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 (토)

  • 맑음동두천 24.8℃
  • 맑음강릉 30.8℃
  • 맑음서울 25.3℃
  • 맑음대전 27.3℃
  • 맑음대구 29.8℃
  • 맑음울산 27.1℃
  • 맑음광주 27.6℃
  • 맑음부산 22.1℃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26.2℃
  • 맑음강화 21.5℃
  • 맑음보은 26.4℃
  • 맑음금산 26.9℃
  • 맑음강진군 24.4℃
  • 맑음경주시 29.4℃
  • 맑음거제 23.6℃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교실창가에서> 선생님 사랑합니다!

5월 13일 금요일 아침. 일찍 출근해 교실 문을 여는 순간 여기저기 풍선이 달려있어 오늘이 무슨 날이지? 하고 갸우뚱거리고 있는데 언제 왔는지 미정이가 나타나 수줍게 이동식 칠판을 당기자 전지에 “선생님 사랑합니다!”라고 쓰인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올해 스승의 날이 일요일이라 선생님, 학생 모두 그냥 넘어가겠다 생각해 차라리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어린 4학년 아이들이 필자를 위해 이벤트를 준비한 것이다.

새벽같이 일찍 와서 풍선을 불어 친구들 이름을 쓰고, 초코파이로 케이크를 만들며 기대에 찼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스승의 날은 단지 교사들만을 위한 날만은 아닌 듯 싶었다. 학급 친구들이 모두 등교하자 제대로 준비를 한다면서 필자를 복도로 내몰고 교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걸어 잠갔다가 한참 후 다시 문을 열면서 “선생님 라이터 있으세요?”하고 묻는다. “큰일 난다. 라이터로 불당기면~”하며 말리려 하자 “아니에요!” 하며 다시 문을 닫더니 잠시 후 다른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문을 또 열면서 “선생님, 성냥 있으세요?”라고 하질 않는가.

그 사이 다른 친구들이 내 책상 서랍이며 자료함을 다 뒤져 성냥을 찾는 통에 할 수 없이 옆 반으로 달려가 라이터를 빌려 왔다. “얘들아 문 좀 열어봐. 선생님이 촛불 켜 줄 테니 제발~”하고 사정해 겨우 교실로 들어가 내 손으로 촛불을 켜고 케이크 앞에서 행복한 사진을 찍었다.

잠시 후 아침부터 계속 두루마리를 들고 다니던 동일이가 불쑥 종이를 내밀기에 펼쳐보니 28명의 아이들이 정성껏 쓴 롤링페이퍼였다. “선생님 사랑해요!”,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순간 너무 감격해 아무 말이 나오질 않았다.

더 기특한 건 아이들이 편지 전달 대표로 동일이를 앞세운 것이었다. 평소 학습활동에 소홀히 하며 지각하는 날이 많아 꾸중을 자주 듣는 친구인데 기를 살려주는 것을 보니 교사인 나보다 생각이 더 깊다는 생각에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 우리 반 28명의 천사가 나에게 큰 교훈을 줬다. 아이들에게 아침을 시작하는 인사를 할 때는 “사랑합니다!”라고 말하자고 시키기만 했지 정작 나는 그리 하지 못하면서 떠들고 장난치는 녀석들만 쳐다보며 참으로 가르치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던 시간들을 미안함과 사랑으로 덮어 과감히 밀어냈다. 그리고 이 순간 힘껏 외쳐본다. “얘들아 고맙다! 사랑한다! 많이~”
배너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