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표현하는 우리말에는 선잠, 단잠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꽃잠은 ‘아주 깊이 든 잠, 또는 신랑 신부의 첫날밤의 잠’이라는 뜻이다. 송기숙의 ‘녹두장군’을 보면 “젊은이들은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꽃잠이 들어 있었다”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여기서는 ‘피곤해서 아주 깊게 든 잠’을 꽃잠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김용택의 ‘꽃잠’이라는 시를 보면 “우리 오늘 난생처음 꽃 속에 꽃 산 되어 식구끼리 행복한 꽃잠 잘 때”라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 꽃잠의 의미는 말 그대로 ‘행복하게 깊이 든 잠’을 의미한다. “신랑이 너무 취해서 꽃잠도 제대로 못 잤다”, “고단한 채로 꽃잠을 자는 모습”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뜻만큼이나 고운 우리말 ‘꽃잠’,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해보자.
2006-05-04 10:12이번에는 ‘고빗사위’라는 토박이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고비’라는 말이 있다. 고비는 ‘일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나 대목, 또는 막다른 절정’을 가리킨다. “그는 죽을 고비를 여러 번 겪었다”, “추위도 한 고비가 지났다” 등으로 활용되곤 한다. 고빗사위의 뜻은 고비와 유사해보이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고빗사위’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매우 중요한 단계나 대목 가운데서도 가장 아슬아슬한 순간’이라고 설명돼 있다. 어떤 일의 절정 중에서도 최고조를 가리키는 것이다. 안태경의 시 ‘프리지어 꽃’을 보면 “프리지어 꽃 꽂아놓고 마주 앉으면 힘겨웠던 고빗사위 추억 속으로 밀어내며” 라는 부분이 있다. 이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영화가 한창 재미나는 고빗사위에 전기가 나갔다.” “내 인생의 고빗사위는 30대 중반이었다.” 이 밖에 ‘소설의 고빗사위’, ‘연극의 고빗사위’ 등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2006-05-04 10:02우리 토박이말 중에는 ‘마닐마닐하다’라는 말이 있다. 생소하긴 하지만 단어의 느낌으로 뜻을 대충 짐작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말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면 ‘마닐마닐하다’라는 단어는 ‘음식이 씹어 먹기에 알맞도록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는 뜻을 가진 형용사라고 되어 있다.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 한 부분을 살펴보자. “음식상을 들여다보았다. 입에 마닐마닐한 것은 밤에 다 먹고 남은 것으로 요기될 만한 것이 겉밤 여남은 개와 한 무리 부스러기뿐이었다.” ‘입에 맞고 말랑말랑한 것은 이미 다 먹어버렸다’는 뜻이다. 몇 가지 예를 더 들어보겠다. “며칠 전 따놓은 감이 마닐마닐해졌다.” “이가 안 좋은 어머니는 입에 마닐마닐한 것만 찾으셨다.” “과일이 마닐마닐하다.” 말랑말랑하거나 물렁물렁한 음식을 가리킬 때, 앞으로는 순우리말 ‘마닐마닐하다’를 기억해서 적용해본다면 어떨까.
2006-05-04 09:43논문 편집지침 구체적 설명 연구방법론 성태제 외 지음/ 학지사 산에 오를 때 등산로와 거리. 장애물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으면 즐거움이 배가 된다. 연구도 마찬가지다. 산전에 준비를 잘 해야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기대하는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경험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구방법론인 이 책은 연구주제의 선정부터 논문 작성에 이르기까지 연구수행에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다뤘다. 특히 연구자의 윤리를 강조, 독립된 장으로 구성했으며 논문의 편집지침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또 다양한 연구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고급통계를 포함하고, 각 통계적 방법들의 사용목적, 기본가정 및 분석결과의 서술 방법도 알려준다. 미국 미술교육의 고전 어린이와 어린이 미술 엘 허위츠 외 지음/ 예경 미국 미술교육 관련학과의 고전적 텍스트로 출간 후 개정 7판까지 거듭하며 어린이 미술교육에 관한 다양한 이론과 방법을 소개해온 책. 미술교육의 기초를 설명하고, 학습 대상자인 어린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살펴본 다음, 미술교육의 내용을 이루는 그리기, 만들기, 판화, 디자인 등 각 영역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장애아와 영재아에 대한 접근, 미술 교실의 구성과…
2006-04-25 15:16말 잘하고 글 잘 쓰는 사람. 부럽습니다. 같은 말을 하는데도 화를 부르거나 복을 부르는 화술의 오묘함. ‘세 치 혀’의 힘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도 그렇습니다. 아는 게 아무리 많아도 설득력 있게 전달하지 못하면 백만 지식이 무용지물이니까요. ‘펜’이 ‘칼’보다 강하다했습니다. 요는 ‘잘 통(通)해야’ 성공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서점가엔 대화와 협상의 기술, 논리적 글쓰기와 말하기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이 그야말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최고 권위자 하인츠 골트만이 40년 경험과 비결을 집대성한 '말하기의 정석'(리더북스)과 '대화의 심리학'(21세기북스) '성공하는 사람들의 대화술'(다연)처럼 전략적 차원의 말하기 요령을 제시하고 이해를 돕는 질문과 사례를 담은 것에서부터 성공하는 조직은 관용과 포용, 배려의 힘에서 탄생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똘레랑스'(성림),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맥스 M. 피셔 경영대학장과 캐나다 퀸스대 비즈니스 스쿨 학장이 제안하는 '최고의 협상'(스마트비즈니스), '전략적 협상가'(무한) 등 협상력을 키우는 안내서까지…. 글쓰기 지침서는 더 많습니다. '논리적이면서도 매력적
2006-04-25 14:18"42년의 교직을 어쩌면 이렇게 미련도 한 올 없이 헌 옷 벗어 던지듯 훌 훌 벗어던지는가.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았는가? 딴 곳에다 꿈을 두었던가? 아니다. 아니다. 결단코 아니다. 내 사랑은 아직도 저 총총한 눈망울 반짝이는 아이들한테 가 있다. 내 꿈은 저 아이들이다. 그러나, 그러나 내 삶은 그대로 감옥살이 42년! 이제야 나는 풀어 놓인 한 사람의 인간, 인간이 되었다." 이오덕 선생은 자신의 퇴임식 날 아침에 이렇게 썼다. 왜 그랬을까. 선생은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학생들을 마음껏 가르쳐보고 싶은데도 그것을 방해하고 있는 행정 환경을 가장 큰 까닭으로 꼽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두 가지를 선생 스스로가 행정 환경이라는 등살에 못 이겨 코를 꿰어 끌려 다니다시피 살며 가르치는 것, 오로지 성적 높이기만을 부채질하고 있는 학부형들을 지목했다. 그럼에도 선생이 굳이 그 옥살이 같은 교육 텃밭을 42년이나 떠날 수 없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역시 교육이 아니고는 우리 사회가 사람다운 사람이 사는 사회로 될 수가 없고, 아이들만이 우리 희망이란 생각을 물리칠 수가 없다. 내가 평생을 살아온 아이들의 세계-잘못된 교육 때문에 하루하루 병들어 가는 아이들의…
2006-04-25 11:03▶내 몸 안의 주치의 면역=몸 안에서 발생하는 면역을 만화와 일러스트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면역이란 무엇이며, 감기부터 시작해 홍역, 알레르기, 류머티스성 관절염, 암세포 등 각종 질병과 연관된 면역체계의 구조와 기능, 인체가 스스로를 방어하고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정교하고 복잡하게 움직이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하기와라 기요후미|전나무숲 ▶전기와 자기 밀고 당기기=물리 과목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한국물리학회 소속 교수와 교사들이 직접 집필을 맡았다. 중·고등학교 과학교과에 나오는 ‘전기와 자기’에 대해 교과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설명이 포함돼 있다. 생활 속 소재, 사진과 만화 등을 활용해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한국물리학회|동아사이언스 ▶선생님 미술이 재미있어요=초등 고학년들의 소묘, 수채화의 기본적인 단계를 제시하고 초등학생들의 발달에 가장 알맞은 미술 지도법을 알려준다. 흔히 접할 수 있었던 미술 도구는 물론 클레이 점토, 색모래, 컬러톱밥, 오아시스, 키친타월 등 최근 출시된 다양한 재료들을 종합했다. 또한 친절한 사진설명이 덧붙여져 있어 어린이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강
2006-03-16 15:162001년 미국 벨연구소 소속의 물리학자 얀 헨드리크 쇤이 나노 기술을 응용, 분자 크기만 한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이 논문 등 마이크로 전자공학과 나노 기술에 관한 논문 17편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실었습니다. 그러나 이듬 해 코넬대의 한 학자가 이 논문을 비롯한 쇤의 세 편의 논문에 실린 그래프의 모양이 거의 흡사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리고 쇤, 그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변명을 했습니다. "실수로 엉뚱한 그래프를 (학술지에) 보냈다"고…. 그 다음 벌어진 진상파악의 수순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상황 그대로였습니다. 벨연구소는 70여 년 역사 처음으로 외부에 의뢰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조사 결과 논문 17편 중 16편에서 결과 조작 등 부정이 드러났습니다. 물론 쇤의 공동 저자들은 “부정행위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놀라울 만큼 낯익지 않습니까? 지식의 사기꾼, 과학의 사기꾼(시아출판사), 역사의 사기꾼들(중앙M&B). 이 세 권의 책은 황우석 교수 스캔들 같은 사건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저자인 독일의 수의학 박사 하인리히 창클은 객관적 확
2006-03-15 11:19엄마는 초등학교 7학년 김정인 지음/ 서정시학 누구나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고 싶어 하지만 자녀 교육은 의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30년간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오면서 깨달은 사실들을 학부모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꾸몄다. 학부모에게 교사는 고마우면서도 부담스러운 존재며 교사 역시 학부모가 부담스럽다는 저자는 교사와 학부모는 가깝고도 먼 사이여야 한다고 말한다. 한 아이를 잘 키우려면 ‘가까운 사이’여야 하고, 모든 아이들을 한꺼번에 볼 때는 ‘멀리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 물러나 있을 때는 물러나 있고 가까이에서 협력할 일이 있으면 성심껏 돕는 것이 가장 현명한 태도라고 충고한다. 임진왜란과 김성일 김명준 지음/백산서당 ‘상사 황윤길과 서장관 허성은 소속된 당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쳐들어 올 것이라고 보고했고 부사 김성일은 일본이 쳐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부사가 속한 동인이 조정의 주력 세력이어서 부사의 보고가 채택되어 조선은 무방비 상태로 참혹한 전화를 겪었다.’ 이것은 사실일까. 저자는 풍부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김성일의 학문과 신료 생활, 임진왜란 발발 후 1년 동안의 그의 활동 등 거의 알려지지 않은…
2006-03-13 17:26“하느님, 피곤해요. 피곤하게 세상에 태어났나 봐요. 새벽닭이 울고 나서 벌써 멀리 나왔어요. 학교로 가는 길은 정말 가파라요. 하느님, 학교 안 가도 되게 해 주세요. 대신 아빠랑 서늘한 골짜기에서 밤이 뒤덮은 마법의 숲을 느낄래요. 학교는 모닥불이 들려주는 그런 얘기를 모르거든요.…아 하느님, 나 더 이상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요. 학교 안 가도 되게 해주세요. 제발.” 50년이 넘은 꽤 오래된, 어느 흑인 소년의 기도라지만, 지금 우리주변 어디에서도 들릴 것만 같은 기도다. 학교와 아이들의 삶은 이렇게 벌써 오래전부터 잘 맞지 않았다. 서로 이해를 못한 둘 사이의 간격은 점점 멀어지고만 있다. 그 이유는 뭘까. 독일 뮌헨 슈바빙 초등학교에서 25년 동안 교편을 잡은 교사 페에 치쉬는 공립학교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공립학교는 완성을 요구하고 그 때문에 아이들을 압박한다. 압박은 두려움을 생산해 내고 이 두려움은 폭력을 낳을 뿐이다. 폭력은 유연성을 잃게 하고 감정을 메마르게 한다. 두려움은 아이들을 어리석게 할 뿐이다. 공립학교는 아이들의 인성을 계발하고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기보다는 개별성을 부추기고 경쟁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런…
2006-03-13 1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