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생활 만 11년을 넘기면서 딱히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나도 매를 들게 됐다. 사랑의 매 말이다. 그런데 그와 때를 같이하여, 습관적으로 그 매에도 글을 써넣는 버릇이 생겼다. 제일 처음에는 그저 평범하게 `사랑의 매'라고 적었다. 그러다 TV 광고에 스님이 죽비를 들고 후려치는 장면을 보고 `그래, 바로 저 정신이야.' 싶어 당장 `죽비소리'로 고쳤다. 그 후 신문에 이규태 칼럼을 보고 느낀 바가 있어 `서당 빗자루'로 명명했다가 최근에는 습관적인 매는 경계하자는 뜻의 `三思一言'에서 착안해 `三思一打'라고 써넣었다. 그런 나의 행동에 아이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학년초부터 아침 자습시간을 이용해 한자 쓰기를 지도하면서 생긴 일이다. 하루는 반 아이 한 명이 잘못한 일이 있어 매를 들일이 생겼다. 아이들을 향해 몇 대를 때렸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無思萬打!'라고 소리치는 게 아닌가. 그 후에도 어쩌다 매를 자주 들 일이 있어서 그 때마다 "내가 요즘 매를 자주 드는 편이지?"하고 아이들에게 묻곤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거의 無思萬打 수준입니다. 선생님."하며 저희들끼리 웃곤 한다. 어찌 보면 내 매에 씌어진 글을 보
2001-01-29 00:00이돈희 교육부장관이 교육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정책 워크숍에서 교사들의 안일한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그 내용의 요지는 `교사들이 수업연구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주 족집게 장관이다. 기가 막히게 맞췄다. 역시 학자 출신 장관이라 그런지 상황 분석력이 뛰어나다. `교사들은 정년을 보장받고 있는 데다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돌아가는 이득이 별로 없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란 이유 부분을 읽었을 때에는 오랜만에 교육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장관이 나왔구나, 한번 기대해 볼만한 장관이구나 하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런데 보도기사를 아무리 훑어봐도 `따라서 앞으로는 이렇게 하겠다.'라는 구체적인 대책이 없었다. 한 나라의 교육 수장이 교사 전체를 비하하는 발언을 그토록 용감하게 했을 정도면 열심히 하는 교사는 어떤 이득을 얻게 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은 어떻게 마련해 주겠다고 하는 비전 있는 정책을 제시할 만한데 그런 것은 없는 것이었다. 고작 교원단체의 항의가 거세게 몰아친 후에 기껏 한다는 소리가 `국민이 교육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런 불신을 없애기 위
2001-01-29 00:00서울시교육청은 1일자로 이상열 남산도서관장을 시교위 의사국장에 강재룡 감사담당관을 교육연수원 총무부장에 임명하는 등 지방이사관·지방부이사관 승진 각 1명, 지방서기관 승진 8명, 전보 26명에 대한 일반직 인사를 단행했다. 시교육청의 이번 인사는 복수직으로 직급이 상향조정된 총무과장(서기관→부이사관)과 총무과 인사담당(사무관→서기관) 등 다섯 자리를 빼고 나면 정기인사치고는 그리 큰 폭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인사는 향후 유인종 교육감 인사플랜의 일단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당초 1일자 인사의 핵심은 수석 과장인 총무과장에 누가 임명될 것인가에 있었다. 더 엄밀히 말해 지난 96년 유 교육감 취임이후 최용성-김재평-조기봉씨로 이어진 호남출신 총무과장 시대가 계속되느냐 아니면 비호남이 발탁되느냐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결과는 호남출신 이용운씨가 총무과장이 됐다. 물론 이 과장의 출신지역이 문제될 것은 없다. 시교육청 공무원들은 "신임 이 과장은 강력한 업무추진력과 행정력을 갖춘 사람으로 비호남 출신 선·후배의 신임도 두텁다"고 말한다. 시빗거리라면 유 교육감이 총무과장 등 중요한 자리의 인선기준을 호남이냐 비호남이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교육청
2001-01-15 00:00정부에서 올 2월 중 성과상여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교원 사기앙양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교직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해 볼 때 우려되는 점도 있다. 왜냐하면 근무 성적에 따라 70%의 교사에게만 차등 지급하게 돼 있어 학교 관리자의 입장에서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30%의 교사는 교육활동에 종사하지 않고 뒤에서 뒷짐만 지고 있었단 말인가? 예컨대 관리자는 교무의 다양한 업무 분장 아래 각기 부서의 특수성에 따라 1년 동안 고유 업무를 부여하고 화목한 인간관계를 조성해 학교교육이 원만히 수행되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성과급 차등 지급으로 인해 업무의 경중을 가리고, 교사간의 반목과 갈등을 유발시켜 자칫 교무실 분위기를 불신과 질시로 채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 학년도를 마치면서 교사 근무평정을 마친 소감은 많은 교사들에게 미안하고 마치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한 울타리에서 동고동락한 교사들을 1등부터 70등, 80등, 100등까지 한 줄로 세우는 것은 참으로 비인간적이며 비교육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神도 아닌 교장, 교감이 겉으로 보이는 근무 실적, 근무 수행능력, 근무 수행태도를 평가해
2001-01-15 00:00연말 대구시교육청 모 장학사가 벌인 `수업 중 청소 확인 장학'을 보고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얼마전 모 TV뉴스를 보니 대구교육청 교육국장이라는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 경각심을 주기 위해 수업시간이라도 청소지도를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오히려 기자에게 따지는 모습이었다. 참으로 상식을 뛰어 넘는 한심한 일이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었고, 또한 우리 교육이 황폐화 된 원인을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교육은 가장 보편적인 사고에서 출발한 순리와 상식의 결정체다. 그런데 어떻게 쉬는 시간도 아닌 수업 중에 청소지도를 한답시고 온 교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단 말인가. 기본적인 예절이나 절차도 무시한 채 교실에 들어와 여기저기를 뒤지다 못해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에게 청소를 시키다니 정말 엽기적인 일이다. 그 날 그 교사는 장학사의 `망나니 짓' 때문에 수업은 고사하고 아이들 앞에서 권위가 무너지고 허탈한 나머지 수업도 못했을 것이다. 어느 교육학 서적에 수업 중에 장학사가 청소를 확인해야 하며, 그 행위를 장학이라는 이름으로 얼버무릴 수 있단 말인가. 이번 대구교육청 장학사의
2001-01-15 00:00'스승이 10년을 가르치는 것보다 뱃속 열 달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자식 교육에 부모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말이다. 성급한 부모는 조기교육을 내세워 아이의 소질과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할 시기에 문자 익히기와 셈하기며 영어와 컴퓨터까지 겹치기로 옮겨 다녀야 하니 아이는 너무나 피곤하다. 어른들의 지나친 과보호와 간섭은 아이의 정서 지능 발달에 오히려 해롭다. 과보호는 새 경험을 통해서 얻게 되는 정서 체험을 가로막고 주체적인 가치판단 능력을 애당초 짓밟는다. 물론 아이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질서와 절제를 통한 자기 통제적인 가치판단을 가르쳐야 한다. 고통과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불안과 공포심이 없어지고 자기 성취감과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 일상 생활의 규범을 함께 만들어 스스로 지키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일을 부모가 말로써가 아니라 몸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행동을 고착 또는 수정의 표본이 된다. 남을 가르치기 전에 자신
2001-01-15 00:007차 교육과정이 초등 3·4학년, 중1에까지 확대 적용되지만 교단에서는 여전히 폐지·유보 주장이 높다. 시행도 해보지 않고 문제점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교육현장에서 문제를 예측해 본다는 것은 그 만큼 관심과 실천의지가 높다고 볼 수도 있다. 우선 7차에서 강조하고 있는 수준별 교육과정의 실천에 있어서 영재아나 부진아의 서열을 만들 수밖에 없다. 상위권 학생에게는 성취의욕을 강하게 해 더 큰 동기유발 효과를 낼 수도 있겠지만 하위권 학생에게는 패배의식과 학습 무력감을 조장할 수 있다. 하위권 부모에게는 자녀의 학원 수강을 유도해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될 수도 있다. 또한 심화보충형 교과에는 단원의 끝 부분에 심화보충 내용이 제시돼 기본 학습을 단원 끝까지 지도한 다음 심화보충 활동을 제공할 경우, 기본학습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간의 개인차를 고려할 수 없는 수업이 돼 심화보충형과 단계별 교육과정의 의도를 충분히 살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학생 개인차를 고려한 적절한 학습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단원 학습 중에 수시로 심화보충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단계별 재지도나 심화보충 지도를 어느 시간에 할 것인가? 단계형에서 기준에 못 미치는 어린이를 차상급…
2001-01-15 00:00학교종합감사는 주로 교사들의 성적평가를 가장 중점적으로 조사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이원목적 분류 및 채점기준표의 여러 문항이 배점이 같다고 지적하면서 주의 촉구 및 경고를 주는가 하면 유사 정답문제까지 지적하는 사례도 많다. 그런데 그런 감사를 하는 기관이 시행하는 평가 문제지에도 오류가 여러 가지 발견된다. 배점이나 정답이 잘못돼 있거나 문제 자체에 문제가 있는 수도 있다. 이 경우 교사들도 그런 오류를 행한 기관에 경고나 주의를 촉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성적감사는 교사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성적에 관한 내용은 여러 교사가 협의해 시행하는 점을 감안해 최대한 자율권을 줘야 한다. 또 이원목적 분류 및 채점기준표는 간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상급기관에서는 이원목적 분류 및 채점기준표를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 무슨 업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고 있다. 말로는 창의성 있는 열린교육 및 교육개혁을 주창하지만 모든 것을 획일화하고 지시하고 통제하는 교육행정은 변한 게 없다. 종합감사는 사실 돈과 관련된 문제를 집중 추궁해 국가의 소중한 재산이 올바르고 타당성 있게 사용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과 교직원
2001-01-15 00:00하늘 빛 고운 가을날. 학교 아이들과 과천에 있는 `정보나라'에 견학을 갔다. 이것저것 둘러보고 점심시간이 되자 인솔교사 일곱 명은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우동 몇 그릇을 사 가지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정 선생님이 야외 식탁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김밥 두 개가 펼쳐져 있었다. "웬 김밥?" "응, 우리 반 애들이 챙겨왔네." "와! 담임 능력 있다." "애들을 얼마나 들들 볶는 거야." 우리는 정 선생님을 부러워하며 김밥을 나눠 먹었다.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난 초등학교 때의 그 김밥을 떠올리고 있었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 소풍은 김밥을 먹는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기쁘고 들뜬 날이었다. 단무지에 소시지 정도 겨우 들어간 김밥, 사이다와 삶은 달걀 두어 개가 고작인 소풍 가방이었지만 그걸 메고 가는 발걸음은 정말 날아갈 듯 가벼웠다. 어머니는 일회용 나무 도시락에 담은 김밥을 항상 두 개씩 싸 주셨다. 하나는 꼭 선생님께 드리라는 것이다. "엄마, 반장이 싸올 거야." "그래도 갖다 드려라. 뭘 먹을 땐 어른 먼저 드리고 먹는 거란다." 반장도 아니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부잣집 아들은 더더욱 아닌 나는 소풍 때면 언제나 선생님 김밥을…
2001-01-15 00:00한국교총과 교육부가 구랍 28일 교육현안 26개 항목에 대해 교섭합의에 도달함으로써 한국교총의 새천년 상·하반기 교섭이 비교적 무리없이 마무리되었다. 특히 하반기 교섭의 경우, 교원정년 환원과 연금개악 저지를 위한 대 국회활동으로 여념이 없었음에도 해를 넘기지 않고 마무리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하반기 교섭결과를 보면, 문화시설 이용 및 도서비 지급, 해외유학제 도입 검토 등 교원의 전문성 신장에 관한 사항과, 교원의 수업권 보호, 교육외적 행사에 일방적 동원 금지 등 교권확립에 관한 사항, 임용전 군 경력과 육아휴직기간의 교육경력 인정 등 인사제도 개선, 유치원, 양호교사 등 교육소외 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볼 것은 한국교총의 종합연수원 설립 지원이다. 우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한국교총이 전문직교원단체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제도적 터전을 마련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전문직단체의 정체성의 핵심은 연수기능이다. 구성원의 전문성을 스스로 함양하고 이를 토대로 자율성과 높은 윤리성을 갖춤으로써 국가정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2001-01-1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