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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창가에서> 아침의 행복

아침 일찍 나서는 길에 마주한 하늘은 온통 붉은 잔치 놀음이다. 구름 사이로 고개를 든 해는 빨갛다 못 해 짙은 자주 빛이다. 그 아래 하얀 물살을 가르고 달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길게 굽어 있는 해안 길을 걷는 게 요즘 필자의 새로운 일과 시작이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뜻밖의 임지(臨地)는 설렘보다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새로운 환경의 적응력에 대한 긴장의 연속이다. 이래저래 어지러이 떠오르는 상념을 하얗게 부서지는 물결 속에 묻어두고, 송림(松林)이 잘 정돈되어 있는 도립대학 통학로로 접어들면 햇빛이 흐르는 솔잎 사이로 새어나오는 감미로운 음악이 출근길의 무게를 덜어준다.

교원인사의 한 종류인 전보는 희망지역을 제1, 제2, 기타 순으로 선택해야 한다. 보통 제1은 생활근거지에 신청 하나, 자리가 없으면 제2, 기타로 임지가 정해지는데, 이미 전 순위에 밀리면 후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 이 때문에 가는 놈 붙잡지 않고 오는 이 살갑지 않은 것이 인사전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다 우연히도 옆 학교로 오게 된 동료교사가 있어 인사차 갔더니 객지에서 고향 친구 만나듯 반긴다. 거쳐는 정했으되 뒤늦은 나이에 조석을 에우는 일이 만만치 않단다. ‘법적으로는 하자 없는 전보라지만 아쉽기만 하다’는 말에 동병(同病)이 따로 없는 상련(相憐)이다. 서로를 위로 하고자 찾아갔으나 안타까움만 더했다.

처음 학교를 찾았을 때는 사방이 눈(雪)에 가려 학교만 덩그러니 보이더니만 눈이 사라진 지금 학교는 송림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한 폭의 동양화 같다. 긴 소나무 숲길을 지나 학교마당에 들어서니 마주친 학생들이 “효도하겠습니다”하고 인사말을 건넨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으나 자주 듣다 보니 너무 정겹다. 진정 이보다 더 가슴 따뜻한 아침 마중이 어디 있겠는가? 나도 모르게 “정말 고맙습니다”가 절로 나온다.

행복은 즐거움과 그 의미가 만나는 곳에 존재한다. 일은 즐거움을 느껴야 하고, 의미도 있어야 행복이 된다고 한다. 일의 시작에 만난 이 아침의 행복이 새로운 희망과 함께 아이들의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망울 속에도 함께 녹아들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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