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은 냄새를 귀로 들어보는 것 우동하 경상북도영주교육청 장학사 “엄마, 우린 이 땅에 살고 있나요? 아니면 비디오 속에 살고 있는 건가요?” “저렇게 큰 목욕탕 문은 어떻게 내 작은 눈 속에 담길 수 있을까요?” 어린 시절의 학생들은 세상을 호기심 덩어리로 생각하고, 끝없이 순환되는 상상력을 펼치고자 한다. 이러한 창의적 발상은 어른들의 관례적인 태도와 반응에 쉽게 부딪히기도 한다. 어린이들의 창의력은 계속적인 탐구의 원천이 되며, 일상 생활과 학업에서 직면하는 여러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기본 능력이 된다는 점에서 부모들이 보다 일찍 관심을 갖고 배려해 줘야할 사고 특성이다. 어느 학급 학생들에게 전래 동화 “은혜를 모르는 호랑이”를 소재로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자신을 꺼내준 사람을 잡아먹으려 하는 호랑이를 배은망덕한 존재로, 호랑이를 구해준 선비는 자비롭게, 그리고 둘 사이의 재판을 맡은 토끼는 지혜로운 존재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으며, 대부분의 학생은 그러한 생각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평소에도 창의적이던 J라는 학생의 반응은 매우 예외적이었다. “선생님, 호랑이는 사람의 변론만 들었잖아요? 처음부터 사람의 편에서 재판하려 했
2008-06-20 18:54오늘 아침 독서학습장을 검사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한 달 전에 우수 작품으로 보낸 우리 반 아이의 동시와 똑 같은 글이 감상 작품으로 다른 아이의 독서학습지에 적혀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 4월에 일기장을 읽어보다가 아주 좋은 글을 쓴 아이가 있기에 칭찬을 많이 해주었지요. 그러면서 몇 번이나 자기 스스로 쓴 것인지 물어보고 또 물어보았습니다. 일기도 잘 쓰고 언어 사용 능력도 좋은 아이라서 칭찬을 많이 해 주면서도 혹시 몰라서 여러 번 확인을 했지만 자기 글이라고 해서 철석같이 믿고 우수 작품으로 보낸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아이 독서학습장에 버젓이 올라있는 다른 시인의 작품임을 발견한 것입니다. 글을 쓴 시인의 글이 아이들 눈높이로 잘 쓰고 쉽게 표현해서 아이들이 좋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받아쓰기를 불러주며 독서학습지를 검사하던 나는 모든 걸 중지하고 사건의 전말을 밝혀야 했습니다. "**야, 독서학습지에 쓴 이 시는 어떤 책에서 쓴 것이지? 한 번 가져와 볼래?" "예, 선생님. 우리 교실에 있는 동시집인데요." "그래? 지난 번 00가 일기장에 써낸 동시하고 똑 같아서 그래." "00야, 잠깐 이리 나와 볼래?" "예, 선생님. 왜 그러세요?" 평소에
2008-06-20 10:47올해 공직을 떠나는 명예퇴직자가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예년에 비해 3~5배 가량 수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공직사회에 떠도는 공무원연금 관련 소문 탓이다. 명퇴자 가운데 교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5월말 현재 3455명의 전체 명퇴자의 78.2%나 된다고 한다. 이처럼 명퇴자가 급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자신이 평생 동안 다녔던 직장을 하루아침에, 그것도 정년을 남겨놓고 그만 두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예측할 수 없는 불안심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연금수령액이 현저하게 낮아지지않을까,명예퇴직수당이 없어지지않을까, 연금 수령도 65세 이후로 늦춰져 퇴직 후에도 2~3년 동안은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지않을까 등등 아직 뚜렷한 근거가 없는 소문들로 공직사회에 동요가 일어나자 행정안전부에서는 ‘명퇴 괴담’이라면서 몇 가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걱정스럽고 불안하다. 왜냐하면 연금개혁의 기본적 방향이 잘못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이다. 시장주의에 매몰된 정부가 왜 이렇게 반시장주의적 발
2008-06-19 16:07아침 조회를 하려고 교실로 갔다. 교실 문을 열자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자율학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실 맨 뒷자리 한 녀석이 책상 위에 엎드려 있었다. 내심 야간자율학습에 피곤해서 그러리라 생각하며 내버려 두었다. 먼저 출석을 점검하고 아이들에게 간단한 지시사항을 전달한 뒤, 교실을 빠져나오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교실 뒤쪽에서 누군가가 나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이가 많이 아파요." 그러고 보니 조금 전 책상 위에 엎드려 있던 그 아이였다. 다가가 녀석의 머리를 만져보았다. 생각보다 녀석은 많이 아파 보였다. 이마 위로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더군다나 녀석은 부모와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하는 터라 집 생각이 많이 났을 것이다. 우선 보건실로 보내 안정을 취하게 할 요량으로 녀석을 깨웠다. 그런데 녀석은 참을 수 있다며 보건실 가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다. 기말고사 앞둔 수업 결손이 본인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몸이 아파도 수업만은 빠질 수 없다는 것이 녀석의 생각이었다. 몸이 불편해도 수업을 받겠다는 녀석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아이들에게 간호를 부탁한 뒤 교무실로 내려왔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
2008-06-19 14:51“너희들, 밤에 엄마 아빠 보고 싶다고 울 거지?” 임간학교 행사를 하루 앞두고 우리반 아이들에게 물었다. 밤새 잠 안자고 보채며 징징대는 일학년 아이들을 보아온터라 솔직히 걱정되었던 탓이었다. 이런 내 물음이 우습다는듯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하였다. “아이 참, 우리가 뭐 애기인가요?” “그 말 믿어도 될까?” “에이, 엄마 대신 친구들이 있잖아요?” 이제 여덟살 밖에 안되었으면서 어른인척 하는 우리반 아이들... 믿어보기로 했다. 걱정은 산더미 같으면서도... 임간학교라 불리는 수련활동은 아이들에겐 집밖에서 하룻밤 보내는 신나는 체험활동이지만, 일학년 선생님은 아예 몸이 부서질 각오를 하고 가야하는 고역 중의 고역인 큰 행사이다. 솔직히 고학년 선생님들은 수련현장에서 딱히 할 일이 없어 한가함의 여유마저 누릴 수 있다. 담임선생님이 없어도 굳이 찾지 않는 적응력 빠른 고학년 아이들을 둔 까닭이다. 그래서 아이들 활동 시간에 교사와 관리자 대결 활쏘기라던지 수련시설의 각종 놀이를 체험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저학년 선생님은 한시도 발을 붙이지 못하고 동동거리고 뛰어다녀야 한다. 담임선생님이 보이지 않으면 금새 ‘우리 선생님이 어디 갔느냐?’고 찾고 불안
2008-06-19 14:47널뛰기는 우리의 전래 민속놀이의 하나로 ‘널빤지 위에서 뛰는 놀이’라 하여 도판희(跳板戱)라고 하기도 한다. 즉 두툼하고 긴 널빤지의 가운데에 밑을 괴어 중심을 잡은 다음 양끝에서 한 사람씩 뜀을 뛰는 놀이이다. 이는 고려시대부터 전승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높은 담장 저편에 있는 옥중 남편을 보고 싶어 하던 여인이 널뛰기를 하면서 남편의 얼굴을 보았다고 하는 애틋한 전설도 있다. 또한 집안에 갇혀 있던 여인들이 담장 위로 훌쩍 뛰어 올라 바깥세상을 구경하기 위하여 만든 놀이라는 설도 있다. 그런데 이 널뛰기를 자세히 뜯어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널뛰는 뛰는 사람들의 호흡이 척척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높이 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힘이 분산되어 금방 지치고 만다. 때로는 판 아래로 나뒹굴 수도 있다. 이 호흡은 구경꾼들과도 맞아야 한다. 여럿이 함께 빙 둘러서서 힘의 강약에 따라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 두 번째는 힘의 비우기와 채우기를 반복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응원하는 놀이이다. 한 사람이 힘을 집중하여 힘껏 내디디면 다른 한 사람은 힘을 비우면서 하늘로 훌쩍 날아오른다. 즉 한 사람은 힘을 주면서 낮아지고 또
2008-06-18 11:25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쏟아지고 있다. 우리의 슬픔과 비통의 눈물이 아닐 수 없다. 어제는 충격적인 날이었다. 아침 일찍 울산 강북교육청 관내 울산동중 이종복 교장선생님께서 새벽에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비보였다. 평소에 건강하셨고 시간만 나면 등산을 즐기시는 교장선생님이셨다. 그런데... 그 여파 때문인지 지난밤에 잠을 설쳤다. 비몽사몽간에 자꾸만 머릿속에 교장선생님이 떠올랐다. 교장선생님과는 함께 근무한 적도 없고 사적에 자리를 한 적도 없다. 작년에 관내 같은 교장으로 모임이 있을 때마다 교장선생님을 뵌 것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교장선생님이 자꾸 머릿속에 머물고 있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교육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지난주 금요일 울산 전 중학생을 대상으로 학력평가를 실시했는데 학교에서 학력평가를 공정하게 잘 실시하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 그 학교를 방문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날 그 학교에 방문하여 교장선생님과 짧은 시간이지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교장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저보다 훨씬 연세가 많으신데도 저를 정중하게 맞이하셨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학교교육과정과 학교
2008-06-18 11:20대학 수시모집 1차를 앞 둔 일선학교 진학교사의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 퇴근 시간을 잊은 채 아이들과 상담을 하는 선생님들이 자주 눈에 띤다. 수시 1차에 합격한 학생들은 앞으로 있을 수시 2차나 정시모집에 지원을 할 수 없기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지난주부터 수시모집 1차에 지원하고자 하는 아이들과 상담을 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갈등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시 모집 1차의 경우, 내신이 좋은 반면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학생들에게 유리한 만큼 고1·2학년 내신 성적을 철저하게 분석해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수시 1차에 지원을 해보겠다는 학생들에게 먼저 학기 초 아이들에게 나눠 준 1·2학년 성적이 기재된 성적표를 꼭 가지고 올 것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학과와 대학이 자신의 성적과 어느 정도 일치가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상담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느낀 바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신의 성적과 적성을 고려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고 있어 다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몇 명의 학생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부모의 뜻에…
2008-06-16 23:29풍경 1. 하교 시간, 종례가 끝나자 아이들이 일시에 밖으로 우르르 몰려 나간다. 안전사고가 염려되어 좌측통행이니 정숙 보행을 수백 수천 번 외치고 지도해도 소용없다. 하루는, 서로 밀치고 먼저 나가려는 통에 현관 앞에 세워둔 화분이 넘어지고 흙이 바닥에 쏟아져 엉망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쓸어 담거나 제자리에 바로 세워두고 가는 학생은 하나도 없다. 답답한 마음에 학생 하나를 불러 세우고 나서 "네가 좀 쓸어 담고 바르게 해놓고 가렴."하니까 의아스러운 눈으로 교감인 나를 빤히 쳐다보며 대뜸 하는 소리 "학원에 가야되니까 저 바쁜데요."하고는 저만큼 가버린다. "허허, 네 이노~옴!"하고 호통을 치는데 어느 새 눈앞에서 사라지고 없다. 마음 같아서는 교무실에 붙잡아다가 앉혀놓고 선생님이나 어른에 대한 말버릇부터 시작해서 공중질서나 봉사에 대해 교육을 시키고 싶은데 명색이 교육자가 도망치는 도둑 잡듯 학생을 뒤쫓아 갈 수도 없고…. 풍경 2. 점심 급식시간. 오늘의 식당 메뉴는 오곡밥에 맑은 북어 국, 목살불고기에 유기농 쌈과 쌈장, 치즈떡볶이 등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기와 치즈가 준비된 날이다. 이런 날은 학교 앞 분식가게가 썰렁하다. 평소에 급식 메뉴
2008-06-14 09:086월초 끝난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대회 결과는 다시한번 중국의 무서운 성장을 느끼게 했다. 창의성 교사로서 우리나라 아이들의 창의성 수준이 매우 진일보했다고 자부하지만 선진국이나 브릭스그룹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진 않았다. 지난 20여년간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의 양대 산맥인 DI대회(Destination Imagination Global Finals)와 OM대회(Odyssey of the Mind World Finals)에서 미국 50개주 대표들이 당연한듯 1위를 차지해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중국 학생들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하더니 작년 3개팀에 이어 올해는 4개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리도 몇 년 전부터 계속 대회에 출전하여 외국 심사위원들의 놀라운 주목을 받고 있지만 결과는 특별상이나 2,3위를 차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대회 측면에서 준비 전략이 부족한 것일까. 시차적응과 14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야 하는 어려움, 외국 심사위원이라는 많은 장애가 있지만 같은 조건에서 상위 입상하는 중국이나 싱가포르를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원인을 21세기의 세계적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우리 교육현장과 사…
2008-06-13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