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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작은 영웅의 반란

학교 공개의 날, 학부모 참관 수업을 했다. 수업 시간이 아직 남았는데 어머니들께서 궁금하시다며 미리 들어오셨다. 긴장감도 풀 겸 모두 일어서서 머리, 어깨, 무릎 발 노래로 투명인간 만들기 놀이를 했다.

머리, 어깨 노래 위에 “대가리, 어깨”라는 우렁찬 목소리가 노래를 압도했다. 모든 동작이 일순간 멈춰지고 냉한 정적이 흘렀다. 이 신성한 수업시간에 모든 학부형이 모인 자리에서 힘차고 우렁차게 울려 퍼진 거친 말 한마디, 모두 놀라서 모두 미영이(가명)를 쳐다봤다. 평상시 수업시간에 거친 말을 사용한 적이 없어서 더더욱 놀랬다.

“미영아, 머리!”
“대가리로 할래요.”

억양에 이미 잔뜩 고집이 뻗쳐 있어서 긴말 할수록 난감할 것 같아 얼른 머리, 어깨를 투명인간 시켰다. 아이들이 틀리지 않으려고 정신 집중한 탓에 머리, 어깨가 완벽하게 투명인간이 되었다.

수업 중 또다시 돌방상황이 발생했다. 갑자기 몸을 뒤로 젖힌 미영이의 다리가 책상 위에 턱 올라온 것이다. 아이들이 모두 미영이를 쳐다봤다.

“미영아, 다리가 왜 책상 위로 올라왔을까?”
“쥐났어요.”
“야옹, 쥐가 사라지면 다리 내려놔.”

미영이의 행동과 상관없이 수업은 진행됐다. 평상시엔 잘 간섭하지 않던 짝이 날도와 주고 싶었는지 똑바로 앉으라고 미영이의 팔꿈치를 살짝 건드렸다. 그러자 갑자기 미영이가 벌떡 일어나 “왜, 때려” 하면서 두 주먹으로 짝을 사정없이 때렸다. “미영아 그만, 짝이 널 생각해서 너 도움 주려고 했던 거야.” 고맙게도 내 말 한마디에 얼른 주먹을 풀고 자리에 앉았다. 1교시에도 수업을 잘했는데 학부모 참관 수업시간에 왜 저런 돌발 행동을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학부모들이 다 돌아가신 후 미영이와 이야기를 했다. “미영아, 왜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오늘 수업에 했을까? 선생님이 미워서 선생님 수업을 방해하고 싶었어?”

그 용기 다 어디 가고 풀죽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럼, 엄마가 보고 계셨는데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었니?”

그것도 아니란다.

“그럼, 왜 평상시 수업하고 다른 행동을 했을까?”
“장난으로 그냥요.”

2학년이 무슨 악한 심정이 있어서 선생님 수업을 방해하고 엄마를 무안 주려고 그런 행동을 했을까? 선생님과 엄마를 궁지로 몰아놓고 장난이라고 하는데 아찔한 현기증이 일었다.

미영이를 좋은 말로 타이른 후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평상시 수업시간에 전혀 그런 수업태도를 보이지 않으니까 오늘 일로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말씀드렸다. 미영이는 아마도 어머니들 앞에서 영웅이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다만 미영이는 진정한 영웅이 되는 법을 몰랐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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