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건 강요에 의해 억지로 하면 몸과 마음이 피곤하다. 하지만 자기 스스로 하는 일은 능률도 오르고 보람도 느낄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궂은 일을 마다않고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봉사(奉仕)라는 말 자체가 남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해 일하는 것이므로 대부분 스스로 활동을 하겠다고 나선 자원봉사자들이다. 더구나 지금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 더 행복한 사회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봉사자가 많아야 한다. 봉사를 당연시하며 작은 실천에서 큰 희망을 찾아야 한다. 봉사는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나누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있을 수도 없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며 조건을 거는 순간 봉사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봉사자임을 자처하지만 의미도 모르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며칠 전 결손가정 아이들을 돕겠다고 학교에 전화를 해왔던 사람도 그랬다. 학교마다 결손가정 아이들이 몇 명씩 있고, 도와주겠다는 것을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도움을 받는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는 방법이어야 한다는데도 굳이 부피가 큰 쌀로 도우려했고, 전달식을 해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
2006-06-21 21:33#1 조회시간 “얘들아, 줄이 또 왜 이렇니. 제발 책상줄 좀 맞춰라” 전날 야자시간에 맞춰놨던 책상줄이 군기가 풀린 사병처럼 제멋대로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오는 대로 먼저 자신의 책상을 옆 사람의 책상과 붙여 앞뒤로 줄을 맞추라고 그토록 얘기했건만, 꼭 시어머니처럼 잔소리를 늘어놓아야 움직인다. 주변에 볼썽사납게 떨어진 휴지조각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허리를 굽혀 팔을 뻗어도 충분히 닿을 곳에 있지만 못 본척 딴전을 피우고 있으니 그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이처럼 간단한 책상줄 맞추기나 휴지줍기를 놓고도 아침마다 실랑이가 벌어지니 아이들이나 담임이나 하루 시작이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2 수업시간 “거기, 자는 녀석은 뭐니. 빨리 일어나지 못해” 점심시간을 마치고 곧바로 이어진 5교시 수업, 앞에서는 열심히 설명하는데 뒤에서는 몇몇 녀석들이 한창 꿈나라를 여행 중이다. 강한 전염력 탓인지 주변에 있는 녀석들도 차츰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견디느라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 아마도 내 강의가 달콤한 옛날 얘기로 들렸나 보다. 하긴 저녁 10시까지 이어지는 자율학습에 자정이 넘어서야 끝나는 학원 수강까지 감안하면 그럴만도 하다. 이처럼 누적된 피로에 식곤증까지 겹
2006-06-21 17:31하루 평균 14시간 이상 매일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고 벌써 4년이나 되어 갑니다. 정규 시간이 끝날 때쯤이면 힘이 빠지고 피곤을 느낍니다.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빨리 퇴근하고 싶은 생각이 꿀떡 같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있고 선생님들이 계시는데 일찍 갈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다가 학교바깥에서 들려오는 교감제 폐지니, 교장 공모제니 하는 말들이 들려오면 기가 막히고 그만 의욕을 상실하고 맙니다. 더 이상 근무할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현재의 위치에서 저의 자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공직자의 바른 자세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위로하며 힘과 용기를 냅니다.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고 기를 죽이고 자리를 흔들고 해도 학교 안의 생명력 넘치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 힘이 납니다. 생기 있고 발랄한 학생들의 방과 후 활동을 보면 용기를 얻습니다. 지칠 줄 모르고 끊임없이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들을 보면 다시금 마음을 새롭게 하게 됩니다. 우리학교는 보충수업이 끝나면 오후 6시가 됩니다. 그 때부터 3학년은 오후 7시까지, 1.2학년은 오후7시 20분까지 저녁식사시간이 됩니다. 이 시간에 운동장 트랙을 돌면서 자
2006-06-21 10:08오늘 수업 3교시째 교실을 둘러보았는데 교실 담 너머에 있는 종하체육관 테니스장에는 전국소년체전 초등부 정구시합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초등학생이라 그런지 학부모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응원소리가 요란합니다. 한 점씩 점수를 올릴 때마다 소리를 지릅니다. 힘을 실어줍니다. 쳐다보니 붉은 유니폼을 입고 응원막대기를 들고 응원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응원소리가 수업하는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방해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교실을 쳐다보니 시끄러운 응원소리에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선생님들은 열심히 수업을 하고 계셨습니다. 학생들은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짜증이 나겠지만 잘 참고 수업에 임하는 것을 보면 대단합니다. 어제 저녁시간에 1학년 부장선생님께서 날씨가 하도 더워 짜증만 난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학생들은 더위에 지쳐 축 처져있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오고 있으니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얼마나 짜증나겠습니까? 저는 수업도 하지 않고 그냥 한 차례 1,2,3,4층을 지나가기만 해도 응원소리에 짜증이 나는데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전국
2006-06-20 16:57"선생님, 제발 한 시간만 재워 주세요." 6월 19일 월요일 1교시. 새벽 4시에 열린 우리나라와 프랑스와의 월드컵 시청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잔 아이들이 잠을 재워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아이들의 상태로 보아 도저히 수업이 이루어질 것 같지 않아 단 한 시간만이라도 재워주기로 결정을 하였다. 잠을 이기지 못한 어떤 아이는 내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다. 그 와중에 몇 명의 아이들은 7월초에 있을 기말고사가 걱정이 되는지 책장을 넘기며 공부를 하기도 하였다. 우리 학급의 경우, 모든 아이들이 이 경기를 시청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하물며 시에서 주관하는 길거리 응원에 참가하고 난 뒤 곧 바로 학교에 등교한 아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일까? 대부분의 아이들 얼굴 표정이 피곤에 찌들어 있었다. 만에 하나라도 우리나라가 16강(6월25·26일 새벽4시), 8강(7월 1·2일 자정), 4강(7월 5일·6일 새벽4시), 결승(7월 10일 새벽3시)까지 올라간다면 그 파장은 더욱 커지리라. 앞으로 20여일 정도 남은 월드컵으로 인해 이와 같은 일이 얼마나 반복될 지 걱정이 앞선다. 더욱이 학기말을 앞두고 아이들이 공부를 소홀히 하여 시험을 망칠까…
2006-06-20 16:55오늘 아침 출근을 하자마자 책상 정리를 하고 메일을 열어보니, 어느 고3학생의 편지가 와 있었습니다. 편지를 읽어보니 요즘 고3 아이들이 받는 입시에 대한 중압감이 잘 느껴졌습니다. 입시는 하루하루 점점 다가오고, 성적은 오르지 않고, 날씨는 무더워지고. 정말 고3 아이들은 요즘 3중고 4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혹여 월드컵 열기에 가려 우리 고3 아이들의 고민과 고통이 묻혀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음은 고3 학생이 보내온 메일의 전문입니다. 밤하늘의 별은 어둠 속의 야광팬티처럼 밝게 빛나는데 내 마음은 왜 이렇게 슬플까? 이런 심정은 나만이 아니라 입시의 문 앞에 서 있는 전국의 고3 수험생들이라면 대부분 느끼는 심정일 것이다. 물론 아침은 원숭이 골요리, 점신은 만리장성 풀코스, 저녁은 랍스타로 평생을 먹고도 15톤 짜리 독일제 스카니아트럭에 실을 만 한 여유돈이 있다면 입시지옥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 어제는 동방신기의 노래 트라이앵글을 MP3로 들었다. '트라이앵글'은 석 달 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았는데 그 동영상을 보며 나는 오금이 저려왔다. 이 동영상을 제작한 학생은 그 능력을 인정받아 신문방송학과나 미디어 관련 대학에 특
2006-06-20 09:51"누가 누구더러 교조적(敎條的)이라 하는가?" "저런! 자기 자신에게 해야 할 말을 국민에게 외치고 있으니…." "자신의 행동이 교조적인 줄 모르고 남의 정상적인 행위를 교조적이라고 하다니…." 노 대통령의 13일 국무회의 발언 "저항 없는 개혁은 없다. 부동산, 교육 개혁과 관련해 교조적(敎條的) 논리로 정부 정책을 흔드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말을 두고 떠오른 생각이다. 언론의 정상적인 활동을, 또 국민들이 국정 운영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 대하여 대통령이 ‘개혁에 대한 위험한 저항’이라고 경고하는 것 자체가 모양이 우습다. 허공 중에 울려 퍼지는 헛소리로 들린다. 민주적 지도자의 모습과 거리가 한참 멀다. 민심이 집약 표출된 5.31 지방선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반성하는 태도가 아니라, 개선책을 모색하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국민의 뜻과는 상관 없이 '내 갈 길을 가겠다'는, 국민을 무시하고 노골적으로 깔보는 위험천만한 독선이요, 오만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대다수 국민이 현재 국정의 방향이 잘못되었으니 진로(進路)를 바꾸라고 명령을 내렸음에도 오기로 기존 정책을 그대로 밀고나가겠다니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정도다. 최고지도자에게 싸늘한…
2006-06-20 09:49요즘 아이들은 정말로 영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시대의 변화에 따른 아이들의 가치관 변화일 수도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 불리한 것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어느것이든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 점수가 들어간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완성한다. 그러나 점수와 관련이 없는 것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아이들이 소지한 휴대폰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휴대폰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다. 성능이 좋은 카메라의 경우는 디지털 카메라보다 화질이 우수하고 촬영도 잘 된다. 그런데 이 카메라가 교사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서서히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회최리를 들기라도 하면 금새 촬영한다고 야단법석입니다. 물론 야단을 치긴 하지만 언제 촬영되어 인터넷에 유포될지 몰라서 회초리 드는 것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요즈음에는 정말 큰일 납니다. 교사가 회초리로 살짝 아이들 손바닥이라도 때릴때 그것이 카메라로 촬영되면 엄청난 폭력으로 보이게 됩니다. 요즈음에는 잘못하면 큰일 납니다.' 어느 교사의 이야기이다.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교사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압박수단임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다. 때
2006-06-20 09:47아침에 일찍 출근하면 제 자리에 신문이 세 종류 놓여 있습니다. 간단하게 신문을 봅니다. 어떤 때는 남자가 남자다워야 한다면서 은근히 혼을 내는 칼럼도 접합니다. 이것저것 여러 글들을 읽으면서 마음을 끄는 내용이 나오면 생각에 젖습니다. 하루는 평범한 직장인의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하나는 출장 가는 즐거움, 휴가의 즐거움, 밥 먹는 즐거움이라는 글을 만납니다. 그래서 저 자신은 어떠한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도 한때 이 세 가지의 즐거움을 누린 경험이 있어 공감이 되었습니다. 교육청에 있을 때 서울을 오가면서 여유를 즐겼습니다. 어떤 때는 비행기를 타면서 음료수를 마시며 넓고 푸른 하늘을 쳐다보면서 감탄과 흥분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기차를 타면서 귀에 이어폰을 꽂아 여러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내려오기도 하며, 또 어떤 때는 버스를 타고 오면서 금강휴게소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가락국수를 먹으며 금강 물줄기를 바라보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또 교육청 시절에는 방학이 없어 여름휴가 3일 얻는 것이 고작이지만 3일간의 휴가 동안 가족과 함께 즐기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밥 먹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특히 국수를 좋아해 때마다 동료 장학사님과 함께 한 달 내
2006-06-19 21:29교사 경력 이십 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도 수업 중에 흥분만 하면 갑자기 적절한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아 당황하곤 한다. 5교시 수업시간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시작하는 요즘의 5교시는 말 그대로 마의 시간이다. 더군다나 따스한 초여름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요즘엔 말해서 무엇하랴. 거기에 재미없는 '국어생활' 시간. 설상가상으로 아이들이 제일 실어하는 맞춤법 시간이었다. 나는 칠판에 판서를 해가며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얘들아, 수컷을 뜻하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한단다. 예를 들어 `숫놈'은 `수놈'으로, `숫소'는 `수소'로, 숫강아지는 수캉아지로…." 한참을 설명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녀석이 손을 번쩍 들더니 "선생님, 어느 동물엔 `수'를 붙이고 어느 동물엔 `숫'을 붙이던데 외우지 않고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갑작스런 질문을 받고 보니 당황이 되며 흥분되기 시작했다. "그으래, 호, 혼란스럽지? 그렇지만 `수'에 사이시옷을 붙이는 동물은 숫양, 숫염소, 숫쥐밖에 없으니까, 이 세 개만 외우면 돼. 아참, 그렇구나. 양·념·쥐! 첫 글자만 따서 바로 '양념쥐'라고 외우면 되겠구나!" 이 한 마디에 꾸벅꾸벅 졸던 녀석들이 갑자기…
2006-06-18 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