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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서> ‘무박 2일 150리 걷기’ 인성교육

지난 2월 25일 밤 9시에 서울 창동역을 출발해 다음날인 26일 오전 10시에 학교에 도착하는 13시간의 도보여행을, 필자는 학생들 22명, 동료 교사 2명과 함께 즐겼다. 창동역을 출발해 두 시간 남짓을 걸어 안암동에 있는 K대학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공부에 열중한 선배 대학생들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은 사뭇 달라 보였다.

청계천 변을 걸으며 인간이 훼손한 자연을 되살리는 것이 분명 삶의 올바른 방향임을 깨달을 수 있었고, 복원공사가 한창인 남대문을 지나면서는 인간의 탐욕이 부른 또 하나의 생채기를 보았다.

새벽 5시쯤 우리는 서울과 경기 부천의 경계를 넘을 수 있었다. 서울의 북동쪽 끝에서 남서쪽 끝까지 관통하는 데 8시간 정도 소요됐다. 아이들은 서울을 벗어났다는 성취감에 탄성을 질렀으나 곧 이 탄성이 탄식으로 바뀌어 역곡역을 지날 때 힘들어하던 학생 1명이 더 이상 못 걷겠다며 포기 선언을 해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부천 소사역을 지날 때 학생 3명과 동료교사 2명이 죄송하다며 낙오하겠다고 했다. 학생 18명과 필자, 19명밖에 없었다. 뒤처지는 아이를 지도해 주는 교사도 없었고, 오로지 필자가 선두에 선 채 나머지 20여㎞를 걸을 수밖에 없었다.

‘리더는 고독하다’고 했던가. 피로가 엄습해 왔다. 그냥 여기에서 멈추고 완주한 것으로 할까 수없이 생각했다. 그러나 단 1명이 남더라도 그 아이를 위해서 걷는 것이, 이번 무박 2일 60㎞ 걷기의 내 사명이었고 포기할 수 없었다. 아이들의 매서운 눈이 나를 응시했기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뎌 결국은 목적지인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번 걷기를 통해 학생들은 공부하는 것이 쉽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또한 이렇게 힘든 걷기를 해냈으니 앞으로 더 힘들고 어려운 일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요즘 아이들은 인생의 시련이 없이 현재를 살아간다. 비록 연출된 시련이긴 하지만 아이들은 이번 걷기를 통해 시련을 몸소 경험했다. 인간의 원초적인 생명 연장행위인 걷기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은 넓어졌고 정신은 더 맑아졌을 것이다.

민(民)이 있기에 군(君)이 존재하듯, 학생이 있기에 교사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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