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등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직무연수에서 특강을 했다. 초등 수준에 맞는 진로교육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처음부터 분위기가 무거워 강의를 진행하는데 진땀이 날 지경이었다. 학부모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경우,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에서는 웃음을 터뜨리고 때로는 손뼉을 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선생님들은 그 어떤 말씀을 드려도 쉽게 웃음을 보여주지 않았다. 도대체 이 분들의 웃음을 누가 앗아갔단 말인가. 단순히 웃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면면마다 일상의 녹록치 않은 현실이 진하게 배어나왔다. 연수에 집중할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현장의 피로감,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이맘때만 되면 받아보는 성적표(교원능력개발평가)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식뿐 아니라 올바른 삶의 자세와 방향에 대해서도 가르친다. 그리고 학교생활의 총체적인 내용을 담는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그 평가를 구체화한다. 모든 교사들이 그렇듯 학생들의 생활을 평가하는 학생부에는 아이들의 장점과 발전 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서술하게 된다. 단점이 있어도 불러서 타이르지 굳이 장래에 영향을 미칠 문구를 쓰는 것은
2012-11-24 15:14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약속을 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개 바쁘고 각박한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의 ‘목숨을 건 약속’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안창호 선생은 상해에 있을 때 한 소년에게 5월에 있을 소년단 행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지키기 위해 소년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당일 윤봉길 의사의 상해공원 의거로 애국지사 검거령이 내려졌다. 안창호 선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상해에 갔다가 일본 순사에 잡혀 3년간 복역하면서 고초를 겪었다. 안창호 선생의 ‘목숨 건 약속’ 요즘 사람들의 시각에서 볼 때 융통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일화는 “정직과 성실만이 나라를 구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안창호 선생의 의지와 약속의 소중함을 보여준다. 이렇듯 약속의 의미를 강조하는 이유는 12월19일 치러지는 대선과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교육공약 때문이다. 개인끼리의 약속조차도 그토록 중요한데 정부나 정당, 후보자 등이 어떤 일에 대해 사회공중(公衆)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하는 공약(公約)은 더더욱 무거워야 하지 않겠는가. “이념보다는
2012-11-19 16:35청소년정책이 국가정책으로 추진된 지 어느덧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청소년기본법이 제정되고 청소년정책을 담당하는 중앙부처인 체육청소년부가 생겨났으며 청소년수련관, 청소년수련원, 청소년 문화의 집 같은 청소년시설이 만들어졌고 청소년지도사, 청소년상담사 등 청소년 지도인력이 생겨났다. 청소년기본법에 근거해 5년 단위로 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청소년정책은 법·제도·인프라를 갖춘 국가정책의 하나로 위상을 정립해 왔다. 인성교육 강화가 가장 시급 청소년정책은 이처럼 제도적인 외곽을 갖추고 독립적인 정책 영역으로 성장해 왔으나 그동안 청소년정책의 공과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청소년과 관련된 여러 지표들은 정책의 목표였던 청소년들의 균형 있는 성장과는 거리가 먼 결과를 보여주고 있고 궁극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는 청소년들의 행복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동시에 여성가족부나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해 여러 부처에서 청소년 사업이 꾸준히 이뤄져 왔지만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대선 이후 내년부터 5년에 걸쳐 추진될 청소년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가늠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할
2012-11-19 16:33언제부턴가 ‘학교붕괴’, ‘교실붕괴’, ‘교육포기’, ‘학교폭력과 왕따’라는 말들이 난무했다. 이 말들 속에는 교육의 가장 근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제관계’의 붕괴 내지는 포기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사제관계의 붕괴는 곧 교육의 붕괴를 의미한다. 국가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는데, 교육이 붕괴되고 있음은 국가의 미래가 붕괴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에 사제관계의 회복은 교육의 회복, 나아가 국력의 회복을 의미한다. 교육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고 국가의 미래를 복원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사제 간의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바람직한 사제는 우정 관계 그러면 이 같은 사제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우리는 그 해답의 일부를 신학자이자 실존주의 철학자인 부버(Martin Buber)의 ‘만남’에 나타난 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 부버는 바람직한 사제관계를 우정의 관계라고 표현한다. 이것은 구도적 동반자(求道的 同伴者) 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상하관계로 보지 않고 진리와 삶 앞에 적나라하게 서 있는 동등한 구도자의 관계로 보는 것이다. 이 때 교사가 학생이 되기도 하고, 학생이 교사가 되기도 한다. 진리
2012-11-19 16:30서울교육감이 아무리 소통령이라 하더라도 짧은 임기동안 공교육을 살리고, 교사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폭력도 없는 완벽한 교육환경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기존의 교육정책, 교사, 학부모, 학생들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교육감은 되지 말아야 한다. 불명예퇴진한 전임 교육감들의 상처가 서울시민 전체에게 아직도 남아있는 지금, 새로운 교육감에 대한 열망은 교육에 대한 기대만큼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선거를앞둔 시민의 입장에서 인물을 검증하거나 제대로된 공약을 접할 기회조차 없이 무조건 단일화된 후보라며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선거와 맞물린 이번 선거는 인물과 정책검증 없이 선택할 가능성이 많아 기존 불명예 퇴진한 교육감들에 대한 상처를 불식시키는데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선출되는 교육감에 대한 기대는 저버릴 수 없기에 몇가지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학부모들의 노후를 저당잡힌 망국적 사교육비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처가 있어야 한다. 보육과 돌봄으로 이어지는 저학년의 경우 방과후 시간이 많아 사교육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많지만, 현재의 방과후 수업으로는 충분치 않다. 게다가 어려서부터 길들여진…
2012-11-19 16:27대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국은 혼전 양상이고, 국민 앞에 정책을 내놓는 후보들은 저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목소리로 정치 쇄신을 논하고, 경제민주화를 약속하며, 일자리 창출과 복지 확대를 통해 삶에 지치고 고된 서민들에게 안락함을 주겠다고 꾀꼬리처럼 말하고 있다. 그렇다. 위의 문제들이 현재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교육 문제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함을 각 후보들이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교육정책을 우선순위의 상위권에 올려놓고 우리 교육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이해하고 있는 후보는 단 한 사람도 없다.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후보들의 한계다. 교육이야말로 나라발전의 성장 동력인데 그 어떤 후보도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현재 우리 교육의 심각성을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며, 문제개선의 시급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학교와 교사의 권위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학생들은 감성이 메마르고 인성이 피폐해져 쓰러져가고, 학부모는 사교육비로 무겁고 지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교육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는 있는가. 무너져 가는 우리의 교육을 바로 세우려는 후보는…
2012-11-19 16:17환경부가 주최하고 한국교총과 환경보전협회가 주관한 환경교육 우수지도안공모전이 있었다. 이번 공모전은 ‘학교 환경교육 및 학교 녹색실천 활성화’라는 주제로 주5일 수업제 실시에 따른 토요프로그램 수요 증가와 학교폭력 예방 등 학교현장의 문제를 환경교육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창의적인 수업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진행됐다. 전국에서 많은 교사들이 응모했고 10월에 응모자들 중에 대상부터 우수상까지 총 10명의 교사에게 해외연수 기회가 주어졌다. 연수는 일본의 앞선 환경 교육을 견학하고 학교 현장에 접목시킬 수 있는 효율적이고 발전적인 환경교육을 고민할 수 있도록 준비됐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기타큐슈시의 환경 박물관이었다. 박물관하면 흔히 갖고 있는 이미지는 자료들을 전시하고 그것을 둘러보고 나가는 정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기타큐슈시에 있는 환경 박물관은 환경학습센터, 환경정보센터, 환경활동센터의 3가지 기능을 가진 교육 장소로 지역 주민들과 학생들이 활발하게 살아 숨 쉬며 활동하는 박물관이었다. 기타큐슈시는 산업도시로서 발달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폐수와 공기오염으로 인해 사람이 살아가기 힘든 죽은 도시가 됐던 과거가 있는 곳이다. 한 어부가 근해 앞바다
2012-11-19 16:15수능날 새벽은 왠지 모를 긴장감이 밀려온단다. 감독관으로 너희들의 그 투혼이 담긴 현장을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긴장되거든. 감독 업무를 마치고 교문을 나서며 마주친 너희들의 뒷모습에서 묘한 여운을 느꼈단다. 길게는 12년, 짧게는 3년 동안 졸린 눈을 비비며 이 날만을 향해 달려왔던 그 험난한 과정을 감안하면 얼마나 속이 후련할까 하는 기대보다는 결과에 대한 부담감으로 오히려 어깨가 쳐진 것 같아 안쓰러웠단다. 아직 기회는 열려있다 지금쯤이면 가채점을 통해 자신의 성적을 확인했겠지. 언론에서는 언어와 탐구가 평이했고 수리와 외국어가 어려웠다는 반응인데 예상보다 점수가 잘 나왔으면 여유를 갖겠지만 반대로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했으면 허탈감에 빠질 수도 있을 거야. 행여나 시험을 망쳤다면 아마도 지금이 시험을 준비하던 그 순간보다 더 힘들고 그래서 더 고통스러울 거야. 그렇지만 알다시피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잖니. 수시 2차 모집 원서를 접수하는 대학도 있고 특히 논술이나 적성검사를 실시하는 대학에 지원하면 막판 뒤집기도 가능하단다. 정시모집에서도 특정 영역의 성적이 낮으면 그 영역의 반영 비율이 낮거나 아예 반영하지 않는 대학을 찾으면 되고, 표준
2012-11-15 20:244일 교과부는 ‘학생보호 및 학교안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학교방문 외부인의 출입증 패용 의무화 ▲2015년까지 일정 규모 이상 모든 학교에 경비실 설치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학교 CCTV를 최소 51만 화소 이상의 고화질 기기로 교환 ▲학교 교사(敎舍) 자동개폐 출입문 운영 개선 ▲안심알리미 서비스 ‘SOS 국민안심서비스’ 전환, ▲경비원, 배움터지킴이 등 학생보호인력 운영 내실화 ▲학교 안전에 대한 교육감 및 학교장의 책무성 강화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학교현장은 이를 크게 반기는 반면, 일부 학부모단체는 교육주체 중 하나인 학부모의 학교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번잡하다며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바로 학부모들의 자녀인 학생 안전이다. 2009년 강원도 춘천 모 여고에서 발생한 20대 정신병력자의 3차례 무단 침입 행패, 2010년 서울의 ‘김수철 사건’, 지난 9월 서울 모 초교에서 발생한 10대 정신병력자의 초등생 ‘묻지 마’ 폭행, 5일 경기의 한 고교에 만취한 10대 3명이 난동을 부린 사건 등의 충격적인 사건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학교가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임에
2012-11-14 12:56비정규직 노동조합연합체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9일 하루 총파업을 한다고 선언했다. 학교회계직원 노조는 일반공무원과 달리 노동법을 적용받고 있어,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파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러나 교육이 이뤄지는 학교라는 배움터에서 이익과 권리 쟁취를 위한 도구로 미성숙한 학생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점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현재 학교회계직원은 50여개 직종, 15만여 명으로 노조가입은 3만50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이중 급식종사원(영양사, 조리사, 조리원)이 6만5000여 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교무보조 1만3000여 명, 특수교육보조 6700여 명, 과학보조 4800여 명 등이다. 따라서 파업으로 가장 피해가 우려되는 부문은 바로 학교급식이다. 급식대란으로 이어질 경우 학교현장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 자명하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파업참가자에 대한 무노동 무임금, 불법행위자에 대한 엄정한 행정조치 적용 등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가깝다. 특히 자원봉사자나 학부모 동원 등 대체인력 투입이 불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는 점은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규정하고…
2012-11-08 2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