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격도 안 되는 학생이 내신성적과 관련해 종종 상을 받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 교육계 안에도 야합과 불공정 거래가 난무하고 있다. 특정 단체들이 세력을 형성해 단체에 속한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실권을 가지고 있는 자들과 야합해 자신들의 영리를 최대한 취하고 있다. 수상, 담임배정, 교과배정, 그리고 여러 분야의 공적인 일에도 개입해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그 피해는 성실하고 정직한 교사들이 입게 되며 더 큰 피해는 학생들이 입고 있다. 야합하지 못하고 불의를 지적하는 교사들은 따돌림을 당하거나 불이익을 받는다. 교육에 열심이고 학생에게 헌신하는 교사가 상을 받고 존경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교육개혁은 이런 야합과 불공정 거래부터 발본색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리고 형식적인 안사자문위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를 제도적으로 강화해 소수 실권자나 어떤 단체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계의 실권자들은 교육철학도 없는듯하다. 어떤 단체가 압력행사를 하면 주체성과 이성을 잃고 야합과 불공정 거래를 서슴지 않고 자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학교현장은 완전히 황폐화됐다. 학생들은 무질서를 배우고 예의를 잃고 있으며…
2001-04-23 00:00회식을 마치고 나온 골목에는 그날 장대비가 내렸다. 우산이 없어 처마 밑에서 한참을 서 있던 내 앞에 제법 체격이 큰 청년이 우산 두 개를 내밀었다. 몇 년 전 수원 S고에 재직할 때, 불미스런 일로 학교를 그만 둔 신 군이었다. 신 군은 당시 2학년이었고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러던 신 군은 담배를 피우면서 교무실을 자주 드나드는 신세가 됐다. 그것이 나와의 인연을 맺어준 계기가 됐다. 신 군의 지도를 자청한 나는 두어 달 동안 함께 얘기도 하고, 식사도 하면서 순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후 신 군은 별 말썽 없이 지냈고, 3학년을 맡은 나도 그 때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리고 몇 달 후. 신 군이 자전거를 훔친 절도죄로 경찰서에 잡혀 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그럴 리가….' 정말 어이가 없어 나는 담임교사의 등을 밀다시피 해 경찰서로 갔다. 신 군의 두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아이를 바라보면서 `좀 더 잘 지도했더라면…'하는 무력감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검찰에 이송될 때까지 나는 경찰서에 드나들며 신 군을 만났고 청소년 전담 검사님의 호의로 `책임 감화시키겠다'는 각서를 쓰고 신 군을 데리고 나왔다. 학교에서는 검찰청까
2001-04-23 00:00얼마 전 대통령과 함께 교육부총리 및 교육인적자원분야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공교육의 위기에 대해 고민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한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인적자원개발의 최대 과제가 공교육을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있다고 지적했으며, 한완상 부총리는 공교육 부실의 위기감을 보고했다고 한다.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었지만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다만 한 부총리는 2004년까지 1099개의 학교를 신설하고, 2만 2000명의 교원을 증원하겠다는 교육여건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사실 수도권 및 대도시에 학교 부족난을 해소하고 교원을 증원하겠다는 과제는 어제 오늘에 대두된 문제가 아니다. 늘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대명사로 지적되어 온 사안이다. 공공시설 중 교육부문의 시설이 절대량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 수준이 가장 전근대적이라는 것은 더 이상의 수식이 필요없다. 교원당 학생수도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당연히 교원의 근무부담이 가장 많다는 것을 시사받을 수 있다.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기간산업의 육성이 중요한 것처럼 교육발전을 위해서도 기본적인 교육여건의 완비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부족되는 시설과 교원의 확충은 노동집약적인 교육산
2001-04-23 00:00한국교총이 교원들의 연구 풍토를 조성해 전문성을 신장하고 궁극적으로 학교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1952년에 충남 공주사범 부속초등학교에서 제1회 대회를 시작한 현장교육연구대회가 올해로 마흔다섯 회를 맞이했다. 우선 올 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비롯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한 교원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현장교육연구대회는 그 동안 우리 교육이 처해온 시대상황에 걸 맞는 내용을 주제로 삼아 이를 연구·실천하는 운동을 펼침으로써 이 나라 교육을 한 차원 높게 끌어올리는 데 기여해왔다. 그 동안 이 대회를 통해 탄생한 우수 연구보고서만도 한해에 1000여 편 이상씩 45회에 걸쳐 수만 편에 이르고, 연구대회를 거쳐간 수많은 인력들이 학교현장과 교육행정기관 및 연구기관 곳곳에서 경륜을 발휘하고 있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불혹을 넘어선 이 대회는 그 역사와 수준 면에서 명실공히 교육계 최대. 최고의 대회로서 교육발전에 밑거름이 되어 왔다. 그러나 전문직 단체인 교총이 자발적 자율적으로 추진해 온 이 대회가 간혹 극히 일부 교원들의 부도덕한 행위로 인해 표절·모작 논란에 휘말리는 등 연륜만큼이나 영광의 한편에 불신의 시선이 도사리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
2001-04-23 00:00농촌진흥청의 인터넷 게시판과 농업기술관련 질문란에 올라오는 글에 답을 자주 하고 있는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상담위원 중 한 사람이다. 요즘은 학교에서 초등학생들과 중학생들에게 내주는 숙제와 관련된 질문들을 자주 접한다. 그런데 질문 내용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것 같다. 예컨대 이런 질문들이 자주 올라온다. "우리 나라에서 식량의 안정적 생산 및 공급방법", "우리 나라 농촌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농업에 이용되는 생명공학기술의 종류와 특징" 등. 이런 질문에 대해 어린 학생들에게 어떤 답을 해주어야 할지 아주 난감하다. 이런 과제들은 중학생들이 농업과 관련해 스스로 궁금하게 여길 만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누구나 알아야 할 내용에 대해 우선 공부시키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예를 들면 작물은 땅에서 무엇을 구하는지, 같은 땅에서 작물을 여러 해 동안 재배하면 토양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같은 땅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을 때 어떻게 하면 땅의 성질이 크게 나쁘게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지, 음식을 남겨 쓰레기를 많이 발생시키는 일과 농사와의 관계는 어떤 것인지 등과 같이 농사를 잘 지으면서 땅을 잘 보존하기 위해 알아야 할 일이 초등학생
2001-04-16 00:00전북도교육청이 일선학교에 장학사를 보내 수업참관과 학사운영을 점검하는 장학지도 일정을 잡은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 장학지도도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게 진행되나 보다. 장학사의 전공과목과 같은 교사의 수업을 참관하고 담당교사의 서류 브리핑을 통한 장학지도가 그것이다. 이런 방식은 보여주기에 불과한, 속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에 불과하다. 방문일을 미리 알리지 말고 불시에 찾아와 평소 수업모습을 보고 이런저런 학사운영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지적할 것이 있으면 지적하고, 문책할 것이 있으면 문책해야 한다. 날을 잡아 놓고, 그러니까 만반의 준비를 하게 하고 도대체 무엇을 지적하고 지도하겠다는 말인가. 올해 장학지도에는 새로운 과제가 하나 더 추가돼야 한다. 바로 특기적성교육을 가장한 변태적 보충수업실태 점검이 그것이다. 교육부가 교과관련 특기적성교육을 허용했지만, 그러나 과거의 보충수업을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예컨대 부교재를 일괄 구입·활용하는 문제풀이식 특기적성교육은 금지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덮어둔 채, 정해진 교실에서 수업을 참관하고 잘했니 못했니 하는 것은 요식행위일 뿐이다. 3학년 교실에서는 금지된 문제풀이식 수업이 `열나게' 진행되고 있는데, 장
2001-04-16 00:00국회는 2일 임시국회를 개원하고 3일부터 6일까지 국회 교섭단체 3당의 대표연설을 실시했다. 이들 연설은 각 정당들이 오늘날 우리의 교육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국가가 해결해야할 최우선 교육 과제를 무엇으로 보고 있는지, 이의 해결 방향으로 어떤 제안을 하고 있는지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한 목소리로 우리 교육의 심각한 문제로 공교육의 붕괴, 사교육비 지출의 부담, 교육정책의 일관성 결여 등을 들었다. 여기에 한나라당은 매년 변경되는 대입제도와 수능시험의 혼란을, 자민련은 교육투자의 절대부족을 추가하였다. 모두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민주당만은 그간의 몇 가지 실적만 나열했을 뿐 구체적인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3당이 모두 한결같이 국가가 해결해야할 최우선 교육과제로 `공교육의 정상화'를 들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집권당의 체면 때문에 문제점을 언급하지 못했지만 오늘날 우리 교육문제의 심각성을 그나마 인식은 하고 있는 것 같다. 교육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각 당이 공통적으로 교원, 교육재정, 대학입시에 두고 있는데, 이는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들과 관련된 문제만 해결되
2001-04-16 00:00교육부는 현재 7차교육과정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교과를 담당할 교원인력 충원을 위해 현직교원에게 부전공 연수를 확대 실시하고 있다. 부전공제는 전공과의 인접 또는 관련과목에 해당하는 교과의 부전공 연수를 받도록 하면 해당 교과에 대한 기본적 자질과 능력을 함양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범대학 등 교원양성기관의 부전공제도 역시 교과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능력을 갖추는데 부족하지 않을 학점을 이수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교과담당 인력에 대한 파악과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한채 7차교육과정을 현장에 적용하다보니 교원인력의 재배치를 위한 부전공 연수가 무리하게 운영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에처해 있다. 필요한 교과 인력을 충원하기에 급급해 교사개인의 자질이나 적성을 묻지 않고 필요한 인원을 할당식으로 연수자를 지명하고 있는 점이 큰 문제다. 교원들도 자신의 적성과 능력보다는 자격을 따놓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부전공 연수를 희망하거나 차출에 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도교육청에서는 우선 수업을 할 자격교원을 교실에 투입해야하기 때문에 단기간의 연수를 급하게 실시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여름·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하루 8시간의 집
2001-04-16 00:00요사이 어린 아동을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영재교육이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내 아이가 혹시 영재성을 가지고 있지나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해서 일수도 있고 내 아이가 영재성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나 하는 걱정에서 아마 그럴 것이다. 그 이유는 내년 3월 영재교육진흥법이 시행됨에 따라 전국의 16개 과학고 중 일부가 영재교육을 담당하는 영재학교로 전환되게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학부모들은 그들의 자녀들을 영재학교에 입학시키고 싶어하는 것 같다. 또 여러 신문과 방송들은 영재교육에 대한 특별 칼럼과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여러 관심있는 전문가와 학부모들을 참여시켜 영재교육에 대한 찬·반의 의견을 개진하도록 유도하였다. 영재교육에 관한 의견들은 다양하지만 이들의 의견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보면, 우선 영재교육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은 대체로 이렇다. 첫째, 영재교육은 우리의 고질적 사회문제인 과외를 부추길 수 있으며, 둘째, 일반학교가 영재학급을 편성하게 하면 열등한 학생들에게 위화감을 조장할 수 있다. 셋째, 수월성의 추구라는 깃발아래 보통교육을 무시하고 엘리트 중심교육을 강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2001-04-16 00:003월초 어느 날, 학교 화장실을 좀 바쁘게 정리하는데 묻은 때가 아무리해도 잘 지워지지 않는 곳이 있어 고심하고 있었다. 그 때, 고학년 남학생 중 한 아이가 들어왔다. 나는 "얘야, 너 교무실에 가서 내 책상 위에 놓인 연필 깎는 칼 좀 갖고 오겠니?"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아이는 "어데요?"라고 반문했다. 나는 계속 "내 책상 위에 있다니까"라고 짜증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그 아이는 계속 "어데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몇 번을 반복하다가 나는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어 그 아이를 자세히 살폈다. 그러고 나서 나는 그 아이가 보통 아이들보다 지능이 약간 떨어져 매사에 언행이 더딘 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순간 나는 `그러면 그렇지. 너니까 그렇지'라는 생각으로 "이 녀석! 그것도 못 가져오니?"라고 다그쳤다. 그랬더니 그 아이는 "책상 위 어디, 어찌 놓였는지 가르쳐 줘야지요"하는 것이 아닌가. `아차! 바로 그것이었구나' 나는 그 순간 이 아이가 단숨에 가지 않고 계속 반문한 이유를 알아챘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이 아이에게 보통 아이들에게처럼 말한 잘못은 모르고 아이의 행동만을 보통 아이와 비교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제야 나는 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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