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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소리> 농산어촌 연중 돌봄학교 운영해보니

“길게는 14시간 동안 학교에 머물며 정규교과, 방과후 특기적성, 인성교육까지 원스톱으로 마치고 저녁식사까지 해결하니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크게 환영받고 있다.”

격차 없는 교육기회의 제공은 교육정책이면서, 복지정책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농산어촌 연중 돌봄학교’는 학생 수 감소와 학교의 소규모화로 인해 악화돼가고 있는 농산어촌 지역 학교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학생들에게 또 다른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열악한 농산어촌 지역에 적절한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마늘과 사과로 유명한 경북 의성에 위치한 본교는 전교생이 50명 남짓 되는 전형적인 농촌 소규모 학교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거나, 농번기에는 부모님의 일손을 거드는 것이 일상이다.

하지만 지난 해 3월 지역에 위치한 초등학교와 연계해 ‘농산어촌 연중 돌봄학교’에 지정되면서 학생들의 방과후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정규수업 전 15분간 사제동행 아침독서를 통해 마음의 양식을 쌓은 학생들은 6교시까지 정규 수업을 하게 된다. 교과수업이 마치면 학생들은 7교시 심화 보충학습을 한 뒤, 8교시에는 테니스, 피아노, 컴퓨터, 육상 등의 분야에서 특기적성 교육을 받는다. 농촌지역에서 받을 수 없는 예체능 사교육을 학교가 공교육으로 끌어들여 실시하는 것이다. 이어 학교에서 제공하는 저녁식사를 한 뒤 한 시간의 자유로운 휴식을 갖고, 7시부터 밤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며 부족한 교과목을 보충하고, 자기주도 학습습관을 기르며 하루의 학교생활을 마친다.

아침 8시에 등교해 길게는 14시간을 학교에 머물며 정규수업과 특기적성 때로는 인성교육까지 학교에서 원스톱으로 마치게 되는 것이다.

오랜 시간 학교에 있으면 학생들이 자칫 불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50여명의 전교생 중 야간자율학습까지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은 일 평균 48명 수준으로 학생들 사이에 매우 성과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방학 중에도 학생들은 학교에 나와 심화보충학습과 특기적성교육을 하고 있다. 또 저녁식사를 학교에서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부담 해소와 일일이 자녀들을 챙기기 어려운 농번기에 학교가 일정부분 보호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학부모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울러 본교의 방학 중 향토순례를 ‘농산어촌 돌봄 학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실시해 협동심과 애향심을 심어주고 있다. 인근 7개 면지역 65㎞를 순례하는 이 행사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참여한다. 야영을 하며 스스로 식사를 준비하고, 조별게임이나 부모님께 편지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협동심, 사회성, 애향심, 효도의 참의미를 배우게 된다. 학생들은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고, 무더위 속에서 갈증을 견디면서도 낙오되지 않으려는 노력을 통해 인내도 배우게 된다. 2박 3일동안 진행되는 향토순례는 학생들이 졸업할 때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로 하나같이 꼽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로 34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으면서 그동안 아이들이 즐겁게 머물며 공부하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점점 줄어들고 있는 학생 수를 보면서, 더불어 열악해지는 농촌지역의 교육여건을 느끼면서 스스로 위축되기도 했지만 교육당국의 적절한 정책추진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다.

앞으로 교과부는 농산어촌 돌봄학교, 초중학교의 전원학교, 고교의 기숙형 고교 지정을 연계해 통합적인 교육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국의 110곳의 전원학교도 내년까지 300여 곳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교육정책이 농산어촌의 교육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하는 바이며, 농산어촌 교육지원이 결실을 맺어 특색있는 농어촌 지역의 학교를 보고 귀농이 늘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일선 교육 현장의 경영자로서 더 나은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지·덕·체를 고루 갖춘 온전한 인간을 기르는데 노력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를 통해 학부모가 사교육없이도 학교를 믿고 학생을 맡길 수 있는 학교, 학생은 머물며 배우고 싶은 학교, 교사는 신명나게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

앞으로 일선 교육자들이 피부로 느끼고, 힘을 낼 수 있는 교육정책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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