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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 교감을 100일간 해보니


교사에서 교감으로 직무가 전환된 지 3개월이 지났다. 교감 업무 100일을 보낸 지금 무엇이 달라지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되돌아보아야 될 시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학생들과 어울려 매시간 수업활동과 생활지도 그리고 학급 일에 매달리다가 올해는 학생들과 소통할 기회가 없어지고 말았다. 그러다 담임선생님이 출장이나 연가 등으로 교실을 비워 보결수업을 맡으면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학생들과 어울려 도란도란 거리다 보면 교직을 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자긍심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교사들은 ‘교감은 왜 수업도 없이, 또는 보결도 않고 있느냐’며 삐딱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또 최근 보결수당이 지급되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보결수업을 해야 할 경우 1순위는 교감이다. 보결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상담도 하고 평소 학생들과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담임선생님에게 교과 진도라든가 보결수업 대책을 들었음에도 엉뚱한(?) 학습활동을 하게 미안할 때도 있지만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한다.

한 시간 교실 수업을 해보면 그 학급이 지나온 과정을 확인하게도 된다. 교실 환경, 비품들을 깨끗하게 정리한 교실, 아동들의 손때가 묻은 교육활동 실적물, 선생님의 사랑이 곳곳에 묻어 있는 흔적과 학생들의 내음이 교실 곳곳에 서려 있다. 아이들의 눈빛도 빛난다. 교감선생님이 들어 왔다고 호기심을 갖고 더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굴린다. 그들의 천진하고 맑은 눈들이 내 가슴에 와 박힌다. 긴장감이 돈다. 또한 스스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은 분명 담임을 닮는다. 아니 닮을 수밖에 없는 것이 교단 경험자의 솔직한 고백이다. 매일같이 보는 선생님, 매일 같이 듣는 선생님 말씨, 쳐다보는 얼굴 모습, 어찌 닮지 않으랴. 선생님의 생활태도며, 언어, 몸짓 등 모든 걸 닮기에 사표(師表)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 중에서도 사제동행 책읽기 같은 것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늘 책 읽는 교사의 모습에서 책 읽는 학생으로 변화된다는 것도 그 하나의 예다.

교감으로서의 직분 중에는 장학활동도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장학활동의 중핵은 수업활동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사랑처럼, 교사의 노력과 정성과 시간이 투입되어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교육의 미래를 기대하는 곳이 교실이다.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의 수업을 공개하고 동료 교사와 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는다. 또 수업 준비와 분석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며 남의 수업도 참관 관찰하여야 한다. 즉, 교사 본업인 가르치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 있는 교사라야 긍지와 사명과 책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교단의 신뢰를 얻고, 학부모의 신뢰를 얻고, 행복한 교육, 감동을 주는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장학지도를 받았다. 덕분에 장학지도 요원을 수행하면서 전 교실의 수업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교실에는 젊은 선생님들의 열정이 가득했다. 고백하지만 지난날 나는 도저히 저렇게 자신 있게 수업을 할 수 없었던 것이 새삼 부끄러워진다.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면 스스로 자신을 정제해야 함을 느낀다. 자식을 학교에 맡긴 부모님의 심정을 예전에 미처 몰랐다. 내 아이가 다 자라 사회로 떠나간 뒤 이제 뒤돌아보면서 내일 커갈 아이들을 위해 내가 너무 부족하거나 내가 너무 열정 없이 지도한다면 얼마나 미안하고 죄스러울까? ‘오랜 경험으로 말할 뿐이다’라고 위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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