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내는 집안일을 하고 난 뒤 거실에 앉아 책을 읽는다. 정말이지 그런 아내의 모습은 십대의 소녀 같기만 하다. 그리고 가끔은 읽은 책 내용을 내게 말하면서 아내의 생각을 피력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한 권의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아내는 아침에 출근하는 나에게 다음에 읽을 책을 적어주면서 퇴근길에 사오라고 주문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아내와 결혼하여 지금까지 살면서 아내가 영어와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그 이유를 물으면 아내는 마치 영어에 대한 아픈 추억이 있는 사람처럼 눈을 지그시 감는다. 사실인즉 아내가 영어를 싫어하게 된 이유는 여고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고 한다. 첫 영어시간에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게 되었는데 발표를 제대로 하지 못해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영어 선생님이 심한 핀잔을 주었다고 하였다. 그 이후로 아내는 영어 시간만 되면 딴전을 피우게 되었고 영어 선생님 얼굴도 쳐다보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러다 보니 영어라는 과목이 싫어지게 되었고 나아가 모든 영어 선생님을 미워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만약 그 상황에서 선생님이 용기와 격려를 해주었더라면 최소한 아내는 영어과목을 싫어
목요일 아침, 시끄러운 전화 벨 소리에 잠이 깨었다. 전화를 받은 아내는 학생 같다며 나에게 수화기를 건넸다. 전화를 받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반 아이였다. "선생님, 저 OO인데 방학 잘 보내고 계세요." "그래, 너도 방학 잘 보내고 있지? 그런데 아침 일찍 웬일이니?" 그 아이는 안부 인사를 간단히 하고 난 뒤, 전화를 건 이유를 말했다. "선생님, 저 지금 봉사활동 가려고요. 그런데 일 년에 몇 시간 정도 해야 하는지 몰라서요." "그래, 좋은 생각이구나.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많이 해두면 유리하겠지." "그런데 봉사활동 점수가 대학입시에 중요한가요?" "대학입시보다 봉사활동을 통해서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단다. 그런데 어디로 가려고 하니?" "예,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지역에 가려고요." "그래, 아무쪼록 사고 나지 않도록 조심해서 다녀와." 사실 학기 중에는 수업과 야간자율학습 등으로 도무지 시간을 낼 수 없는 아이들의 입장을 고려해 보건대 방학이야말로 그나마 아이들이 시간을 내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주변에는 사람들의 따스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곳(관공서, 양로원, 고
입추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연일 계속되는 폭염은 식을 줄 모르고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따라서 이곳 동해안은 막바지 휴가를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지난 밤, 열대야로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가까운 바닷가를 찾았다. 오랜만에 찾은 해수욕장은 각 지역에서 찾아 온 피서객들로 만원을 이루었다. 밤 열시가 넘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백사장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가족단위의 피서객들이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워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백사장 한 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관광객들의 작태는 가관도 아니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자리를 깔고 화투를 하고 있는 반면, 백사장 이곳저곳에서는 연인들끼리의 낯 뜨거운 장면들이 거리낌 없이 연출되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들어 백사장을 막 빠져나오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언뜻 보아 십대 청소년으로 보이는 남·여 아이들이 주위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술판을 벌여놓고 가무를 하고 있었다. 말씨로 보아 이곳에 사는 아이들이 아닌 듯싶었다. 몇 명의 여자아이들은 술이 취한 듯 쓰러져 자고 있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생활 그 자체가 무디어져 간다. 더위를 쫓기 위하여 집안의 모든 창문과 현관문을 열어 놓아도 소용이 없다. 그리고 이 더위는 열대야로 이어져 참다못한 사람들은 시원한 강변이나 바닷가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지금까지 이보다 더한 더위에도 아내와 나는 에어컨 없이 선풍기 하나만으로 매년 여름을 잘 버티어 왔다. 에어컨이 많이 보편화된 탓일까? 이제 아파트 내에 에어컨이 없는 집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미루어 짐작하건대, 이 삼복더위에 10가구 중 7가구가 아파트 현관문을 닫아놓고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에어컨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방에서 방학 숙제를 하고 있던 막내 녀석이 도저히 더위를 참지 못하겠는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거실로 뛰어 나왔다. 녀석의 얼굴은 마치 세수를 하고 나온 듯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엄마, 우리도 에어컨 사요. 더워서 도저히 못 참겠어요. 제발 요. 네∼에." 녀석은 에어컨이 있는 친구들을 들먹이면서 계속해서 졸라댔다. 아내는 녀석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다림질만 열심히 하였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다림질을 하고 있는 아내의 얼굴에서 땀 한 방울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
영동지방에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가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공부도 좋지만 아이들이 더위를 먹을까 걱정이 앞선다. 열대야로 지난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아이들은 아예 책상에 엎드려 잠을 청하지만 더위 때문에 그 잠도 오래 가지 못한다. 그 무더운 더위와 전쟁을 하면서 해온 수업을 잠시 접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8월 5일(토요일) 4교시 여름방학 보충수업 마지막 시간이었다. 더위를 도저히 참지 못한 듯 한 학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재미있는 제안을 하였다. "선생님, 날씨도 더운데 수업 그만하면 안돼요? 대신에 저희들하고 내기를 하여 지는 쪽이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로 해요. 더군다나 오늘은 보충 마지막 날이잖아요." 그 아이의 제안에 모든 아이들은 얼굴에 생기가 돌더니 환호를 하였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보충수업 기간동안 학교에 나와 공부를 열심히 해온 터라 그 아이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수업을 안 한다는 그 자체 하나만으로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내기를? 그래 무슨 내기를 하려고 하니? 그 아이는 자신이 있는 듯 요즘 TV 오락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즐겨하는 '끝말잇기게임'을 하자고 제안하였다. 사실
8월 4일(금요일) 1교시 영어 시간.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단어시험을 본다고 사전에 예고한 탓인지 아이들은 열심히 단어를 외우고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 보는 단어 시험에 아이들이 최선을 다하는 이유가 있다. 단어 시험의 결과에 따라 합격을 하지 못한 아이들은 숙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3일에 70여 개나 되는 단어를 외워 시험을 보아야 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여 게으름을 피우면 불합격을 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루에 외울 단어를 정해 규칙적으로 공부를 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단어 시험을 보는데 애로사항 없이 무사히 합격을 하는 반면 벼락치기 식으로 단어를 외워 시험을 본 아이들은 매번 불합격하여 숙제를 할 수밖에 없다. 설령 시험에 합격을 했다 할지라도 아이들은 그 단어를 머릿속에 오랫동안 담아두지 못했다. 그리고 시험에 불합격한 아이들과 상담을 한 결과 아이들 대부분이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줄을 모르고 있었으며 더욱이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기분 내키는 대로 단어를 외운 것으로 파악되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선생님, 아이들 모두 지쳐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단어시험으로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교육부총리 임명 안을 놓고 13여 일간의 여·야 정치인들의 공방이 있었다. 그 어느 쪽 하나 양보하지 않을 것 같은 팽팽했던 싸움이 결국 김 부총리의 사의 표명(2일)에 따라 일단락이 지어진 것 같다. 1일 김 부총리는 본인이 자처한 국회 교육위원회 청문회를 통해 논문 표절 및 중복게재 의혹에 대한 진실을 털어놓음으로써 어느 정도 만족해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다음 날 2일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며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번 일로 정부는 각계각층에서 흘러나온 쓴 소리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김 부총리의 사의 표명을 두고 여·야 모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본인의 학자로서의 명예를 회복한 연후에 대통령과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용단으로 높이 평가한다."(열린우리당) "김 부총리가 물러난 것은 민심에 따른 결정으로, 환영할 일"(한나라당) 이는 곧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김 부총리가 교육부총리로서 부적격자임을 인정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좀더 신중하지 못한 정부의 처사가 정말이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아무튼 늦은 감은 있지만 자리에 연연하지 하지 않고 국민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인지하고 모든 것을 겸허하게
7월 29일 토요일. 지루한 장맛비가 끝난 것일까? 오랜만에 따사로운 햇살이 교정을 비추었다. 오랜만에 아이들의 얼굴 위로 웃음꽃이 핀다. 아이들은 어두운 긴 터널을 빠져 나온 듯 다시 찾아 온 여름 햇살에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켠다. 그리고 교정의 꽃밭 모퉁이에는 햇살이 반가운 듯 코스모스가 때 이르게 꽃을 피웠다.
연일 계속되는 장맛비가 아이들의 기분에도 영향을 미치는가 보다. 수업시간에도 몇 명의 아이들은 마치 넋 나간 사람처럼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곤 한다. 하물며 어떤 아이는 이유도 없이 자율학습을 빼달라며 조르기도 한다. 특히 야간자율학습 시간, 장맛비와 공부에 지친 몇 명의 아이들은 아예 엎드려 잠을 자기도 한다. 점심시간. 웬만해서 교무실 출입을 잘 하지 않는 학급 실장이 나를 찾아 왔다. 내심 학급 일로 의논할 일이 있어 찾아 왔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얼굴 표정이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았다. “네가 웬일이니? 선생님을 보기 위해 교무실 출입을 다하고 말이다.” “선~생님.” 그 아이는 어려운 부탁이라도 하려는 듯 머뭇거리며 내 눈치만 살폈다. 잠시나마 이야기 할 시간을 주기 위해 내가 먼저 말을 건넸다. “그래, 학급에 무슨 일이라도 있니?” “그게 아니라…, 야자 좀 빼 주시면 안 돼요?” 그런데 야간자율학습을 빼달라는 그 아이의 목소리가 힘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한마디라도 하면 금세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아이의 표정을 보면서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하라고 허락을 해주
“선생님, 몸이 좋지 않아 하루 더 쉬겠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 언제부터 수신되었는지 책상 위에 놓여있던 휴대폰으로부터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부저 음이 계속해서 울렸다. 확인 결과 아프다는 이유로 며칠 째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한 아이로부터 온 문자메시지였다. 그리고 출근을 하기 위해 현관문을 막 나서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아내가 나에게 걸러온 전화라면 수화기를 건넸다. 방학 보충수업 기간 중 아침에 걸러 온 대부분의 전화는 학부모나 학생들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그리고 전화 내용은 아파서 학교에 못나간다는 이야기가 아니면 사정이 있어 학교에 늦게 나온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아내로부터 수화기를 건네받자 한 중년쯤 되는 한 여자 목소리가 들러 나왔다. “여보세요? 2학년 O반 담임선생님이십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누구신지요? “저는 OOO학생 어머니입니다. 아이가 아파서 오늘 학교에 못 보낼 것 같습니다. “ “네, OO에게 몸조리 잘 하라고 전해 주세요.” 그러고 보니 그 아이는 어제 수업시간에도 아프다며 책상에 누워있었다. 집에 가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수업을 끝까지 들어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다. 결국 나는 그 아이의 고집을 꺾지 못했고 그 아이는
아이들의 학원선택 신중해야 한다 여름 방학 보충수업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보충수업에 참여하고 있으나 일부학생들은 학교에서 받는 수업이 미더운지 학교보다 수강료가 비싼 학원을 선택했다. 획일화된 수업 방식이 어쩌면 이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몰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초등학교부터 학원 공부에 타성이 젖은 아이들의 학습 방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편으로 학교 선생님의 말보다 학원 선생님의 말을 더 신봉하는 학부모와 아이들의 지나친 생각이 우리의 공교육을 불신하는 원인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초등학교의 한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 비해 질문을 잘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그 이유를 묻자 아이들은 학원에서 다 배운 내용이라 더 이상 질문할 내용이 없다며 딴청을 부린다고 하였다. 따라서 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선수학습이 결국 아이들을 나태하게 만들 수 있으며 수업에 임하는 아이들에게 자만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에 학교는 학원과 차별을 둔 다양한 수업 모델을 개발하여 정형화된 수업보다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한 수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사 위주의 수업에서 탈피하여 수요자 중심의 수업으로
연일 불거져 나오는 교사 체벌에 대한 논란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일부 교사들은 신문과 뉴스 보기가 두렵다고 한다. 그런 보도가 난 이후에는 이상하리 만큼 교단에 선다는 것 자체가 두려워진다.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보는 것 같아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래서 일까? 요즘 학부모들은 자녀가 아침에 등교를 하여 하교할 때까지 마음을 놓지 못한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학부모는 자녀가 학교에서 체벌 당한 흔적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집에 돌아온 자녀의 옷을 벗겨가며 샅샅이 확인을 한다고 한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차원에서 매를 든다면 사랑의 매가 될 수 있으나 교사 개인의 감정이 이입된 매라면 그 매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무기가 될 것이며 선생님의 행위 그 자체는 폭력으로 인지될 수밖에 없다. 요즘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태를 보면서 어떤 사람은 교사를 '깡패집단'으로 비하시킨다. 그리고는 학교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털어놓기도 하며 체벌을 법으로 규제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학교에 매를 맞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으로부터 지·덕·체를 배움으로써 올바른 전인(全人)이 되
초등학교의 하계방학을 앞두고 시내 각급 학원에서는 원생모집에 혈안이 되어있다. 따라서 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각 학원에서 내건 플래카드로 장식되고 있다. 특히 플래카드 내용으로 각 종 경시대회(수학, 영어, 미술, 음악분야 등)에서 수상한 아이들의 실적을 적어 학부모의 관심을 끌게 한다. 초등학생의 경우, 학원선택은 부모에 의해 결정되어 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은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부모님이 정해준 학원에 으로 다녀야 한다. 따라서 아이들의 의사와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학원 수강이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어떤 학부모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다며 학원에 다니기 싫어하는 자녀를 강제로 학원에 보내기까지 한다고 하였다. 조사에 의하면 초등학교 한 학생이 수강하는 학원수가 2곳 이상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통계를 고려해 보건대 대부분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최소한 1곳의 학원은 꼭 수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매월 한 가정에서 지출되는 사교육비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학원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자녀의 적성과 수준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의 입 소문만 듣고
7월 12일(화요일). 일주일 중에 유일하게 우리 학급의 시간표 위에는 내 과목인 영어가 없는 날이 오늘이다. 방학(7월 15일)을 며칠 앞두고 오늘 중으로 꼭 처리해야 할 일이 있기에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그 일에 매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수업과 업무로 하루 종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만 했다. 그래서 일까? 아침에 실장으로부터 우리 학급의 모든 아이들이 출석했다는 보고를 받고 난 뒤 우리 반에 대해 오후 내내 잊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워낙 바쁜 나머지 출근을 하자마자 습관처럼 되어버린 교실 출석확인도 오늘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오후 7교시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누군가가 등 뒤에서 인기척을 해도 모를 정도로 열심히 업무를 보고 중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누군가가 책상 위에 커피 한잔을 올려놓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우리 반 여학생 두 명이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평소 때와 다름없이 아이들에게 무뚝뚝하게 대했다. "이 녀석들이 왔으면 인기척이라도 해야지? 그래 무슨 일로 왔니? 선생님이 지금 바쁘니 급한 일이 아니면 다음에 와서 이야기하도록 해라." 마치 아무런 일이 없는 것처럼
지난 주 토요일(7월 15일)부터 제헌절(7월 17일)까지 연일 계속되는 장맛비에 꼼짝도 하지 않고 집에서 머물렀다. 그리고 TV에서는 연일 기상특보를 내보냈다. 전국적으로 비로 인한 피해가 눈 덩이처럼 불어났고 인명피해 또한 커져만 갔다. 가족들과 함께 TV를 지켜보면서 더 이상 큰 피해가 나지 않도록 간절히 바랬다. 특히 영동 지방은 지난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에 이어 다시 닥친 재앙에 주민 모두는 큰 한 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리고 산사태로 인한 영동고속도로의 마비로 교통대란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보도에 의하면,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너무 커 그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며칠 째 계속되는 장맛비는 여름 방학 보충수업이 시작되는 화요일에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일까? 각 반별로 몇 명의 학생들이 수업에 지각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심지어 결석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영동지방에 비로 인한 인명 피해가 많다는 것을 보도에서 들은 탓인지 요즘 나의 휴대폰에는 안부를 묻는 제자들의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놀라운 사실은 졸업 후 연락이 두절된 제자들로부터 걸러 온 전화였다.