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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관제(官製) 아닌 실질적 자율 보장하라

정부 주도 입학사정관제, EBS 교재 출제
또 다른 사교육시장, 왜곡 교육상황 연출

필자는 MB 정부가 자율기반 교육정책을 펼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하여 개진한 바 있다. 말로만 ‘자율’을 외치면서 정부주도, 관 개입의 여러 교육정책이 잔존하는 상황을 ‘짝퉁자율’, ‘관제(官製)자율’이라고 비판하였다.

‘관제(官製)자율’을 펴 온 결과는 어떠한 가. 모두가 다 알듯이 교육만악(萬惡)의 근원인 고교평준화는 오히려 폐지는커녕 확대일로에 있으며, 이른바 특목고 전형 방식은 단위학교 자율과는 정반대로 나가고 있다. 평준화의 보완책으로 시행한다고 한 ‘고교선택제’는 로또복권이나 아파트 배정에나 알맞을 ‘추첨’에 의거하여 전원 추첨 배정하는 평준화보다 더 개악시킨 바 있다.

이처럼 진정한 자율이 이루지지 않는 것은 정치적인 의지가 없어서인 듯하다. 작년에는 좌파 정권도 시도한 바 없었던 외고 폐지를 한 여당 실세 국회의원이 팔 걷어붙이고 나선 적이 있다. 또 이번 개각으로 명실상부한 실세 정치인이 교육부의 수장이 되었지만 진정한 자율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정권의 속성상 재임 기간 중 뭔가 새로운 정책을 선보이고 싶은 정치적인 의도가 교육발전의 요체인 자율을 가로막기도 한다. 이에 해당하는 사례로 두 가지만 보자. 하나는 정부 주도의 대학입학사정관제 도입이고, 다른 하나는 사교육비 경감을 내세우며 EBS 방송과 교재 중심의 수능시험 출제이다.

원래 대학입학사정관제는 명실 공히 대학자율의 상징이자 결실이다. 선진 각국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고, 채택한 것은 획일적인 전형방식을 탈피하기 위한 것이다. 면접, 응시자의 학습역량의 실질적 검증, 창의력 등 대학수학에 필요한 잠재적 자질의 독자적 평가로 그야말로 대학자율을 보장하려는 고육책이 대입사정관제이다. 심지어는 대학에 기부로 공헌 여부를 판정하도록 하는 것도 입학사정관의 몫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지난해 초 전국의 수도권과 지방을 모두 망라한 주요대학들이 2010학년도 대학입학전형에 일제히 입학사정관제를 한다고 발표하였다. 카이스트 등 일부 ‘잘 나가는’ 대학이 이에 불을 붙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전국의 수많은 대학이 일제히 이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한 것은 교육당국의 ‘권유’ 때문이다.

그러나 말이 권유이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한 관제 대입사정관제이다. 작년에 236억 원, 금년에 350억 원의 지원금을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는 대학에 준다고 하니 누가 이 제도를 마다하겠는가. 게다가 재정이 열악한 지방의 군소대학이 이 제도에 매달리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문제는 그 많은 입학사정관 수요를 어떻게 충원하는가이다. 풍부한 교육경험, 전문성을 가진 사정관을 그렇게 짧은 기간 안에 확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인데도 당국은 그냥 밀어붙였다. 그 결과 입학사정관의 69%가 20∼30대 연령층의 인력이 담당하고, 그나마 이들 78%가 신분도 불안한 계약직이다. 대학 자율이 아니라 당국의 시혜(施惠)에 의존한 구태에 머문 꼴이다.

그렇다면 당국이 이 제도를 급조하여 추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앞서 지적한 것처럼, 임기 내 성과를 내겠다는 정치적 계산과 함께, 지필고사에 대한 과민한 공포증 때문이다. 입학사정관이 전형하면 논술이나 본고사 같은 지필고사를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는 막연한 추측이 아니다. 입학사정관제를 외국어고, 과학고 입학전형에도 적용한 것을 보면 특목고의 전형에서 지필고사를 없애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독한 ‘지필고사 알레르기’이다.

사교육대책의 일환으로 나온 EBS 강의중심 수능출제는 공교육 정상화가 아니라 학교교육 밖의 또 다른 사교육시장을 형성시켜버렸다.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하나는 EBS가 교육의 본령이 된 점이다. 학원수업이나 과외교습이 아닌 학교수업에 충실하라고 하면서 EBS 방송을 중심으로 시험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의 처지가 딱하기만 하다.

다른 하나는 당국의 이 조치이후 EBS 교재는 교과서보다 더 중시하는 ‘전범(典範)’이 되었다는 점이다. 학원은 물론 학교에서도 모든 수험생이 EBS 교재를 중심으로 공부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심지어는 EBS 교재의 해설서, 참고서가 나오는 판이다.

이러한 왜곡된 교육상황이 연출되는 것은 말로만 ‘자율’이라면서 시시콜콜 관주도의 교육정책, 교육내용과 방법의 결정을 국가가 독점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수능시험도 대학자율의 걸림돌인 국가 독점의 전형(典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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