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지음|다산책방 펴냄 흔히 조선왕조실록을 거론하며 한민족을 기록에 미친 민족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 민족 말고 기록에 미친 민족이 또 하나 있다. 앵글로·색슨족이다. 정복자 월리엄이 영국을 정복한 후 세금 징수를 위해서 작성한 수천 쪽 분량의 토지 조사 기록 둠스데이 북은 오늘날까지 남아있다. 앵글로·색슨족의 기록에 대한 열정은 전기 문학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오죽하면 영미인들은 문학적 소양이 부족해 작가 평전을 집필할 때 쓸데없는 사소한 것까지 넣는다는 비판까지 있을 정도겠는가. 앵글로·색슨족이 남긴 작가 평전을 살펴보면 조선왕조의 사관이나 스토커처럼 평생 쫓아다니며 작가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기록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기록에 진심인 민족들 앵글로·색슨족의 작가 평전에 대한 열정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하다. 영미 문화권에서 도스토옙스키 연구 권위자로 인정받는 조셉 프랑크의 도스토옙스키 전기는 5권 전집으로 무려 2500쪽에 달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분량이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또 존스 홉킨스 대학 출판부에서 발간한 모비 딕의 작가 허먼 멜빌의 전기는 2000쪽이다. 기록을 좋아하는 우리 민족도 한 작가에 대한 평전이 이토록 방대한 사례를
2023-08-03 14:37최근 경남교육노조가 급식실 노동자의 산업재해와 건강장해 예방을 위해 산업안전보건 업무담당자로 보건·영양교사를 지정하고 과업을 준수토록 주장함에 따라 한바탕 혼란을 겪고 있다. 학교에 산업안전보건법(이하 ‘법’)이 적용된 후 학교에는 산업안전보건 전문가 없이 비전문가가 업무를 맡는 등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단체의 주장처럼 급식실 근로자의 안전 강화·담보를 핑계로 법으로 보호받아야 할 근로자를 법에도 없는 산업안전보건 업무담당자(또는 분임담당)로 지정하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 같은 주장은 학교에 법이 적용된 취지에 부합하지 않음은 물론 학교 현장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 학교 구성원 간 갈등만 조장할 뿐이다. 법에도 없는 요구 과도해 영양교사는 식중독으로부터 위생적으로 안전하고, 영양적으로 건강한 급식 제공 및 영양·식생활 교육 등의 직무 외에도 4세대 나이스 급식업무 전면 개편 등으로 인한 추가업무 수행으로 매우 힘든 여건이다. 여기에 학교에 법이 적용되면서 공문 등으로 인한 각종 행정업무뿐만 아니라 식재료의 분리보관, MSDS(물질안전보건자료) 비치 및 관리요령 게시, 기계‧기구 안전작동법 게
2023-07-31 09:10안타까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내 아들딸이 죽어가는데 지켜만 본 것 같아 절망하고 분노했다. 죽어가는 선생님을 보고도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사건이 발생한 학교를 찾아 국화꽃 한 송이를 놓으며 지금이라도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한 학교의 교육을 해야 하는 의무와 권한이 있는 당사자로서 더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진행형인 학교 현장의 아픔 선생님들의 아픔은 이미 예견됐다. 멀리서가 아니라 주변의 동료들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날 아동학대로 고소당한 동료 교장을 도와주고 있었다. 교장이 학교폭력 학생 지도를 직접 했다고 가해 학생의 보호자가 아동학대로 고소했다. 교장이 지도해서 학생이 정서학대를 당했고, 그 학부모가 고소를 취하하지 않는 한 경찰조사까지 갈 수밖에 없어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통화를 통해 함께 하면서도 참담했다. 이 교장 선생님은 학생지도를 앞장서서 하시며 선생님들에게 솔선수범하시는 훌륭한 교장 선생님이다. 우리 학교 선생님도 폭언, 협박, 공격당하고 있었다. 초등 6학년 학생들을 도맡아 지도하며 학부모와 동료 교사 등 모두가 참스승으로 인정하는 우리
2023-07-31 09:10이번 방학은 교사로서 이보다 더 가라앉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교사들이 집단행동을 위해 모이기 시작한 것을 보고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화나게 했을까, 근원적인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교사가 교직을 떠나야 알게 될까, 생각했습니다. 다시 한번 꽃다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선생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자기 치유 연수 필요해 이번 방학만은 ‘교사는 전문직이다’, ‘교육과정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라는 말과 함께 주어지는 톱-다운 연수보다는 우리 스스로 치유하고 스스로 자존감을 높일 연수와 연구의 시간으로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방학이 지난 후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희망합니다. 방학을 맞아 추천하고 싶은 연수, 연구 활동을 정리해봤습니다. 우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상담·치유 연수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법도 좋고 교육과정 연수도 좋지만, 교사로서 치유 받을 수 있는 시간을 우선했으면 합니다. 권영애 소장님의 교사 자존감을 살리는 마음 충전 연수, 교원의 지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셀프 심리학 연수, 상담전문가 이주영 선생님의 교사를 위한 치유, 선생님도 모르는 선생님 마음 연수
2023-07-27 16:40인구감소의 위기를 가장 빠르게 체감하는 곳이 우리 교육청이다. 실제 2018년 18만 명에 근접하던 강원도 내 학생 수가 2022년 16만 명 선이 됐다. 전체 초‧중‧고 학교 수도 줄었다. 학교 다닐 아이들이 없으면 학교가 문을 닫고, 교사가 설 자리를 잃게 되면 교육청도 존립할 이유가 없어진다. 말 그대로 강원교육의 ‘생존위기’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학교를 찾아 주민이 떠난다. 결국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총체적 문제는 학령 인구의 감소에서부터 시작한다. 특별자치도 시대를 맞이하는 강원교육의 모든 정책과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교육으로 어떻게 학령 인구 감소를 최대한 늦출 수 있는가? 학령 인구 감소 화두는 ‘학력’ 우선 지금 있는 학생들이라도 제대로 가르쳐 교육을 이유로 강원특별자치도를 떠나지 않게 해야 한다. ‘학력’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력 정책의 시작은 학생들이 스스로 성장하는 기쁨을 깨닫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실에서 수업이든 관계든 소외되는 학생이 없어야 한다. 그러려면 학교는 모든 학생이 해당 학년이나 학교급에서 갖춰야 할 기초기본학력을 충분히 갖추게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 이 부분은 이
2023-07-17 09:10미국 오픈 인공지능(AI)이 출시한 생산형 AI ‘챗GPT’가 큰 돌풍을 일으키며, 인류 문명과 산업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AI에 의한 혁명적 대격변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5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제 챗GPT 사용은 선택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필수가 될 전망이다. 챗GPT를 개발한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는 최근 우리나라를 찾아 대통령과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은 글로벌 AI 생태계의 리더가 될 자질을 갖춘 국가”라고 말했다. 위기와 기회 공존하는 시대 맞아 우리나라가 글로벌 AI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많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AI 인재 양성이다. 그런데 최근 각 대학에 AI 관련 학과가 늘고 지원자는 몰리고 있지만 제대로 가르칠 교수, 시설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미국이 MIT의 AI 대학원 설립에 약 1조 원을 투자하고, 중국은 향후 5년간 AI 전문가 500만 명 양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보도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난 2016년 동국대 신나민 교수팀이 서울시내 초‧중‧고 학생 749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과 미래교육’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 결과 40
2023-07-17 09:10요즘 책을 읽어주는 교장 선생님들이 많아졌습니다. 평소에도 읽어주시고, 입학식이나 졸업식에서 읽어주는 분들도 아주 많아졌습니다.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교장 선생님들이 책을 읽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교장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는 행위 자체도 영향력이 크지만 ‘교장 선생님까지 책을 읽어준다’라는 의미에서도 그렇습니다. 또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는 것과 부모님이 책을 읽어주는 것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의미로서도 그렇습니다. 아이들의 입장으로 보면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것,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는 것도 의미가 큰데 여기에 교장 선생님까지 같은 활동을 하는 것은 ‘책을 읽어주는 게 매우 중요한 일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대통령도 책 읽어주기 나서 미국에서는 대통령도 주기적으로 학교를 방문해서 책을 읽어준다고 하죠? 이것은 대통령의 권위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대통령까지 책을 읽어주는 나라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요? 여러 사람이 책을 읽어주며 ‘얘들아, 책을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니 틈틈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라고 권유하는 것입니다. 교육적 효과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 읽어주기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룰 수…
2023-07-13 16:13대한민국 교실은 2000년 전 동서양 철학자들이 삶의 필수 불가결 요소로 여겼던 중용의 가치를 상실한 곳이 되어 가고 있다. 학생을 올바른 성품을 지닌 어른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교사의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폄훼해 신고하고, 담임 교체나 직위 해제 등의 수모까지 겪게 하는 것이 현재 현장의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사를 성직관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에 따른 희생을 요구하나 이것에 대응하는 권한이나 대가는 점차 미미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사들은 생활지도에 대한 부담을 넘어 공포를 느끼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생활지도권 강화 현장에 큰 힘 현장의 생활지도 붕괴는 곧 공교육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생활지도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생활지도에 자신의 명운을 거는 것보다 직업을 내려놓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교사에게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수업을 방해하거나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등의 행동으로 생활지도가 필요한 학생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선의의 피해 학생이 발생할 것은 매우 자명하다. 교실은 단순히 지식만을 습득하는 곳이 아닌 사회인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과 가치를 배우는 곳이지만, 책임만 늘어나고 권한
2023-07-10 09:10“체인지 교육 후 애들이 확 바뀌었어요. 특히, 희아는요.” 그날 평가회는 고 팀장의 격앙된 목소리로 시작됐다. 체인지 교육은 꽤 유명한 국제후원단체에서 운영하는 활동이다. 10년을 훌쩍 넘겼다. 고맙게도 효과가 크다. 이 활동엔 가난한 한부모 또는 조손 가정의 아동들이 참여한다. 이래저래 마음 다친 애들이 많다. 활동 초기에 애들은 지도자와 상담사의 눈치를 많이 본다. 참여하길 꺼린다. 또래 갈등도 잦다. 하지만 한 학기 내에 싹 달라진다. 심신이 밝게 성장한다. 문제 해결력도 커진다. 공감과 배려를 통해 인성 배워 특히 희아가 그랬다. 늘 표정이 어둡고 말없이 힐끔힐끔 눈치만 살피던 아이 그래서 또래와 겉돌던 아이였다. 그 희아는 이제 ‘방글이’가 됐다. ‘수다쟁이’란 별명도 덤으로 얻었다. 바람직한 변화는 그 가정에도 생겼다. 희아 엄마는 오랜 세월 방안에서 은둔했다. 하지만 딸애의 달라진 모습을 느꼈고 마침내 방에서 나왔다. 그리곤 용기를 내 체인지 교육을 참관했다. 깔깔대며 또래와 어울리는 딸아이를 지켜보는 내내 흐느꼈다. 몇 년 만에 보는 딸아이의 밝은 모습에 감격해서다. 이제 그녀는 은둔생활을 털고 마트에 취직했다. 체인지 교육은 전인교육…
2023-07-10 09:10최근 교육부는 급격한 환경변화 속에서 미래 사회를 선도할 인재를 양성하고, 사회적 난제 해결을 통한 국가 발전을 위해 공교육의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진단과 함께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놨다. 행정업무 경감 선언에 그쳐선 안 돼 이 방안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교육경쟁력을 높이고 창의력을 갖춘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잘 담았다고 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디지털 기반으로 학교 교실 수업을 혁신하여 잠자는 교실을 깨우고, 수년 동안 등한시했던 학업성취도 자율 평가 확대, 국가가 학생들의 기초학력과 기본인성을 책임지는 교육 강화, 교원정책을 현실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였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히 교원의 행정업무 경감에 따라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기대된다. 담임 및 보직교사 수당 인상은 효율적인 방안일 뿐 아니라 교원들의 관심도가 높아 향후 추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교원 행정업무 경감은 선언적인 방안 제시에서 탈피해야 한다. 정확한 직무분석으로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업무는 과감히 폐지 또는 이관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학교 행정실과 교원 간 업무 분석, 학교 내의 다양한 지원인력과 교원들과의…
2023-07-03 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