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출연연구기관장에 관한 기사가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일부기관의 경우이기는 하나, 기관장 선출에서부터 기관운영 행태, 기관장의 자질 등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최근 한 교육연구기관의 경우 기관장으로 정부의 관료가 선출되었다는 점이다. 당해 연구기관의 구성원은 물론 교원단체 등에서도 그 선출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불협화음속에서 출발하게되는 기관장의 경우는 기관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의문시될 수밖에 없다. 연구기관의 생리를 모르는 인사가 기관장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풍부한 연구수행경험을 소유한 인사가 연구기관장으로 선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하자면 전문성이 가장 존중되어야 할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외형적인 공모조건에 하자가 없다는 논리 하나로 정부 관리를 연구기관장으로 선출한 인문사회연구회도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연구회 이사 중 정부관계부처의 차관으로 구성된 당연직 이사들이 힘을 합한다면 정부관료출신의 연구기관장 탄생은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교육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교육부가 산하단체 및 기관의 장은 물론 주요 보직
2000-12-11 00:00몇 해 전 재직 학교에서 근무 만기가 되어 타 학교로 옮기게 됐다. 25년을 남학교에서만 근무한 나는 희망지를 적어내라는 말에 역시 남학교를 1순위로 선택했다. 그런데 뜻밖에 남녀공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여학생들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적도 없고 가르쳐 본 적도 없는 나는 갑자기 가슴 두근거리는 소년이 돼버렸다. 더욱이 나는 첫 공학으로 갓 들어온 여학생 반을 맡게 되었다. 여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학급운영의 노하우는 무엇인지 알리 없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원수지지 않으려거든 아이들 앞에서 회초리를 대지 말아야 하며 작은 일에도 신경을 섬세하게 써 주어야 하고 사소한 일에도 감정의 변화가 무쌍해 잘 웃고 잘 운다는 것쯤은 알고 갔으면 좋았으련만, 난 여학생들의 생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한 대쯤 맞아도 돌아서면 시원하게 풀어지고 마는 남학생의 세계에 익숙해 있었던 것이다. 담임을 시작한 지 두어 주일쯤 지났을까. 아이들의 얼굴이 익어가기 시작했을 때 "선생님, 배가 아파요. 조퇴시켜 주세요"하며 죽을상을 하고 배를 움켜쥐는 아이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하루걸러 한 놈씩 배 아프다는 녀석이 늘어나니 여간 신경…
2000-12-11 00:00이학무 대구교련 회장·대구달서공고 교장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는 학자들의 비판적 목소리가 듣기 싫다고 해서 고귀한 문화유산인 전국의 모든 서책을 모아서 불사르고 수백의 유생들을 구덩이에 묻어 죽이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악행을 저질렀다. 학문과 교육을 경시한 결과는 학자적 양심을 말살시켰고 문화적 단절을 초래하였으며 급기야는 자신의 제국도 멸망을 재촉했던 것이다. 1960년대 중반에 모택동은 자신의 사회주의 혁명에 따른 이념과 사상을 강화하기 위해 15∼16세 미성숙한 청소년들을 앞장 세워 무자비한 지식계급 숙청을 단행하였으며 수많은 문화유산을 파괴했다. 그 결과 중국의 역사발전을 적어도 3∼40년은 뒷걸음질치게 만들었음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이 두 가지 고대와 근세에 일어난 사건에서 알 수 있는 공통점은 지식계급을 탄압하고 학문과 교육을 경시하는 나라는 반드시 망하거나 퇴보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집권 후 IMF를 극복한다는 미명하에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논리를 교육개혁의 바탕으로 삼아 학교를 상품시장으로, 교원을 그 판매자로 전락시켰으며, 한평생 부도 권력도 없이 오로지 자존심과 조국근대화의 역군들을 길러낸다는 자부심으로 살아 온 40만 교육자들을
2000-12-11 00:00교육부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교원정년 환원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여 비난의 화살을 받고 있다. 나도 그 설문결과를 보고는 도대체 어떤 사람에게 어떤 문항을 가지고 여론조사를 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현 정부 들어 강행된 정년단축으로 이중의 예산이 낭비돼 교육청이 빚더미에 올라앉고 학교는 교사 부족에다 사기까지 꺾여 황폐화 돼 가고 있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설명했다면, 그리고 잘못된 정년단축을 바로 잡아 이 난국을 다소나마 해소해야 할 것인가, 아닌가를 물었다면 과연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의심스럽다. 정년단축으로 교단이 나아졌는가. 정부는 선진형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학급당 학생수를 줄인다고 공언하지만 그래서 늘어난 학급을 맡을 교사가 없다. 요구한 교사 증원은 돈이 없어 반도 충원이 안되게 됐다. 그나마 채용고시에 응시한 사람들이 미달된다고 아우성이다. 퇴직연금까지 다 지불한 퇴직교사를 기간제 교원으로 데려다 덤으로 돈을 주며 아이들을 맡긴 것이 전체 초등 퇴직교원 22000여 명의 33.6%인 7400명에 이른다. 교사의 자존심을 짓밟고 아이들에 대한 열정을 빼앗아 교직을 떠나게 만들어놓고도 경제적인 이득조차 얻지 못한 정년 단축은 분명 실패한 정책이다. 따라
2000-12-11 00:00학교를 둘러보면 눈에 거슬리는 것이 바로 버려진 쓰레기 소각 시설물이다. 10여 년 전, 설치 붐이 일면서 앞다투어 막대한 시설비를 들여가며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 짝에 쓸데없는 흉물이 되고 말았다. 빠른 도시화에 인구 증가로 주택들이 학교 울타리 가까이까지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반대로 가동이 중단된 채 내버려 둔 지 오래다. 아까운 예산만 축낸 격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다고 본다.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교지를 잠식하고 있다는 면에서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갈수록 녹슬고 있는 고철덩이에 불과한 쓰레기 소각 시설물. 대기 오염으로 민원이 쏟아져 재가동이 어렵다면 속히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00-12-11 00:00김준형 교육부 교육정보화담당관 12월4일자 현장제언에 한미르 계정 가입과 서울시 교단선진화 사업 등에 대한 김형봉 교사의 지적이 있었다. 다소의 오해가 있어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자 한다. 교육부는 학교 정보화 사업의 일환으로 금년 말까지 전국 1만여 초·중·고교에 전산망을 구축하고 인터넷을 연결할 예정이다. 그러나 고가의 통신비용 문제로 90%이상의 학교에서 512Kbps이하의 저속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학교에서의 인터넷 통신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전국의 초·중·고교에서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년간 500여 억 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문제의 핵심은 매년 500여 억 원의 통신비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있다. 재원 확보의 한가지 방법은 정부 예산에서 매년 소요예산 전액을 확보하여 학교에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국가재정을 고려할 때 필요한 예산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다. 다른 한가지 방법은 학교운영비에서 통신비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열악한 학교의 재정상태에서 매년 천만 원 가까이 통신비로 지불할 수 있는 학교가 얼마나 되겠는가. 또 다른 방법은 학교만의 특수상황을 활용하여 민간의 지원을 유
2000-12-11 00:00교육부는 내년부터 토요일에 학생이 등·하교를 임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토요 자율등교제'를 시범 도입키로 하고 전국 33개교를 실험학교로 선정해 토요일 휴무제를 시범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이와함께 연간 수업일수를 현행 220일에서 198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요 자율등교제가 어느 정도 정착되면 격주 토요 등교제를 실시하는 등 과도기 정착단계를 거쳐 주5일 수업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한다는 것이다. 우선 내년 중 단위 학교별 자율 선택에 따라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토요 자율등교제'를 살펴 보자. 토요 자율등교제를 도입코자 하는 학교는 새학년 시작에 앞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여론을 조사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교육부 발표를 보면 이제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길을 좁게나마 열어놓았으니 각급 학교들이 어떻게 선택하는지를 지켜보겠다는 자세인 듯 하다. 교육부는 사교육비의 교내 흡수를 위한 특기적성교육의 예에서도 보았듯이 교육재정의 지원 여부가 새로운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교육부의 행재정 지원노력 없이 단위학교별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방치하면 주5일제 수업의 정착은 요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000-12-11 00:00김홍열 전 전북 군산 나포초 교장 전북에서 열린교육시범학교를 5년간이나 운영했었다. 그래서 이미 퇴임한 몸이지만 지금의 열린교육을 생각할 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구한말 신교육체제 시행이후 100여 년 간, 이른바 삼신기(三神器:교과서, 칠판, 분필)만으로 교사가 주입식 수업을 해 오던 중 뜻 있는 교원들에 의해 제창된 `열린교육'은 정말 선풍적으로 확산됐다. 그 명칭 때문에 실상과는 다르게 오해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생성부터 확산에 이르기까지 순전히 민간운동으로 시작되어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하의상달식의 민중운동과 같은 것이었다. 교원들의 수업개선 열의도 대단해서 자비를 들여서까지 서울로, 인천으로, 일본으로 수백 명이 수 년 간 열린교육을 연찬 했고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강행한 철야연수에는 신들린 듯 천여 명의 교원들이 운집해 밤새 협의·사례발표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불길처럼 전국에 확산, 보급된 열린교육은 이내 몇 가지 이유로 벽에 부딪치고 내용도 왜곡됐다. 가장 큰 이유는 열린교육이 교육개혁과 맞물려 정부교육시책이 되어 관 주도로 확산된 데 있다. 행정은 속성상 가시적 실적을 지향하고 단기간에 업적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2000-12-04 00:00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를 대비하려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보화 사업 진행 과정에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 현재 각급 학교는 지난 여름 방학 이후 학내 전산망 구축을 위해여 랜 공사를 대부분 완료한 상태에 있다. 각 교실과 컴퓨터실에 인터넷 전용선을 구축해 지식 기반 정보화 사회를 위한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동안은 비용 문제로 엄두를 낼 수 없었던 인터넷 전용선을 이제는 무료로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서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저렴한 이용료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학교의 모든 컴퓨터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통신의 전용 접속 프로그램(KTGator)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모든 교사와 학생들이 한국통신의 포탈 사이트인 '한미르'에 회원 가입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회원 가입이란 곧 개인 신상 정보의 제공을 뜻한다.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전화번호 등을 포함하는 최소 10여 가지 이상의 정보를 제공해야만 한다. 학내전산망이 구축되는 초기에는 아무런 언급조차 없다가 나중에서야 `이용 조건'을 달아 놓았다. 어떤 의견 수렴을 거쳐 그렇게 일방적으로 계약을 했는지 모를 일이다. 물론 학교가 더
2000-12-04 00:00추운 날 아이들이 가고 난 후의 빈 교실은 더 한기가 느껴진다. 열흘 전에 걸린 감기가 떨어질 기미가 없다. 하긴 일교차가 심하니 그럴 만도 하지. 무릎이 너무 시려 교실에 있지 못하고 교무실로 몸을 녹이러 가는데 특수반 김 선생님 학급 안내판이 눈에 띈다. 담임사진이 붙어 있어야 할 곳이 비어있다. 참 선생님도 마땅한 사진이 없으면 나처럼 잡지에서 적당한 사진이라도 오려다 붙이실 일이지. 꼭 내가 해드려야 하나. 난 물 만난 고기처럼 철딱서니 없게 그때부터 신바람이 난 거다. 누가 볼세라 얼른 안내판을 떼어왔다. 교실에 있는 잡지를 뒤적이다가 궁합이 딱 맞는 40대 중반의 근엄한 표정을 한 남자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가로 5㎝, 세로 6㎝ 직사각형으로 반듯하게 잘라 붙이고 보니 그럴 듯 했다. 잽싸게 갖다 걸고 뿌듯한 마음으로 교실로 오니 창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내다보니 남자 선생님들이 바로 김 선생님을 차에 옮기고 계셨다. 점심식사 후 차도 같이 마셨는데 어쩜 저렇게 꼼짝도 못하시는 걸까. 교무실로 내려가니 교감 선생님께서 직원들은 연락이 올 때까지 학교에서 대기하라는 말씀을 하신 후 뒤따라 병원으로 가셨다. 조금 전까지도 멀쩡하셨는데 무
2000-12-0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