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롬12:15)” 성경 로마서에 있는 말씀입니다. 부족한 삶 속에서 제가 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삶의 가르침이자 좌우명이지요. 읍 소재지 농촌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곤 합니다. IMF라는 경제적인 한파가 몰아친 이후,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서글픈 애환들이 참 많습니다. 더욱이 어려운 가정 환경에 놓인 학생들의 눈동자를 만날 때마다 어떻게 그들을 대해야 할 지 그저 난감할 때가 참 많습니다. 학기 초에 제가 만난 학급 학생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다보면 절반 이상의 학생이 어려운 가정의 있는 학생들입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요즘 이혼 가정이 부쩍 많이 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교육 현장에서도 편모, 편부의 학생들을 참 많이 만나곤 합니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나이건만 삼촌집에 사는 아이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에 자라나는 어린 영혼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오직 마음뿐이었습니다. 울고 있는 아이와 함께 울어주는 것, 웃는 아이들과 함께 웃어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지요.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2007-02-17 09:022007년 새학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설날 연휴를 보내고 한 열흘 지나면 입학식이 있을 것이고, 학교마다 새로 오신 선생님, 새로 입학한 아이들로 학교 분위기가 새롭게 될 것이다. 요즈음 우리 아이들이 너무 변해 버렸다고 한다. 도무지 통하는 바가 없다고 불평하는 선생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학생들의 이름은 가급적 빨리 외워 부르자 새 학기가 되면 선생님과 학생들은 새로운 만남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선생님은 학급 학생들의 이름을 다 외워 가지고 항상 정겹게 ‘영희야!, 수정아!’ 하고 부르는 데 어떤 선생님은 몇 달이 지나도록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지 못해 ‘야!’하고 부른다. 학생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일차적 행위이다. 자신이 맡고 있는 학급의 아이들, 자신이 교과지도를 하는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교육은 이루어진다. 성인들도 이름을 부르면서 인사하면 매우 기뻐하고 좋아한다. 아이들은 어떠하겠는가. 항상 학생들의 이름을 정겹게 부르면서 수업도 하고, 대화도 해 보라. 교실 현장에서 교사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차적인 일이 학생의 이름 부르기에서 비롯됨을…
2007-02-16 14:10오늘은 종업식을 하는 날이다. 차를 타고 오면서 한 해를 되돌아보았다. 선생님들이 지난 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자기 맡은 분야에 책임을 다해 주셨다. 그러하기에 좋은 결실도 보게 되었다. 서울대 3명을 비롯하여 서울 지역에만 86명이나 합격하였고 모두 461명의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들의 노고가 결실로 다가와 아름답기 그지없다. 정말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올해 우리학교 선생님 중 인사원칙에 따라 만기가 되어 30명 가까운 선생님께서 이동하게 되셨다. 한 분 선생님께서 건강상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다. 면면이 살펴 볼 때에 한 분도 보내기가 아까운 성실하고 유능하신 선생님들이다. 나에게 많은 가르침과 본을 보여 주신 분들이다. 다른 학교에 가서도 우리학교에서의 아름다운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으면 한다. 선생님께서몸은 떠나 울산여고에 없지만 선생님들께서 남기신 땀과 수고와 인내와 정성과 사랑과 아름다운 발자취와 그윽한 향기는 오래도록 남아 있어 온 교정을 윤택하게 하며 학생들을 살찌게 할 것이다. 선생님들에게 앞앞이 인사를 올리지 못하지만 이 글에서 간단하게나마 용서와 감사의 인사말씀을 올린다. 함께 근무한 여러 선생님들은 평생 잊지…
2007-02-16 14:08“어렵게 공부하고 졸업하는 소영이에게 뭔가 의미 있는 것을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3년 동안 소영이가 받은 장학금을 꼬박꼬박 모은 거에 조금 더 보태 어렵게 공부하는 소영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내놓았어요. 대학 등록금을 걱정하는 소영이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이야기하며 이해를 구했더니 선뜻 따라주었어요.” 소영이 어머니 김덕순씨는 조심스럽게 장학금을 학교에 쾌척한 이유를 말한다. 올해여고를 졸업한 소영이와 소영이 어머닌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장학금 300만원을 학교에 내 놓아 후배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소영이 어머니가 장학금을 내놓게 된 이유는 소영이와 가족들의 깊은 뜻이 담겨있다. 후배들을 위해 3년 동안 받은 장학금 내놓아 소영이는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학생이다. 어릴 때 놀다가 뇌를 다쳐 청신경이 마비되었다.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고칠 수 없다는 소리에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소영이와 가족들은 그것을 이겨냈다. 어머닌 잘 듣지 못하는 소영이를 위해 바람 부는 들판에 내놓았다. 온실 속에 놓으면 어른이 되어 홀로 설 수 없을 것 같아서이다. “소영이의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무척 노력했어요. 눈물도 많이 흘렸구요. 초등학교
2007-02-16 07:07하루는 연수원 숙소에서 고산(孤山) 윤선도에 관한 글을 읽었다. 고산(孤山) 윤선도는 정철, 박인로와 함께 조선조 시가(詩歌)문학의 대가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윤선도의 뛰어난 문학기질을 말하고자 함도 아니고 그분의 대쪽 같은 성품을 말하고자 함은 더구나 아니다. 그분의 삶이 주는 의미 나에게 각별하기에 그분의 인생 발자취를 대강이나마 더듬어보면서 고귀한 삶을 추앙(推仰)하고 싶다. 고산은 서른 살에 시작된 귀양살이는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계속되었는데, 배소(유배지)에서 보낸 기간만 해도 20년이 된다고 하니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연수원에 온 지 2개월 겨우 지냈는데 그걸 못 참고 안달을 내다니! 아 부끄러워라. 20년의 기화요초(琪花瑤草) 어우러진 섬에서의 생활에서 얽어낸 것이 그의 시가(詩歌)문학이 아닌가? 어린 몸으로 급제하여 어주(御酒)까지 하사받았던 둘째아들의 죽음에 이어 귀양에서 돌아오던 마상(馬上)에서는 막내아들의 죽음마저 접하였다고 하니 그 슬픔 어디에다 비기리오. 그분은 막내아들의 죽음 소식을 접하고 “눈물보다 앞서 가슴이 부들부들 떨리고 두려웠다”고 썼을 정도였으니 그 고통이 어떠했겠는가? 그 동안의 유배생활을 끝내고 그리워하고 사
2007-02-15 08:48연수원에서 어제, 오늘처럼 이른 봄기가 내리는 날이면 보통날보다 생각이 더욱 깊어진다. 하루는 봄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는 아침 6시 체조 시간에 현관 앞마당에서 체조를 하고 나서 현관에 서면 마음이 어두워진다. 그러나 바다의 검은 물 너머에 보이는 작은 불빛 하나가 희망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대왕암도 그 자리에 외로이 지켜있으면서 그래도 나는 내 자리를 지키노라 하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준다. 그러면 생각나는 대로 읊조리게 된다. ‘봄비는 촉촉이 마당 적시고 둘러 선 소나무 눈을 가리네. /듬성듬성 사이로 눈-빛 주니 구름은 먹물 머금어 입으로 토해 내고 바다도 순식간에 먹물 되었네./ 자그마한 불빛 하나 희망을 싣고 먹물로 얼룩진 天海사이로 한 줄기 힘이 되어 비추고 있네./ 대왕암 발(廉)에 가리어 윤곽만 희미하나 제 모습 지닌 채 자리 지키네./머리 녈 구름 먹물 지우니 작은 불빛 하나 삼형제 되었네./‘ 하루는 연수원 숙소에서 신석정의 시 ‘산수도(山水圖)’를 읽었다. 그리고 나서 그 다음날 아침 산책길이 이 시와 너무 흡사하여 여기에 옮겨 본다. 숲길같이 이끼 푸르고/나무 사이사이 강물이 희어.... /햇볕 어린 가지 끝에…
2007-02-14 09:02요즘 고향 생각이 잦다. 연어가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회귀본능인가. 친구들과 뛰어 놀며, 한걸음에 내달리던 그 산길, 그 골목길이 그립다. 나이를 먹을수록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다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버렸다. 따뜻한 마음의 안식처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7살까지 시골 외가에서 자란 탓인지 어린 시절 외가의 추억이 더 아련할 때가 있다. 그때 외갓집 뒤에는 논 50마지기에 해당하는 큰 대밭이 있었다. 사시사철 푸르름을 자랑하는 대밭의 풍경과 그 속에서의 놀이, 그리고 정서가 그리워진다. 그 때 그 대밭엔 까마귀가 참 많았다. 겨울철이면 먹이를 찾아나서는 낮 동안을 제외하고는 까마귀의 무리 항상 대밭 주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른이 된 뒤에도 대나무와 까마귀는 항상 어린시절 상상화 속에서 동반 등장했다. 외롭게 서있는 대나무보다 까마귀가 대나무 가지에 앉아있는 풍경이 훨씬 더 낭만적이고 아름답다. 먹을 것과 단백질 공급이 부족했던 그 당시에는 밤이면 외가 아저씨와 친구들이 어울려 까마귀 포획작전에 나선다. 전등과 긴 마당 빗자루를 들고 대밭으로 살금살금 들어가 대나무 밑의 배설물을 촉감으로 확인한다. 배설물이 말
2007-02-13 09:49연수원 숙소 생활에서 나에게 관심거리가 하나 생겼다. 정성을 쏟을 만하다. 마음을 집중시킬 만하다. 객지생활에 외로움을 달래주기에 안성맞춤이다. 99년 5월 10일 함께 근무했던 행정실 직원 한 분이 선물로 준 ‘라벤더’이다. 지금까지는 식물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조그만 화분에 심겨져 있는 라벤더에는 관심이 많이 갔다. 사랑을 하게 된다. 정을 주게 된다. ‘라벤더’는 햇빛을 잘 받는 남향 모래땅에 비옥하지 않는 알칼리성 땅에 잘 자라는 다년생이다. 색깔은 연두색 보단 진하고 녹색보다 약간 연하다고 할까? 내 숙소에 있는 ‘라벤더’는 뿌리가 넷이고 한 뿌리에 서너 줄기가 나 있고, 줄기마다 양 톱니처럼 생긴 잎이 여남은 개 나 있고, 귀엽게 생긴 새끼 잎이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어린 잎 줄기 끝은 고기요리, 찌개, 소스에 쓰이며 허브차, 방향제, 정유는 화장품, 향유, 비누, 향수, 목욕제, 포푸리로 옷장, 방안에 두면 곰팡이가 잘 끼지 않는다고 한다. 이 좋은 ‘라벤더’를 아리따운 이로부터 선물로 받았으니 얼마나 좋으랴? 한편 기쁘기도 하지만 걱정도 되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내 손에 든 식물을 제대로 살려낸 적이 없기…
2007-02-13 08:54요즈음 우리 공직 사회에는 ‘민원인이 왕’인 것 같다. 요즈음 민원인들은 자기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화를 내고 반말과 욕설을 쏟아내는 사람도 있다. 하긴 경찰관서에 기물을 파손하는 성질 급한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업무 담당자에게 큰소리 좀 치고 욕설 몇 마디 한 것은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어느 때부터인지 우리사회에는 ‘떼법이 모든 법을 우선한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으니 어쩌면 그리 야속하게만 생각할 일도 아닌지도 모른다. 어느 사이에 우리들은 사회적 합의가 존중되지 않는 사회,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요즈음 우리 사무실에는 중학교 배정과 전입학 관련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관내 학교가 모두 교육적 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거나 분위가 고루 균등하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학교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민원이 계속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가급적 학부모나 학생이 원하는 학교에 배정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 있으나 모든 학생과 학부모를 만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2월 12일, 한 주일을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에도 예외 없이 두 건의 민원을 듣게 되었다. 하나는 중학교 배정과 관련한 것이었고 또 하나는 전학과 관련한
2007-02-13 08:50졸업식 날 아침부터 비가 내립니다. 모처럼 만의 비에 겨울가뭄이 해소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갔습니다. 걸어서 20분 남짓. 겨울이지만 차갑지 않은 날씨에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듣기 좋습니다. 등교하여 강당으로 졸업생들과 재학생들, 학부형들이 앉을 의자를 2학년 아이들과 나릅니다. 비가 내리는 관계로 한 손엔 우산을 받쳐 들고, 다른 한 손엔 의자를 들고 강당과 교실을 오가는 아이들의 얼굴이 해맑습니다. 조금은 귀찮을 터인데도 그런 표정이 없는 아이들을 보니 떠나보내는 선배들을 위한 아이들의 마음이 보입니다. 수정아 졸업 축하한다 강당의 의자를 정리하고 교무실에 앉아 있는데 졸업생인 수정(가명)이라는 아이가 찾아와 인사를 합니다. 겉옷도 입지 않고 얇은 옷차림입니다. “선생님, 저 왔어요.”“수정이구나. 졸업 축하한다. 그런데 추운데 옷이 그게 뭐니?” “봄인데요. 안 추워요.” 춥지 않다며 피식 웃던 수정이가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고맙다는 말을 합니다. “저 졸업하게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뭐가 고마워. 다 네가 참아줘서 한건 데. 암튼 너 졸업하는 모습 보게 되니 좋구나.” “아니에요. 안 도와주었으면 졸업하지 못했
2007-02-13 0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