회 회장(카이스트 명예교수)은 학교 수업에 참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우리나라 헬리콥터 개발사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그는 32년간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지금은 인성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전인교육학회는 2008년 인성교육과 전인교육에 뜻이 있는 교수와 교사, 각계 전문가 200여 명이 모여 만든 학술연구·실천 단체다. 이들이 만든 ‘스스로 깨닫는 인성교육, 마음빼기 명상 교실’ 프로그램은 교육부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증받았고,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 수는 2017년 이후 기준, 14만300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만 전국 360개교에서 4만9000여 명이 참여했다. 마음빼기 명상 프로그램의 핵심은 자신을 돌아보고 부정적인 생각을 비워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 내면 성찰’에 있다. 프로그램 표준안을 바탕으로 학교급, 학생 특성, 주제에 맞게 적용하고 있다. 전인교육학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성교육을 위해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제12회 대한민국 인성시민교육대상을 받았다. 8일 이 회장을 만났다. Q. 최근 대한민국 인성시민교육대상을 받았다 “인성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 교수, 각계 전문가 등이 모여서 16년간 인성교육을 연구하고 실천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감사하다. 아이들의 미래와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동력이 생긴 느낌이다.” Q. 전인교육학회를 설립한 목적은 무엇인가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2008년쯤 선생님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인성교육의 부재는 선생님의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는 걸 절감했다. 선생님이 무너지면 교육 현장도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인성교육에 뜻있는 분들과 함께 학회를 만들었다.” Q. 왜 인성교육에 주목했나 “하버드대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성공과 행복의 요건으로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간관계는 결국 인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세상이 변해도 인성은 변하지 않는다. 인성교육은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성찰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Q. 카이스트 학생들을 대상으로 명상 수업을 진행했다 “20여 년 전, 카이스트가 대전으로 옮겨 갔다. IMF 이후 이공계 기피 현상도 있었을 때다. 학교에선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강도 높은 쇄신 정책을 운영했는데, 학생들이 힘들어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방법을 고민하다가 모든 수업을 멈추고 며칠 동안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성교육을 시켜달라고 했다. 생각지 못한 요구였다. 정신 건강 전문가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더니, 그동안 했던 명상을 직접 수업으로 만들어보라고 했다. 그게 ‘지금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강의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항공우주공학과 수업이었다. 그러다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교양 과목으로 개설됐다. 이후 온라인 대학 공개강좌 무크와 온라인 교육 플랫폼 코세라에도 탑재했다. 지난해 9월까지 전 세계에서 10만 명이 수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Q.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시대다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마음빼기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교육대학, 사범대 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치면 어떨까, 생각한다. 학교 현장에서 학폭 같은 사건이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학생, 학부모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힘들어하는 선생님이 많다. 자신을 지키고 직장생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방법을 대학 교육과정 안에서 가르치면 좋겠다. 선생님이 되기 전에 배울 수 있다면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학회에서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올해는 2월 15일에 예정돼 있다. 교대, 사범대 교수님들이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 Q. 시대 변화에 따라 인성교육 방법도 달라져야 할 듯하다 “인성교육진흥법에 보면,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라는 내용이 나온다. 인성교육은 스스로 내면을 성찰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의미다. 자신을 성찰해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자기중심적인 입장에서 벗어나야 개방적이고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외부에서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건 곤란하다. 자기 스스로 마음을 돌보고 깨달아야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다.” Q.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AI, 빅데이터 시대다. 학회에서는 그동안 마음빼기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얻은 결과를 데이터로 축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성교육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관련 정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2022년부터 3년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와 함께 ADHD 환아를 대상으로 마음빼기 명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10명 남짓으로 시작했는데,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고, 40명으로 대상을 확대해 진행 중이다. 인간의 전두엽은 17~18세까지 발달한다고 한다. 수학 공식을 외우고 영어를 열심히 배우면 하드웨어는 좋겠지만, 소프트웨어, 즉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에서 힘들어진다.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과학적인 데이터로 보여주고 싶다.”
학부모 등에 의한 악성 민원은 단 한 번이라도 교육활동 침해로 명시하고 교권침해 학생 조치에 이의가 있는 경우 행정 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추진된다. 한국교총은 9일 강주호 교총회장 취임 1호 법안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교원지위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교원들은 단 한 번의 악성 민원에도 교직 수행과 일상 생활이 무너지는 데 현행 법률은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만 교육활동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며 “일회적·일시적 악성 민원도 교육활동 침해 행위임을 명시해 무분별한 민원으로부터 교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이미 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성국 의원(국민의힘)을 만나 법안 발의와 입법 협력을 요청한 상태다. 조만간 국회 교육위 전체 의원에게 개정 요구서를 전달하고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교총은 현행 교원지위법 제19조에서 교육활동 침해행위의 한 유형으로 ‘목적이 정당하지 아니한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행위’로 명시하고 있어 교육활동에 현저하게 지장을 초래하는 악성 민원도 반복성이 없으면 면죄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교원지위법 25조 제10항에는 교권 침해 학생에 대한 교육장의 조치에 대해 이의가 있는 학생과 보호자에게 청구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교원은 가해 학생이나 보호자에게 내린 조치에 대해 이의가 있어도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다고 덧붙혔다. 강 회장은 “교사를 폭행하고 성희롱한 학생에 대한 조치가 단기 출석정지나 심리치료에 그쳐도 교사는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며 “이로 인한 심리적 트라우마로 인해 피해 교사가 오히려 가해 학생을 피해 학교를 떠나는 일이 벌어지고, 교사가 갑자기 바뀌면 다수의 학생의 학습권마저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불평등한 이의 절차는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아동복지법 개정안과 함께 최우선 과제로 총력 관철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가 한강의 글은 난해하고 심오하다. 가슴을 후비고 아프게 한다. 다 읽고나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내면 깊숙한 곳, 영혼의 눈물이었다." 이것이 채식주의자를 두 번 읽고 난 나의 한 줄 평이다. 그리고 이책을 쓰며 많이 아팠을 작가에게 안쓰러움도 느꼈다. 아프고 쓰린 대목을 그처럼 적나라하게 표현할 때마다 작가 스스로도 몰입해야 하니 그녀는 피를 흘렸을 것이다. 실제로도 책을 탈고할 때마다 많이 아팠다고 고백했다. 책의 어느 한 대목도 편하게 읽히지 않았다. 분명히 한글로 씌어진 책인데 외계 언어를 읽는 것처럼 낯설었다.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작가만의 언어의 세계를 가늠조차 할 수 없으니 그랬으리라.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맛있다고 소문난 식당에서 먹은 음식인데, 도대체 무슨 맛인지 모르고 겨우 먹은 비싼 음식 같다고나 할까. 먹어본 적이 없거나 독특한 향신료를 써서 내 취향과 맞지 않는 비싼 음식과 같은,내 취향은 뚝배기 된장찌개인데 고급 호텔식당에서 핏물이 감도는 비싼 스테이크를 먹으며 역겨워하는 느낌이랄까. 남들은노벨문학상 작가 작품이라고 다들 서점으로 온라인으로 달려가서 사들인 책이다. 사서 읽지 않으면 유행에 뒤지는 듯한, 마치 한정판 명품백을 사기 위해 줄서는 사람들처럼 몰려갔다. 나도 그 바람에 한강 작가의 시집도 사고 소설도 사들였다. 부끄럽게도 우주물리학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 내 언어의 한계를 탓하면서 한숨을 내쉬며 읽은 책이다. 책도 200페이지도 안 되는데 며칠 동안 읽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어느 대목에서 노벨문학상 심사위원들을 감동시켰는지, 영감을 주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저 문학적 상상력이 낮은 내 탓을 하는 수밖에! '시대의 폭력에 맞서 그 폭력을 표현하는 길은 더 폭력적인 언어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작가는 말했다. 그래서인지 작가 한강의 문장에선 행간을 읽어내기는 더 어렵다. 친절하게 설명해주거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언질조차 없다. 내게는 매우 불친절한 책이었다. 마치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시어를 가득 쓴 듯한 형상화로 가득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적 산문'이라고 평하는 것일까. 시는 다분히 주관적이고 해석하는 독자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 가장 정확한 이해는 작가만이 알 것이다. 불행하게도 독자의 수준이 작가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면 읽을 수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이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었나 보다. 다른 세상의 책, 대중적이지 않은 서술 방식 한강 작가의 문학적 언어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내가 읽었던 여타의 작가들과 확연히 달랐으니,글자 그대로 읽어서는 안 되는, 글자 이면에 감춰진 언어를 해석하며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다빈치가 왼손으로 쓴 글자를 거울에 비춰가며 읽어야 알아낼 수 있듯 작가가 자기만의 비밀언어 체계를 갖추어 쓴 책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그의 글에서 꿈으로 묘사된 문장 속에 키포인트가 담겨 있음을 겨우 찾아내고 스스로에게 박수를 쳤다. 그의 글에서 꿈으로 암시된 곳에서 마치 '다빈치 코드' 처럼 문장이 가리키는 방향이 있었다. 그러니 보통의 대중소설을 생각하며 읽으려고 한다면 접근조차 불가능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서평이 매우 많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다양한 느낌을 서술하고 있다. 공통적으론 나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어쩌면 일반적인 소설의 틀을 벗어난 구성과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소설의 중요한 시사점은 늘 꿈을 매개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이다. "꿈을 꿨어", 라고 아내는 두 번 말했다. 달리는 차창 너머, 터널의 어둠 위로 그녀의 얼굴이 스쳐갔다. 처음 보는 사람처럼 그 얼굴은 낯설었다. 그러나 거래처 사람에게 둘러댈 변명과 오늘 소개할 시안을 삼십분 안에 정리해내야 했으므로, 더 이상 아내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어떻게든 오늘은 일찍 들어가야겠어, 부서 바뀌고 몇 달 동안 하루도 열두 시 전에 퇴근한 적이 없었잖아, 라고 잠깐 속으로 뇌까렸을 뿐이었다. -18쪽 이 대목에서는 일상이 된, 습관적으로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을 보았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절절한 사랑은 간 곳 없는 영원회귀의 모습처럼 일과 노동, 의무와 책임으로 나날을 보내는 보통의 가정과 부부의 모습이다. 매우 구체적인 묘사라서 그래도 읽기 편한 문장이다. 긴장감 없이 그저 일상이 된 이 모습이 문제를 일으키고 일탈로 이어짐을 짐작케 한다. "그렇게 생생할 수 없어,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이. 내 얼굴이, 눈빛이.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분명 내 얼굴이었어. 아니야, 거꾸로, 수없이 봤던 얼굴 같은데, 내 얼굴이 아니었어. 설명 할 수 없어.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생생하고 이상한, 끔찍하게 이상한 느낌을." -19쪽 이 대목은 어쩌면 채식주의자에서 핵심문장이 아닌가 한다. 주인공이 꿈 속에서 본 장면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어린 날 고통스럽게 학대 당하며 죽어간 강아지가 오버랩 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 안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불러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여러 개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장면이다. 산문으로 폭력에 맞선 책,이상하게 치유가 됐다. "너 정말 어쩌려구 그러니? 사람한테 필요한 영양소가 있는 건데. 채식을 하려면 제대로 식단을 잘 짜서 하든가. 얼굴이 그게 뭐야." 처남댁도 거들었다. "저는 딴사람인 줄 알았어요. 얘기는 들었지만, 그렇게 몸 상해가면서 채식하는 줄은 몰랐지 뭐예요." "지금부터 그 채식인지 뭔지는 끝이다. 이거, 이거, 이거, 다 먹어라 얼른. 없어 못 먹는 세상도 아니고 무슨 꼴이냐." -46쪽 위 부분은 채식주의자인 주인공에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적인 장면을 매우 사실적으로, 훌륭하게 묘사한 대목이다. 주인공을 나락으로 몰아가는 충격적인 장면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부모라는 권력으로 행해지는 가정폭력의 장면을 눈에 보일 듯 상상하게 만드는 매우 사실적인 문장이라서 놀랍다. 그럼에도 책 어디에도 주인공의 행동을 이해시키는 대목은 나오지 않는다. 나는 이 대목에서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나 또한 내가 담당하는 반 아이들에게 식사지도를 한다는 명목으로 싫어하는 음식도 반드시 먹게 하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휘두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줄여서라도 반드시 맛보게 하고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며 먹게 했으니.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회의감이 들게 한 문장이다. 물론 아이들에게 왜 먹어야 하는지, 얼마나 소중한 음식인지 꼭 설명을 해주고 먹게 했지만,억지로 입에 넣어준 적은 없지만 그래도 마음이 걸렸다. 그제야 그는 처음 그녀가 시트 위에 엎드렸을 때 그를 충격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 모든 욕망이 배제된 육체, 그것이 젊은 여자의 아름다운 육체라는 모순, 그 모순에서 배어나오는 기이한 덧없음, 단지 덧없음이 아닌, 힘이 있는 덧없음. 넓은 창으로 모래알처럼 부서져내리는 햇빛과, 눈에 보이진 않으나 역시 모래알처럼 끊임없이 부서져내리고 있는 육체의 아름다움. 몇마디로 형용할 수 없는 그 감정들이 동시에 밀려와, 지난 일년간 집요하게 그를 괴롭혔던 성욕조차 누그러뜨렸던 것이었다. -104쪽 인내의 힘으로 쓰라림을 억누른 체 일상의 등짐을 묵묵히 지고 걸어가는 그녀에게는 무관심의 채찍질만이 가해질 뿐이다. 역설적이게도 우리의 존재감과 고독은 아픔 속에서 가장 온전하며 다채롭게 구현된다. 파괴적인 열정에 부딪쳐 깨져버린 이들이 숭고한 예술작품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인내의 근육을 가다듬으며 일상의 곡예를 아슬아슬하게 연마한 그녀의 삶을 감히, 예술작품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는 또 어디 있겠는가. 욕망을 감추는 데 들이는 에너지는 욕망의 나신을 드러내는 데 들이는 에너지보다 훨씬 더 막대할 것이다. -한강 작가의 글에 덧붙인 허윤진의 해설 중에서 -238쪽 작가 한강의 글에 해설로 덧붙인 허윤진의 글마저 난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작가들의 뇌구조는 일반인들과 다른 걸까. 그들만의 언어세계가 따로 있는 것 같았다. 작가의 글쓰기는 어떤 식으로든지 경험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직접이든 간접이든. 그러니 순전히 상상만으로 글을 쓰는 작가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신문 한 귀퉁이에 난 사건 사고가 책을 쓰게 만들고 누군가의 고백이 책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어쨌든 이 책을 선택한 분이라면 단단히 마음 먹고 도전해서 끝까지 읽어 정상에 올라서길 비는 마음이다. 서평도 아니고 독후감도 아닌 어정쩡하지만 다 읽었다는 숙제를 마쳐 마음이 편하다. 사족을 붙이자면 인간성 회복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 앞에 무력한 자신을 위해 육식을 거부하며 죽음에 이르도록 채식주의자가 된 주인공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사람들 또한 지금, 세상으로부터 날아오는 유형 무형의 폭력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누군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가 주는 안락함 대신 버림 받고 사랑 받지 못하는 가정폭력, 가난으로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슬픔을 안고 버티며 살아온 불안정한 세상에 던져지는 폭력, 사랑한다고 생각한 사람이 가하는 데이트 폭력, 직장과 조직에서 수모와 멸시를 당하는 폭력, 가족이 된 배우자로부터 당하는 폭력에 국가가 주는 폭력까지. 안전한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 책은 바로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폭력에 관한 작가의 고발서임이 분명하다. 세상의 폭력에 맞선 책이 분명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며 치유를 경험했다. 말없이 어루만져주는 보이지 않는 손길을 느꼈다. 그러나 그 이유를 잘 모른다. 나도 모르는 내 영혼 깊숙한 곳에서 치유의 눈물이 흘렀다.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으며 살아온 내 마음의 상처를 건드려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잊고 싶었던 그 모든 상처가 작가의 말없는 문장으로 위로를 받았음이 분명하다. 폐부를 흔들어 더 깊은 내면의 상처를 더 들여다 볼 세 번째 읽기를 시작해야겠다.
제40대 한국교총 회장단이 선생님을 지키고 학교를 살려 교육을 바로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신년을 맞아 모인 교육계 인사들도 선생님들이 오롯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힘을 합치자고 화답했다. 한국교총은 8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2025년 교육계 신년교례회 겸 제40대 한국교총 회장단 취임식’을 개최했다. 이날 출범한 회장단은 강주호 회장(경남 진주동중 교사)을 비롯해 김성종(충남 위례초 교장)수석 부회장, 김선(경기 둔전초 교사), 왕한열(대구 학남고 교장), 김진영(서울 경복비즈니스고 교사), 심창용(경인교대 교수) 부회장이다. 이 자리에서 강주호 교총 회장은 환영 인사를 겸한 취임사에서 “변화에 대한 현장의 기대와 여망이 한국교총 역대 최연소, 30대 회장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3년, 늘 선생님 곁에 함께 하며 젊음과 패기로 직접 뛰는 회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학부모와 선생님 간의 불신, 갈등의 피해는 결국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협력의 교육동반자 관계 복원과 교육공동체 신뢰 회복에도 더욱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정치권, 사회 각계를 향해서도 “교육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은 모두가 한결같으리라 생각한다”며 협력을 호소했다. 강 회장은 “교육 정상화를 위한 힘은 여전히 선생님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며 “선생님의 헌신과 열의가 우리 교육을 이끌었고, 선생님이 곧 대한민국의 교육력”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선생님을 지켜야 학교가 살고, 학교가 살아야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며 “먼저 선생님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는 ▲아동복지법, 교원지위법 개정을 통한 교원 보호 ▲현장의 숙원과제인 비본질적 행정업무 완전 분리 ▲교직 특성에 맞는 획기적인 처우 개선, 보수체계 확립 등이다. 또 ‘교원보호 119’를 가동해 교권 사건 발생 시 즉시 출동해 처음부터 끝까지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교원 정치기본권 확대 방안에도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강 회장은 “이제는 현장 교원 스스로 교육정책 의사결정자로 진출해 현장이 주도하는 교육개혁을 실현해야 한다”며 “유·초·중·고 교원이 지금보다 더 국회의원, 교육감 등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신년교례회를 겸한 이날 행사에는 현장 교원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17개 시도교총 회장 등 교육계 주요 인사를 비롯해 정치, 사회 각계 인사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새해 교육협력을 다짐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디지털 시대를 맞아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가 되는 가운데 교육의 주체는 선생님”이라며 “불필요한 행정업무 경감과 교권보호 등 제도적 지원을 통해 선생님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교원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도 “한국교총은 수 십년간 교원의 복지 증진과 교육 발전의 버팀목이 돼 왔다”며 “국가교육위원회는 선생님이 존경받고 학생이 사랑받는 교육을 만드는 정책 마련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또 우원식 국회의장도 영상 축하를 통해 “대한민국의 발전의 원동력은 교육에 있고, 인재강국으로 나가는데 교육자의 역할이 컸다”며 “미래 세대를 양성하는 선생님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기 때문에 선생님이 존경받고 아이와 행복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역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는 저서 『호모 데우스』에서 신이 되려는 인간 세상에는 “변화만이 유일한 미래의 상수(常數)”라고 주장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요즘 세상은 첨단 과학⋅기술 문명의 요람인 4차 산업혁명 명찰을 달고 입학한 아이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비비고서야 알아볼 정도로 괄목상대(刮目相對)하게 성장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이제 현실과 가상의 상호작용을 이용한 3차원의 디지털 세상과 챗GPT, AI와 로봇기술 등 첨단과학기술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인류를 변화시킬지 상상의 끝을 측량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인간은 역사적으로 볼 때 약간의 성공을 거두면 이내 오만해지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결국 영원히 성공한 사람도, 영원히 실패한 사람도 없다. 우주의 섭리가 조화로운 것처럼, 인간의 흥망성쇠 역시 공평하다. 한때 예루살렘은 바빌론 제국에 의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자멸했던 것이다. Covid-19가 가져온 지난 3년 여의 기나긴 역경의 시간은 인류에게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해 보라는 경고와 같았다. 마치 르네상스가 죽어가는 유럽을 살려냈듯이, 이제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체계를 대체하여 다시 태어나려는 용기와 지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초고속,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변화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관성의 법칙을 굳건하게 지키며 변화가 더딘 곳 중의 하나가 바로 학교다. 지금 학교 현장은 교육 불평등, 교육 격차, 학교 밖 청소년 양산, 학교 폭력, 학생-학부모와의 학교 사법화 등 각종 문제에 휩싸여 있다. 이를 회복하거나 정상화할 수 있는 지혜는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에게 달렸다. 그런데 교사들 역시 이젠 약자가 되어 학부모의 갑질, 악성 민원, 아동학대 신고, 교권 침해 등으로 잔뜩 움츠려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나서 해결사 역할을 하려 하나 실효성이 미진한 정책들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교권 확보와 보호를 위한 ‘교권 5법’도 오히려 ‘교권 학대법’ 내지 ‘교사 때리기 법’으로 둔갑한 채 소리만 요란하지 실질적인 변화는 체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우리 교육은 다양성 추구와 더불어 창의성, 상상력 개발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상의 변화를 만드는 사람 즉, 체인지 메이커가 필요하다. 개개인에게 체인지 메이커는 궁극적으로 자기 삶의 주인이요, 진정한 민주시민으로 살아가는 길이다. 지방자치의 시대에 학교 자치도 예외가 아니다. 여기엔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간의 연대와 협력의 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것이 현재의 유명무실한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멈춤이나 중단 없는 변화의 파도를 타고 험난한 대양을 건너야 한다. 그러려면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을 보장한 공존, 공생의 힘으로 인류의 역사를 다시금 회복해야 한다. 이는 우리 교육을 더 이상의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건져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엔 외로운 나그네이자 고독한 순례자이며 세상을 이롭게 하는 존재이자, 생명을 자라게 하는 영양분과 거름이며, 세상을 향한 용기로 변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앞으로 한 사회의 성공은 그 안에 체인지 메이커들이 얼마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한 최초의 사회적 기업가이자 글로벌 비영리 조직인 아쇼카 재단의 창업자인 빌 드레이튼의 말은 우리 교육의 현실을 극복할 주체로서의 교사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교사의 시대적 아픔과 상처의 치유에 정부와 교육당국의 획기적인 지원, 정책에 대한 제언과 함께 목청껏 함성을 질러본다. “선생님, 당신은 이 시대의 위대한 체인지 메이커가 되어야 합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과 질문 수업의 필요성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디지털 전환과 기후·생태환경 변화 등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미래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인재 양성’에 목적이 있다. 포용성으로 전통적인 가치인 공동체적 소양을, 창의성으로 미래 사회 대응역량을 아우르고 있다. 이를 위해 수업은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서서 각 교과의 고유한 핵심개념과 핵심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학습경험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이 스스로 탐구하고 학습하는 기회를 통해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우도록 수업설계를 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습주제에서 다루는 탐구 질문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학생 참여형 수업 활성화를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탐구 질문’이다. 탐구 질문은 ‘정답 찾기’가 아닌 여러 관점과 해석을 유도하는 질문으로서, 학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의미 있는 탐구와 비판적사고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즉 탐구 질문은 암기가 아니라 능동적인 탐구, 비판적사고 등 여러 관점에서 해석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깊이 있는 학습 도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제 교사는 질문이 있느냐고 묻는 것보다 수업설계 단계에서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활용하여 질문을 만드는 활동을 포함해야 한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으로 학생이 직접 질문을 만들고, 자신이 직접 만든 질문으로 짝과 생각을 나누고, 질문에 대한 해답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배움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질문이 과거에는 학습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질문하는 힘과 태도를 기르는 질문역량이 교육의 목표이다. 이를 통해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수업이 가능하다. 다음에서 다양한 질문 수업 사례를 소개한다. 단원은 고등학교 1학년 통합사회 ‘행복의 의미와 기준’이다. 질문으로 짝과 공통점 찾기 질문 수업의 핵심은 질문을 만들고, 짝과 모둠에서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질문하고, 서로 생각을 나누는 친근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질문으로 짝과 공통점 찾기’ 활동은 학기 초에 질문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짝과 친해지기 위한 활동이다. 상대에게 계속 질문을 하여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으로 절차는 다음과 같다. [PART VIEW] 주의할 점은 기존에 알고 있는 내용이나, 관찰로 알 수 있는 사실은 제외한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어야 한다. 반드시 질문으로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찾아야 한다. 이 활동의 목적은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자연스럽게 질문하는 태도를 키운다. 우리나라에서 질문하기는 불편한 일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부담스럽고, 내가 모르는 것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통점을 찾기 위해서 ‘좋아하는 계절은?’, ‘좋아하는 운동은?’, ‘강아지를 키우는가?’, ‘혈액형은?’, ‘MBTI는?’ 등 계속 질문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질문에 친근해지고, 질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 무엇보다 짝과 둘이서만 질문을 주고받으므로 다른 사람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서 편안하게 질문할 수 있다. 둘째, 짝과 말문을 틔우고 빨리 친해지기 위해서이다. 다른 사람과 대화 중에 우연히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면 우리는 마음의 문을 열고 쉽게 친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활동에서 질문으로 공통점을 발견하는 순간 아이들은 웃으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짝과 자유롭게 질문하고 생각을 말하기 위해서 말문을 틔우고 친밀감을 높이는 것은 필수이다. DVDM 질문 수업 DVDM은 정의(Definition)·가치(Value)·난관(Difficulty)·해법(Method)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온 것이다. 수업주제에 대하여 다음의 네 가지 질문을 하면서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을 끄집어내고, 앞으로 배워야 할 내용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 학습동기를 고취할 수 있다. 네 가지 질문을 차례대로 따르다 보면 수업에서 다룰 개념을 명료화하고 중요성을 이해한 후, 문제의 원인을 탐색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게 된다. 이 활동은 단원 도입이나 정리 활동으로 모두 실행할 수 있다. 단원 도입 활동에서는 주제에 대한 호기심을 높이고, 자신이 알고 있는 기존 지식을 모두 끄집어내어 새롭게 배울 내용에 접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업에서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여서 학습목표 달성을 쉽게 한다. 또한 단원 정리 활동에 적용하면 네 가지 질문에 대해 답하면서 학습한 주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다음은 행복을 주제로 한 DVDM 질문에 답한 학생들의 생각이다. ● 정의(Definition) _ 행복이란 무엇인가? - 누워서 하늘을 보는 것 -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것 - 자신과 사회에 불만이 없는 마음의 상태 -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방해받지 않는 것 - 바람처럼 홀연하고 소나기처럼 분명한 것 - 일상에서의 만족감과 기쁨을 느끼는 마음 - 몸과 마음이 평온하고 물질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상태 - 욕구가 충족되어 만족하거나 즐거움과 여유를 느끼는 마음 상태 - 목표를 달성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물리적 또는 정신적 쾌락의 감정 ● 가치(Value) _ 행복이 왜 중요(필요)한가? - 행복은 삶의 목표이기 때문 - 살아가는 이유이고, 원동력 - 행복의 주체는 나이기 때문 - 나의 행복이 다른 사람과 사회에도 기여 - 행복감의 저하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 활력을 감소 - 행복하지 않으면 삶이 힘들고 의미를 발견하기 곤란 - 잠재력을 발휘하게 도와주면서 삶을 풍요롭게 함 ● 난관(Difficulty) _ 우리나라가 소득에 비해 행복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 학벌주의와 심한 소득의 격차 - 평균이 점차 상승하는 사회 구조 - 빨리빨리 문화로 인한 여유 부족 - 정해진 틀과 강요되는 삶의 목표와 방향 - 직업별 소득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 SNS로 인해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문화 - 급속한 경제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정신적 만족도 - 성적과 경제적 성취를 위해 나머지를 희생하는 사회 풍토 - 우리나라의 치열한 경쟁적 사회 구조로 인한 많은 스트레스 - 소득은 일정 수준 이상이면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 ● 해법(Method) _ 우리나라는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 일과 개인생활의 균형을 이루는 삶 - 실질적인 복지정책과 지역균형 발전 - 공정한 사회를 위한 개인과 제도적 노력 - 비교하지 않고 자기 삶에 집중하는 태도 - 행복은 이벤트가 아닌 삶의 일상임을 깨달음 - 경쟁적인 구조에서 더불어 사는 구조로의 변화 - 소득 분배의 격차 해소를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 -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이를 위해 실천하는 것 - 소비지향적인 자본주의에서 가진 것에 만족하는 태도 교사는 포스트잇 내용을 전체 학생에게 읽어주면서 의미 있는 내용을 쓴 학생에게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질문하고 발표하게 한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의 생각을 유도하는 질문을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 또한 좋은 내용을 적은 학생에게는 전체 박수를 유도하여, 질문에 대한 동기를 높인다. DVDM 질문 수업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인 행복·정의(正義)·민주주의·자유·평등·인권·통일 등을 다루는 수업에 적합하다. 또한 과목 이름으로 활동하면 과목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학을 왜 알아야 하는가? 수학이 왜 어려운가?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할 수 있을까? 등을 쓰게 하면 과목에 대한 공부 동기를 높이고, 자신의 공부 방법에 대한 문제점을 성찰할 수 있다. 주제에 따라 네 가지 질문 중 필요한 내용만 적용할 수도 있다. 질문 월드 카페 ‘행복의 의미와 기준’ 단원에서 교과서를 읽고, 질문을 만들고, 이를 짝토론·모둠토론을 거쳐 모든 학생이 다양한 질문에 대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수업을 실시했다. 질문 월드 카페는 자리를 이동하면서 질문으로 생각을 나누는 활동이다. 각자 만든 질문으로 생각을 나눈 후, 모둠 질문을 선정한다. 모둠 질문을 만든 학생이 카페주인이 되고, 나머지 학생은 손님으로 역할을 나눈다. 이후 카페주인만 남고 손님은 다른 모둠을 돌면서 다른 모둠 질문에 대한 자기 생각을 포스트잇에 적는다. 이때 카페주인은 다른 모둠의 손님을 맞아 자신이 만든 질문에 관해 설명하기도 한다. 질문 월드 카페의 장점은 모든 모둠의 질문에 대해 학생 개개인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 개인의 생각이 모둠뿐만 아니라 학급 전체에게 전달될 수 있다. 질문에 대한 생각을 백지에 적을 수도 있지만, 포스트잇에 적으면 효과적이다. 카페주인은 손님이 적은 포스트잇을 보고 비슷한 내용끼리 묶어서 분류하여 발표한다. 교사는 잔잔한 음악으로 카페 분위기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다. 다음은 질문 월드 카페 절차와 구체적 활동 내용이다. 이 활동의 가장 큰 장점은 모둠 질문에 대해 모든 학생이 각자의 생각을 표현하고, 또 친구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날 배운 내용에 대해 각 모둠에서 나온 대표 질문마다 자기 생각을 적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사고 활동이 이루어지고, 또 친구가 쓴 내용을 읽으면서 같은 질문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알게 된다. 따라서 한 주 정도는 교실 앞뒤 게시판에 학생들이 만든 질문 활동지를 전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다른 학생의 질문을 읽으면서 자기 생각과 다른 친구의 생각에서 배움이 저절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모둠별 대표 질문은 다음과 같다. ● 모둠별 대표 질문 -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 청소년기의 행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 행복의 기준이 시대와 지역마다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 시대와 지역에 상관없는 보편적인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 -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질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왜 행복도가 낮을까? -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행복의 외면적 조건을 강조하지만, 쇼펜하우어나 달라이라마는 내면적 행복을 강조한다. 어떻게 하면 내면적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 그림책 질문 수업 행복 단원에 대한 마지막 수업으로 그림책 질문 수업을 실시했다. 그림책은 주제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가 포함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수업주제와 관련한 그림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수업에서 배운 내용에 대해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무엇보다 배운 내용을 자신의 삶에 연결하는 수업을 할 수 있다. 필자는 고래가 보고 싶거든이란 그림책으로 질문 수업을 했다. 여기서 고래는 자신의 행복을 위한 삶의 목표 또는 진로라고 이해할 수 있다. 모둠별로 한 권씩의 그림책을 배부했다. 다음은 학생들이 만든 질문이다. ● 내용(사실) 질문 - 소년은 고래를 보기 위해 누구랑 바다에 갔나? - 고래를 보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 고래를 보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무엇인가? - 그림책에 등장하는 동물은 몇 종류인가? ● 사고(심화) 질문 - 왜 고래가 보고 싶었을까? - 왜 강아지를 데리고 갔을까? - 진짜 행복은 장미나 구름처럼 우리 가까이에 있지 않을까? - 왜 고래를 보기 위해 해야 할 일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많을까? - 간절히 기다리면 누구나 고래를 볼 수 있을까? ● 적용(실천) 질문 - 나에게 고래는 무엇인가? - 내 삶의 고래를 위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은? - 내가 간절히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 나는 기다리다 지치면 어떻게 하나? - 나는 삶의 여정에서 누구와 함께 하는가? 정리 단계에서 학생들에게 ‘나에게 고래란 무엇인가?’, ‘나의 고래를 보기 위해서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은 무엇인가?’를 쓰게 한다. 이후 새롭게 알게 된 점(배운 점), 깨닫거나 느낀 점, 실천하고 싶은 점을 통해, 수업내용을 자신의 삶과 연결하고 성찰하는 활동으로 마무리한다.
서울양원숲초등학교(교장 이일권)는 2022년 신설된 학교로서 ‘꿈·열정·감동으로 미래의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이라는 학교장 경영 구상 아래, 온고지신(溫高智身)의 교육정신으로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학생에게는 꿈과 희망을, 교사에게는 긍지와 보람을, 학부모에게는 신뢰와 감동을 주는 행복한 학교다. 지난해 9월 1일 양원숲초에 새롭게 부임한 이일권 교장은 학생과 교직원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 친절한 단호함이 있는 인성교육,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기초·기본교육, 개인의 욕구가 전체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취약한 개인을 함께 보살필 수 있는 공동체교육이라는 교육철학을 가지고 학교를 경영하고 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작은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평화를 가꾸는 교육, 자유를 잘 누리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교육 등 기본적인 인성교육을 통해 모든 교육의 큰 밑거름을 가꿔 나가고 있다. 양원숲초는 내적인 학습동기로 학습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성급하게 학생의 능력을 단정하지 않고, 과도한 경쟁으로 상처받지 않도록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동시에 우리에게 중요하게 다가오고 있는 지구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적 소통역량, 과학적 탐구역량 등 다양한 기초학습능력을 초등학교 시기에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회화 기관으로 공공의 질서를 배우고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곳으로, 우리 학생들이 의미 있는 관계와 만남의 경험을 하고 지혜를 배우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또한 이 교장 부임 이후 주차장 차단기 설치 및 신규 보안관실 조성 등 교육공동체의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24학년도 양원숲 주요 교육활동 ● 디지털 선도학교 운영 양원숲초는 2024학년도 서울시교육청 지정 디지털 선도학교를 운영했다. 이를 바탕으로 에듀테크와 AI 코스웨어를 활용한 디지털 기반의 맞춤형학습을 실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1인 1기기 정책인 디벗과 전자칠판 설치 등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디지털 기초소양을 강화하고, 미래교육을 선도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또 양원숲초는 2024학년도 신규 지정된 교육실습 협력학교로서 최신의 교육인프라와 교원들의 뛰어난 전문성을 바탕으로 예비교원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실습학교 지정 첫해 3학년 수업실습(1학기)과 2학년 참관실습(2학기)을 운영했으며, 교육실습 운영 프로그램에 대하여 실습생들로부터 5점 만점에 각각 4.89점과 4.96점의 높은 평점을 받았다. 학생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맞춤형 진로교육 역시 양원숲초의 자랑이다. 다양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으로 2023학년도에는 서울시교육감 진로교육 우수학교 표창을 받았다. ● 깊이 있는 학습, 개념기반 탐구학습 마지막으로 양원숲초에서는 수석교사를 중심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주요 중점사항인 깊이 있는 학습과 개념기반 탐구학습을 연구·적용하고 있다. 1학년에서는 아름다운 우리글(한글익히기) 프로젝트, 5학년에서는 낭독극 프로젝트 등을 통하여 학생의 발달단계에 따라 학습 경험을 확장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해 운영해 나가고 있다. 지식을 삶으로 전이할 수 있도록 영역을 아우르면서 해당 영역의 학습을 일반화할 수 있는 핵심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2022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1~2학년에서는 기초소양과 함께 안정과 성장을 위한 발달을 돕고, 3~6학년에서는 학생의 삶에 의미 있는 학습경험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등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안착을 선도하고 있다. 미래교육을 선도하는 양원숲초의 2025학년도 교육 방향 ● 독서교육 활성화를 통한 협력적 의사소통 및 사고력 증진 AI 등 첨단 기술이 발전하고, 교육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양원숲초의 인간 중심의 협력적 의사소통능력과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독서교육 활동은 계속된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추진하는 서울형 독서·토론 프로젝트에 따라 양원숲초에서는 나만의 독서기록장 만들기, 작가와의 만남, 책소개 이어달리기 등 다양한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여러 교과에서 책과 연계한 교육과정 재구성을 실시함으로써 2025학년도에는 모든 학년으로 독서교육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맞춰 학생별 학습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의 성장 속도와 특성에 맞는 학습경로를 제공하며, 실시간 피드백 시스템으로 학습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학생 맞춤형학습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수학과와 영어과의 AI 디지털교과서와 교과별 다양한 AI 코스웨어를 통해 기초학력부터 심화학습까지 수준별 맞춤교육을 실현하고 수업운영 및 학급운영에 다양한 에듀테크를 활용함으로써 수업의 효율화와 디지털 기초소양도 함께 향상해 나가고자 한다. ● 학생 체육활동 프로그램 다각화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고 했다. 이는 시대를 관통하여 현재 우리 학생들에게도 해당 하는 말이다. 신체가 건강해야 올바른 정서와 자신감으로 교우관계, 학업 참여도 및 성취도 등 학교생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의 아이들은 평상시에 뛰어놀기보다 학원에 가기 바쁘다. 그렇기때문에 건강한 신체를 지니기가 어렵고, 이에 따라 건강하지 못한 정서를 가진 학생들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양원숲초에서는 학교 체육활동을 다각화하고자 한다. 학급 스포츠클럽 활동을 시작으로 아침 및 방과후 스포츠클럽 운영을 통한 서울특별시 스포츠클럽 대회 참여, 건강체력교실 운영, 중랑구청 연계 전문 스포츠 교실 운영 등을 통해 신체활동을 즐기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양원숲초는 2025학년도 개교 4년 차의 학교로서 우수한 교육환경과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통해 함께 여는 미래, 모두가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기획과 글쓰기 글은 생각의 산물이다.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생각 쓰기’다. 글쓰기를 어렵게 여기거나 두려워하는 것은 우선, 생각을 잘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각을 하기는 하는데, 이 생각들을 깊이 밀고 나가서 체계적으로 조직하고 논리적 모순 없이 일관되게 정리하는 것이 어렵다고 여기는데 그 원인이 있다.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든, ‘생각을 잘한다’는 것은 날것 그대로의 자기 생각에서 출발해서 차츰 가다듬어 나가는 것이다. 글쓰기는 생각을 가다듬어 가는 과정과 분리될 수 없다. 생각이 없어서 글쓰기는 것이 어렵다면, 거꾸로 글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막연하고 어렴풋하게 떠오른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면 자기 생각이 어떤 것인지 점차 분명해진다.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지식도 글쓰기를 통해 자기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판단과 관점을 뚜렷하게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글쓰기 과정은 자기 자신과 소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글쓰기는 배움의 도구다. 글쓰기는 사실과 개념을 이해하는 데 사용하는 수단이 된다. 읽기와 달리 글쓰기는 육체적인 활동이다. 글쓰기는 반복되는 언어적 노력을 통해서 사유를 뒤쫓고, 조직화하며, 마침내 명료하게 표현해 내는 과정을 거친다. 글을 쓰면서 끊임없이 ‘나는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말하고 있는가?’라고 자문해야 한다. 이러한 질문은 자신의 글쓰기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아는 데 유용하다. 글쓰기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설명적 글쓰기이고, 다른 하나는 탐구적 글쓰기다. 설명적 글쓰기는 기존의 정보나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기 위한 글쓰기이고, 탐구적 글쓰기는 글을 쓰는 가운데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깨닫게 되는 글쓰기다. 기획안은 설명적 글쓰기에 해당한다. 직원에게 회사정책을 설명하는 글을 쓰거나, 상관에게 자신의 생각을 제안서 형태로 제시하는 경우가 설명적 글쓰기에 해당한다. 설명적 글쓰기는 글을 쓰는 입장이든, 읽는 입장이든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글쓰기다. 설명적 글쓰기의 유일한 목적은 정보전달에 있으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설명적 글쓰기를 할 때는 다음의 과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명료하게 사고하도록 스스로를 강제할 때만 명료한 글을 쓸 수 있다. 진정한 어려움은 글쓰기가 아니라 생각하기에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PART VIEW] 첫째, ‘생각하라!’ 그리고 스스로에게‘나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라고 질문하라. 둘째, 떠오른 것을 글로 표현하라.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고자 한 것을 제대로 표현했는가?’ 스스로 질문하라. 셋째, 글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라. 그리고 표현한 문장이 그 주제에 대하여 전혀 아는 바 없는 사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명료하게 쓰였는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문장을 좀 더 명료하게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라. 넷째, 그런 다음 다시 써라. 이어서 생각하라. ‘다음 문장은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이 문장은 이전 내용과 논리적으로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는가? 도달하고자 하는 결론과도 무리 없이 이어지는가?’ 다섯째,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그 문장을 사용하라. 그다음 또 물어라. ‘이 문장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애매모호하지 않게 제대로 표현하고 있는가?’ 그렇다고 판단되면 또 생각하라. ‘이제 독자들이 그다음 알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쓰고 다시 쓰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글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팁으로, 글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가급적 개념 명사를 능동형 동사로 바꾸는 것을 권하고 싶다. 동사는 글을 쓸 때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동사는 움직임을 형상화하기 때문이다. 능동형 동사는 나·우리와 같은 대명사나 명사를 필요로 하므로 누가 무엇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그려 볼 수 있다. 대명사나 명사가 능동형 동사와 함께 있는 문장을 읽을 때 우리는 구체적인 순간에 일어난 구체적인 사건을 영상화하여 받아들인다. 아래 두 가지 표현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비교해 보자. •표현① _ 나는 연못 위에서 스케이트 타는 소년들을 보았다. _ 능동형 문장 •표현② _ 소년들이 연못 위에서 스케이트 타는 모습이 목격되었다. _ 수동형 문장 위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표현②의 수동형 문장에서는 누구에게? 언제? 얼마나 자주? 등의 구체성이 없고 문장 자체에 활력이 떨어진다. 그에 반해 표현①에서는 능동형 동사를 활용하여 문장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수동형 동사보다 강력하게 진술되어 있다. 알찬 기획안에서 지켜야 할 원칙 알찬 기획안을 작성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애매한 표현을 피하고, 내용이 중복되지 않게 쓴다. 그리고 적확한 표현으로 간결하게 쓰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쓴다. 단어를 선택해서 표현하는 것을 워딩(wording), 즉 표현법이라고 한다. 어떤 단어로 표현하는가에 따라 읽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의미가 달라진다. 복수의 의미를 갖는 단어나 한 문장에 같은 뜻의 단어를 반복하여 사용하면 핵심을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된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해야 한다’라고 쓰고, 하면 좋고 안 해도 결과에 영향이 없는 일은 ‘해도 좋다’라고 쓴다. 기획안은 가급적 ‘필요하다면, 재량에 따라, 순조롭게, 바른, 상당히’와 같은 애매한 표현은 의미가 분명하지 않아 판단하기 어렵고,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에 지양해야 한다. 의미가 중복된 표현, 예를 들어 ‘역전앞’, ‘처갓집’ 등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머리에 두통이 있다, 얼굴을 세수한다’ 등도 ‘머리가 아프다, 두통이 있다. 손과 얼굴을 씻는다, 세수한다’로 표현한다. 맞춤법은 맞지만 문맥상 표현이 틀린 경우가 있는데, 말과 글에서 ‘빠른 시일’이란 표현을 종종 쓰지만, 기획안에는 ‘3일 이내’와 같이 기한을 정확히 표시하는 게 좋다. 알찬 기획안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으로 기획목표를 간과할 수 없다. 기획목표를 통해 기획안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데?’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기획목표는 기획안을 쓰는 이유로, 기획자는 정책비전과 목표 등의 상위목표에 부합하는 목표를 정한다. 궁극적인 목표와 관계, 현재 추진 중인 일과 상호작용, 당위성 등을 강조한다. 기획안의 실행계획이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기획의 위상이 높아진다. 문제점·과제·해결책·대안에서 기획자의 아이디어를 보여준다. 여건이 미흡하더라도 기획안에서는 최선의 해결책과 실행가능한 해결책을 함께 제시한다. 실행계획은 기획안의 결론에 해당한다. 문제 또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앞으로 할 일을 정리한다. 계획은 시간순으로 언제, 무엇을, 누가, 어떻게 할지 정리한 것이다. 기간별로 실행할 일을 일정표로 만들 수 있다. 일을 시작하고 종료하는 시점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일을 실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객관적으로 산정한다. 그 일을 실행하는 담당자의 의견과 과거에 비슷한 일을 하는 데 소요된 기간을 참고해서 너무 짧지도, 너무 느슨하지도 않은 일정으로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기대효과를 제시한다. 기대효과는 문제를 해결한 이후, 실행계획을 진행한 이후에 얻는 이익이다. 기대효과는 정성적·정량적으로 구분한다. 모든 기획안은 배경과 현황 분석으로 시작해서 실행계획과 기대효과로 끝난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초안을 쓰고 내용을 정리한 후에는 기획안의 서론·본론·결론에 수집한 자료를 논리와 맥락에 맞게 배치한다. 기획안의 내용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서 명확하게 표현한다. 알찬 기획안이 갖추어야 할 조건 중 레이아웃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크다. 기획안의 첫인상은 레이아웃에서 결정된다. 문서의 서식, 즉 머리글·바닥글·서체와 페이지 번호, 글자 강조 방법을 보기 좋게 정해놓은 것이 레이아웃이다. 좋은 레이아웃은 전체 내용을 한 번에 보여주는 페이지 구성을 말한다. 서술형보다 개조식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한눈에 보이는 레이아웃으로 문서를 구성하기 위해서다. 주제문을 큰 항목으로 구성하고 사실과 논리적인 근거, 주장을 세부내용으로 배치하면 큰 항목만 보고도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문서의 레이아웃은 글과 이미지·표·도해 등을 배치하는 틀(frame)이다. 레이아웃은 그리드·포맷·여백으로 구성된다. 첫째, 그리드(grid)는 문서의 틀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제목·부제목·본문·행간·로고 위치를 정한다. 이렇게 틀을 만들면 전체 페이지에서 통일감을 줄 수 있다. 둘째, 포맷은 최종 산출물의 형태다. 종이로 출력하는 기획안은 대부분 A4 용지 세로형이다. 셋째, 여백은 문서의 빈 공간이다. 내용이 가득한 문서도 약 30% 정도는 여백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글과 이미지·도표가 빼곡하게 채워진 문서를 읽고 싶은 사람은 없으므로 적당한 여백을 통해 문서의 안정감을 주는 것이 좋다. TIP _ 계획안 작성 시 고려해야 할 체크리스트 1. 기획안 외형 - 적당한 분량인가? - 목차만 보면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가? - 제목에서 기획의 목적이 나타나는가? - 도표와 인포그래픽의 배치가 적당한가? - 내용이 한눈에 들어오는 레이아웃인가? 2. 기획안 내용과 구성 - 기획의 배경과 목적, 문제를 정확하게 설명하였는가? - 과장된 표현이나 불필요한 수식어는 없는가? -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자료가 편향되지 않았는가? - 논리 전개방식이 납득할 수 있는가? - 내용이 지나치게 자세한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은 없는가? - 올바른 용어를 사용하였는가? - 개조식으로 표현할 부분과 서술형으로 표현할 부분을 구분하였는가? - 내용의 중복은 없는가? - 자료의 출처는 정확히 밝혔는가? - 도표에 설명을 넣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가? - 자료와 설명 사이에 상이한 부분은 없는가? 출처: 정경수, 아이디어 기획서 최소원칙, 큰그림 기획의 실제: 정책기획안 분석·적용 이번 호에서는 서울특별시교육청 2024 서울중등교육 자료에서 ‘교육과정·수업·평가 혁신’ 방안 중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수업·평가’ 부분을 분석해 본다. 교육과정은 수업·평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소개하고 있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수업·평가’ 방안은 자발적·협력적으로 수업을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학교문화 정착 및 확산을 도모하고, 학생의 미래 핵심역량 함양을 위한 교원의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연계 역량을 제고하는데 기획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교육과정과 수업·평가와 관련한 기획안을 작성할 때 고려할 수 있는,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단위학교 학교교육과정에 기초하여 수업 및 과정중심평가 내실화와 교원의 수업·평가 전문성 신장 지원 측면에 초점을 맞춰 핵심개념·단어·내용을 중점적으로 정리해 보기로 한다. 소개하는 기획안에서 고딕으로 표기한 단어에 친숙할 수 있도록 하여 기획안 작성 시 충분히 활용하도록 해 보자. ● 교육과정·수업·평가 혁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수업·평가 1. 추진 방향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중등 서울형 수업·평가 혁신 모델 개발·보급 및 확산 •수업혁신 교원역량 성장 지원 및 자발적이고 협력적인 수업나눔 확산 지원 •성취기준에 기반한 단위학교 과정중심평가 내실화 및 교원의 평가 전문성 신장 2. 추진 내용 1) 서울형 수업·평가 혁신 모델 개발·보급 및 확산 •‘생각을 쓰는 교실’ 탐구 기반 쓰기 수업·평가 모델 개발·보급 및 확산 운영 지원 - ‘생각을 쓰는 교실’ 연구단, 선도학교 운영 •선도학교 공모 → 운영 → 우수사례 발굴 및 확산 - 학년별 교과 단위의 탐구 기반 쓰기 수업·평가모델 실천운영팀 운영 •실천운영팀 공모 → 운영 → 자료집 개발 및 확산 연수 2) 수업혁신 교원 역량 성장 지원 및 자발적·협력적 수업나눔 확산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 운영: 전체 교원(3월 전입 교원 포함) - 운영: 교원학습공동체 직무연수, 교과(학년)협의회 등을 통해 연간 교육과정·수업·평가 계획 수립 •‘수업·평가혁신 네트워크 운영 - (본청 및 교육지원청) 다양한 학교 안팎 수업전문가와 함께하는 네트워크 구축 - (4개 수업혁신 권역) 연수 등의 협력적 운영 및 수업 지원 사례 공유와 확산 •‘수업·평가나눔 교사단’ 운영: 공동수업설계 기반 수업나눔 실천 - 수업·평가나눔 교사단 지원: 교육지원청 단위 교과별·주제별 연구분임 구성 및 운영 지원 - 교사단 도전과제: (1학기) 공동수업설계안 작성 및 실천 / (2학기) 교내·교육지원청 관내 수업나눔 •교원 성장 수업코칭·멘토링 프로그램 - 수업성찰을 통한 수업개선 희망교사(팀)에게 지속적 수업코칭 지원 - 신규교사·저경력 교사 멘토링 체제 구축으로 신규교사·저경력교사(팀)의 수업·평가 및 생활지도 역량 제고 •학교로 찾아가는 맞춤형 수업혁신 연수: 학교 맞춤형 수업혁신 역량 강화 연수 •배움·성장 수업·평가나눔 한마당 운영 - (단위학교) 수업나눔의 장 운영: 교과협의회·교원학습공동체 중심 수업나눔, 수업나눔 콘서트 - (교육지원청) 수업·평가나눔 교사단 공유마당, 관내 수업공개, 권역별 실천사례 공유 3) 학업성적관리의 객관성·공정성·투명성·신뢰도 제고를 위한 학교 지원 •교육부 훈령 개정사항을 반영한 학업성적관리지침 개정·보급 및 담당자 연수 •단위학교 학업성적관리규정 컨설팅 및 교과평가계획 점검 •학생평가 관리의 객관성·공정성·신뢰도 제고 방안 수립 •학생평가지원단 및 학교생활기록부 현장지원단 구성·운영: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내실 있고 일관성 있는 학교·교원 대상 맞춤형 연수 및 컨설팅 등 운영 지원 - 성취평가 점검 및 방향, 서·논술형 평가 도구 개발 관련 교원연수 및 컨설팅 연중 실시 - ‘성취기준 기반 평가 실천 연구팀’ 운영 및 학생평가 도구 등 개발·보급 •교과협의회 및 교원학습공동체와 연계한 3단계 교사 성찰 시스템 정착 - (1단계) 자기관찰(수업 동영상 촬영 및 코칭 등) → (2단계) 동(유사)교과 교사 멘토링(수업 상호 관찰 및 피드백 등) → (3단계) 인근학교 교사와의 협의·소통(교육지원청 단위의 학교 간 교과협의회)
지난 호에서 논술의 일반 이론적 의미를 간략하게 다루었고, 교육전문직원 전형에 필요한 실천적인 관점에서 논술 대비 과정을 중심에 두고 기본적인 전제 방향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현재 학교교육에서 쟁점이 되는 ‘학생맞춤통합지원’ 정책을 주제로 문제를 만들어 보고, 논술을 써보는 방식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논제 선정 배경 사례 논제 선정은 서론-본론-결론의 일반적인 방식이든 문제상황을 관리·분석·해결·실행평가의 단계로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의 MASA 진술 방식이든 간에 현재 교육문제 상황에서 출발하게 된다. 그러면 현재 교육문제의 상황은 어떠한가? 거시적으로는 대학입시·개인정보·인권이라는 교육의 블랙홀 문제와 교육 양극화의 문제도 있지만, 좀 더 학교교육으로 들어가 보면 학교에는 각종 어려움을 겪으며 위기 상황에 놓여 있는 학생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학교 상황은 다양한 뉴스를 통해 구체적인 데이터로 표현되기도 한다. 교육부·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1에 따르면 ▲각종 정신건강 지표 줄줄이 악화, ▲28%는 ‘일상 중단 수준 우울 느껴’ ▲수면 만족도도 작년 대비 4.1%P 하락, ▲흡연·음주, 20년 새 3분의 1토막 등의 조사결과가 나타났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낀다고 대답한 청소년들의 비율은 42.3%로 지난해(37.3%)보다 5% 증가했다. 2010년(43.8%) 이후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이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스트레스 인지율은 이후 다소 감소하며 2015년 35.4%를 기록한 후, 10년간 전체적으로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7일 동안 잠을 잔 시간이 피로 해소에 ‘매우 충분’ 또는 ‘충분’했다고 느끼는 청소년의 비율은 지난해 26.0%보다 4.1% 낮아진 21.9%로, 수면에 대한 만족도도 2015년(28.0%)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소통이 줄어들고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하면서 청소년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해소할 기회가 사라진 것을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PART VIEW] 이어서 또 다른 내용을 보자.이번 국정감사에서 강경숙 의원실은 최근 3년간 자해에 관련된 이유로 위기관리위원회가 몇 건 개최되었는지 자료를 발표했는데, 2022년도에는 3,686회가 있었고, 2023년도에는 4,762건으로 29%나 상승한 수치로 나와 있다. 올해는 8월 말 기준이기는 하지만 이미 3,400회를 넘어섰고, 이 추세라면 올 학년도가 마무리될 때는 거의 7천 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 자해행동을 했다고 해서 매번 위기관리위원회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학교가 발견을 못 했거나, 교사가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실제 학교에서 일어나는 자해 건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고 심각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위 두 가지 참고자료는 학교교육의 위기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학생들은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고, 이를 다루고 있는 교원들은 법령과 전문적 역량 차원에서 어느 정도까지 간여하고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학생의 상황과 특성에 따라 전문가를 하나씩 붙여 주어도 회복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도 없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 심각한 이러한 상황은 이슈화될 가능성이 높다. 즉 ‘학생맞춤통합지원’이라는 논술 주제는 최근 교육 현안으로 가장 부각될 수 있다. 만약 위의 두 가지 참고자료, 즉 문제상황의 배경을 데이터나 기사로 제공하면서 문제를 제시한다면, 그 데이터나 기사를 파악하여 분석한 결과가 서론이나 문제 관리(논제 관리 분석)에 나와야 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데이터나 기사 등을 전혀 주지 않는다면, 본인이 문제상황을 제시하여 나름대로 분석한 내용을 서론이나 문제 관리(논제 관리 분석)에 담아야 한다. 참고로 여기서 이런 논술 주제를 다루는 순간, 이 문제는 실제 전형에서 논제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여 주기 바란다. 기존 문제(기출문제)는 늘 제외하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논제로 거론된다면, 변형된 형태로 제시할 수도 있다. 가령 ‘교실의 위기 상황(정서·심리 불안정 또는 부적응 등)으로 교사가 어려움을 호소한다면 학교 차원이나 교육청 차원에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방안을 제시하세요’라고 물어볼 수도 있다. 그래도 논술 내용의 기술 방식은 ‘학생맞춤통합지원’ 논제와 비슷하게 작성될 것이다. 논제 선정 사례 그러면 문제를 만들어 보도록 하자. ‘학교 위기학생을 위한 대책 방안’이라고 대주제가 정해지면 이대로는 논제를 제시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이전 연재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투입, 상황(매개·통제), 결과 변수가 분명하지 않아 논술을 작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채점자 측면에서 보면 관점에 따라 채점의 편차가 커져서 좋은 논제가 되기 어렵다. 보통의 경우 문제상황을 제시하고, 그 상황을 일종의 변수로 잡고 투입과 종속을 제시하도록 문제를 제시한다. 가령 ‘학교 위기학생을 위한 대책 방안’이라는 대주제는 ‘지금까지 학교 위기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대책에도 현재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한다는 ‘상황 변수’를 이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이후 이를 위한 대책 방안을 수립한다. 이와 같은 문제가 선정되어 실제 지문으로 제시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교육청 및 학교는 위기 상황에 대한 정책으로 예산과 각종 프로그램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학생 상황이나 부적응학생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최근에는 학생맞춤통합지원이라는 정책 방안을 안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 정책의 상황 분석과 더불어 정책 방안의 안착을 위한 지원방안을 제시하세요. 추가해서 이 문제의 배점을 작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문제상황 분석(30) / 학생통합맞춤지원의 이해(30) / 교육청 차원(10)의 안착 방안(30) 대체로 4가지 영역에서 100점 만점으로 배점을 작성하여 볼 수 있다. 물론 배점을 제시하지 않을 때도 있을 수 있다. 논술 작성 사례 이제 ‘학생맞춤통합지원’를 논제로 해서 작성해 보도록 하자. 가. 논제 관리 분석(서론) 기존 위기학생 지원의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이 필요하다. ※ 논제 제시에서 그 배경이나 상황을 데이터나 자료로 제시하여 주기도 하지만 바로 이 문제만 지문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논술을 작성해보자. 학습부진 영역에는 기초학습 부진의 다양한 대책이 있다. 예를 들어보면 교육청에서는 ▲초2 집중학년제 운영으로 기초학력부진 조기 예방, ▲초3·중1 모든 학생 기초학력 진단검사 실시, ▲중학교 기본학력 보장을 위한 책임지도제 확대, ▲복합요인으로 인한 학습지원대상 학생 전문적 지원(난독·경계선지능 전담팀 신설), ▲현장밀착형 전문가 지원을 위한 지역별 학습도움센터 구축, ▲온오프라인 학습멘토링·후견인제 등 다양한 방안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생활 영역에서는 학교폭력예방과 정서·심리지원을 위한 위클래스와 위센터 운영 등 다양한 대책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기타 지역복지지원센터 운영의 복지, 방과후 자유수강권과 돌봄 등 저소득학생 대책 지원이 있다. 그런데 위기학생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더 심각해지는가? 교실의 교사들은 이를 매우 큰 교육정책 이슈로 시급히 해결하여 달라고 지속해서 요청하고 있다. 나. 논제 원인 분석(본론①) 이에 대한 문제점으로 다음과 같다. 1) (중심 문장, 일명 꼭지) 개별 사업별로 접근하고 있다. (보조 문장) 학습부진과 생활 영역의 대책 등이 각각 사업별로 이루어짐으로써 예산·운영·결과 정리 등 행정 처리의 원칙에서 사업별로 연계하여 운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위기학생 발생이 표출되면 우선은 사업별로 접근하려고 하려는 행정 속성이 먼저 이루어져서 누가 담당하는가를 먼저 다투면서 지연이 된다. 학생에게 그것이 맞춤인지, 비슷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애매함 등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한데 그것에 집중하기보다는 어느 담당인가에 에너지를 소모하기도 한다. ※ 나머지 추가 보조 설명의 문장은 지면 관계로 생략한다. 2) 이런 학생들은 누적 정도가 심하다. 학생의 입장이나 위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은 가정의 어려움, 친구관계의 어려움, 심리·정서의 어려움 등을 학술적이나 표출된 상황으로 나눌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런 원인이 오랫동안 누적이 되어 왔을 가능성이 크다. 단시일 내의 학년도 또는 학기의 예산이나 단위 프로그램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복합적이고 중첩적이다. 위기학생들의 문제는 대부분 중복되어 있고 학습부진으로 이어진다. 어느 한 부서나 개별 사업 정책에서 맡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따라서 부서 간의 유기적 연계가 중요하지만, 이 역시 사업목적에 따라 구분되어 있어서 현실적으로는 연계가 어려운 실정이다. ※ 1), 2), 3)의 기호 표시나 첫째, 둘째, 셋째로 해서 문장형으로 할 것인지는 선택의 몫이다. 일반적인 논술에서는 문장형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계속해서 문장형으로 제시하면서 첫째, 둘째, 셋째가 계속 나온다면 가독성 부분에 어려움이 있어서 1), 2), 3)의 기호로 표시하여 제시하는 때도 종종 있다. 다. 논제 실행 방안 모색3(본론②) 이 분석을 바탕으로 실행 방안을 모색하여 보면, 첫째,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 중심의 분절적인 지원보다는 학생 개개인에 중점을 두고 맞춤통합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학생들은 자율능력·판단능력·끈기 등이 부족하여 저마다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이를 도와주는 학교의 구성원들은 위기학생에게 맞게 방안을 찾아 지원하기에는 협의와 전문적 판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위기학생위원회’ 또는 ‘학생맞춤통합지원위원회’에서 다루도록 하여야 한다. 둘째, 학생들이 처한 어려움의 요인을 찾아보면 대부분은 요인 몇 가지가 인과관계를 이루며,심화하거나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어려움을 상승시키고, 그 현상이 학생들의 학교생활 부적응과 학습부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문제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학교와 교사의 전문적 역량을 높일 수 있으면서도 교원들의 업무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다. 셋째, 위기학생 지원대책으로 현재 다양한 교육정책사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생각만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제 단순한 교육복지지원사업을 넘어, 학습복지차원에서 학생맞춤통합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경제적 어려움과 학교폭력·교권문제·학습부진 등 다양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라. 논제 실행 방안(본론③) 첫째, 실행방법으로는 학교 내에서 어려운 학생들을 관찰하면서 사전에 찾아낸다. 학생들과 가까이에 있는 교사들이 관찰하기에 가장 수월하다. 파악되면서 관련 구성원들과 협의 등을 거치면서 찾게 된다. 둘째, 학교 안의 학생위기관리시스템이나 학생맞춤통합시스템이 가동하게 된다. 지정된 시스템(위원회)은 사안에 따라서 서로 연계하거나 필요하면 통합하여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교육청과 지역사회가 함께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지원한다. 학교 내의 시스템으로 이를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기면 외부의 지원 시스템이 가동하여 학생의 어려움을 통합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지역사회와의 연계는 도움이 필요한 우리 학생들을 보다 조기에 찾을 수 있고, 여러 방면으로 통합해서 지원할 수 있어서 효과가 높다. 넷째, 시기적으로 다행스럽게 현재 교육부와 교육청 그리고 사회에서 시급성을 인식하고 법령적인 접근과 시스템적인 접근을 모색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국회 입법 과정4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학생맞춤통합지원 정책이 그만큼 시급하면서 필요성을 함께 인지하기 때문이다. 마. 논제 정리 및 평가(결론) 이상에서 제시한 학생 위기시스템을 갖춘다면 학교는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어서 충분히 기대할 만한 정책이 될 것이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도움이 필요한 학생 중심의 통합지원과 이를 위한 정보연계시스템 구축 등 학교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학생맞춤통합지원 정책이 학교교육에 실행한다면 위기학생들을 조기에 찾아 학생맞춤으로 통합하고 지원하여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낮추고 학교와 교사의 전문적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끝으로 학교교육에 적용할 때 구체적인 시스템의 모습과 세부내용은 지속해서 성찰과 평가를 통하여 수정·보완이 필요하다. 법령적인 시스템과 예산 확보 그리고 이를 기획·집행·운영하는 관계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 그리고 지원책까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논술 작성 사례를 마무리하면서 추가하여 설명을 붙인다면, 상황(매개) 변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학생맞춤통합지원이 학교 차원인지 아니면 교육지원청이나 교육청 또는 교육부 차원에서 논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은 장학사 입장(기회·예산·실행·평가 등 정책 입안과 실행)에서 논하라고 할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상에서 실제 논제 구성 과정과 작성 예시를 들어보았다. 실제 교육전문직을 준비하는 분들은 이런 일련과정을 충분히 연습하고 작성해 보는 것이 빈틈없이 준비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매일 하나씩이라도 교육 현안으로 논제를 정하고 실제 지문을 작성하여 보고 그 논술 작성을 실연하여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 실연 내용을 가지고 수정·보완해 가면 좀 더 논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역시 이런 과정을 혼자 하기보다는 함께 한다면 좀 더 효과적일 것이다. 역시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격언을 강조할 수 있다. 다음 호에서는 만들어진 논제에 구성된 논술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초안을 보고 그에 따른 컨설팅 내용을 담아서 좀 더 많은 사례를 다루어 보도록 하고자 한다.
지난 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도 집단면접의 다양한 주제와 유형을 17개 시·도교육청과 교육부의 기출문제로 살펴본다. 더불어 최근의 기출문제 주제를 토대로 주제별 예상문제를 뽑아보고, 마지막으로 교육전문직에게 필요한 역량과 평가방법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집단면접(토의·토론) 기출문제 입론-반론-평론의 집단토론 절차로 이루어진 2020년 서울시교육청의 2차 전형의 형식을 살펴보자. 위와 같은 집단토론의 방법을 보면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집단면접에서 지향하는 것이 주제에 대한 합당한 의견이나 문제에 대한 자기 생각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즉 상호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물론 의사소통능력·협업능력과 토론을 이끌어 가는 힘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토론에 대한 정리 발언을 할 때에는 찬반 모두의 내용을 아우르는 언급은 좋지 않다. 협력적 의사소통인 토론을 통해 어떠한 것을 느꼈으며, 그 결과로 찬반 중에서 어떤 것이 자신의 주장인지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며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2021년 서울시교육청에서는 ‘2학기 전면등교의 교육적 가치와 교육지원청의 선제적 지원방안 논의’란 주제로 집단토의 형식으로 집단면접을 진행했다. [PART VIEW]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역할 배분 및 진행 방법 등 매년 집단면접의 방법을 변형시켜 기존 시험 유형에 고착되지 않고, 응시자들의 협력적 의사소통능력을 평가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제별 예상문제 및 기출문제 개인 또는 스터디 맴버와 기출문제를 분석하고, 교육현장의 어려움을 파악해 보기 바란다. 스터디를 통해 예상문제를 제작하여 공유하면서 비슷한 문제라도 여러 관점에서 생각하는 훈련을 하면 집단면접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 주제별 예상문제 ● 최근 기출문제 주제 • 공존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을 정하고, 변화 방향을 제시하며, 정책 실현방안 도출 • 생성형 AI의 교육적 활용방안과 AI 윤리교육 매뉴얼에 들어가야 할 내용(집단토의) • 생태전환교육의 문제점, 바람직한 생태전환교육의 방향,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교육청의 지원방안 •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법 개정에 대한 의견과 근거 • 총괄평가 안착 지원방안(제시문: 총괄평가 도입 및 현장의 어려움 등) • MZ세대 간 갈등에 따른 교사 지원방안 • 장학사의 역량 강화 방안(집단토의) • ○○시‧도 교육의 문제점과 그에 따른 지원방안 • 미래 교육 대전환 지원방안 • 교사의 에듀테크역량 필요성과 온오프라인 연계 수업 지원방안 • 교육지원팀 운영 안착에 대한 현장에서의 문제점과 지원방안(집단토의) • 학교시설 복합화 및 활성화 방안, 지역사회의 학교 공개 및 공유 여부(찬반 토론) • 교육과정 및 예산 운영 등에 대한 학교 자율 권한 강화(찬반 토론) • 교사의 전화번호 공개(찬반 토론) • 학생 주도성과 공동체성(찬반 토론) 교육전문직의 역량과 평가방법 다음으로 교육전문직에게 필요한 역량에 대해 생각해 보자. 전문직에게 필요한 역량을 4가지로 정리하면 문제해결·기획력·의사소통 및 조정통합·리더십이다. 이러한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서 논술·개인면접·집단면접·자기소개 및 기획안 작성의 방법으로 평가한다. 교육전문직 역량과 평가방법을 간단하게 표로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 교육전문직의 역량과 평가방법 집단면접(토의·토론)을 할 때 위의 4가지 역량이 드러날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 특히 해결방안을 제시할 때 문제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관련 정보와 데이터를 분석한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또한 상호 토의·토론과정에서 의견 수렴 및 조율을 하는 경청과 리더십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교육전문직 역량 평가 중점사항 가. 기술보다 역량이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현안에 대한 문제해결을 위한 논리적 소통역량을 평가한다. 나. 표현보다 이해다. 문제상황·제시자료·제시문을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했는지의 문제이해도를 평가한다. 다. 결과보다 과정이다. 의견수렴을 통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을 평가한다. 라. 나열보다 관계이다. 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한 전체 속에서의 연관성(관계)을 평가한다. 교육전문직 시험은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는 것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논리(주장)들을 수렴해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을 보면서 역량을 평가한다. 의견을 수렴하여 도출한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수렴 과정에서 나타난 개인의 역할이나 역량을 평가한다. 지식과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제시한 해결방안의 의미를 명료화하기 위해 개별적 요소뿐만 아니라 관계를 찾아야 하고 그것을 평가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집단면접은 공동체의식과 상호협력적 태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주장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여 흐름이 제대로 흘러가게 돕는지를 평가한다. 핵심내용을 잘 요약해서 이해하기 편하게 하고, 소극적인 참가자의 참여를 지원하는지를 평가한다. 성공하는 토의·토론 7가지 습관 앞에서 말한 내용을 종합해서 집단면접을 효율적으로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7가지 습관을 정리했다.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므로 숙지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교육전문직은 교육정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준비과정이지만 전문직으로서 지원하는 교육정책과 사업을 통해 학교가 안정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 우리 학생들이 즐겁게 공부하고 자신의 꿈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동안 우리 반, 우리 학교에서 머물던 영향력을 우리 지역, 우리 시·도교육청으로 확대하기 위해 힘을 내기를 바란다. 교육전문직을 도전하는 모든 선생님을 응원한다.
실수 수업을 하게 된 동기 ‘후회하고 있다는 건 실수로 끝났었던 것, 미련이 남았다는 건 노력이 부족했던 것.’ 하상욱 작가의 시 읽는 밤 시 밤 169페이지에 실린 ‘후회하고 있다는 건’의 구절이다. ‘실수’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지금은 어른이 된 아들이 네 살 무렵, 컵을 떨어뜨려 손잡이가 깨지면서 파편이 종아리를 스쳤다. 종아리에 배어 나온 핏방울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야!”하고 외쳤다. 머릿속이 하얘져서 멍하게 서 있던 아들이 큰 소리에 깜짝 놀라 어깨를 들썩였다. 내가 전하려던 것은 아들이 다친 것에 대한 ‘속상함’ 그 감정 뒤에 숨은 ‘사랑’이었는데, 결국 전달된 것은 ‘화’였다. “야!”는 순식간에 ‘단순한 실수’를 ‘실수하는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규정했고, 그때는 잘못한 것을 모르고 지나갔다. 30년의 세월을 거슬러 가서 고치고 싶은 후회의 순간이다. 돌아보면 교실에서도 “야!”의 순간은 넘쳐난다. “누가 그랬냐?”는 문제의 근원을 찾아서 상응하는 벌을 주겠다는 ‘응보적 정의관’의 우회적 표현이었다. “왜?”는 ‘도대체 내가 너를 이해할 수 없다’는 ‘비난’이 응축된 표현이기도 했다. 다시 돌아가면 ‘어떻게 된 일이야?’, ‘어떻게 해결할까?’로 바꿔 말하고 싶기도 하다. “너 때문에 우리가 졌어.”, “니 탓이야.” 아이들이 상처받았다는 말에서 빠지지 않는 말이다. 우리 편을 게임에서 지게 하고 싶은 아이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야, 그것도 못하냐?”, “너는 빠져.” 사소한 실수에도 벌떼처럼 일어나 공격하는 아이들. 최선을 다했던 노력의 과정은 사라지고 결과만 보는 친구들. 다수의 비난 앞에서는 그 누구라도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말하는 사람은 상처를 주고 싶은 의도가 없었지만, 생각 없이 내뱉은 습관적인 비난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아이들은 고백한다. [PART VIEW] 어쩌면 우리는 ‘경쟁 이데올로기 사회’에서 아이들이 실패하지 않도록 은연중에 조바심을 내지는 않았을까? 그 불안이 무의식중에 실수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지는 않았을까? 돌아가는 길은 위험하다고 단숨에 가로질러 가라고 보채지는 않았을까? 아이들이 실패하지 않도록 애쓰면서 스스로 도전하는 길을 막지는 않았을까? 말로는 기다려 준다고 하면서도 100% 성공할 수 있는 일만 찾으라고 한계를 정하지는 않았을까? 사실은 어른인 나도 여전히 ‘실수’와 ‘실패’가 두렵다. 반복해서 실수하는 나를 용서하기 힘들고, ‘누가 나의 실수를 알면 어떡하나?’ 싶어 숨고 싶다. 사소한 실수가 나에 대한 평판으로 연결될까 전전긍긍하며 자책하기도 한다. 수치심·두려움·죄책감에 뒤따라 무기력이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점검하지만, 여전히 실수는 내가 걸어온 발자국만큼 어지럽게 따라다닌다. 우리 문화는 이렇게 ‘실수’와 ‘실패’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이 고착되어 있다. 실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생각의 전환은 실수로 존재 자체를 비난받았던 ‘모든 아이’에게서 받은 숙제인 것 같다. 나아가서 주눅 들고, 좌절감에 빠졌던 ‘과거의 나’를 ‘현재의 내’가 치유하고 회복하는 과정인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지 않고 책임 있게 해결하고, 나아가서 타인의 실수를 너그럽게 포용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런 마음으로 ‘실수 수업’을 디자인해 본다. 수업 고민 “나는 내 인생에서 실패하고, 실패하고, 또 실패했다. 그것이 내가 성공한 이유다”라는 마이클 조던의 말처럼 사람이 자랄 때 무조건 일어나는 일이 실수라고 한다.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살아가려면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넘어지고, 거기서 다시 일어나 걸으며,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포기하고 싶거나 변화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면, 용기를 잃은 것이다. 용기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변화는 실수와 함께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실수했을 때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불어넣는 것은 바로 격려다. 그래서 실수했을 때는 격려가 가장 필요한 순간이다. 아들러 심리학에 기반한 격려 수업에서는 실수를 딛고 일어서려는 학생들에게는 ‘다시 하면 된다’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 상황에서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실수해도 괜찮아. 많이 힘들었지.” “네가 충분히 노력한 것을 잘 알고 있어.” “조금 늦어져도 괜찮아. 너를 믿어 봐.” “지금처럼 하면 돼. 다음에 다시 도전해 보자.” 실수에 대한 두려움으로 안전한 삶을 택하는 고착된 안정(Safe and Stuck)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실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생각의 전환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용기도 가르쳐야 한다. 그렇다면 실수했을 때 도망가거나 화내지 않고 실수를 인정하는 용기와 책임 있는 행동으로 나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실수나 실패를 배움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아가서 인생의 실패와 좌절에도 금방 일어나는 탄력성과 적응력을 기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이 과제를 ‘학급 긍정훈육법’과 함께 풀어보려 한다. 학급 긍정훈육법(PDC) 실수로부터 회복하기 ● 실수에 대한 개념 돌아보기 우리가 실수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실수한 행동 그 자체를 존재와 분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수하는 나는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해석이 반복되면 무의식적으로 ‘나는 실수 덩어리’라는 왜곡된 신념이 생긴다. 그래서 직면해서 책임지고 회복하려는 노력보다는, 두려워서 회피하려는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 실수로부터 회복하기 활동 순서 1) 실수했어 vs 실수 덩어리 2) 실수란? 3) 실수에서 회복하기 3단계 4) 사과하기 3단계 5) 책임있는 행동 ● 실수로부터 회복하기 활동 목표 1) ‘실수했어 vs 난 실수 덩어리!’가 다르다는 것을 함께 배우기 2) 실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돌아보고, 실수에 대한 건강한 개념 알기 3) 실수 그 자체보다 실수 후 무엇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 알려주기 4) 사과하는 방법을 배우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태도 배우기 ▷ 활동② _ 나의 실수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줬어요. 이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5) 책임 있는 행동을 통해 실수를 어떻게 만회하는지 배우기 ▷ 활동③ _ 다른 사람의 실수를 용서하기 어려울 때 어떤 마음이 필요할까요? ▷ 활동④ _ 실수 명언 만들기 단원 디자인 ● 단원의 성취기준 및 평가기준 ● 단원 전개 계획 배움중심 학생 참여형 본시 수업디자인 •단원 _ 3. 긍정적인 생활(52~53p) •학습 주제 _ 실수를 회복하는 책임 있는 행동 배우기 •학습목표 - 실수를 회복하는 책임 있는 행동을 이해한다. - 실수를 회복하는 책임 있는 행동을 찾을 수 있다. - 실수를 책임 있는 행동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갖는다. •수업 아이디어 _ 모든 사람은 실수를 극복하며 성장한다. 실수는 곧 실패라는 사회적 평가가 내면화된 학생들에게 문제와 인격을 분리해서 객관화·개체화하는 활동으로 실수를 딛고 일어서는 회복탄력성을 기르고 싶다. 이를 위해 배움 두드리기 단계에서는 교사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어 실수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고정관념을 직면하도록 돕는다. 배움 펼치기 단계에서는 실수 경험을 나누며,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자신의 실수를 회복하기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을 찾고, 배운 내용에서 느낀 것으로 실수 명언을 만든다. 배움 다지기 단계에서는 이 시간에 배운 것, 느낀 것, 실천 다짐을 정리하여 배움을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하였다. •핵심역량 _ 자기관리역량·창의적사고역량·협력적소통역량·공동체역량 •교수·학습활동 •정리하기 _ 배·느·실(배운 것, 느낀 것, 실천할 것) •평가계획 •수업성찰 - 적절한 배움이 일어나도록 계획이 되었는가? - 배움과 나눔을 통하여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가? - 학습목표를 이해하고 성취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학습활동에 잘 참여하고 있는가? - 학습활동이 학생들의 수준과 능력에 따라 제공되었는가? - 수업을 통해 배운 점이나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
제주북초등학교는 2023년 IB world school 인증을 받았다. 이에 따라 도서관 수업도 IB 교육프로그램에 맞추어 진행된다. 수업사례 소개 전에 먼저 IB 교육프로그램에 관하여 간단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은 글로벌화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많은 학교에서 채택하고 있다. IB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 학생들에게 비판적사고와 문제해결능력을 배양하며,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국제적 시각을 강조한다. 이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글로벌 시민으로서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돕고, 복잡한 세상에서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게 한다. IB 교육과정은 크게 PYP(초등)·MYP(중등)·DP(고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초등교육과정인 PYP(Primary Years Programme)는 6가지 초학문적 주제를 교과 간 경계를 초월하여 탐구하는 교육과정이다. 초학문적 주제에는 ▲우리는 누구인가(Who we are), ▲우리가 속한 공간과 시간(Where we are in place and time),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How we express ourselves),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How the world works), ▲우리 자신을 조직하는 방식(How we organize ourselves), ▲우리 모두의 지구(Sharing the planet)로 이루어져 있으며, 학생들은 이 여섯 가지 주제를 국어·사회·수학·과학·예술 등의 교과가 통·복합적으로 구성된 탐구를 경험한다. IB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은 ‘탐구’이며, 학생들은 탐구과정에서 정보탐색·조직·활용을 겪게 된다. 학교도서관은 이 과정에 전반적인 지원을 하게 되므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학생들에게 문헌정보를 제공하고, 정보를 탐색 및 검색하는 방법을 교육하며, 정보의 조직과 활용방법을 알려준다. 또한 학생들이 정보의 바다에서 마음 편히 탐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IB 학교도서관에서는 어떤 수업을 진행하게 될까? 학교도서관 수업에서는 시각적 사고방식(Visual thinking)을 주로 활용한다. 이는 정보를 시각적으로 처리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의미하며, 도식·그림·다이어그램 등을 활용하여 사고하는 접근방법을 강조한다. 이때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미지·도표·도식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되는데, 이 방식은 우리가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시각적 자원을 통해 더 명확하게 개념을 파악하고, 창의적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며, 복잡한 정보나 관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PART VIEW] 이번 수업에서 활용한 Visual Thinking Routine은 ‘See, Think, Wonder’와 ‘Chalk Talk’이다. 이 두 가지 루틴 모두 시각적 사고와 탐구 기반 학습을 촉진하는 강력한 도구이다. 학습자가 관찰하고, 사고하며, 질문을 통해 학습을 심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See, Think, Wonder’는 주로 시각적 자료나 현상을 분석할 때 사용하는 간단하고 효과적인 시각적 사고 루틴이다. 이 루틴은 학생들이나 학습자가 관찰·분석 그리고 질문을 통해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루틴은 아래와 같이 세 가지 단계로 이루어진다. ‘See, Think, Wonder’ 활동이란 위와 같이 ‘See: 눈에 보이는 것’, ‘Think: 예상되는 것, 짐작하기, 추리하기’, ‘Wonder: 궁금한 점’으로 구성된다. 학생들은 교사가 제시한 자료(이미지·통계 등)를 중심으로 이 세 가지를 사고한다. 이 활동은 주로 탐구 단원을 시작할 때,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거나 탐구의 방향을 잡아 주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 이때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이미지나 통계 등의 정보자료가 굉장히 중요하다. 교사의 의도를 쉽게 간파할 수 없으면서도 너무 어렵지 않은 것, 학생들이 개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것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Chalk Talk’는 시각적 사고와 집단적 토론을 결합한 협력적 학습방법이다. 이 방법은 특히 그룹활동이나 수업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학습자들이 비언어적 방식으로 서로의 생각을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방식은 말로 의사소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림·키워드·도식 등을 활용하여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공유하는 데 중점을 둔다. 교사가 특정 주제나 질문을 제시하고, 그 질문을 적는다. 학생들은 조용히, 아무 말 없이 오직 손만을 움직여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기록·표현한다. 다른 학생들과 서로의 내용을 보고 의견을 덧붙이거나 새로운 관점을 추가한다. 이때 서로의 생각을 연결하고 이전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마지막으로 완성된 기록을 보며 토론을 시작한다. 다음은 이를 활용한 2학년 대상의 수업계획서이다. 2학년 도서관 수업계획서 •초학문적 주제: 우리 자신을 조직하는 방식(How we organize ourselves) •수업주제: See, Think, Wonder를 활용한 다양한 직업 탐구하기 •단원명: 살기 좋은 우리 동네 •대상: 2학년 •중심아이디어: 공동체 구성원의 다양한 직업활동은 사회 유지에 기여한다. •관련 개념: 이웃, 동네, 직업 •차시별 수업내용 ● 1차시 사전지식 확인 및 배경지식 활성화를 위해 학생들이 직업에 대한 개념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도록 돕고, 다양한 직업의 중요성과 역할을 이해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학생들이 직업에 대해 자유롭게 사고하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직업퀴즈’를 활용했다. 이는 학생들이 직업에 대해 알고 있는 점을 점검하고, 다양한 직업에 대한 배경지식을 활성화하기 위한 단계이다. 직업퀴즈 후에는 그림책 12명의 하루를 읽고 책 속 인물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인물들이 갖고 있는 직업은 무엇인지, 책 속 인물들이 보낸 하루(하는 일)가 동네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생각을 나눈다. ● 2차시 사전 See, Think, Wonder를 진행한다. 이때 탐구 관련 자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데, 독서 전후에 변화가 보일 수 있도록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자료가 아닌,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자료를 준비한다. 아직 탐구하기 전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보이는 것, 생각하는 것, 궁금해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학생들은 그림자료를 보고 ‘자전거를 타고 있다’,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강아지는 왜 뛰는 걸까?’, ‘여긴 어느 나라 어느 마을일까?’ 등의 단순한 의견을 기록할 수 있다. 이후 그림책 우리 집 뒤에는 누가 있을까?를 함께 읽는다. 해당 책의 내용은 ‘우리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뒤에 ‘벽돌공’이 있음을, ‘벽돌공’이 먹는 ‘샌드위치’ 뒤에는 ‘제빵사’가 있음을 알린다. 이를 반복하여 특정 사물의 존재를 위하여 다양한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학생들은 우리 동네, 국가, 세계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다양한 직업활동을 통해 세상이 유지되고 돌아간다는 것을 배울 수 있게 된다. 이제 같은 자료를 보고 학생들에게 독서 후의 변화를 기록하게 한다. 독서 전 봤던 의미없고 단순하게 다가왔던 그림을 독서 후에 보게 된다면, 새로운 직업들과 그들의 역할로 가득 찬 그림이 된다. 학생들은 ‘우비 뒤에는 우비를 만들고 판매하는 사람’이, ‘강아지 뒤에는 반려동물 분양업체, 강아지 조련사, 미용사’가, ‘할아버지의 안경 뒤에는 안경원’이, ‘자동차로 인해 오염된 옷 뒤에는 세탁소’가, ‘건물 뒤에는 부동산 중개사’가, ‘자동차 뒤에는 자동차 기술자와 택시기사’가 있다는 의견을 적게 된다. ● 3차시 2차시에서 다양한 직업과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역할이 우리의 삶을 유지하게 해줌에 대하여 탐구했다면, 3차시에서는 그러한 사람들이 모두 우리의 이웃이며, 이웃을 존중하고 배려하여 사이좋게 지낼 방법을 탐구한다. 그림책 이웃의 이웃에는 누가 살지?를 읽고 우리 동네를 구성하고 있는 이웃들의 삶과 직업에 대해 알아본다. 독서 후 활동으로 ‘Chalk Talk’를 활용한다. 이때 제시한 교사의 질문은 두 가지이며, 첫 번째로 “만약 우리 아파트 주민이 세상의 전부라면 어떤 일을(직업)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은 노란색 접착 메모지에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직업과 그 이유를 적는다. 이때 말소리가 들리지 않게, 조용한 분위기에서 오직 글로만 의견을 적게 한다. 이후 학생들의 의견을 서로 나눈다. Chalk Talk를 활용하여 다른 학생의 의견에 댓글을 다는 형식의 무언활동을 할 수도 있고, 자유롭게 의견나눔을 진행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두 번째 질문을 이행한다. 두 번째 질문은 “우리 이웃은 이렇게 소중한 일을 해요. 우리가 이웃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사이좋게 지낼 방법은 무엇일까요?”이다. 이 질문에 학생들은 파란색 접착 메모지에 의견을 적는다. 이처럼 Visual Thinking Routine은 학생이 사고를 시작할 때, 탐구 중에, 정보를 정리하고 표현할 때 등 어느 과정에나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학생들이 직접 사고하고, 질문하며, 탐구하는 학습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비판적사고와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게 되며, 몰입도 높은 학습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다양한 Visual Thinking Routine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의 주체가 되어 탐구적 학습을 경험할 수 있는 수업을 계획하실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병원은 병을 고치는 곳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살리는 곳에서 왜 하필 죽음의 장례식장을 운영하는지 참 이상합니다. 우리는 장례식장을 겸비한 병원의 편리함에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에 상반된 두 곳이 한 장소에 공존하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지요. 편리하기는 미국과 유럽도 마찬가지일 텐데 그곳에서는 그리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일본에서도 병원과 장례식장은 분리되어 있습니다. 물론 병원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흔하다 보니 아예 같은 장소에서 마무리까지 다 하고, 문상객이 쉽게 찾아올 수 있고, 이미 24시간 운영되는 곳이어서 밤새는 삼일장을 치를 수 있다는 등 편리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아마 한국에는 수요자의 ‘원스톱 서비스’라는 편리함과 공급자의 상당한 수입 이윤이 딱 맞아떨어진 결과일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빨리빨리’ 문화의 대명사라고 하더라도 ‘사람을 살리는 병원’의 본분이 퇴색되지는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처럼 이상한 게 학교에도 있습니다. 학교는 가르치는 곳입니다. 학교는 교육자가 중심에 우뚝 서 있어야 하는 곳입니다. 학교는 일과를 교육적 시각에서 교육적 방법으로 처리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왜 변호사와 경찰 같은 법조인들이 상주하고 개입하는 곳이 돼버리는지 참 이상합니다. 왜 자꾸 학교 문제를 법가에 외주를 주고 의존하는지 속이 상하고 영 못마땅합니다. 이해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학내에서 벌어지는 사건 중 일부 폭력 행동과 악성 민원은 교육철학과 방법으로만 처리하기에는 너무 벅찬 면이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문제가 학교 울타리 내에서 발생했다 하더라도 흔히 학교 밖에서 잉태한 문제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외부인에게 의존하고 해결책을 그들에게 맡기는 게 편리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행여 교육으로 변화를 일구어낸다는 교육자의 철학과 신념이 훼손될까 께름칙하고 불안합니다. 이러한 학교현상에 익숙해진 나머지 교육자와 법률가가 학교를 공동 운영하는 게 정상으로 보이게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 이상한 모습만큼은 외국을 닮지 않기를 바랍니다. 미국의 경우는 이미 늦었습니다. 미국인은 이런 모습에 익숙해져 버렸고, 더는 이상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대도시 학교에는 권총을 찬 경찰이 상주하는 모습이 흔합니다. 학교는 인근 법무법인과 계약을 맺고 수시로 법률 자문을 받습니다. 규모가 큰 학교는 아예 전담 변호사를 고용하고 학교 일에 깊이 관여시키고 있습니다. 크고 작은 일을 판단하고 결정하기에 앞서 법률가가 검토하고 최종 승인합니다. 학교에 ‘덕치’는 점차 사라지고 ‘법치’가 중앙으로 비집고 들어온 셈입니다. 1970년대부터 급증한 학교폭력 문제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미루고 뒤치다꺼리만 하다 보니 이 지경까지 가게 된 것입니다. 타임지 커버를 장식한 뉴스를 보면 학교폭력 현상에 대한 미국인의 견해가 어떻게 진화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1999년도 커버 뉴스는 학교폭력 가해자를 ‘옆집에 사는 괴물’이라며 아이를 악마화하였습니다. 2000년도에는 ‘이혼이 아이에게 미치는 악영향’이란 주제의 뉴스가 커버를 장식하였습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아이가 4명 중 3명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소개하며, 가정이 안정적으로 지속되지 않는 어두운 실태를 염려했습니다. 이 현상을 아이에게는 ‘가정중단’이라는 표현이 걸맞을 수 있겠습니다. 2006년에는 학업중단 학생이 4명 중 1명이라는 수치를 지적하면서 나라의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였습니다. 가정중단이 학업중단이라는 현상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2012년 커버 뉴스는 애착손상을 지적하였습니다. 아동기 부정적 경험으로 인하여 아이의 정서적 발달에 문제가 생기고, 이로 인해 행동조절을 잘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행동조절 실패의 결과에는 당연히 다툼과 폭력적 행동이 포함됩니다. 학내 다툼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는 험악한 학교 분위기의 부작용은 예상치 못한 부분에 나타납니다. 2014년도 타임지 커버는 ‘rotten apple(상한 사과)’이라는 기사가 차지했는데, 학교에 실력 없는 교사가 너무 많다는 실태를 고발한 것입니다. 본래는 상한 사과 하나가 광주리에 담긴 모든 사과를 상하게 한다는 개념으로 문제학생 한 명이 반 전체를 망가트린다는 비유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기사는 이 비유를 학생이 아니라 교사에게 적용한 것입니다. 즉 실력 없는 교사로 인하여 교육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유능한 인재가 교직을 기피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교육 대신 법리가 중심이 된 교육현장이 한몫했을 것입니다. 대다수 OECD 국가의 경우, 한국과 정반대로 교사의 평균 역량이 전체 대졸의 평균 역량보다 한참 밑입니다. 교육자의 역량이 국민의 평균치보다 못하다면 어떻게 더 나은 다음 세대가 양성되기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미래가 암울한 것입니다. 한국이라고 이리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한국에게는 기회가 있습니다. 한국은 외국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좀 다른 길, 훨씬 더 현명한 길을 선택할 수는 있겠습니다. 더 현명한 길은 조금 힘들더라도 단기적이고 지엽적인 대처 방안을 도입하는 게 아니라, 장기적이고 전면적인 교육변화를 시행하는 것입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바로 이러한 마스터플랜을 작성하라고 있잖아요. 겨우 수시나 정시 비율을 조정하라고 있는 게 아니지요. 국가교육위원회는 아이들을 골병들게 하는 입시 제도를 조정하는 게 아니라, 정지하고 폐지해야 합니다. 정답 있는 문제풀이 위주 교육은 중단하고, 방정식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에 도전하는 교육을 중시해야 합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국·영·수·사·과 위주로 디자인된 교과과정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합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초·중·고를 거치면서 어떠한 교육 경험을 할 것인지를 디자인해야 합니다. 수업내용과 범위와 진도만 고민하는 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호기심·모험심·즐거움·꿈과 비전을 지니도록 교육 경험 결과물을 섬세하게 그려내야 합니다.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단절이 아니라 연결을 이루어 내는 곳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사를 양성하는 교대와 사대를 새롭게 구축해야 합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등장으로 파격적으로 변하고 있는 교육현실에 맞추어 예비교사 준비과정이 완전히 달라져야 하겠습니다. 예비교사에게 학문적 이론은 조금 줄이고, 현장에 절실히 필요한 학생지도 기술, 학부모 면담 기술, 갈등 관리 기술, 팀빌딩 기술, 소통 기술, 리더십 기술 등 사회·정서적 역량을 가르쳐야 하겠습니다. 사람 사이 갈등문제는 논리와 이성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90%는 감정 때문에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감정을 배제해서는 애초에 감정 때문에 발생한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감정을 개입시켜야 갈등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즉 감정은 문제해결의 걸림돌이 아니라 쐐기돌인 셈입니다. 효과성이 검증된 학생들을 위한 관계조율 기술들이 이미 존재합니다. 따라서 사회·정서적 역량을 갖춘 교사가 학생들에게 감정을 조절하고, 갈등을 관리하고, 서로 소통하고, 화해하는 능력을 갖추어 주어야 합니다. 그럴 때 학교와 교육청에 변호사와 경찰이 주둔해 있을 필요가 없어질 것입니다. 쉬운 과제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국가 차원의 위원회를 만든 것입니다. 어려운 일을 해내라고 법까지 뜯어고쳐서 설립한 위원회입니다. 부디 기대에 부응하길 바랍니다. 학교는 문제학생들을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곳이어야 합니다. 법치나 정치가 아니라 교육과 덕치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야 교권이 회복되고 교육자가 학교와 교육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되니까요. 그래야 아이가 올바른 지도를 받고 인재로 성장하게 될 테니까요. 이상한 일이 정상처럼 보이고 여겨지는 사회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교직문화는 학교현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맥락에서 형성되며, 인간관계이론에서 언급하듯 조직 내 규범과 풍토 그리고 비공식적 조직형성 등은 그 조직의 생산성과 침체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더 나아가 학교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교원들이 처한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사회 문화적 맥락과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의 제안에 도움이 될 수 있음에도, 교직문화에 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순직 사건 이후로 교원들의 부당한 압력과 어려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학교 현장교원이 체감하는 교직문화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고, 교직문화가 갖는 고유한 특성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가 실시되었다. 연구에 참여한 조사 대상은 우리나라 현직교사 약 6천여 명으로 지금까지 실시된 적 없는 대규모 조사 연구라는 점 또한 특징이다. 이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교직문화는 교직 정체성, 교직갈등과 스트레스, 교내 의사소통, 교직풍토와 분위기이며, 순서대로 교원들이 바라보는 교직문화에 대해 간략히 논의하자면 다음과 같다. 교직 정체성 _ ‘학생을 중심에 두고, 수업에 전념하며, 워라밸을 추구하는 직업’ 교직 정체성이라는 개념은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고 정의하는 것이다. 즉 교사들이 자신의 직업적 역할, 가치관과 신념, 전문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의미한다. 교사는 교직생활을 통해 다양한 역할과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는 자기이해이며, 이는 경험과 성찰을 통해 역동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이 연구에서는 교직 정체성을 크게 교직 선택 동기와 직업의식, 교원의 자질, 교원으로서의 관심 영역, 교원의 성취감과 무력감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조사에 참여했던 대부분 교사는 교사로서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 학생에 대한 애정과 헌신, 교육에 대한 사명감이라고 응답했으며, 경력 기간이 증가할수록 사명감을 크게 인식하고 있었다. 교직 수행에 있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 또한 학습지도와 수업활동, 생활지도와 상담이라는 점은 현직 교사들이 갖춘 분명한 의식과 태도이다. 또한 거의 모든 교사는 교직이 본인의 직업적 적성에 잘 맞는다고 응답한 점과 직업적인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는 순간이 학생의 발전과 성장이라고 응답해 교사들은 학생을 아끼고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반면 교사들은 직업으로서 교직의 강점에 대해 대부분 안정성과 방학을 비롯한 시간적 여유라고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교사들은 학생을 위시한 사명감을 중시하지만, 희생과 헌신만을 강요해서는 교직 메리트를 유지할 수 없음을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교사들의 책임감과 부담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면, 그들은 교직 선택을 후회하게 될 것이고, 결국 교사집단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우수한 인재의 교직 유입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권의 실추는 교원들의 교직 정체성을 흔들어 놓는 것과 직결되는데, 교원들이 상당한 무력감을 느끼는 가장 큰 부분이 학생과 학부모의 비협조적 태도와 불신임으로 확인되었다. 악성 민원 등에 따라 교원과 학교가 무력해지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만큼만 일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학생과 우리 사회로 되돌아올 것이다. 사명감을 위시하여 아직은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교사들의 교직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해, 철저한 안전장치 마련과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교직 갈등과 스트레스 _ ‘학교 안팎의 상충하는 기대 속에서 함께 나아가기’ 교육활동은 교육적 행위 내에서 교원·학생·학부모·지역사회 등 교육공동체 내 다양한 주체 간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여러 갈등을 발생시킨다. 교원은 이들 가운데 직접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며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교육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교사들이 받는 교직 갈등과 스트레스는 유기적으로 협력한 교육주체로부터 발생하기도 하지만, 교육계의 주요 정책과 이유 발생 등에 따라 심화된다. 이에 따라 연구에서는 서이초 교사 순직 이후, 연금개편 이후,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교사들이 인식하는 갈등 정도와 스트레스 요인, 갈등 및 스트레스 해소 방법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교육현장에서 대다수 교사는 전반적으로 갈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앞서 살펴봤던 것처럼 교원들이 가장 무력감을 느끼는 지점과 일치하는데, 학생과 학부모의 비협조적 태도로 인해 원활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고 하였고, 교사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학생과 학부모의 악성 민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7월 서이초 교사 순직 사건을 기점으로 교권침해 심각성이 공론화되었고, 같은 해 8월 교육부는 교권보호 5법과 교권회복·보호 강화 종합 방안을 발표하여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으로부터 교권을 보호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연구 결과 학생과 학부모의 교원 존중 문화는 크게 확산되지 못한 것으로 교원들은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관리자는 교육활동 침해 대응 매뉴얼 및 학교 사안을 적극 지원하고자 하는 노력에 대해 일정 부분 긍정 인식도 살펴볼 수 있어, 일반교사와 체감 차이를 보였다. 갈등과 스트레스를 인식하는 방식은 여러 방면에서 직급별로 다른 경향을 보였다. 교원들이 교내에서 직면하는 갈등 요인에 대해 교사들은 관리자의 권위적·독선적 학교운영이라고 대다수가 응답한 반면, 관리자들은 자기중심적인 개인주의 문화를 꼽았다. 스트레스 요인과 관련해서 관리자들은 학교 내 인간관계 갈등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으며, 일반교사들은 업무 과중 및 비본질적인 행정업무 수행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는데 이는 갈등의 원인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교사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과 관련되어 반드시 해야 할 업무를 핵심적 책무로 인식하는 반면, 관리자들은 수업 외 학교운영을 위해 필요한 업무 분담 조정과 관계 설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 상호 갈등과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갈등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며, 교육시스템 전반에 있어 효과적으로 교원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제도적 지원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고 이끌기 위해 존재한다. 즉 교사가 가르치는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권 보호제도 개선, 행정업무경감, 관리자의 적극적인 개입 등 역할 수행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에 더해 학교운영에 따른 문제해결을 위한 교원 간 협력 문화도 더해져야 한다. 서로 다른 견해와 기대가 갈등만이 아닌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교내 의사소통 _ ‘의사소통에 대한 서로 다른 시선과 해석’모든 조직에서 조직 내 구성원 간 분명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은 필수적이다. 학교조직 내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은 학교교육의 목적 달성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본질적인 요소 중 하나다. 연구에서는 교내 의사소통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교사들 간 협조 정도, 모임활동, 지식과 정보의 원천, 의사소통 형태, 장애요인 활성화를 위한 역할에 대해 조사했다. 교사 대부분은 교내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진다고 응답했으나, 낮은 경력의 교사들은 교육문제 발생 시 개별적인 의사소통을 주로 하고, 교사들 간 상호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반면 경력이 오를수록 공적 소통창구를 활용해 교육문제를 해결하며, 교사들 간 소통이 잘 이루어지고, 지식과 정보를 각종 연수를 통해 얻는다고 응답해 경력에 따른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요인에 대한 조사결과와도 연결되는데, 관리자들은 상호 무관심과 개인주의를 꼽는 반면, 일반교사들은 관리와 통제위주의 권위주의라고 대부분 응답했다.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기능에 대해서는 구성원 간 상호 협동과 유대 강화, 다양한 정보 교환과 합리적 의사 조정에 가장 많은 응답을 보였다. 관리자와 직원 간 불신은 많은 조직에서 대부분 존재한다. 하지만 학교조직의 경우 수평조직의 특성과 개인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성격을 띄고 있어 공동 목표를 설정하고, 상호 협조적인 분위기로 조직을 이끌어 나가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학교구성원들은 다양한 교육적 경험을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성격의 구성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학교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음을 암시한다. 다양한 소통창구를 열어두고, 비판적 사고를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준비되어야 하며, 특히 관리자는 비공식적 의사소통을 통한 의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교직풍토와 분위기 _ ‘관료주의와 개인주의를 넘어 자율적인 공동체로’ 교직풍토는 학교 내 환경에 대해 교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지각이다. 이는 개인의 행동과 사고 및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교원들이 인식하는 교직사회의 풍토를 알아보기 위해 교내 분위기와 풍토, 바람직한 관리자상, 교원들의 인간관계, 교직문화 개선, 발전과제, 바람직한 교직풍토 정립 방안을 조사하였으며, 이를 통해 세대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교사들은 바람직한 관리자로 교사를 신뢰하고 자율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관리자라고 응답했지만, 관리자들은 공정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결과는 경력에 따른 차이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근무하는 학교 분위기에 대해 경력이 낮은 교사들은 개인주의적·권위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으나, 경력이 높은 교사들은 친화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바른 교직문화 형성을 위해 필요한 문화에 대해서도 경력이 낮은 교사들은 관료적 분위기 탈피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은 반면, 경력이 높은 교사들은 교육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회복과 교사 간 개인주의와 무관심 극복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물론 세대 차이에 따른 갈등은 어느 조직에나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이며, 서로 소통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만 강조할 경우, 어느 사회나 조직력은 약화될 뿐이다. 그래도 최근 교직사회의 갈등과 구도로 살펴보았을 때, 대부분의 교원은 자신들이 근무하는 학교 분위기에 대해 만족한다는 의견이 높았던 점은 긍정적인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조화와 단결을 중시하는 것은 교직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적 분위기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양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균형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직에서도 자율과 개인주의를 어느 정도 허용하면서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공동체적인 마인드가 세대를 넘어 공유될 필요가 있다. 특히 교원은 그 어떤 조직보다 소통과 토론의 역량, 집단 지성의 힘을 갖고 있다. 자성의 목소리도 큰 만큼, 세대 갈등에 대해 집단 지성을 발휘하여 상대 교원의 전문성에 대한 인정과 존중으로 화합을 도모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중학교 졸업하고 50여 년 만에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어요. 졸업장이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궁금했고, 경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합격하고 나니 주위 분들이 서울대에서 만나자고 하네요(웃음).” 47년 차 국민 디바로, 또 다문화 교육기관 해밀학교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수 인순이. 강원도 강릉 스카이베이호텔에서 열린 대한사립학교교장회 하반기 총회장에서 새교육과 만나 “도전하는 인생이 아름답다. 실패를 두려워 않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 댄스그룹을 만들고,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오는가 하면 머슬퀸 프로젝트와 고졸 검정고시에 도전하는 열정 넘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도전하는 삶이 알려지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인순이. “사실 전 궁금한 걸 못 참는 스타일이에요. 뭘 하다가 궁금하면 가보고 확인을 해봐야 직성이 풀려요”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아픈 경험이 해밀학교 설립 원동력 그가 도전만큼이나 애정을 쏟는 것이 또 있다. 자신이 설립한 다문화 교육기관 해밀학교이다. 2018년 학생 6명으로 시작한 해밀학교는 13년이 지난 현재 56명의 학생과 18명의 교사진을 보유하고 있다. 전체 학생의 60%가 다문화가정 자녀이며, 과테말라·독일·영국 등 11개국 출신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해밀학교는 교사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학교다. 해밀학교를 거쳐 나온 학생들이 몰라보게 달라져 있다는 것을 실제 경험으로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해밀학교 운영의 공로를 인정해 인순이에게 감사장을 줬다. 그러면서 해밀학교 졸업생이 외고를 나와 교대에서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예비교사라는 사실을 소개했다. “처음 학교를 만들었을 때는 아이들이 안고 있는 가슴의 상처를 보듬어 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단단하게 대한민국 땅에 두 발 딛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고요.”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온 힘을 쏟았다. 그리고 해밀학교는 달라졌다. 이제 학업은 기본이고, 정서안정과 인성교육에 도움을 주는 1인 1악기 교육과 코딩 등 IT 교육에도 힘을 쏟는다. 학생들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피고 배려하다 보니 학부모 만족도 역시 매우 높다. 심지어 일부 학부모들은 “졸업시키고 싶지 않다. 유급해 학교를 계속 다니면 안 되느냐”고 묻기도 한다. “아이들이 흔들릴 때 따뜻한 눈으로 안아주고, 너 잘하고 있다며 어깨 한번 다독여 주면, 거기서 아이들은 또 앞으로 나갈 힘을 얻거든요.” 인순이가 해밀학교를 만든 데에는 어린 시절 아픈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사람들이 쳐다보며 엄마는 어느 나라 사람이야, 너는 왜 이렇게 한국말을 잘하냐고 물어볼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저희는요, 태어나면서부터 풀리지 않는 실타래를 가지고 있어요. 누구도 풀어줄 수 없는 실타래죠.” 그는 사춘기 때 나는 왜 이런 모습으로 태어났을까 생각이 들면 많이 흔들렸다고 했다. 다문화 대안학교를 만든 것도 이런 상처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삶의 어려운 고비마다 일으켜 세운 학교 선생님들 학창시절 만났던 선생님들도 해밀학교의 숨은 산파들이다. 초등학교 때 일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이사를 자주 다녔는데 한번은 깜빡 잊고 전학증을 떼어오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처지가 됐고, 친구들이 교실에서 공부하는 동안 그는 운동장에서 혼자 지내는 날들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운동장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그가 교장선생님 눈에 띄었다. “공부 안 하고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전학증이 없어 수업을 못 들어가요.” 그 순간 교장선생님은 어린 인순이 손을 잡고 교실로 데려갔다. 그리고 빈자리에 앉게 한 뒤 친구들과 공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아마 초등학교도 못 나왔을 거예요. 법 따지고 규정 따졌다면 저는 학교에 다닐 수 없었을 겁니다. 교장선생님의 결단이 오늘날 저를 여기까지 오게 한 것 같아요.” 그는 해밀학교를 만들면서 선생님들에게 이런 당부를 했다고 한다. “학교가 필요한 아이가 있다면 무조건 받아달라. 공교육이건 사교육이건, 또 힘들어서 학교 밖에 있는 아이들이건 우리를 필요로 하면 받아줘야 한다. 학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이고 가르쳐야 하는 곳 아니냐.” 그러면서 한마디를 더 보탰다. “저를 보세요. 공부시켜 놓으니까 밥벌이는 하잖아요.” 중학교 시절 영어선생님도 잊을 수 없는 스승이다. 그는 인순이를 각별히 아꼈다. 배가 고파 보이면 집으로 데려가 밥도 해서 먹였다. 영어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조금만 성의를 보여도 “너무 잘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선생님이었다. ‘희자매’라는 걸그룹으로 데뷔했을 때 TV에 나온 인순이를 보고 울면서 “정말 김인순 맞느냐”고 방송국에 전화했을 정도다.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인순이는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음악선생님은 인순이에게 아픈 기억과 함께 가수의 재능을 일깨워 준 고마운 분이기도 하다. 몹시 가난했던 그는 육성회비를 제때 내지 못했다. 담임이기도 했던 음악선생님은 학교를 대신해 인순이에게 독촉했고, 그럴 때면 너무 창피해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음악수업시간이면 상황은 정반대로 달라졌다. 수업은 항상 인순이의 노래로 시작했다. 제자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이 늘상 노래를 시켰고, 인순이는 “코스모스 한들한들 ~~” 유행가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음악시간마다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던 순간들이 모여 먼 훗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인순이는 말했다. 참으로 힘든 그 시절 인순이를 견디게 해준 건 선생님들의 깊은 사랑이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칠 무렵, “정말 잊지 못할 선생님이 많았어요. 그분들 덕분에 잘 살고, 잘 늙어가고 있네요”라고 웃어 보였다. 인순이는 흑인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프리카계 혼혈 한국인이다.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 안녕, 해나를 펴내는 등 다문화 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시절, 개론서에 파묻혀 하루하루를 보내다 문득 어느 날, 지형학 개론서에서 마주친 ‘사막에서도 밤에는 이슬이 내린다’라는 문구에 마음이 멈추었다. 건조한 사막에서도 기온 변화로 이슬이 내린다는 사실이 마치 먹구름 속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고, 그때부터 언젠가 반드시 사하라 사막 여행을 하리라 꿈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2020년 2월, 코로나가 막 시작되던 힘든 시기에 모로코로 향했다. 다채로운 색채만큼 매력적인 ‘붉은 도시’, 마라케시(Marrakech) 첫발을 디딘 곳은 모로코의 3대 도시 중 하나인 마라케시였다. ‘신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이 도시는 붉은 벽돌 건물들로 가득해 ‘붉은 도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늦은 밤 도착한 제마 엘프나 광장은 야시장의 활기로 가득했다. 유명한 보드게임 ‘마라케시’의 양탄자들을 팔고 있는 상인들도 많이 보였다. 광장을 통과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마라케시 옛 시가지인 메디나 속 미로 같은 골목을 한 시간 넘게 헤매고서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모로코 호텔에서는 웰컴 티로 모로칸 티와 작은 다과를 제공한다. 골목을 헤매며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하고 달달한 모로칸 티가 녹여주었다. 본토에서 처음 맛본 모로칸 티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마라케시에서는 특히 마조렐 정원이 인상적이었는데,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자크 마조렐이 조성하고 이브 생로랑이 사랑했다는 이곳은 코발트블루로 잘 알려진 ‘마조렐 블루’의 독특한 색감과 다양한 건조기후 식물이 어우러진 감각적인 공간이었다. 붉은 벽돌 건물들 사이, 마조렐 블루 색상의 건물들은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눈을 시원하게, 즐겁게 해 주었다. 사하라 사막에서 일몰과 일출을, 메르주가(Merzouga) 모로코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사하라 사막이었다. 마라케시에서 10시간에 걸친 여정 끝에 도착한 메르주가의 게스트하우스 ‘알리네집’은 한국에서도 이미 입소문이 난 곳이었다. 한국어를 잘하는 알리 삼촌은 먼 길을 온 우리에게 따뜻한 모로칸 티와 저녁식사를 대접하였다. 다음 날, 설레는 마음을 안고 발끝까지 피부를 보호하는 젤라바를 입고 히잡을 터번처럼 둘러쓴 채 사막으로 향했다. 2m가 넘는 낙타에 올라타는 것부터 쉽지 않았는데, 키가 큰 낙타의 등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먼저 낙타의 다리를 세게 쳐서 무릎을 굽히게 해야 한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낙타를 타고 30분도 되지 않아 동서남북 모두 모래사막뿐인 광활한 풍경이 펼쳐졌다. 특히 초승달 모양의 사구 ‘바르한’이 줄지어 있는 경관은 지리교사로서 가슴 뛰는 경관이었다. 구글 지도로 확인해 보니, 내가 보고 있는 이 경관이 사하라 사막의 1%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사하라 사막의 장대한 규모를 가히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를 사하라 사막으로 인도해 준, 베르베르족 가이드 핫산은 낙타 몰기, 베르베르족 전통음식 요리, 사진촬영까지 모든 면에서 능숙했다. 낙타를 타고 2시간여를 지나 도착한 사막 한가운데 천막에서 먹은 점심은 특별했다. 물을 구할 수 없는 사막에서 마시는 물 한 모금, 빵 한 조각이 그토록 소중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사막 한 가운데서 화장실을 찾는 우리에게 핫산은 유쾌하게 웃으며 저 멀리 지평선 너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문명이 전혀 없는 곳에서 자연과 하나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모래썰매를 타기 위해 낙타에서 내려 바르한을 걸어 올랐다. 낙타 없이 큰 바르한에 직접 걸어 올라가는 길은 쉽지 않았는데, 걸음마다 발이 푹푹 빠지기 때문에 콘크리트 바닥을 걷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힘이 들었다. 사구를 보다 수월하게 걷기 위해서는 사구의 능선, 즉 가장 뾰족하게 솟아 있는 부분을 따라 걸으면 된다. 사구에는 모래의 안식각을 따라 능선이 형성되는데, 이 능선 부분은 상대적으로 단단하여 다른 부분보다 훨씬 걷기가 수월하다. 사구에 올라 그토록 그리던 사하라 사막의 사구 위에 누워 보았다. 모래의 차가운 감촉이 무척 기분 좋았다. 문명과 떨어져, 주위에는 그저 모래와 하늘뿐. 자연과 나, 둘만 남겨진 기분이 이상하리만치 좋았다. 마침내 도착한 가장 높은 사구 정상에서 본 일몰은 황홀 그 자체였다. 수백 개의 모래 언덕 너머로 지는 해는 평생 잊지 못할 광경이었다. 전기 없는 사막에서의 밤은 또 다른 경험이었다. 촛불 아래서 베르베르족 전통음식을 먹고 와인을 마시며, 베르베르족 친구들의 전통 타악기 연주와 노래를 들었다. 강산에 씨의 ‘와그라노’가 떠오르는 후킹 있는 멜로디와 캠프파이어의 정취는 사하라 사막의 특별한 밤을 만들어 주었다. 40도가 넘는 일교차 때문에 밤은 무척 추웠고, 담요 9겹을 덮고도 잠을 설쳤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하라에서는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고 자야 했다. 그렇지만 다음 날 아침 또 다른 사구 위에서 맞이한 일출은 이 모든 고생을 잊게 만들었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 언덕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여기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모로코 언니와의 강렬한 추억, 가죽 냄새 가득한 ‘페스(Fes)’ 천년의 도시 페스에서는 뜻밖의 만남이 있었다. 호텔 여사장님은 우리의 실수로 하루 일찍 도착했음에도 호쾌하게 웃으며 ‘알라딘’의 자스민이 살았을 것 같은 가장 좋은 방을 내어주었다. 덕분에 사하라 사막과 기나긴 이동의 여독을 풀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사장님은 갑자기 우리에게 모로코에 와서 춤을 춰 보았냐며, 로비에 흐르는 음악을 모로코 전통음악으로 바꾸더니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멋진 모로코 언니인 여사장님이 내미는 손길에 어느새 나도 함께 리듬에 몸을 맡기게 되었다. 부유한 집안 출신이지만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겪다 이혼한 뒤, 혼자 호텔을 운영하며 새로운 싱글라이프를 즐기고 있다는 사장님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모로코의 결혼식은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하루 종일 먹고 마시고 춤추며 잔치를 벌인다고 한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본인의 결혼식 사진에서 남편의 모습만을 지워버린 채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녀를 보며, 21세기 한국에서 태어나 모로코까지 여행할 수 있는 나의 삶에 감사함을 느꼈다. 9세기에 세워진 페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는 곳이자, 천연가죽 염색으로 유명한 고대도시이다. 무두장에 가까워질수록 양가죽·소가죽·염료의 강렬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총 한 달여가 걸리는 전통방식의 가죽염색은 지금도 수작업으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비둘기와 소의 배설물을 사용해 가죽을 늘리고 염색을 해 나가기 때문에 더욱 냄새가 강렬한 듯하다. 길거리에서는 가죽공방의 호객 행위가 심했고, 유독 페스에서는 동양인 여성 여행자 2명인 우리를 향한 캣콜링이 심했지만, 세계지리 교과서에서 가르치던 전통 무두장의 경관을 실제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푸른 빛 가득한 스머프 마을, ‘쉐프샤우엔(Chefchaouen)’ ‘모로코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쉐프샤우엔은 ‘두 개의 봉우리’라는 뜻처럼 고지대에 자리 잡은 마을이었다. ‘스머프 마을’이라는 별명처럼 마을 전체가 쨍한 파란 색으로 채색된 아름다운 마을이다. 마을을 온통 덮고 있는 파란 색은 과거 이곳에 살던 유대인들이 하늘과 가까이 있고 싶은 종교적 의미로 칠했다고 전해진다. 주민들은 지금도 매년 파란 염료로 집을 다시 칠하며 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었고, 덕분에 마을 곳곳에서 사람들의 살뜰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쉐프샤우엔에서는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꼭대기의 현지인 집에서 묵었다. 마을 곳곳을 구경하면서도, 숙소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면서도, 모로코 사람들의 색채 감각과 예술 감각 그리고 인테리어 감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모로코에서의 마지막 밤, ‘카사블랑카(Casablanca)’ 카사블랑카는 스페인어로 ‘하얀 집’이라는 뜻인데, 도시의 이름처럼 하얀 건물이 많았다. 모로코 최대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인 이곳은 다른 도시들과는 확연히 다른 현대적인 모습이었다. 글로벌 기업들의 지점과 스타벅스 같은 프랜차이즈들이 즐비했고, 1912년부터 1956년까지 이어진 프랑스와 스페인의 분할통치 영향으로 유러피안 레스토랑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마지막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파인다이닝을 즐기고, 특산품인 아르간 오일을 구매하며, 여정을 마무리했다. 동양인 여성 둘이서 북아프리카 무슬림 국가를 여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더구나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에 빠지기 직전이라 더욱 긴장되는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평생 꿈꾸던 사하라 사막의 일몰과 일출, 도시마다 특색 있는 색채와 문화, 그리고 현지인들과의 특별한 만남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모로코인들의 뛰어난 색채 감각과 예술성 그리고 보수적인 사회 속에서도 피어나는 자유와 희망의 씨앗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2025년을 맞이하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금연 또는 금주하기, 외국어 하나 배우기, 여행 떠나기 등 저마다 소박할 수도 있고 거창할 수도 있는 새해 다짐과 신년 계획을 세운다. 작심삼일은 절대 금물이니, 동기부여가 절실하다! 동기부여 관련 영화를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거나,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국가대표(감독 김용화, 2009), 말아톤(감독 정윤철, 2005),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감독 로브라이너, 2008), 소울(감독 피트 닥터, 2021),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감독 벤 스틸러, 2013), 위플래쉬(감독 데이미언 셔젤, 2015), 인턴(감독 낸시 마이어스, 2015) 등의 영화들이 ‘주로’ 나온다(가나다 순).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걸 보면 검증된 영화임이 확실하니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새교육 1월호에서는 좀 더 따뜻한 신상으로, 신년 계획을 세울 때 동기부여가 ‘팍팍’ 되는 ‘최신’ 영화 4편을 준비했다(개봉일 순). 대한민국 모든 교사의 2025년을 응원합니다! 퍼펙트 데이즈(감독 빔 벤더스, 2024) _ 거창한 계획 따윈 필요 없다!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고 싶은 이들이라면 도쿄의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는 매일 반복되지만 충만한 일상을 살아간다. 오늘도 카세트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고, 필름카메라로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단골식당에 가서 술 한잔을 마시고,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어느 날, 사이가 소원한 조카가 찾아오면서 그의 반복되는 일상에 균열이 발생하는데…. 평범하지만 반짝이는 순간을 담은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개봉과 동시에 많은 이의 인생영화로 등극했다. 히라야마 자체인 듯한 절정의 연기를 보여준 일본 대표 배우 야쿠쇼 코지는 퍼펙트 데이즈로 제76회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의 연기를 두고 정성일 영화평론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당신은 야쿠쇼 코지와 똑같은 표정을 따라 지으면서 이 장면을 끝내지 말아 달라고 스크린을 향해 몇 번이고 말하고 싶어질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예술영화로는 드물게 13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야쿠쇼 코지가 15년 만에 내한해 한국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 영화로 널리 알려진 ‘코모레비’(木漏れ日)는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을 의미한다. 히라야마는 태양의 흐름에 따라 코모레비를 실천하는데, 스카이타워를 기준점으로 삼아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를 카스테레오에 집어넣고, 해가 흘러가는 방향에 맞춰 점심을 먹으면서 필름카메라로 일렁이는 햇살을 찍는다. 퍼펙트 데이즈의 연출은 베를린 천사의 시로 제40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사물의 상태로 제3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밀리언 달러 호텔로 제5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차지하며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세계적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이다. 2022년에 다큐를 찍고 싶다는 마음으로, 화장실이 등장하지만 화장실 이야기가 아닌 장편 극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시나리오를 쓰는 데 3주, 촬영은 17일 만에 끝냈다. 빔 벤더스 감독은 “언제나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일상 속의 규칙적인 리듬이 아름다운 이유는 모든 사소한 것들이 똑같지 않으며 매번 달라진다는 것을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퍼펙트 데이즈가 반복되는 일상처럼 보이지만, 작은 변주를 이루며 크나큰 공감과 위로를 선사하는 이유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딱’인 거장의 마스터피스. 리빙: 어떤 인생(감독 올리버 허머너스, 2024) _ ‘메멘토 모리’를 되새기며…, 작은 모험과 일탈이 알려주는 삶의 가치 “당신을 보고 기억났어요. 살아 있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중절모와 신문, 우산과 서류 가방. 매일 같은 시간 기차를 타고 런던 시청으로 출근하는 평범한 공무원 ‘윌리엄스’(빌 나이)는 병원에서 자신에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은 윌리엄스는 시청에서 맡은 임무를 그저 기계처럼 수행하며, 무미건조하게 살았던 지난날이 그저 한스럽다. 생애 처음으로 회사에 무단결근을 시작으로 일탈에 빠져드는 윌리엄스. 바닷가 휴양지에서 술과 노래에 취해 보기도 하고, 직장 동료였던 마거릿과 최고급 레스토랑에 가보기도 하며, 남은 시간을 만끽하고자 한다. 그러다 문득, 사무실 책상 한편에 먼지 쌓인 채 놓여 있던 서류를 떠올리고, 남아 있는 나날을 보낼 가장 찬란한 선택을 하게 되는데…. 해외 유수 매체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영화’로 화제를 모았던 리빙: 어떤 인생의 각본은 남아 있는 나날 등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가 맡았다. 자신이 평생 사랑해 온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2년 영화 이키루를 1950년대 영국 배경으로 리메이크하면서, 각본·기획·캐스팅을 모두 담당했다. 세트·의상·음악까지 과연 영화는 1950년대 영국 감성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여기에 영국의 국보급 배우 빌 나이가 윌리엄스 역을 맡아 인생 정점의 연기를 선보인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망가진 록스타,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의 선장 ‘데비 존스’, 어바웃 타임에서 다정한 아버지,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①에서 마법부 장관 ‘루퍼스 스크림저’ 등 장르를 불문하고 특유의 개성이 빛나는 독보적인 연기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아 온 빌 나이는 생애 처음으로 인생을 누리며 삶의 찬란함을 발견하는 윌리엄스 역으로 데뷔 47년 만에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빌 나이의 압도적인 연기에 대해 Deadline은 ‘빌 나이는 이 역할로 기억될 것이다’라고, San Francisco Chronicle는 ‘빌 나이가 전 세계인의 보물임을 입증하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모든 인간은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우리 대부분은 그 사실을 외면하거나 잊고 살아가지만, 리빙: 어떤 인생은 인생의 유한함에 직면한 한 노인이 어떻게 인생을 마무리하는지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Memento Mori. 새해 초, 죽음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다. 힘을 낼 시간(감독 남궁선, 2024) _ 자신을 찾기 위한 잠시의 여유…, 바로 여행이 필요한 이유 “길을 찾아가는 것이 어렵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작은 활동들 안에 담긴 여러 과정은 여전히 서툴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조마조마하다.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돼 버린 건 아닌지, 다시금 세상에 섞여 들어갈 수 있는 것인지….” 주목받지 못해 은퇴한 아이돌 ‘러브앤리즈’의 ‘수민’(최성은)과 ‘사랑’(하서윤), ‘파이브 갓 차일드’의 ‘태희’(현우석)는 끝없는 연습으로 쳇바퀴 돌며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고 데뷔까지 했지만,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은퇴 후 평균 나이 26세, 전 재산은 98만 원뿐. 세 청년은 학창시절에 갈 수 없었던 수학여행을 뒤늦게, 시끌벅적하게 떠나 보기로 계획하고 제주도로 떠난다. 연습생 시절 그토록 상상하고 원했던 수학여행인데, 첫날부터 가방을 잃어버리며 꼬이기 시작한다. 낮술을 먹다 시비가 붙기까지. 더 문제는 막상 여행을 왔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수민, 사랑, 태희는 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며 한국경쟁 부문 대상, 왓챠상, 배우상(최성은)까지 무려 3관왕의 영예를 안은 영화 힘을 낼 시간은 국가인권위원회의 15번째 인권영화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문화예술산업에 종사하는 청년들의 인권을 전직 아이돌 출신의 세 사람 이야기에 담으면서 K-pop 전성시대의 이면도 다루고 있다. 남궁선 감독은 “잡힐 듯 말 듯한 꿈이라는 가능성을 놓고 끝없이 이어지는 노동이 은퇴나 계약 종료로 끝날 때까지 비인간적으로 열심히 살다가, 그 가능성이 문을 닫고 나서야 마침내 진짜 삶 앞에 서게 되는 그 감각이 그렇게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라며 한국 아이돌 시스템이 현대 자본주의 노동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모두가 버텨내고 있을 감정들의 축소판임을 스크린에 그려냈다. 발목을 붙잡는 과거로부터 나아가 현재를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하는 잠깐의 여유라는 이름의 여행에서 세 청춘은 서로를 끊임없이 다독인다. 쾌활한 청춘 드라마지만, 젊은이들에게만 국한되는 영화는 아니다. 힘을 낼 시간은 현생의 부침을 겪어내고 매일을 살아내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많이 힘들지. 네 탓이 아니야. 힘을 내자’라며 오래도록 마음을 다독일 영화다. 메모리(감독 미셸 프랑코, 2025) _ 새해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면? 이들의 사랑을 눈여겨보길! 싱글맘 ‘실비아’(제시카 차스테인)는 뉴욕에서 딸과 단둘이 산다. 어르신들을 케어하는 돌봄센터에서 봉사하며 착실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녀에게는 어린 시절 잊고 싶은 아픈 기억이 있다. 어느 날 고교 동창 파티가 열리고, ‘사울’(피터 사스가드)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실비아에게 이끌린다. 결국 실비아의 집까지 따라온 사울은 말없이 집 앞에서 밤을 보낸다. 이튿날 아침, 실비아는 사울과 대화하며 그가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 남자, 왠지 예전에 만난 적이 있는 것 같다! 과거에 사울을 만난 적이 분명히 있다고 확신한 실비아는 며칠 후 그를 찾아가 따지기 시작하고, 자신의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사울은 그녀의 이야기가 혼란스럽다. 둘 사이의 오해가 풀리면서 사울의 가족은 실비아에게 사울의 간병을 부탁하면서 둘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하는데…. 잊지 못하는 여자와 기억 못 하는 남자가 만났다.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이지만, 이들에게는 각자 과거의 아픈 기억과 기억을 잃어가는 현실이라는 넘어야 할 난관이 있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인터스텔라(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2019)의 과학자로 깊은 인상을 남긴 제시카 차스테인이 실비아 역을, 이번 영화 메모리로 제80회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피터 사스가드가 사울 역을 맡아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을 선보인다. LA Times는 ‘어디서도 보지 못한 사랑 이야기’라고, Variety는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의 마음속에서 점점 더 크게 자리 잡을 영화’라고 평할 정도니, 올해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필람’(필수관람) 무비가 될 것 같다. 연출을 맡은 미셸 프랑코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한 젊은 거장이다. 애프터 루시아로 제65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 크로닉으로 제68회 칸영화제 각본상, 에이프릴의 딸로 제70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뉴 오더로 제77회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메모리는 날카로운 연출과 도발적인 메시지를 선보였던 미셸 프랑코 감독의 첫 번째 사랑 영화로, 최고의 배우들을 캐스팅해 최상의 연기를 끌어내는 탁월한 연출력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홍보사 ‘워너비펀’의 김영심 대표는 “모든 사람에게는 밝힐 수 있든, 밝힐 수 없든 자신만의 아픔이 있다고 생각한다. 메모리는 그 아픔까지도 보듬어주면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희망적인 러브스토리”라고 추천의 이유를 설명했다. 1월 22일 개봉. 사진 제공 정보 ● 퍼펙트 데이즈, 리빙: 어떤 인생 (주)티캐스트 / 메모리 포스터: (주)티캐스트, 스틸컷: 공식 예고편 갈무리 / 힘을 낼 시간 엣나인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